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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최초 인간 대상 전자칩 이식, 구설수 속 '일단은' 성공

뉴럴링크 최초 인간 대상 전자칩 이식, 구설수 속 '일단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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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가 인생 바꿨다" 전자칩 이식 1호 환자의 심경
동물 실험 과정서 품질 관리 실패한 뉴럴링크, FDA에 '덜미'
부작용 관련 논란도 여전, 혁신인가 비윤리적 시도인가 
Neuralink_20240322
사진=뉴럴링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의 전자칩을 이식받은 첫 번째 환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뉴럴링크가 개발한 전자칩 '텔레파시'를 이식받은 29세 미국인 남성 놀랜드 아르보(Noland Arbaugh)가 체스 게임을 두는 장면이 공개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뉴럴링크는 'X(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스트리밍 영상을 게재했다.

'생각'만으로 체스 두는 첫 환자

뉴럴링크는 지난 1월 29일 인간의 두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식된 칩은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작동할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전자칩이며, 첫 시제품의 이름은 '텔레파시'다. 첫 전자칩 이식 환자인 아르보는 2016년 사고를 당해 어깨 윗부분을 제외하곤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뉴럴링크의 첫 전자칩 이식 환자가 돼 지난 1월 이식 수술을 받았다.

아르보는 "(텔레파시 이식) 수술 후 하루 만에 퇴원했다"고 밝혔다. 영상 속에서 아르보는 온라인 기반 체스 게임을 하고 있다. 두 팔을 의자 팔걸이에 걸쳐둔 채 움직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노트북 화면에서는 커서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체스를 두고 있다. 전자칩 사용감에 대해 아르보는 "머리에 힘을 줘서 화면 속 누군가가 움직이도록 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면에 대고) '오른쪽 손이 지금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해'라고 생각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아르보가 체스를 두는 동시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럴링크가 전자칩을 통한 작업 외 '멀티태스킹'을 구현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아르보는 "생각을 마우스 커서의 반응으로 변환하는 훈련을 여러 번 거친 뒤 이제는 훨씬 쉽게 커서를 제어한다"며 "전자칩 배터리가 8시간 후 방전되면 다시 재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텔레파시가 내 인생을 바꿨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동물 실험 과정은 문제투성이?

한편 뉴럴링크는 최근 동물 실험을 위한 기록 보관 및 품질 관리 방면에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이 검토한 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FDA 검사관들은 뉴럴링크의 캘리포니아 동물 연구 시설에서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뉴럴링크의 실험 과정에서 △품질 보증 담당자의 최종 연구 보고서 서명 부재 △승인된 프로토콜이나 표준 운영 절차에서 벗어난 내용의 문서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2022년 12월 미국 농무부(USDA) 조사관들이 잠재적인 동물 복지 위반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럴링크의 동물 실험이 급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물들의 불필요한 고통과 사망을 초래하고 있다는 내부 직원들의 고발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로이터는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 20여 명의 인터뷰 내용과 내부 문서를 인용,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동물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monkey_Neuralink_20240322

FDA에서 뇌 이식에 대한 인간 실험 요청을 검토했던 빅터 크라우타머는 “FDA는 회사가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것을 허용하기 전에 검사를 수행할 관할권이 있으며, 다른 경우에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FDA의 허용 전에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면 이것들은 인체 시험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근본적인 요구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럴링크를 향한 FDA의 문제 제기가 당연한 조치라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단 뉴럴링크 측은 FDA 방문에 대한 질문에 공식적인 응답을 내놓지 않았다.

머스크의 '투자자 오도' 논란

뉴럴링크의 실험이 낳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머스크는 X 계정에 "뉴럴링크 칩 이식 결과로 죽은 원숭이는 없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또 뉴럴링크가 건강한 원숭이들에게 미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애 "말기"에 있는 원숭이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지난해 12월, 미국 하원의원들은 머스크 CEO의 해당 발언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SEC에 서한을 보낸 의원들은 뉴럴링크의 원숭이 실험에 관한 수의학 기록을 인용, 원숭이들이 컴퓨터 칩 이식 이후 △마비 △발작 △뇌부종 등 부작용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뉴럴링크 측의 칩 이식 실험으로 인해 최소 12마리의 젊고 건강한 원숭이들이 안락사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뉴럴링크 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의 안전성 및 시장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머스크의 발언이 SEC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언으로 뉴럴링크 투자자들을 오도, 증권 사기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뉴럴링크와 관련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1호 환자'의 경과 및 뉴럴링크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럴링크의 '칩 이식'은 전례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며, 언제든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차후 뉴럴링크 사업 성장의 관건이 윤리적 경영·부작용 최소화를 통한 소비자 불안 해소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평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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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 통해 AI 견제하는 UN, 한국 'AI 범죄' 규제 손질은 언제쯤

결의 통해 AI 견제하는 UN, 한국 'AI 범죄' 규제 손질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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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신흥국의 AI 활용·AI 기술 악용 위험에 주목
범람하는 딥페이크 피해, AI도 잘못 쓰면 독이다
AI 범죄에 너그러운 한국, 규제 재정비 필요해
AI_UN_20240322

UN(국제연합)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결의가 최초 공식 채택됐다. UN 회원국들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미국 주도로 제출한 AI 관련 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했다. 해당 결의는 딥페이크 등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한편, 저개발국도 AI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UN의 사상 최초 'AI 결의'

UN 측의 결의에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국가와 지역 △국제기구 △기술 커뮤니티 △시민사회 △언론 △학계 △연구기관 △개인 등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디지털 격차 해소 역시 결의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AI 관련 논의에서는 모든 회원국이 참여해야 하며, 신흥국도 △질병 진단 △홍수 예방 △농업 생산성 향상 △직업 교육 등 다방면에서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UN은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AI를 사용하거나, 국제법을 위배해 관련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를 부적절하거나 악의적으로 설계·개발·배포·사용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단 AI 사용을 둘러싼 최대 우려 사항으로 꼽히는 군사기술 접목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유엔총회 결의에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으나, 차후 국제사회의 AI 관련 규제 체계 확보의 '기준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총회 연설에서 “딥페이크와 같은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정치적 논쟁의 진실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고, 알고리즘의 편향은 사회 분열과 소수자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안전한 AI 사용에 관한 국제적인 합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채택 후 회견에서는 “오늘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모두가 한목소리로 AI가 우리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AI를 지배하기로 결정했다”며 "획기적인 결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AI 기술 발전의 그림자

UN 측이 AI 기술의 '위험성'을 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정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활용해 '가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딥페이크(Deepfake) 범죄가 대표적인 예다. 딥페이크는 AI와 딥러닝을 활용한 인간 이미지·음성 합성 기술로, 생성형 AI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특정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음란물,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한 가짜 뉴스 등 유해한 딥페이크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여성 총리가 딥페이크 음란물 관련 피해를 입기도 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두 명의 남성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음란물 여배우의 몸에 멜로니 총리의 얼굴을 합성, 미국 포르노 사이트에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동영상은 지난 몇 달 동안 포르노 사이트 내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멜로니 총리는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10만 유로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1월에는 X(옛 트위터) 등 SNS에서 미국의 유명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사진을 악용한 불법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이 무차별 확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영상을 게재한 특정 게시물은 삭제되기 전까지 2만4,000회가량 공유됐고, 4,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AI 관련 기술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도 손쉽게 딥페이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관련 피해가 유명인을 넘어 일반인 대상으로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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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관련 범죄 사실상 방치?

AI 기술 발전에 대한 국제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의 딥페이크 규제가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0년 6월 도입된 '딥페이크 처벌법(개정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르면, 반포 등의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제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영리 목적으로 제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반포' 등 딥페이크 영상 제작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타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한 딥페이크 음란물을 의뢰·소지·보관하는 행위 자체는 사실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국내 딥페이크 처벌 사례는 약 70건 남짓이다. 이중 절반 이상은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으며, 징역 등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5~6명에 그친다.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등은 이미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딥페이크와 같은 AI 악용 사례는 사회를 갉아먹는 어엿한 범죄다. IT 업계에서는 딥페이크와 같은 AI 발전의 '그림자'를 걷어낼 때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딥페이크 범죄의 특징과 관련 피해를 정확히 이해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UN의 결의안에 이렇다 할 구속력이 없는 만큼, 정부가 해당 결의안을 기준 삼아 새로운 규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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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구글에 2.5억 유로 과징금 ‘철퇴’, “뉴스 사용료 계약 위반”

프랑스, 구글에 2.5억 유로 과징금 ‘철퇴’, “뉴스 사용료 계약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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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데이터 무단 학습으로 프랑스서 3,600억원 벌금 맞은 구글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사 활용 대가로 1억 달러 지급 합의 전례도
빅테크 기업 상대로 콘텐츠 사용료 지급 의무화하는 움직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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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구글이 뉴스 콘텐츠 사용료에 관해 언론사와 맺은 계약을 위반했다며 2억5,000만 유로(약 3,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쟁당국은 “구글은 프랑스 언론사들과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22년 맺은 7가지 약속 가운데 4가지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 경쟁당국 "구글, 약속 어겼다"

경쟁당국은 구글이 △3개월 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비차별적인 기준에 따른 성실한 협상 △ 사용료 책정에 필요한 정보 언론사에 제공 △사용료 협상이 언론사와의 다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조처 등과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구글이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탑재한 인공지능(AI) 챗봇 바드를 출시하며 프랑스 언론사들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도 지적했다. 경쟁당국은 “구글은 이런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며 위반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일련의 시정 조치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프랑스 언론사들은 2019년부터 구글이 홈페이지에 뉴스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사용료 지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구글이 프랑스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 사진, 영상을 검색 결과로 노출하면서 온라인 검색 광고로 큰 수익을 올렸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19년 검색엔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소비하는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 규약을 마련했고, 프랑스는 이를 근거로 구글에 사용료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글이 이를 거부하자 프랑스 신문협회(APIG)와 AFP 통신 등은 경쟁 당국에 구글을 제소했고, 프랑스 경쟁당국은 2020년 4월 구글에 3개월 안에 언론사들과의 협상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구글은 이듬해 7월 언론사들과의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5억 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6,853억원)의 과징금을 한 차례 부과 받은 뒤 2022년 6월 관련 계약에 최종 합의했다.

NYT 콘텐츠 활용 대가로 매년 400억원 지급도

앞서 구글은 지난해 12월 구글이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대가로 3년간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지급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구글이 NYT에 지급하는 금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우리 돈 약 43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작년 메타(옛 페이스북) 뉴스 전재료 계약 중단으로 연간 2,00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이 있는 상황에서 구글의 전재료는 NYT에 추가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는 AI 학습의 핵심 수단이다. 오픈AI사의 챗GPT처럼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기사를 입력하면 AI가 스스로 단어와 문장의 연결 규칙, 기사에 언급된 내용과 사건의 맥락들을 파악한다. 이후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내놓는다. 고도로 정제된 뉴스 기사의 논리 전개와 문장 배치 등은 AI의 언어 구사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AI 개발사들이 언론사들과 충분한 협의와 비용 정산 과정 없이 뉴스 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챗GPT는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가디언·CNN 등 주요 매체의 기사 데이터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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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8월 DAN 컨퍼런스에서 하이퍼 클로버X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네이버

"언론에 콘텐츠 이용료 지급하라", 의무화에 속도

이렇다 보니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빅테크를 상대로 콘텐츠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 상·하원 의원들은 구글·메타 등 뉴스로 이익을 남겨온 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와 뉴스 이용료 관련 선의의 협상을 하도록 하는 ‘저널리즘 경쟁 및 보호법(JCPA)’ 수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미 언론사 2,000여 곳이 모인 뉴스미디어연합과 빅테크가 뉴스 관련 수익 배분을 교섭할 수 있는 환경을 강제로 만들어주는 것이 골자다.

미 캘리포니아 의회에서도 지난해 3월 빅테크가 지역 뉴스 업체에 콘텐츠 이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버피 윅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뉴스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지역 매체들이 축소되거나 폐쇄되고 있다”며 “이제는 빅테크가 콘텐츠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때”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업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강제로 지급하는 법을 만들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호주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결국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현재까지 호주 언론사에 지급한 콘텐츠 이용료는 2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미디어 업계도 데이터 무단 사용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언론사 뉴스가 네이버의 생성형 AI인 클로바X 학습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네이버에는 수십년 치 분량에 해당하는 언론사 뉴스 데이터가 보관돼 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비용을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문협회는 “이는 뉴스 서비스를 통한 정보 제공 대가를 통한 수익 배분이고, 각 언론사 데이터가 AI 학습용으로 쓰이는 것은 계약 밖의 일”이라며 “뉴스 저작물을 AI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언론사와 협의해 데이터 활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언론사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논의를 하겠다”며 “추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규제를 따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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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전략도 끝물" 미국·EU '반독점법'에 꼬리 내린 애플, 규제 아래 앱시장도 변화의 바람 부나

"폐쇄 전략도 끝물" 미국·EU '반독점법'에 꼬리 내린 애플, 규제 아래 앱시장도 변화의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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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생태계' 전략 애플, 미국·EU 눈총에 '안절부절'
당위성 잃은 닫힌 정원, 결국 유럽서 앱 다운로드 제한 해제
눈앞으로 다가온 DMA, 애플 시장 생태계 변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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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폐쇄적 생태계'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양측에서 애플을 겨냥하고 나선 탓이다. 미 법무부는 애플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은 디지털시장법(DMA)의 첫 조사 대상으로 애플을 정조준했다. 양 고래 사이 새우처럼 끼인 애플의 모습에, 업계에선 애플의 경쟁력이 적잖이 깎여나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DMA를 피하기 위해 유럽을 대상으로 실시한 애플의 정책 변경 사항이 차후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 "애플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

미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각) 16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5년간의 조사 끝에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뉴저지 연방법원에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구축해 온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로, 애플이 자체 생태계 안에서만 앱 다운로드나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해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은 수년 동안 의도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는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며 "애플은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제 행위로 인해 그 권력을 유지해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지난 한 해 동안 970억 달러(약 130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100개 이상의 국가 GDP(국내총생산)를 초과하는 수치다. 미 법무부는 아이폰이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 이상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점이 애플의 이익 극대화 수단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아이폰 기능을 의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경쟁사들의 혁신적 소프트웨어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애플이 경쟁사 하드웨어 기기를 아이폰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기능을 제한했다고도 지적했다. 안드로이드 등 애플 외 다른 운영시스템(OS)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갈아타기 어렵게 만들었단 판단이다. 이외 애플이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앱스토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아이폰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인앱결제) 이용만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겨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이폰에서만 '애플 페이'를 가능하게 하고 아이폰 간 전송과 달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간 문자 전송 시에는 차별을 둔 점도 거론됐다.

짓눌리는 애플, 골칫거리된 '닫힌 정원' 전략

애플은 유럽으로부터도 반독점법 위반 협의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앞서 EU 경쟁당국은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18억4,000만 유로(약 2조6,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최근엔 DMA의 레이더망에도 애플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각종 외신에 따르면 EU의 DMA 첫 조사 대상으로 애플을 유력시되고 있다. 이에 애플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EU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서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U가 중점 조사 대상으로 '앱스토어 개발자에 대한 수수료 정책 및 이용약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양 고래 사이에서 짓눌리는 양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애플의 최고 성공 요인으로 꼽히던 '닫힌 정원(Walled Garden)' 전략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수익 창출에 적잖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나 각종 규제에 집중포화를 당하면서 결국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당초 닫힌 정원 전략은 애플의 자랑거리였다. 닫힌 정원이 한 번 애플의 세계에 발을 들인 고객들을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 소위 '콘크리트층'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플의 닫힌 정원이 타 기업이나 규제당국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었단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2020년 미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다.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 이외 사이트 등에서 앱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애플의 정책을 문제 삼았다. 특히 하드웨어에 폐쇄 전략을 적용한 점은 소비자로부터도 반감을 샀다.

앞서 애플은 성능 향상을 이유로 맥에 SoC(시스템온칩)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캐시메모리, RAM 등을 열 수 없는 블랙박스화된 칩 안에 몰아넣었다. 이는 곧 개인 사용자가 용량을 자의적으로 늘리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 이로 인해 개인 사용자가 맥에 램 16G를 추가하기 위해선 한화 약 27만원의 금액을 지불해야만 했다. 애플이 결국 전략적 '선'을 넘어버리면서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도, 시장으로부터도, 일부 소비자로부터도 폐쇄 전략의 당위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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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철옹성, 100조원대 수수료 수익 주저앉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도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스티브 잡스 시대부터 시작된 견고한 철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나선 것이다. 애플은 지난 1월 "EU의 DMA를 준수하기 위해 앱 장터 개방 등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정책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정책 변경에 따라 EU 27개국 사용자는 3월부터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 장터에서도 아이폰·아이패드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자사 결제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결제에 15~30%의 고액 수수료를 부과해 왔는데, 지금까지는 사실상 수수료를 내지 않은 방법이 없었기에 '애플 통행세'로 불렸다. 그러나 앞으로는 애플로 통하는 결제 수수료를 우회할 방도가 공식적으로 생긴 만큼, 매년 100조원대의 수익을 거두던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도 다소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독점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미 유럽에선 브라우저를 사파리로 일괄 공급하는 게 불가능해졌고, 은행이나 개별 금융 서비스의 간편결제에 애플페이를 강제할 수도 없게 됐다. 붕괴하는 애플의 누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해당 사례는 빅테크 독점 횡포를 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의 이번 정책 변경은 유럽에만 적용됐지만, 미국 또한 애플 때리기에 합류한 만큼 향후엔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사례가 연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적 규제를 기점으로 빅테크 독점이 자리 잡은 시장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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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킨백은 선별된 고객만" 희소성 전략 앞세우던 에르메스, 집단 소송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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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가 독점금지법 위반했다" 미국 소비자, 집단 소송 제기
구매 실적 따라 ' 버킨백 구매 자격' 나뉜다? 에르메스의 차별화
희소성 강조는 명품 브랜드 특유의 전략, 차후 시장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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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백/사진=에르메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미국 법정에 선다. 구매 이력을 통해 소비자를 평가·선별하는 ‘버킨백’ 판매 전략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비자 2명은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팔기 위해 신발, 스카프, 보석류 등 품목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며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에르메스가 '충분한 구매 이력’을 가진 소비자에게만 버킨백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연방법인 '독점금지법(Antitrust Law)’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에르메스 버킨백 두고 '법정 다툼'

버킨백은 영국 출신 가수 겸 배우인 제인 버킨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된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이다. 기본적인 가격은 가방 크기와 종류에 따라 1만 달러~20만 달러(1,300만~2억6,000만원) 수준이나, 중고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이 붙어 한층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에르메스와의 거래 이력이 부족한 일반 고객은 손쉽게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희소성'이 상품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 원고들은 소장을 통해 "버킨백은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없으며, 에르메스 매장에도 제품이 전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판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고객'이 버킨백 구매 의사를 드러낼 경우에만 직원들이 제품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에르메스 측이 버킨백 구매 자격을 미끼로 매번 자사의 신발·스카프·액세서리 등 가방 외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고도 주장했다.

에르메스 측이 직원들에게 버킨백 판매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이 같은 '끼워팔기'를 종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에르메스가 버킨백의 엄청난 수요와 낮은 공급을 통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으며, ‘연계 판매(소비자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통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불특정한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에르메스의 반경쟁적 관행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을 요청한 상태다.

버킨백, 어떻게 판매하길래

실제 분쟁의 중심축인 '에르메스 버킨백'은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도 수년을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가죽을 사용한 한정판(스페셜 에디션) 제품의 경우 거액의 현금 소지자도 구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량의 에르메스 상품을 구매한 'VVIP' 고객들에게 선제적으로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수량이 적어 일반 소비자가 상품을 접하기도 전에 품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고객 차등화' 전략은 에르메스 본사가 내세운 방침이다. 에르메스는 전 세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버킨백과 켈리백 등 인기 제품 수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버킨백과 켈리백의 공급량은 매년 12만 개 수준에서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에르메스 매장 수가 약 300개라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해보면, 한 매장에 1년 동안 공급되는 버킨백과 켈리백은 각 200개에 그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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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켈리백/사진=켈리백

버킨백이나 켈리백 구입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약 5,000만~1억원에 달하는 상품을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이 적극적인 소비를 통해 판매자 측에 '충성 고객'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꾸준한 상품 구매를 통해 자격을 갖춘 고객은 소위 '프라이빗 룸'에 입장, 비밀스럽게 한정 수량의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폭발하는 수요를 외면한 채 희소성만을 강조, 브랜드와 상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명품 특유의 판매 전략인 셈이다.

귀하면 더 갖고 싶다? '희소성'의 마법

'희소성'은 사람이 원하는 양에 비해 그 양이나 수가 상대적으로 모자란 경우 발생한다. 단 희소성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야 하며, 그 제품을 갈망하는 소비자가 많아야만 한다. 이를 에르메스의 사례에 대입해 볼 경우, 버킨백 판매 제한 방침의 '전략적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버킨백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가 줄을 선 가운데, 상품 판매량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자연히 희소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품이 희소해지고 구입 장벽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는 더욱 버킨백을 갈망하게 된다. 희소성은 버킨백이 단순 고가의 가방을 넘어 '명품'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다.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고급 상품'을 앞세우는 명품 브랜드들은 이 같은 희소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희소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 고가 상품의 구입 장벽을 낮추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명품 브랜드 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귀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의 수요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치열한 시장 경쟁 속 일종의 '차별화'를 도모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에르메스가 버킨백 소송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현재의 버킨백 판매 전략이 제재를 받을 경우, 에르메스는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을 통해 자사 상품 희소성을 끌어올릴 것이다. 명품은 단순 상품의 품질을 넘어 소비자 인식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오히려 에르메스 버킨백의 희소성을 널리 알리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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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민주주의 국가, 가짜뉴스 위협에 공동 대응해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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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2세션 주재
가짜뉴스 엄중히 다룰 법과 제도 마련 촉구
"기술은 죄가 없다" SNS 플랫폼 차원 조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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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제2세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국제적 연대를 통해 가짜뉴스에 대응하자고 민주주의 국가들에 제안했다. 이는 최근 증가하는 가짜뉴스 및 딥페이크 피해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차원의 대응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짜뉴스, 사회적 갈등과 분열 야기

20일 윤 대통령은 3일간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마지막 날 영상으로 열린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인터넷 봇(bot)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특정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제작·배포하는 가짜뉴스는 단순히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야기한다"면서 "가짜뉴스는 국민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선동함으로써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선거를 치르는 올해, 민주 진영 국가들의 연대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을 향해 “가짜뉴스를 엄중히 다루는 법과 제도를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가짜뉴스를 퇴치하는 AI·디지털 시스템을 만들고, 체계적인 대응 홍보전도 펼쳐야 한다고 했다. 북한을 겨냥한 듯 “다른 나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도 엄격히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공조해 나가야 한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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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부터 정치인까지, 딥페이크 피해 급증

최근 AI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가짜뉴스나 딥페이크 이미지가 활개를 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자신의 얼굴로 딥페이크 포르노를 제작한 73세와 40세 부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포르노 동영상을 편집하고,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여배우의 몸에 멜로니 총리의 얼굴을 합성해 미국 포르노 사이트에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경찰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의 얼굴이 입혀진 포르노 영상은 해당 사이트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도 지난 1월 딥페이크 음란 이미지가 유포돼 피해를 입었다. 지난 1월 X(옛 트위터) 등 SNS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진을 악용한 불법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이 무차별 확산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부 게시물은 삭제되기 전까지 2만4,000회가량 공유되며 4,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 자체 아닌 유통 제어해야

이처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로 기대를 모으던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이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상술한 사례들을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성적 발언을 하는 가짜 영상 사건이 잇따르면서 딥페이크 기술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딥페이크 영상물의 피해를 줄이는 키는 기술 자체가 아닌,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조치를 취하는 데 있다. 딥페이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딥페이크 기술보다는 딥페이크 이미지가 SNS를 통해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합성 사진은 X에 게시되자마자 순식간에 온라인에 퍼졌다. X 측이 원본 삭제 조치를 취한 시점엔 이미 수천만 회이상 조회된 상태였다. 기시다 총리 동영상도 일본 동영상 사이트인 ‘니코니코’에 올라왔다가 몇 시간 뒤 X에도 게재되며 하루 만에 조회수 232만 회를 찍었다. 사실상 피드 영향력이 약한 플랫폼에서 머물렀다면 이정도로 파급력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과학기술 전문 매거진 ‘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잘못된 선거 정보에 맞설 수 있는 방법 6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원제: ‘Eric Schmidt has a 6-point plan for fighting election misinformation’). 가장 먼저 제안한 일은 악성 계정을 파악하는 것이다. 슈밋 전 CEO에 따르면 콘텐츠가 네트워크에 유입된 시간과 IP주소를 알면 악성 계정 정보는 적잖이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계정들은 알고리즘 우선순위를 낮춰 해당 계정이 올린 콘텐츠가 확산될 여지를 주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AI로 만든 이미지를 판별하는 기능을 갖추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스팸 위험’ 표시가 뜨는 전화번호에 대해 미리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어떤 이미지가 딥페이크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를 미리 알려 피해를 줄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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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과거를 깨우고 인간을 이해하며 삶의 방향을 설계하는 인공지능,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AI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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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자를 해독하고, 올림피아드 문제를 풀고, 인간의 의식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우리의 현실로 다가와
이젠 선택 아닌 필수, AI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여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어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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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인공지능이 드디어 그 이름에 걸맞은 본격적인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책과 기사 및 기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창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텍스트 생성 AI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AI 연구를 통해 얻은 흥미로운 인사이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 이룬 인공지능, "더 이상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

기원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로마의 도시 폼페이와 헤르쿨레니움은 파괴됐지만, 1709년에 발견된 두루마리로 가득 찬 필로데무스의 도서관은 학자들에 의해 발굴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학자들은 불에 탄 파피루스를 펼쳐서 읽으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두루마리가 크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숯덩어리가 된 두루마리를 가상으로 '펼쳐' 그 속에 있는 고대 그리스 문자를 해독하는 AI 경연 대회가 열렸고, 학생 세 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오랫동안 잊혔던 쾌락에 관한 철학적 구절을 해독해 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다른 파피루스 속에 더 다양한 주제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 대회의 공동 창립자인 브렌트 실즈(Brent Seales)는 “이번 대회를 통해 모든 사람의 의구심이 말끔히 씻겼다”며, 이제 해독 가능성에 대해 “더 이상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기술은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AI를 더욱 지능적으로 만들기 위한 탐구는 인간 지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기고 편집자인 조지 머서(George Musser)는 말했다. 한 이론에 따르면 의식은 다양한 뇌 영역의 입력과 분석을 이해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작업 공간이다. 이러한 뇌의 구조를 반영하기 위해 AI 개발자들은 플러그인이나 네트워크가 특정 작업(수학, 논리, 이미지 구별, 인터넷 검색)에 특화된 모듈형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듈형 AI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 통신하여 일관된 '자아'를 형상하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신경과학의 작업 공간 모델을 탐구하는 것은 의식이 있는 기계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간 마음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인간의 유연한 사고력을 일정 부분 흉내 낸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지오메트리(AlphaGeometry)는 수학적 추론 능력에 있어 상당한 발전을 보여줬다. 알파지오메트리는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수준으로 기하학 문제를 풀었는데,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는 예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권위 있는 수학 대회다. 구글 딥마인드와 뉴욕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은 IMO 수준의 기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알파지오메트리를 개발했고, 이 AI 프로그램은 과거 IMO에서 출제된 기하학 문제 30개 중 25개를 성공적으로 풀었다. 알파지오메트리는 인간이 생성한 증명을 공식 언어로 번역할 필요가 없는 합성 데이터 세트를 사용하는데, 연역적 알고리즘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결합하여 추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맥락을 고려한 새로운 단서를 생성하는 유연한 대처 방식으로 어려운 증명 문제를 풀어 나갔다. 인공지능이 수학 분야에서도 인간 수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앞으로 AI 모델이 더욱 발전하면 수학 연구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AI의 부정적 영향 방지해야, 모델 투명성과 법제화의 필요성 강조

한편 다소 논란이 있지만 창의적인 적용 사례도 있다. 최근 챗봇 개발자들은 종교 텍스트, 즉 쿠란, 성경, 불교 경전 등을 학습하여 사용자에게 영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AI 챗봇을 만들었다. 종교 텍스트를 학습한 LLM은 학자와 일반인에게 종교적인 작품을 번역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과학 저널리스트인 웹 라이트(Webb Wright)가 설명한 것처럼 일부 신학자들은 챗봇이 종교 텍스트의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지 못하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학습 자료로 쓰였을 인터넷상의 종교에 관한 내용은 해석의 편차가 심한 특징이 있고, 방대한 역사적 맥락과 각종 세계관의 차이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므로 챗봇이 민감한 질문에 대해 잘못된 조언을 제공하여 더 큰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 텍스트에 대한 접근성 향상 측면과 새로운 종교적 통찰을 얻을 기회를 고려하면 종교 챗봇이 가져오는 이점도 적지 않다.

기술의 발달이 가시화될수록 부정적인 영향 또한 가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AI 모델에 의해 전염된 편견은 AI 프로그램 사용을 중단한 후에도 사람의 의사결정 행동에 지속될 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가 높고 챗봇의 답변에 자신감이 묻어 나올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되므로, AI 모델의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델의 투명성을 높이고 AI의 사용에 대한 사전 교육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인간 사용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 사용자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이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챗봇이 영향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만큼, AI 서비스의 생산자를 향한 법적 제재(학습 데이터의 품질 관리나 인간 사용자의 심리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법안)도 강화돼야 한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AI 시대는 우리의 현실이다. 과거의 유물을 발굴하고, 인간 지능의 비밀을 풀고, 난해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며, 심지어 종교적 탐구까지 돕는 등 우리 삶의 다양한 측면에 이미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 몇 년 만에 AI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고, AI의 영향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AI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여 인간과 AI가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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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NCF·시스템 반도체-MUF '투트랙' 전략 취하는 삼성, LG화학 협업 아래 수율·발열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HBM-NCF·시스템 반도체-MUF '투트랙' 전략 취하는 삼성, LG화학 협업 아래 수율·발열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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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이원화 나선 삼성, HMB엔 기존 NCF 유지 방침
SK하이닉스는 수율 60~70%, 삼성은 10~20%? "NCF 고도화 불가피"
LG화학과 손잡은 삼성, 차별화된 소재 기술 개발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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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HBM3 아이스볼트/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직 적층용 접합 소재를 이원화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기존에 활용했던 '비전도성필름(NCF)'을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엔 '몰디드언더필(MUF)'을 도입함으로써 투트랙 전략을 취하겠단 것이다. 수율 문제를 비롯해 각종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NCF를 유지함으로써 시장을 보다 힘 있게 밀고 나가겠단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 소재 전환보다는 성능 혁신으로 HBM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NCF 밀어붙이는 삼성, 반도체 패키징엔 MUF 적용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HBM을 위·아래로 붙이는 소재로 NCF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AI용 메모리로 손꼽히는 HBM은 D램을 여러 단으로 쌓아 제조하는데, 이때 D램을 서로 접합하는 소재로 삼성전자는 NCF라는 필름을 사용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견줘 HBM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로 이 NCF를 지목해 왔다. 발열 제어 등 소재 성능이 SK하이닉스의 액체성 소재인 MUF, 좀 더 구체적으로는 매스리플로우(MR)-MUF 대비 뒤처진다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도 HBM2(2세대)까지는 NCF를 사용했지만, 이후 HBM2E(3세대)부터는 MR-MUF로 전격 교체했다.

MR-MUF로의 전격 교체가 SK하이닉스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직접적 요인이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MR-MUF로의 전환이 시장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던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삼성전자 또한 HBM에 MUF 적용을 시도했지만, 검토 수준에 그치고 최종적으로는 NCF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NCF를 MUF로 변경하려면 장비 등 상당한 변화를 줘야 하는데 현 시장 상황상 공정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NCF에서 MUF로 소재를 전환하고 이에 최적화된 공정 환경을 구축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면서 “치열한 HBM 시장 쟁탈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1년은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빠른 양산 전략으로 시장을 맹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HBM 핵심 기술을 바꾸는 건 오히려 독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기술을 바꿀 바에 기존의 NCF 성능을 고도화하는 게 더 현실성 높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그 대신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에 MUF를 적용할 방침이다. 3D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확산되면서 시스템 반도체도 수직 적층을 위한 접합 소재가 필요해졌는데, 여기에 NCF뿐 아니라 MUF까지 적용하겠단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은 HBM과 달리 SK하이닉스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 데다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데 부담이 덜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 반도체에 MUF 소재를 적용하는 초기 단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의 독자적인 MUF 소재를 개발 및 도입하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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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 과제는 수율, "삼성 수율 10~20% 수준"

삼성전자의 당면 과제는 수율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저장 용량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반도체인데, 일반 D램과 비교해 최대 6배 비싸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 기본적으로 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통상 일반 D램의 수율은 80~90%대인데 비해, HBM의 수율은 최대치까지 끌어올려야 60% 선이다. HBM을 10개 만들면 그중 4개를 버려야 한단 의미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HBM3의 경우 수율이 이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3 수율이 60~70% 선일 때 삼성전자의 HBM3 수율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이토록 차이가 큰 데엔 공정 방법의 차이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액체 접착제를 D램 사이에 넣어 굳히는 방식인 MR-MUF에 비해 여러 접착제를 합친 테이프를 만들어 D램에 붙여 녹이는 NCF는 수율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단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NCF 고도화를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발열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다. 삼성전자 HBM이 경쟁사 대비 발열에 취약하다는 건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되던 사안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엔비디아 측에 HBM3 납품 계약을 요청했으나 제품 품질이 기준을 넘지 못했단 이유로 사실상 퇴짜를 맞은 바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엔비디아 측은 “삼성전자의 HBM3 제품은 아직 수율이나 발열 부분에서 퀄리티를 맞추지 못했다”며 “샘플 제품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납품을 받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세대 HBM 제품부터 MR-MUF 기술을 도입하면서 발열 이슈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MUF가 거듭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출구전략 짜는 삼성, LG화학과 손잡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NCF를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충분한 출구전략을 짜나가는 모양새다. 특히 LG화학과 손잡고 NCF 고도화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지난 2월 삼성전자와 LG화학은 HBM 발열을 최소화하고 기존보다 얇은 NCF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밝혔다. 핵심 소재를 강화함과 동시에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공급망 안정화를 이루겠단 취지다. 삼성이 단순 공급망 확대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제품을 LG화학과 공동 개발하는 점도 주목된다. 발열을 개선하고 보다 얇게 만들어 HBM 높이를 낮추려는 삼성의 개발 의지가 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HBM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인텔과 AMD, 신생 AI 반도체 기업 등이 AI 업계에 속속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AI 반도체용 HBM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지난해 대비 2.5배 늘리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NCF 고도화가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에 중요한 판도가 되리란 시장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LG화학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여부다. 2023년 기준 삼성전자는 HBM 제품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유지하는 등 SK하이닉스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극한의 수율 및 발열 문제를 차후에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엔비디아 사례처럼 '거부'당하는 일도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LG화학과의 협업 아래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소재 기술을 새로이 찾아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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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규제 시 벤처업계도 죽는다" 플랫폼법 두고 이어지는 줄다리기

"과잉 규제 시 벤처업계도 죽는다" 플랫폼법 두고 이어지는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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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법 추진에 반발
플랫폼법 두고 지속되는 의견 대립, 결론은 어디에
빈틈 사이에서 자라나는 의심, 플랫폼법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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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중 약 70%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추진에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20일 벤처기업협회는 '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벤처기업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 이같이 밝혔다. 플랫폼법 제정을 두고 각계·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벤처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이 '추진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태는 양상이다.

벤처업계, 플랫폼법 반대 의견 표명

벤처기업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기업(230개사) 중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68.7%에 달했다. 공정위가 제시한 플랫폼법의 기대 효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역시 20%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벤처기업협회는 "플랫폼법을 통해 중소 플랫폼 사업자들을 시장 지배적 플랫폼으로부터 보호,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공정위의 주장과 실제 업계의 인식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응답 기업의 90% 이상은 플랫폼법 도입 시 △정부가 플랫폼 산업의 보호·육성 역할을 외면하고 시장 경제에 과도하게 개입 △국내 플랫폼 기업 역차별로 인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저해 및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폐쇄적인 행정편의주의로 인한 디지털 기반 신산업 성장 저해 △중복 규제로 인한 관련 업계 경영 활동 위축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내·외 벤처투자 위축 등 역시 80% 이상의 응답률을 기록, 벤처업계의 주된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대한민국 플랫폼 산업·플랫폼 기업의 혁신이 위축돼 벤처·스타트업은 성장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해외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갈라파고스식 규제를 개선해 벤처·스타트업이 활발하게 혁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플랫폼법은 산업계 전반에 대한 '과잉 규제'라는 벤처업계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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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규제 vs 족쇄' 양분된 의견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최혜 대우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부당 행위를 사전 규제하는 법안이다. EU(유럽연합)의 DMA(디지털시장법)와 유사하게 플랫폼 기업에 사전적으로 족쇄를 채우는 법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물론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플랫폼법 제정 필요성을 두고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이하 공청회)'에서는 플랫폼법과 관련한 상반된 의견들이 맞부딪히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규제 분쟁 발생 시) 당사자들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등 피로도가 높다"고 짚었다. 플랫폼 규제와 관련한 법이 없어 관련 합의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으며, 현행 자율규제 방식으로는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플랫폼법은 명백한 '이중 규제'로, 차후 산업계 전반의 혁신을 저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플랫폼 독과점 문제는 기존의 공정거래법으로도 얼마든지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공청회 자리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도 사업자 중 하나고, 공정거래법은 모든 사업자에 다 적용된다"며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의 조항과 우월적 지위 남용의 조항은 글로벌 대비 우리나라가 가장 강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공정거래법의 규제 족쇄에 묶여 있는 플랫폼 기업에 이중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무조건 규제', 플랫폼법의 허점

업계는 이 같은 의견 대립이 플랫폼법의 '허점'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법률 제정 취지는 적합하나, 규제 방식이 현실적이지 못해 각 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플랫폼법은 EU의 플랫폼 규제 법안인 DMA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개별 사업 특성 △비즈니스 모델(BM) △시장 내 실제 영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 방식이 DMA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강력한 규제는 기업 성장과 혁신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리한 ‘포지티브 규제(법률과 정책을 통해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 형식 역시 플랫폼법의 한계로 지목된다. 지금껏 한국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해 왔으며, 플랫폼법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했다. 문제는 이 같은 포지티브 규제가 과감한 도전·혁신을 중시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 성장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이다. 신산업에 중점을 두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차후 혁신 기술 개발 과정에서 난항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피의사실 입증책임 역시 기업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을 빠르게 제재하기 위해서는 기업 측에 피의사실 입증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제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를 시작하고, 이를 기업이 사후 입증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효율적 제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족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플랫폼법이 '공정 경쟁'을 앞세워 산업계 측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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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애플페이-현대카드에 국내 시장서도 EMV 컨택트리스 확산, 당면 과제는 NFC 단말기 부족

손잡은 애플페이-현대카드에 국내 시장서도 EMV 컨택트리스 확산, 당면 과제는 NFC 단말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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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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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륙한 애플페이, 컨택트리스 카드도 덩달아 확대
완전 활성화 아직 요원하지만, 소비자 사이 컨택트리스 관심도는↑
단말기 보급 저조에 "국내용 개발 하자", 갈라파고스 한국 변화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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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후 해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컨택트리스 카드'가 국내 결제시장에서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애플페이 도입 1년의 성과다. 아직 전용 단말기 보급 저조 등 각종 문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이긴 하나, 컨택트리스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변화가 시작됐단 점은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지 이제 막 1년이 된 애플페이가 한국의 갈라파고스화에 균열을 내는 메기가 된 모양새다.

도입 1년 애플페이, 번져가는 EMV 컨택트리스

21일,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막 되는 날이다. 애플페이는 지난해 3월 21일 현대카드와 손잡고 처음으로 국내 편의점 등에서 결제를 지원했다. 애플페이 도입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EMV 컨택트리스 카드의 보편화다. 컨택트리스 카드란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카드로, 빠르고 보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해외에선 대부분 컨택트리스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컨택트리스 결제 규격 중 가장 대표적인 건 EMV인데, 이는 국제카드사인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가 만든 것으로 전 세계에서 두루두루 쓰인다. 애플페이 또한 EMV 컨택트리스 방식으로 결제를 지원한다.

애플페이가 들어오면서 국내 카드사 사이에서도 EMV 컨택트리스 기능이 유행처럼 번졌다. 당초 애플페이 도입 전엔 단말기에 긁거나 넣는 MST(마그네틱보안전송)나 IC(집적회로스마트카드) 방식의 결제만 지원하는 카드가 대부분이었고, 이에 따라 국내에 NFC 단말기 자체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해외를 찾는 한국인이나 국내에서 관광하는 외국인이 카드 결제를 할 때 불편을 겪어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애플페이의 상륙을 이끈 현대카드는 적극적으로 EMV 컨택트리스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발급한 신용카드의 99%에 EMV 컨택트리스 기능을 지원한다. 업계 1위 신한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이 가시화한 2022년 하반기부터 신규 출시한 모든 해외겸용 카드에 이 기능을 넣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카드의 해외겸용 신용·체크카드 상품 중 EMV 컨택트리스가 적용된 카드는 71종이다. 나머지 카드사도 새로 선보이는 카드에 EMV 컨택트리스 기능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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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결제 편의성 대폭 확대, 결제액도 ↑

EMV 컨택트리스 카드가 국내에 보급되면서 해외 결제 편의성이 대폭 확대됐다. 해외에선 이미 EMV 컨택트리스 카드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결제량도 늘어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회원이 해외에서 일시불·할부로 결제한 금액은 13조5,608억원이다. EMV 컨택트리스 카드가 보편화하기 전인 2021년 9조4,685억원에서 43%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현대카드의 해외 결제액(개인 신용카드 회원 기준)은 지난해 2조7,258억원으로 1년 전 1조5,593억원에서 75% 뛰었다.

다만 국내 결제시장에서 EMV 컨택트리스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애플페이 확장성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단말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페이는 EMV 규격을 기본으로 사용하는데, EMV는 Europay, MasterCard, Visa의 줄임말이다. 즉 EMV는 해당 회사들이 합작해서 만든 규격이라는 의미다. 컨택트리스 결제는 EMV 규격이 승인된 NFC 단말기에서만 가능하다.

국내 주요 카드사에서 해외겸용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이 해외에서 어려움 없이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대면 결제를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규격 덕분이다. EMV 중에서도 특히 EMV Contactless가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데,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해당 기능이 퍼지지 않아 컨택트리스의 명확한 사용처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결제시장에선 NFC 업그레이드형 컨택트리스 방식이 삼성페이의 대체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애플페이는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비접촉 결제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컨택트리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단말기 보급 지지부진, 국내용 단말기 개발 목소리도

이처럼 컨택트리스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통상 해외겸용 카드는 국내겸용 카드보다 연회비가 비싼데, 정작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NFC 단말기의 국내 보급이 상술했듯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사실상 소비자에게 과도한 수수료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외국 카드사 수수료 지급과 결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발급된 해외겸용 카드는 총 9,685만8,000장이나, 이 중 해외가맹점에서 한 차례도 결제하지 않은 카드는 약 89.6%(8,679만1,000장)에 달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6년간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로열티만 7,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용 NFC 컨택트리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NFC 단말기나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단말기는 국내용 카드 결제나 간편결제 전용이 대부분이라 저변 확대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용 카드를 훨씬 많이 사용하는 상황에서 국내용 컨택트리스가 없이 무조건 EMV 컨택트리스를 사용해야 하는 건 해외 카드사와의 협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국내 전용의 컨택트리스를 개발해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용 단말기 개발 목소리가 나온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컨택트리스 보편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단 것이다. 애플페이라는 이름의 '메기'로부터 시작된 갈라파고스섬 붕괴가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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