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의 민낯] 테슬라 ‘FSD 과장광고’ 판결, 운전자 보조에 불과
[자율주행의 민낯] 테슬라 ‘FSD 과장광고’ 판결, 운전자 보조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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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자율주행 마케팅에 사법부 제동 기술 현실과 광고 표현 간 괴리 확인 전기차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규제 강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관련 명칭을 허위·과장 광고로 판단하며 판매·제조 면허 정지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자율주행 기술의 실제 수준과 마케팅 사이의 괴리를 인정한 첫 사례다. 이번 판결은 테슬라에 대한 집단소송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업계 전반의 자율주행 홍보 관행과 규제 기준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 소송 판결
1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에 따르면 주(州) 행정판사는 DMV가 테슬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심리를 마친 뒤 테슬라가 허위광고를 게재했다고 판단했다. 테슬라가 자사 제품의 첨단주행보조기능(ADAS)을 설명하면서 ‘오토파일럿(autopilot·자동운항)’,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 능력’ 등의 용어를 쓴 게 문제가 됐다.
법원은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에 대해 “명백히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도적으로 모호성을 활용해 소비자를 오인시키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하려는 불법적 관행을 따르고 있다”고 봤다. 소비자들이 오토파일럿 작동 중에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믿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완전자율주행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은 “이 명칭은 명백히 거짓이며 사실과 배치된다”고 했다. 테슬라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판사는 이런 광고가 소비자를 오도해 주 법률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테슬라의 제조 면허와 판매 면허를 30일간 정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DMV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되, 처벌을 완화해 테슬라의 제조 면허 정지를 즉시 유예하고 테슬라에 오토파일럿 용어 시정 기간을 60일 부여한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면허 정지 조치가 과도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면 허위 또는 과장된 표현이 반복될 수 있다고 일축했다.
테슬라 자율주행기술, 약속한 수준에 못 미쳐
소송을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DMV는 2023년 11월 테슬라가 마케팅 자료 등에서 오토파일럿과 FSD를 광고하면서 “아무런 조작 없이도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문구를 쓴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제조·딜러 면허 중단을 요청하는 고발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DMV는 고발장에서 “테슬라는 1만2,000달러(약 1,700만원)를 지불하면 FSD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수 있고, 이는 자동 차선 변경, 자동 주차, 신호등 식별 등 자율주행에 관련된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어떤 기술도 운전석에 사람 없이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FSD가 내년에 그러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낙관적인 일정을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테슬라가 FSD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멀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가 내놓은 문구와 같은 기능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사실상 먼 미래에 가능할 수 있음에도 광고 문구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DMV는 “테슬라는 이미 오토파일럿 또는 FSD를 사용하는 동안에도 운전자에게 핸들에서 손을 떼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이는 면책 조항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2016년 독일 연방 자동차청(Federal Motor Authority)과도 같은 문제에 직면한 바 있다. 독일 연방 자동차 당국은 사람들이 자동차의 기능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광고에서 ‘자동 조종 장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난해에는 에드 마키(Ed Markey) 미 상원의원과 리처드 블루멘탈(Richard Blumenthal) 상원의원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테슬라 차량의 오토파일럿과 FSD 기술에 대한 오도된 광고 및 마케팅 내용이 있는지 조사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수년간 이어져 온 테슬라의 자율주행 마케팅 논란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테슬라가 자사의 주행 보조 시스템에 붙여온 이 이름은 기술의 혁신성을 상징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전 세계 규제 기관 및 소비자 단체와의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하는 불씨로 작용했다. 실제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나 FSD 명칭을 내세우며 주행 보조 기능을 홍보했지만, 사실상 이들 기능은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International) 기준 레벨2 또는 레벨3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불과하다. 운전자의 주의와 개입이 상시로 필요한 단계지,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이번 소송 결과는 소비자들이 테슬라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테슬라가 직면한 집단 소송은 두 곳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집단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까지 FSD 패키지를 구매한 캘리포니아 주민들로 구성돼 있으며, 두 번째 집단은 2017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 테슬라의 중재 조항을 거부한 FSD 소유주들이다. 해당 소송은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테슬라가 향후 유사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명령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테슬라는 집단소송을 무효화하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리타 린 판사는 테슬라가 하드웨어 부족으로 완전자율주행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장거리 자율주행을 입증하지 못한 점을 근거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허용했다.

중국도 과장 광고 논란, 현실과 괴리 크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도 과대광고 논란에 직면하긴 마찬가지다.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동체디(Dongchedi)와 국영 방송 CCTV가 공동으로 실시한 '중국 전기차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실도로 시험' 결과, 중국 전기차 브랜드 대부분이 주요 안전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은 15km 폐쇄 코스에서 416개 실제 주행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진행됐다. 고속도로에서는 183가지, 도심 환경에서는 233가지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전체 차량 가운데 고속도로 조건에서 성공률은 24%에 불과했다. 선두 차량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70%의 차량이 충돌했고, 야간 공사 차량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53%에 이르렀다. 멧돼지가 도로를 갑자기 횡단하는 상황을 가상으로 연출한 실험에서 차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멈추는 데 성공한 비율은 100대 중 4~5대에 불과했다. 도심에서는 평균 44.2%가 성공했지만, 어린이가 도로로 갑자기 뛰어드는 상황에서는 42%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시험 참가 차량들은 라이다(LiDAR·자율주행체 센서), 밀리미터파 레이더 같은 첨단 센서를 갖췄지만, 시스템 통합과 알고리즘 성숙도가 낮아 사고가 잦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화웨이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이토 M9(Aito M9)은 자동 비상 제동장치(AEB)와 내비게이션 보조 운전장치(NOA) 사이 충돌로 인해 공사 구역 장애물을 피하지 못했다. 대부분 중국 전기차는 SAE 기준상 레벨2 자율주행 수준이며, 상시 운전자 감독을 필요로 한다. 특히 ADAS가 작동한 사고에서의 생존율은 17%에 불과해 안정성 우려가 크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관련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중국 정부는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4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자동차 제조업체 대표 60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차량 광고에 대한 의무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자율주행, 셀프 드라이빙, 스마트 주행 등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용어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또 기존 차량에 탑재된 ADAS 기능에 대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성능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불가하다. 앞으로는 모든 기능 개선이나 신규 ADAS 기능은 별도의 테스트를 거친 뒤,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OTA로 배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