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시대 새 과제는 컴퓨트 동맹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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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 중심축, 알고리즘에서 인프라로 이동 전력·반도체·광물 분산 구조에 국가 간 협력 중요성 확대 민주주의 컴퓨트 연합, 보조금 경쟁 대안으로 부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약 415테라와트시(TWh)로 글로벌 전력 수요의 1.5%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945TWh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확충에는 전력망뿐 아니라 반도체, 핵심 광물, 인허가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러한 역량은 국가별로 분산돼 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동으로 컴퓨팅 역량을 구축·활용하는 '민주주의 컴퓨트 연합(Democratic Compute Coalition)' 구상이 제기된다. 핵심은 상호주의에 기반한 협력 체계다. 신속한 인허가와 전력망 접속, 첨단 반도체 접근권을 공유하는 대신 국가안보와 전력망 안정, 공공 편익 확대 등의 책임을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다.
AI 패권 좌우하는 전력 확보 속도
미국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컴퓨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력 인프라 제약에 직면해 있다. 2023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176TWh로 전체 전력 사용량의 4.4%를 차지했으며 미국 정부는 2028년에 이 비중이 최대 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변전소와 송전망, 인허가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금 투입만으로는 실질적인 역량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은 AI 경쟁력이 전력 인프라 확보와 직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미국 전력망에는 2023년 말 기준 약 2,600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저장 프로젝트가 계통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2000~2018년 접속을 신청한 사업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간 비율은 14%에 그쳤다. 상업 운전에 성공한 프로젝트도 신청 이후 가동까지 중간값 기준 5년이 소요됐다. 발전 설비 계획 대비 실제 공급 역량 확충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 때문에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지표로 '타임 투 파워(Time-to-Power·프로젝트 착수부터 실제 전력 공급까지 걸리는 기간)'가 거론된다. 이에 따라 주요국에서는 인허가 절차와 계통 연결 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사업자에게 전력망 보강 비용과 수요 조정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구축 속도만을 앞세운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크다. 전기요금 부담과 토지 이용, 물 사용량, 환경 영향 등에 대한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분산 시대의 AI 협력 전략
전력망 문제가 인프라 구축의 과제라면, 공급망 안정성은 또 다른 변수다. 첨단 AI 생태계는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 구축하기 어렵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자본시장, 한국과 대만은 제조 역량, 일본과 네덜란드는 핵심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 일부 유럽 국가는 전력과 에너지 자원, 숙련 인력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AI 인프라의 핵심 요소가 국가별로 분산돼 있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역량 결집을 위한 협력 필요성도 절실해졌다. 특히 핵심 광물 공급망의 편중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 6대 에너지 광물 정제 능력의 86%가 세 국가에 집중돼 있으며, 특정 국가의 공급 차질은 AI 산업과 에너지 산업 전반의 마비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
이 같은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프라 패스포트(Infrastructure Passport·회원국 간 공통 기준을 충족한 사업에 심사 간소화와 신속 절차를 적용하는 제도)' 도입이 제안된다. 한 회원국에서 안보·보안 기준을 충족한 프로젝트는 다른 회원국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인정받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이버보안과 반도체 이전, 우회 수출 방지, 사고 보고 체계, 모델 투명성 등에 대한 공동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공통 기준이 마련되면 회원국들은 개발 자금과 산업 장비, 클라우드 및 컴퓨팅 자원에 더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연합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기준의 상호 인정 여부다. 회원국 정부는 안보 위험이 확인된 사업에 대한 심사 권한을 유지하되, 공통 기준을 충족한 사업에는 절차 간소화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중복 심사와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고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공급망 협력의 예측 가능성 역시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컴퓨트 경쟁의 다음 과제는 활용
인프라 구축만으로 AI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AI 인프라를 확대하더라도 활용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될 경우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노동자의 약 43%는 업무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럽 6개국 평균은 3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산과 서비스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기업 비중도 미국은 7%, 유럽은 4%에 그친다.
이 같은 격차는 인프라 규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고용주가 AI 접근 환경을 제공하고 활용을 장려하는지가 도입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컴퓨트 연합의 과제도 인프라 확충에서 기업 활용 확대까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자금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안으로는 공동 구매를 통한 비용 절감과 지역 지원 거점 구축이 제시된다. 중소기업이 컴퓨팅 자원과 AI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현장에서는 기술 자문과 컨설팅을 통해 실제 업무와 생산 공정에 AI를 적용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공공 조달은 초기 수요 창출과 시장 확대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검증된 AI 솔루션 도입을 확대할 경우 민간 기업의 초기 도입 부담도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지원 정책이 특정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흐르지 않도록 성과 중심의 운영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컴퓨팅 지원 바우처에는 사용 기한을 두고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업무 시간 절감 등의 성과 보고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연합 차원에서도 데이터센터 규모나 반도체 수량보다 생산성 개선과 매출 증가, 서비스 품질 향상, 공급망 회복력 강화 등 실제 성과를 중심으로 AI 활용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연합 지속성 좌우할 이행 체계
AI 인프라 구축과 활용 확산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운영 체계도 필요하다. 컴퓨트 연합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통 지표와 이행 점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회원국들은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 기간, 신규 발전·저장 설비 확충 규모, 전기요금 영향, 지원 대상 기업 수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사고 발생 현황과 핵심 광물 공급망 집중도 역시 주요 관리 대상이다. 이러한 지표는 공급망 취약 요인을 조기에 식별하고 국가별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공동 규범의 실효성을 높일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더라도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는 국가보다, 전력망 연결과 시설 가동을 신속하게 완료하는 국가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핵심 의무를 이행한 회원국에는 투자 심사와 공공 조달 과정에서 우선권을 부여하고 핵심 부품 부족 시 우선 공급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반면 보안 기준이나 우회 수출 방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관련 혜택을 제한하는 규정도 함께 적용돼야 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AI 경쟁의 무게중심도 인프라 구축과 공급망 확보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보조금 경쟁만으로는 전력과 반도체, 핵심 광물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공동 기준과 상호 책임에 기반한 협력 체계 구축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민주주의 컴퓨트 연합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이러한 협력을 제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AI Race Needs a Democratic Compute Coalition, Not a Subsidy Contes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