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美-캐나다 86년 군사 공조 균열, 트럼프 동맹 압박 거세질수록 커지는 ‘탈미국’ 기류

美-캐나다 86년 군사 공조 균열, 트럼프 동맹 압박 거세질수록 커지는 ‘탈미국’ 기류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트럼프·카니 갈등, 군사안보 분야까지 확산
서방 주요 동맹국 중심 안보 자립 기조 본격화
미국과 역량 격차, 대체 안보질서 구축 과제 산적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차관은 18일(현지시간) X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중견국이 뭉쳐야 한다는 취지로 한 연설 링크를 공유하며 해당 연설이 캐나다와의 영구합동위원회 참여 중단의 이유라는 점을 시사했다/출처=콜비 차관 X

미국이 1940년부터 86년간 유지해 온 캐나다와의 공동 국방 자문기구 참여를 중단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등을 강하게 비판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캐나다의 반발은 최근 서방 동맹국 전반으로 확산하는 ‘안보 자립’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 중심 방산 공급망 재편에 착수했고, 호주 역시 미국 의존 축소를 염두에 둔 자국 잠수함과 첨단 무기 생산 역량 확대에 나선 상태다.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비용 청구 수위를 높일수록 미국 중심 안보 질서에 대한 균열도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美 국방차관, 카니 ‘美 비판 연설’ 공유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은 18일 소셜미디어(SNS) X에 “불행히도 캐나다는 국방 공약 이행에 있어 신뢰할 만한 진전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며 “국방부는 영구합동방위위원회(PJBD·Permanent Joint Board on Defense, 이하 방위위)가 북미 공동 방위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재평가하기 위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방위위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8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과 윌리엄 매켄지 킹 전 캐나다 총리가 서명한 ‘오그덴스버그 협정(Ogdensburg Agreement)’에 따라 창설된 위원회다.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운영하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운영을 자문하는 등 양국의 국방 협력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기구로 꼽힌다. 최소 연 1회 회의를 개최하지만,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가 시작된 이후로 열리지 않고 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하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도 요구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첫 사례다. 콜비 차관은 특히 카니 총리의 지난 1월 20일 다보스포럼 연설 링크를 공유하며 “우리는 더 이상 수사(rhetoric)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외면할 수 없다”며 “진정한 강국은 공동의 방위·안보 책임으로 자신의 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해당 연설이 미국의 방위위 참여 중단 배경임을 시사한 셈이다.

당시 카니 총리는 현 국제 정세를 ‘파열(Rupture)’로 규정하며 “중견국들이 뭉쳐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시대 미국 주도의 질서에 미련을 버리고 반(反)트럼프 연대의 필요성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니 총리는 같은 달 27일에도 캐나다 오타와 의사당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 전망 관련 질의에 “세계가 변했다. 워싱턴이 변했다. 미국에서 지금 정상인 것은 거의 없다”고 역설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1월 말에는 캐나다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캐나다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주지사(Governor) 카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캐나다를 미국과 합병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호칭이었다. 트럼프는 또 캐나다와 미시간을 잇는 새 교량 개통을 막겠다고 압박했고, 캐나다 역시 이에 맞서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 축소를 검토하는 등 양국 정상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 “美무기 구입 재검토”, 유럽과 방산협력 추진

현재 카니 총리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35 구입 계약 재검토와 유럽 방산업체와의 접촉을 병행하며 조달 다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당초 캐나다는 2023년 F-35 88대 도입을 결정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부터 대안적 선택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캐나다가 기존 미국산 전투기 구매를 완전히 철회한 단계는 아니지만, 검토 자체만으로도 미국 중심 방산조달 체계에 대한 정치적 신호는 충분히 강하다는 평가다.

또한 캐나다 정부는 국방 투자 가속화 방침을 공식화하며 자국군 재건과 조달 구조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카니 총리는 몬트리올에서 새 국방 산업 전략을 발표하며 미국 중심 안보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과 파트너십에는 장점이 많지만, 그것은 일종의 ‘의존(dependency)’”이라며 “우리는 안보 문제에서 타국의 결정에 인질이 되지 않도록 독자적인 방위 산업 기반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가 내놓은 새 전략은 ‘건설, 파트너십, 구매(Build, Partner, Buy)’ 세 단어로 정리된다. 군 장비 조달 시 국내 생산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만 기술 이전을 전제로 동맹국과 협력하며, 해외 직구매는 최후의 수단으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에는 향후 10년 내 캐나다 연방 정부 국방 계약 70%를 자국 기업에 배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담겼다. 현재 캐나다의 자국 기업 계약 비중은 43% 수준이다. 10년간 30%에 가까운 계약 비중을 높이기 위해 연방 정부는 향후 10년간 군 장비 조달에 1,800억 캐나다달러(약 176조원), 국방 인프라 구축에 2,900억 캐나다달러(약 284조원) 등 총 5,000억 달러(약 490조원)에 달하는 기록적 예산을 투입한다. 카니 총리는 “지난 수십 년간 캐나다는 지리적 이점과 타국의 보호에만 의존하며 국방비 지출과 산업 투자를 소홀히 했다”며 “이로 인해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취약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6일 미군에 필요한 무기를 미국 내에서 우선 생산하고 동맹국에도 미국산 장비 구매를 압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동맹국들이 지역 안보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산 최첨단 무기를 신속히 구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미국산 무기 강매이자 동맹국 방산 기업에 대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캐나다의 새로운 국방 산업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산 구매’ 요구에 ‘캐나다산 우선’이라는 반박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블룸버그도 “이 계획은 트럼프의 공격적인 안보·무역 정책과 관세 위협에 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관은 방위 공약을 공동 안보에 대한 장기 투자보다 비용 회수와 부담 전가의 문제로 환산한다. 한국·일본·필리핀의 경우 중국과의 전략적 근접성으로 인해 미국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기 어렵지만, 캐나다는 북미 방위망의 핵심 구성원이면서도 인도·태평양 최전선 국가들과 동일한 안보 압박에 묶여 있지 않아 대응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 차이가 캐나다의 탈미국 기조를 키우는 핵심 배경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국방비를 93억 캐나다 달러(약 10조1,400억원) 증액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2%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선을 겨우 맞췄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의를 통해 이 기준선을 GDP 대비 5%(직접 군사비 3.5%, 방위 인프라 1.5%)로 대폭 상향하는 비공식 확대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방위공약을 비용 청구 수단으로 활용할수록 동맹국들의 전략 불신도 함께 확대되는 모습이다.

독일·프랑스·영국·호주도 국방 자립 가속, 성공 여부는 미지수

실제 독자적인 방위 역량 확보에 나선 동맹국은 캐나다만이 아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합의 일환으로 남호주 오스본(Osborne) 지역에 새로운 잠수함 건조 시설을 짓기 위한 초기 자금 28억 호주달러(약 2조5,000억원)를 승인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를 “장기적으로 300억 호주달러(약 27조원)가 투입될 프로젝트 착수금(down payment)”이라고 표현하며 “재래식 무장 핵 추진 잠수함을 호주가 직접 건조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파워 육성에도 나섰다. 10억 호주달러(약 9,000억원) 규모 ‘첨단 역량 투자 펀드(Advanced Capability Investment Fund)’ 조성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투자해 극초음속 미사일, 인공지능(AI), 자율 시스템, 양자 기술 등 첨단 국방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자본이 국방 기술에 투입되는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호주 방산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유럽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 속에 더는 미국에 안보를 기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자체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독일 정부는 작년 3월 헌법을 고쳐 국방비 지출에서 부채한도 제한을 사실상 없앴다. 이로써 독일은 GDP 1%를 넘는 새 빚을 국방비로 쓸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독일의 핵심 국방비는 2025년 GDP의 2.4%에서 2029년 3.5%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국방비 지출 규모가 2029년 1,620억 유로(약 266조8,900억원)로 2025년 대비 70%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도 GDP의 2% 수준인 국방 예산을 2030년 3~3.5%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며, 영국은 GDP 약 2.3% 수준인 국방비를 2027년 2.6%, 2029년 3%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국방 자립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오랜 기간 미국에 의존해 온 방산 생태계를 단기간에 재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해군력과 원거리 작전 수행 역량에서는 미국과의 격차가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항모전단, 전략수송, 공중급유, 위성감시, 탄약 보급망까지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미국이 유일하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 대응 연합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군사적 억지력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럽 국가들의 해군 전력만으로 중동이나 인도·태평양에서 장기간 작전을 지속하기에는 역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방산 생산 기반 또한 단기간 확대가 쉽지 않다. 유럽 주요국들은 냉전 종식 이후 장기간 군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조선·철강·중공업 생산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 방산 기업들도 수익성이 높은 민간 항공·상업 제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왔다. 숙련 용접공·군수 엔지니어·원자로 기술 인력 부족 문제도 심화한 상태다. 실제로 영국의 Type 31 호위함 사업은 재작업과 공급망 차질로 비용 부담이 급증했고, 오커스 잠수함 프로젝트도 영국 조선소의 생산 병목과 핵심 부품 조달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탄약 생산 확대와 방공체계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라인 증설과 원자재 확보, 하청 공급망 복원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방산 자립 선언과 실제 산업 역량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