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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60조원 규모 잠수함 수주전, 기술 주권 논쟁 뒤 진짜 경쟁 구도는

캐나다 60조원 규모 잠수함 수주전, 기술 주권 논쟁 뒤 진짜 경쟁 구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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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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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주권 담론, 완제품 경쟁 전제
실질 가치는 ‘부품 기술력’에 좌우
세일즈 외교 중심 민관 협력 한계

캐나다가 노후 잠수함 전력 교체를 위해 새로운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과 독일이 주요 경쟁 상대로 거론되고 있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 가능한 체계와 지원 능력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경쟁은 완제품 제원 비교를 넘어 잠수함을 구성하는 부품과 운용 체계, 현지 산업 참여 방식으로 확장되는 형국이다. 나아가 이를 뒷받침할 정부와 산업의 역할까지 평가 대상에 오르면서 이번 수주전은 눈에 보이는 스펙 경쟁 뒤에서 전혀 다른 기준들이 작동하는 모양새다. 

각국 방위산업 정책 전반 시험대

16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방산혁신 네트워크 ‘아이스브레이커’의 매튜 롬바르디 공동창업자는 자국 방산 전문매체 베타킷 기고문을 통해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을 우리 기술로 메워야 한다”며 외산 무기 의존에서 벗어난 자체 기술 조달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계약부터 인도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기간을 “공백기”라고 정의하며 “이 기간에 캐나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무인 잠수정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제작해 북극해를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캐나다 왕립 해군이 발주한 초계 잠수함 사업을 두고 한국과 독일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1990년대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이상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해당 사업은 북극 항로 관리와 영해 감시, 동맹 작전 연계까지 고려된 전략 자산 도입 성격이 강하다. 사업 규모는 약 60조원으로 추산되며, 획득 부터 장기 유지·보수·정비(MRO)와 인력 훈련, 인프라 구축까지 아우르는 종합 사업으로 평가된다. 

캐나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업을 자국 방위산업 정책 전반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여기는 분위기다. 잠수함 인도 이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도입 이후 기술·정비 역량을 어디까지 자국화할 것인지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까닭에서다. 롬바르디가 강조한 ‘공백기 활용’ 논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외산 잠수함을 도입하더라도 그 사이 자국 기업들이 무인체계, 센서, 통신 네트워크를 축적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기술 자립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유력한 수주처는 한국과 독일이다. 먼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은 다수 국가에 잠수함을 수출한 운용 경험과 검증된 AIP 기반 디젤잠수함 기술을 강조하며 장기 운용 안정성과 신뢰성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여기에 현지 기술 이전과 인력 교육을 포함한 패키지 제안을 토대로 대규모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독일 정부 역시 민간 산업까지 포괄하는 전략산업 논의를 통해 방위산업 전환을 가속하고 나서면서 자동차와 중공업 등 기존 제조업 기반을 방산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10월 30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가 한화오션 블록 조립공장을 방문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세 번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한화그룹 뉴스룸

단순 조달 넘어 기술 축적에 방점 

한국은 한화오션이 주도하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체제의 ‘K-잠수함’ 패키지를 구성해 캐나다 초계잠수함 사업(CPSP) 수주 준비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지난달 캐나다 대형 건설사 PCL컨스트럭션과 손잡고 잠수함 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사전 포석에 나섰다. 단순히 함정을 납품하는 사업자를 넘어 캐나다가 요구하는 정비·생산·훈련 인프라 전반에 참여하는 역할 분담 구조를 미리 설계하겠다는 의도다.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업을 통한 현지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구축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초기 협력 구상은 수주 경쟁의 기본 전제에 해당한다. 

양사의 협력은 완제품 납품 일정과 직결된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PCL은 “한화오션이 2026년 계약을 수주할 경우, 2035년까지 KSS-III 잠수함 4척을 캐나다 해군에 인도할 수 있다”고 밝히며 노후화한 잠수함을 적기에 대체하는 현실적 일정임을 강조했다. 초기 4척 이후 연 1척 생산 체계를 통해 2043년까지 총 12척을 완편하겠다는 구상 역시 캐나다 측이 요구한 장기 운용 로드맵과 맞물린다. 이 과정에서 10억 캐나다달러(약 1조700억원)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전이 겉으로는 대기업 간 완제품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쟁력의 상당 부분은 그 내부를 구성하는 부품과 시스템에서 갈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플랫폼 자체보다 ‘장보고-II’를 비롯한 독자적인 잠수함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확보된 소나(항법 및 거리 측정 음향), 전투체계, 추진 관련 핵심 부품 기술이란 지적이다. 실제 한화오션이 현지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동안 다수의 방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은 물밑에서 캐나다 현지 업체들과 개별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LIG넥스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LIG넥스원은 최근 캐나다 수중음향 탐지기 개발업체 지이오 스펙트럼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이오 스펙트럼은 수중 음향 트랜스듀서, 하이드로폰, 예인 소나 등 잠수함과 무인수중체계(UUV)에 활용되는 다양한 음향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으로, 북미 방산·해양 산업에서 이미 일정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이 같은 기업과의 협력은 당장 캐나다 해군 잠수함 사업이 아니더라도 여타 잠수함 사업이나 무인체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립적인 수익성과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한국의 잠수함 부품 국산화율은 2000년대 초 장보고-II 사업 당시 38.6%에 불과했지만, 2018년 3,000톤급 도산 안창호함 진수를 계기로 78%까지 상승했고, 이후 장보고-III 사업을 거치며 80%를 넘어섰다. 이는 단순히 해외 부품을 국내 부품으로 대체했다는 의미를 넘어 특정 분야에서 독자 기술과 생산 체계를 확보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수소연료전지, 수소저장합금, 소나, 위성안테나, 유체소음기 등 세부 영역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경쟁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완제품 수주 실패의 경우에도 부품 단위 수출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근거가 된다.

‘민관 원팀’의 오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전략적 수출 프로젝트로 규정한 우리 정부는 ‘민관 원팀’을 강조하며 수출금융 지원과 외교적 지원을 동시에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가 요구하는 차세대 잠수함 도입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장기 운용과 안보 협력을 전제로 한 사업인 만큼 정부 차원의 개입은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성능 자체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서 경쟁의 초점이 바뀐 상황에서 정부는 금융 지원과 정상급 접촉을 통해 상대국이 체감하는 사업 위험을 낮추고 신뢰를 쌓겠다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외교 지원을 현장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함께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했다. 두 총리는 한화오션 측 브리핑을 청취하고, 최첨단 조립 현장 및 공장 시설을 시찰했다. 이어 장영실함에 승선해 내부 시설과 장비를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카니 총리는 “양국의 안보·국방 파트너십 더욱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면서도 “ 차세대 잠수함 도입은 캐나다의 안보전략적 측면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강조하는 민관 원팀 구호가 정상급 세일즈 외교에만 집중될 경우, 시장이 요구하는 진입 조건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캐나다가 중시하는 것은 계약 체결 이후 수십 년 동안 유지·보수·정비, 교육·훈련, 부품 공급과 가용률 관리가 실제로 끊김 없이 작동하느냐인 만큼, 상시 작동하는 정비 설비와 인력, 공급망, 교육 체계의 안정적인 설계가 핵심 평가 요소가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의 무게중심은 금융과 외교를 넘어 장기 운용을 뒷받침할 인프라와 책임 분담 구조까지 포함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게 이들 비판론자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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