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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AI·재생에너지 딛고 급성장하는 글로벌 ESS 시장, 中 독주 속 韓 배터리 '반격' 나서

[ESS] AI·재생에너지 딛고 급성장하는 글로벌 ESS 시장, 中 독주 속 韓 배터리 '반격'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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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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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發 ESS 수요 폭증, 전력 시장 재편 본격화
'전기차 캐즘'에 신음하던 배터리업계, 다음 먹거리로 ESS 낙점
가격 경쟁력 앞세워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령한 中, 韓 추격 착수

전 세계 전력 시장이 '배터리 저장 장치(ESS)'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흐름이 나란히 가속화하며 ESS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ESS 생산 체계를 본격적으로 정비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점령한 중국에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나날이 확대되는 ESS 수요

21일(이하 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 프라이스는 ESS가 재생에너지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하는 '에너지 댐' 역할을 수행하면서 탄소 중립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ESS는 전기를 미리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체계다. ESS를 활용하면 불규칙하게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피크 시간) 방출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설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증가세는 ESS 수요 확대 흐름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 구조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AI 트레이닝 센터의 경우 단일 시설에서 수백 MW(메가와트) 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24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35년 1,300TWh로 세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대한민국 총 전력 발전량(2024년 기준 595TWh)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에너지 투자에도 힘을 싣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내년까지 전력 사용량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며, 구글도 친환경 에너지를 수급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구축한 상태다.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ESS 확보가 사실상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조달과 ESS 통합이 일종의 패키지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ESS의 이점은 비단 재생에너지 활용 보조에 그치지 않는다. ESS는 데이터센터에 정전이나 전압 변동이 생길 때 즉시 전력을 공급해 서버 다운을 막는다. ESS를 활용해 부하를 평준화하면 전력 요금 절감 및 전력망 안정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AI 시장이 발전하고, 데이터센터가 증가할수록 ESS 수요 역시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에너지 시장분석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설비 규모는 2023년 89.5GW(기가와트)에서 2030년 789.8GW로 확대될 전망이다.

韓 배터리업계, ESS 시장 공략 나서

핵심 전방 사업이었던 전기차 시장의 부진으로 침체 위기에 빠진 배터리업계 역시 ESS를 다음 먹거리로 주목하는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시장의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공장은 내년 착공해 2027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LFP 양극재는 전량 ESS용으로 공급된다.

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에서 ESS 전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해 생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도 이달 10일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2조원 규모의 ESS 전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 미국 현지 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북미 홀랜드 공장의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관련 배터리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 곳곳에서 제도적 지원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KBIA)가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2차전지 포럼 주최로 개최한 ‘ESS 수요시장 활성화와 배터리 산업 성장 전략’ 토론회에서 국내 ESS 생산 기반 확충을 위해 국내 생산 촉진 세액공제 제도의 조속한 입법 추진을 요청했다. LFP ESS 공급망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세액공제 제도가 도입된다면 관련 투자를 가속화하고 에너지 안보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외 대규모 ESS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금융 패키지, 수출금융, 보증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선투자·장기 회수 구조를 띠는 해외 프로젝트 특성상 민간이 단독으로 부담을 짊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소위 ‘팀 코리아’ 구성 및 운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글로벌 ESS 발주는 배터리 단품이 아닌 시스템·금융·운영 패키지 경쟁"이라며 "배터리, 전력 기자재, 시스템통합, 운영, 금융 등 분야가 참여하는 ESS 수주 전담 컨소시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中의 ESS 산업 육성 의지

관건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기업들을 밀어내고 시장 내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2020년 55%에서 2024년 6%대로 미끄러진 뒤 한 자릿수대를 유지 중이다. 중국의 저가 배터리 공세에 밀린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시점 글로벌 ESS 시장은 CATL(37%), EVE(13%), BYD(9%), CALB(7%), 고션(6%) 등 중국 업체들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향후 중국은 ESS를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며, 단순한 보조 설비를 넘어 독립적 수익 자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이 올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소비·조정 촉진에 관한 지도의견’에는 신재생에너지발전 설비 증설의 핵심이 '소비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개발'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앞으로 설비 용량 확대만을 중시하지 않고 전력 수용 능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신규 프로젝트 건설 속도는 다소 완화되고, ESS는 신재생에너지의 부속물이 아닌 독립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ESS 발전소가 태양광 발전소처럼 투자 기관 및 보험 자금의 자산 배분 목록에 편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이 ESS 산업 육성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입지가 비교적 좁고 전망이 밝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51GWh에서 2030년 485GWh, 2035년 976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국내 ESS 시장도 최근 들어 새출발을 준비하는 중이다. 한국 ESS 시장은 2018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왔으나, 낮은 사업성과 안전 논란 등으로 인해 한동안 정체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2038년까지 23GW 공급을 목표로 매년 ESS 입찰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점진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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