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SK하이닉스 美 증시 노크,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올라탄 자금조달 경쟁
키옥시아·SK하이닉스 美 증시 노크,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올라탄 자금조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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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가격 폭등에 키옥시아 기업가치 급등 美 증시 프리미엄 겨냥한 반도체 자금흡수 경쟁 고조 AI 과열 논란 속 밸류에이션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 속에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여 추가 자금 유입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역시 미 증시 상장 검토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미국 시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AI 거품론과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어, 향후 투자 심리 변화가 반도체 기업들의 상장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1년새 300% 뛴 日 키옥시아, 美 상장 추진
20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미국예탁주식(ADS) 상장을 준비 중이다. ADS는 해외 기업의 실제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권이다. 키옥시아는 이미 예탁증서(DR)를 보유하고 있지만, ADS는 차익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키옥시아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랠리의 대표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올해 들어 주가가 300% 넘게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1,768억 달러(약 266조원)로, 일본 증시에서 토요타자동차,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소프트뱅크 그룹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키옥시아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314% 늘어난 5,991억 엔(약 5조6,70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2025년 회계연도 총 영업이익은 8,762억 엔(약 8조2,9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 늘었다.
특히 키옥시아는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1조3,000억 엔(약 1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여기엔 낸드 가격 폭등에 힘입어 단 한 분기 만에 직전 연도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옥시아는 1년 새 주가 폭등에도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닛케이 평균인 21~23배의 절반 가량인 10배 선에 머물고 있다. 평균 수준 가치평가만 받으면 현재 시총 1위인 토요타를 위협할 수 있다.
도시바에서 분사한 키옥시아는 노트북과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글로벌 메모리 업계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는 흐름 속에서, 키옥시아는 낸드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키옥시아가 이미 일본 증시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 가운데 하나며, 미국 상장이 추가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美 ADR 상장 목표
실제 키옥시아의 미국 상장 추진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기업가치가 급등하는 국면에서 미국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미국 증시는 글로벌 AI 투자 자금이 집중되는 핵심 시장으로,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는 '실적 상승 → 기업가치 재평가 → 미국 증시 자금조달'로 이어지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증시 상장 시점을 오는 6~7월로 정하고 관련 절차 진행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재 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꾸리며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막대한 시설 투자가 요구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초호황으로 인해 작년 연말 기준 35조원에 육박하는 현금보유고를 나타냈지만 다가올 투자 규모가 더 크다. 글로벌 차세대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 금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FAB) 투자를 위해 2030년 말까지 21조6,000억원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7월 발표한 시설투자비까지 감안하면 31조원 규모로, 용인에 2050년까지 600조원을 들여 4개 팹을 가동할 예정이다. 더불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 미국에 AI 솔루션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곳에도 최대 100억 달러(약 15조원) 출자가 예정돼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신주 발행 규모에 쏠리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ADR 상장이 점쳐졌으나, 지난 1월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만 남기고 12조2,4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실상 전량 소각하면서 신주 발행 수단만 남았다. 이에 SK하이닉스가 기대하는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선 대규모 신주 발행이 불가피하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점치는 발행 규모는 100억 달러 안팎이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선 여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주가 끌어올린 美 증시, AI 랠리 뒤 거품 경고음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 흐름이 뚜렷하게 자리 잡은 상태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기업 ASML은 이미 ADR 형태로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역시 나스닥 직상장을 통해 AI 투자 수요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 Arm은 상장 직후 생성형 AI 서버 투자 확대 기대감이 집중되며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했고, 미국 시장이 AI 반도체 프리미엄을 가장 공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상승 폭이 한국과 일본 증시를 크게 웃도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자금 역시 뉴욕 시장으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미국 연기금과 테크 중심 상장지수펀드(ETF), 장기 성장형 자금들이 AI 반도체 기업 비중 확대에 나서면서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 시장 프리미엄 확보의 필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 내부에서 확산 중인 AI 거품론은 중대 변수다. 거품론의 발단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주가 흐름이다. 마이크론은 3년 전만 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AI 서버용 HBM 수요 급증 덕분에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는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향후 12개월 기준 예상 순이익은 메타와 버크셔해서웨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여기서 전문가들이 주목한 부분은 ‘지나치게 빠른 성장’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순환 산업으로 꼽힌다. 수요가 폭증하면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 경쟁에 나서고, 이후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가격 급락과 실적 악화가 반복되는 구조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 2022년에도 낮은 PER을 이유로 저평가 종목으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업황 악화로 주가가 급락한 경험이 있다.
AI 기술 변화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구글 연구진이 AI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공개하자 미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AI 성능은 유지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재의 HBM 수요 전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AI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AI 서비스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투자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