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0 中 수출 허용한 美, 내부선 안보 반발·시장은 “中 이미 자립, 효과 예전만 못해”
엔비디아 H200 中 수출 허용한 美, 내부선 안보 반발·시장은 “中 이미 자립, 효과 예전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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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H200 대중국 수출 허용하겠다" 트럼프의 강수 美 내부에서 반발 이어져, 자립 의지 강한 中은 '시큰둥' 美 반도체 수출 전략, 이전만큼 中에 영향 미치기는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결정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각계의 평가가 속속 엇갈리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 해당 조치가 안보 위협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반면, 시장에서는 이 같은 수출 전략 변경이 이전처럼 강력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엔비디아 고성능 칩 中에 판매
18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이 전격 허용되며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를 손에 쥐게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조건하에 엔비디아가 H200 제품을 중국 및 기타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선적하는 것을 허용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 H200 칩은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AI 추론 성능 등이 중국 수출용 제품인 H20의 6배에 달하며,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인 '블랙웰' 대비 고급 추론 능력은 떨어지지만 대형언어모델(LLM)과 과학 컴퓨팅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 수출 허용 조건으로 판매 대금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안보세(security tax)를 걷어 국고를 채우고, 중국 기업을 미국과 동맹국 기술 생태계에 묶어 자립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최근 분석가들을 인용, 트럼프 미 행정부가 H200 수출을 허용한 것은 미국의 시장 점유율 유지와 중국의 기술 자립을 늦추기 위한 이중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침 리 선임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중국 내의 혁신 인센티브를 줄일 목적으로 구형 기술을 수출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미국 내 보수 진영과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은 "결정적인 순간에 중국의 군사 AI 역량을 가속화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했으며, 미국외교협회(CFR)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압도적인 AI 우위가 유의미하게 침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의회 역시 강력한 반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위원장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기업들에 최첨단 칩 판매를 승인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 달성한 특별한 전략적 우위를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꺾이지 않는 中의 반도체 자립 의지
다만 중국 규제 당국은 이 같은 미국의 조치를 반기기는커녕, 내부적으로 H200 구매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FT는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H200을 구매할 때 국산 칩으로 대체 불가능한 사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전 사례를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구매 금지 조치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이 엔비디아 칩에 다시 의존하게 되면, 언제든 끊길지 모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칼날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셈"이라며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급자족만이 유일한 장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중국이 강력한 반도체 자립 의지를 내비치는 배경에는 장기간 지속돼 온 미국의 무역 규제가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엔비디아 고성능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2023년에는 저성능 칩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본격적으로 무역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올해 4월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으로 설계한 H20 칩의 수출까지 사실상 막혔다.
중국 반도체·기술 기업에 대한 견제도 최근까지 지속되는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티븐 파인버그 미 국방부 차관은 지난 10월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에 알리바바·비야디·바이두·이옵토링크·이노라이트·화흥반도체·로보센스·우시앱텍 등 8개 중국 기업이 미 국방부의 1260H 목록에 포함될 만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1260H 목록은 미 국방부가 국방수권법에 따라 미국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며 중국 인민해방군 또는 중국 공산당의 군 현대화에 기여한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등재되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다. 다만 이들 기업이 실제로 1260H 목록에 이름을 올렸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엔비디아 칩 밀반입 정황 속속 포착
시장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무역 통제 전략이 사실상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이미 미국의 규제에 대응해 자체 기술력 확보 및 공급망 구축에 성과를 내기 시작한 이상, 미국의 이번 대응이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국이 첨단 엔비디아 칩 등을 밀반입해 자국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활용하고 있는 만큼, 수출 통제 및 완화의 의미가 사실상 퇴색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이 수출 통제를 우회해 엔비디아 칩을 밀반입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10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 중국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최신 아키텍처 블랙웰을 적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 개를 확보해 새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년간 구매가 허용된 국가를 경유하는 우회 수입로를 통해 딥시크에 엔비디아 칩이 유입돼 왔다는 전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비(非)중국계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공식 판매처를 통해 엔비디아 칩을 조달했다. 칩과 서버가 해당 데이터센터에 설치되면 엔비디아·델·슈퍼마이크로 등은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장비를 점검하고, 수출 규정을 준수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딥시크는 이 검사가 완료된 뒤 서버를 다시 분해해 부품 단위로 중국에 밀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품은 허위신고를 통해 중국 세관을 통과한 다음 재조립을 거쳐 중국 데이터센터에 설치됐다.
지난달에는 미국 연방 당국이 엔비디아 GPU를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남성 4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들은 앨라바마에서 출발한 칩을 말레이시아·태국을 경유해 최종적으로 중국에 전달하는 정교한 암시장 밀수 네트워크를 구축, 수백만 달러 규모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실제로 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두 건으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엔비디아 A100 GPU 총 400개가 중국으로 반출됐다. 세 번째·네 번째 선적은 사법 당국 개입으로 무산됐으나, 밀수품에는 엔비디아 H100 GPU를 대량 탑재한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슈퍼컴퓨터 10대와 엔비디아 H200 GPU 50개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