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두로 정권' 테러 단체 지정, 대테러 확대 기조 속 군사적 긴장 고조
트럼프 '마두로 정권' 테러 단체 지정, 대테러 확대 기조 속 군사적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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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드나드는 제재 대상 유조선 봉쇄 조치 FTO 지정 후 카리브해와 태평양에서는 요격 작전 국가의 정권을 테러 단체로 지정, 주권 침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남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함대를 배치하며 유조선 전면 봉쇄 등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마약 카르텔과 인신매매 조직 등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명확한 증거 없이 정권과 조직을 연계해 과잉 대응한다는 비판과 함께 국제법 위반과 주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FTO 지정해 군사적 제재 합법화
16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현재 남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미국 함대에 의해 완전히 포위돼 있다"며 "이 함대는 더욱 거대해질 것이며, 그들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자산을 훔친 행위와 더불어 테러리즘, 마약 밀수, 인신매매 등 다른 많은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며 "이에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모든 유조선에 대해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를 명령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권이 마약 카르텔, 인신매매 조직 등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해당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규탄하며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지난 9월에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을 해외 테러 조직(FTO)으로 지정하며 군사적 대응과 제재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카리브해와 태평양에서 마약 밀수 선박에 대한 공습과 요격 작전이 이어졌으며, 9월 15일에는 베네수엘라 출발 선박을 타격해 불법 마약과 전투원 3명을 제거하는 등 총 20차례 이상의 작전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에 베네수엘라 정권을 테러 단체로 지정한 결정은 제재 범위를 국가 단위까지 확대한 사례로,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의 조치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지난 10일 미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미 해안경비대의 지원을 받아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한 데 이어, 현재 핵 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B-1B·B-52, 스텔스 전투기 F-35, 무인공격기 MQ-9 리퍼 등 2만 명 규모의 병력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배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제재를 넘어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평가한다.
'펜타닐' 대량파괴무기로 지정, 공세 확대
테러 단체 지정은 단순한 상징적 조치가 아니다. 지정된 조직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조직원의 입국이 제한되며, 미국인이나 기업의 지원·거래가 금지되는 등 광범위한 제재를 받는다. 미 국무부는 관련 법에 따라 5년마다 지정 대상의 적합성을 재평가해 블랙리스트를 유지하거나 조정한다. 이는 미국이 특정 조직을 국제적·법적·경제적·군사적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일관되게 확대된 대테러 기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카르텔, 극좌 성향 단체, 이념·종교 조직 등을 가리지 않고, 미국의 안보 질서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대상들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해 왔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해외 국가의 테러 단체 지정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테러의 개념을 단순한 폭력 행위자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의 지정학적·이념적 질서를 흔드는 존재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종 합성마약인 펜타닐을 대량파괴무기(WMD)로 지정하며 주변국에 대한 공세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멕시코 국경수비대에 메달을 수여하며 “치명적인 펜타닐이 쏟아져 들어오는 재앙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펜타닐을 WMD로 공식 분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는 법적·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조치”라며 “이제 잡았다가 풀어주는 정책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테러에 대한 정의는 이념적 질서의 훼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파시즘 좌파 운동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자국 내 세력을 공식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는 안티파를 '미국 정부와 법치 시스템 전복을 노리는 군사주의·무정부주의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연방 기관에 안티파의 활동을 ‘국내 테러 행위’로 간주해 수사·해체하고 자금 지원자를 조사·기소할 것을 명령했다.

친미 정권 세워 공적 세우려 한다 비판도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테러 기조를 두고 과도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이 다른 국가의 정권을 특정 조직과 연결 지어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는 방식은 군사력과 경제적 제재를 통해 상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 사례처럼 명확한 증거 없이 정권과 조직을 하나로 보고 공격할 경우 국제적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마약 카르텔과 극단주의 조직을 대상으로 한 조치가 합법적 방어 차원에 머무르더라도, 다른 나라 내부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확장된다면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NN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면 역대 정부가 이루지 못한 공을 세우게 된다”며 “친미 성향의 새 지도자를 내세워 마약과 이민 문제에 협력할 수 있고, 석유도 거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권력 다툼이 강경 대응의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주장한 리처드 그레넬 베네수엘라 특사를 누르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석유 거래 등을 제안했는데, 루비오 장관이 강경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단체 지정에도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 하고 미국은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결심을 했다”고 말했지만, 앞선 강경 발언에 비해 수위가 낮아졌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16일 틱톡에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 이매진은 평화와 인류애를 주제로 한 곡으로 마두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카리브해와 남미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미국 국민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