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드카드' 100만 달러 판매, 초반 흥행에도 실효성은 갑론을박
'트럼프 골드카드' 100만 달러 판매, 초반 흥행에도 실효성은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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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투자 이민, 시행 열흘 만에 1,300명 신청 온라인 검열 등 이민 통제 강화 흐름 속 수요 쏠려 '부'를 기준으로 한 이중 잣대에 위헌 가능성 제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도입한, 이른바 ‘트럼프 골드카드’ 투자이민 제도가 시행 열흘 만에 1,300명 이상이 신청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고액 기여를 조건으로 영주권 또는 장기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이 제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반적으로 강화된 이민 통제 정책의 풍선효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시행된 제도인 만큼, 자본 중심 이민 정책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법적 안정성 문제를 둘러싸고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0만 달러 납부하면 영주권 부여
21일(이하 현지시각) 미 행정부는 트럼프 골드카드가 시행 열흘 만에 누적 판매액 13억 달러(약 1조9,1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골드카드는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내면 영주권 또는 체류 허가를 내주는 제도로 지난 10일부터 신청을 받았다. 판매액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까지 1,300명 이상이 구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은 이 카드를 구매해 인재를 미국에 데려와 머물게 할 수 있다"며 "이 돈은 전액 미국의 부채를 줄이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골드카드 제도 추진을 공식화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투자이민 비자 제도인 EB-5를 대체하는 골드카드를 도입하겠다"며 "부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그린카드보다 한 단계 높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4월에는 황금색 카드 견본을 공개했고 6월에는 사전 등록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어 지난 9월 행정명령을 발동해 법적·행정적 틀을 확정하고 상무부·국무부·국토안보부에 구체적인 운영 체계 마련을 지시했다. 이달 10일에는 공식 사이트를 열고 온라인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골드카드의 종류는 개인용으로 골드카드와 플래티넘 카드 2종과 기업용 골드카드 1종으로 구성된다. 이 중 플래티넘 카드는 현재 신청 대기만 가능한 상태다. 세 가지 카드의 신청 수수료는 각 1만5,000달러(약 2,200만원)로 동일하고, 경우에 따라 소액의 추가 수수료를 국무부에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미 행정부는 "기여금을 낸 신청자는 대게 신청 승인 후 몇 주 만에 EB-1 또는 EB-2 비자 소지자로서 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소수의 나라는 비자 발급 관련 상황에 따라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완전히 새로운 연방 비자 제도를 신설한 것이 아니라, 기존 취업이민 제도를 활용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행 이민법의 체계 안에서 골드카드를 고액 기여를 EB-1과 EB-2 비자 심사에서 자격 요건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인정하도록 했다. 신청자가 별도의 전용 비자를 받지 않고 기존의 취업 이민 트랙을 통해 체류 자격을 확보하는 구조다. 실제로 현재 투자이민 비자인 EB-5가 여전히 운영 중이며, 이 비자의 폐지와 함께 새로운 골드카드를 새로운 비자 유형으로 신설하려면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민 규제 대폭 강화
골드카드 프로그램이 초반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미국의 이민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불법 이민 차단과 국경 통제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이민 정책 전반을 대폭 강화해 왔는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비교적 안정적인 체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투자이민 성격의 골드카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공공안전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입국 심사·검증 체계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나라의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을 확대·강화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올해 미국 여행자와 이민자에 대한 단속 대상국이 2배가량 늘어났다. 입국 금지 국가가 되면 이미 해당 국가에서 미국에 들어온 이들의 미국 영주권·시민권 신청 처리도 중단될 수 있다.
전면 입국 금지 대상국은 총 7개국으로, 부르키나파소·말리·니제르·남수단·시리아 5개국에 더해 기존에 부분적 제한을 받아온 라오스와 시에라리온이 추가됐다. 아울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발급한 여행 문서를 소지한 개인도 입국이 금지된다. 부분 입국 제한국에는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15개국이 추가 지정됐다. 지난 6월 발표한 이란·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 등 12개국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조치는 그대로 유지됐다.
일반 방문객과 단기 체류자에 대한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5월 유학생 비자(F·M·J) 심사 과정에서 온라인 활동 검증을 확대한 데 이어, 9월에는 전문직 비자인 H-1B의 수수료를 100배 인상했다. 이달 들어서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제도 역시 검열이 강화돼, 최근 5년간의 소셜미디어(SNS) 계정 정보 제출 의무화와 함께 필요시 전화번호와 이메일, 가족 관계 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지문과 홍채 등 생체정보 수집도 가능해졌다.

행정명령만으로 시행, 절차적 정당성 결함
트럼프 행정부와 지지층은 골드카드 제도가 강화된 이민 통제 기조 속에서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불법 이민과 무작위 이민으로 인한 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신, 자본과 전문 인력을 선별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재정 수입을 확보하고 기업의 인재 수요도 충족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 정부 역시 골드카드 판매 수익을 국가 부채 축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정·이민 정책을 동시에 겨냥한 수단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골드카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고액 기여가 실제 미국 내 고용 창출이나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기존 투자이민 제도와 비교해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와 이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영주권이나 장기 체류 권한을 사실상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이민 제도가 자산 규모에 따라 계층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안전과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이민 정책의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는 자본 중심의 문호 개방이라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골드카드 프로그램이 이민법 자체를 개정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향후 법적 분쟁이나 정권 교체에 따라 제도가 수정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진영은 절차적 결함과 부유층만을 위한 이중 이민 기준을 문제 삼으며, 헌법 소송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민변호사협회는 "골드카드가 의회 승인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시행된 것은 이민법 위반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무효화 가능성은 9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