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넘어 AI 서버까지" HBM 이어 메모리 격전지 된 LPDDR, 가격 상승 전망 속 中 추격은 '미진'
"스마트폰 넘어 AI 서버까지" HBM 이어 메모리 격전지 된 LPDDR, 가격 상승 전망 속 中 추격은 '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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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2027년 LPDDR 소비량, 애플·삼성 스마트폰發 수요 웃돌아 전력난 속 LPDDR에 주목하는 AI 서버 시장, 범용 D램 가격 상승세 지속 전망 中도 LPDDR5·LPDDR5X 개발 박차, 수율 부진·경험 부족은 난제

인공지능(AI) 업계의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및 온디바이스 AI의 확산으로 업계 판도가 급변한 가운데, AI 서버 시장의 전력 효율화 수요까지 겹치며 LPDDR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AI 생태계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시장은 LPDDR 수급 부담 속 범용 D램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LPDDR 생산 역량이 판도를 바꾸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LPDDR 공급 빨아들인다
17일(현지시각) IT 매체 Wccftech가 미국 분석 기관 시트리니 리서치의 추산치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출시할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이 2027년 소비할 LPDDR 메모리는 60억4,100만 기가바이트(GB)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수치는 베라 루빈 플랫폼의 LPDDR 탑재량과 빅테크향 예상 출하량을 유기적으로 연산한 결과로, 애플(29억6,600만GB)과 삼성전자(27억2,400만GB) 스마트폰의 합산 LPDDR 수요(56억9,000만GB)를 6%가량 상회한다.
이 같은 전망이 제기되는 것은 엔비디아가 해당 플랫폼의 CPU 메모리로 LPDDR을 채택한 데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CPU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라 루빈 플랫폼은 AI 연산을 담당하는 루빈 GPU에는 초고속 메모리인 HBM을, 전체 시스템 제어와 데이터 흐름 관리를 맡는 베라 CPU에는 LPDDR을 탑재한다. 이 중 베라 CPU는 최근 급성장하는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AI 에이전트는 단순 학습보다 실시간 추론·명령 실행·외부 시스템 연동 작업 비중이 높으며, 데이터 제어와 운영체제 처리에 강한 CPU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CPU에 탑재되는 LPDDR 수요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더해 온디바이스 AI 확산 역시 LPDDR의 입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온디바이스 AI는 실시간 번역, 사진 편집, 음성 비서 등 AI 기능에 필요한 연산을 스마트폰이나 기기 안에서 수행하는 기술이다.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된 기기는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전력 소모가 적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LPDDR과 같은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AI 서버에도 LPDDR 속속 탑재
이 같은 LPDDR의 중요성은 AI 서버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DDR 중심이었던 데이터센터 서버 아키텍처를 LPDDR 기반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체 Arm 기반 서버 칩 ‘그래비톤4’에 LPDDR5X를 적용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rm 기반 서버 칩 ‘코발트 100’에 LPDDR5X 메모리를 탑재했다. 이는 AI 추론 및 에이전트 서비스의 상용화 흐름 속 데이터센터 전력 부담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독립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LPDDR5X는 DDR5 대비 전력 소모를 75% 줄일 수 있으며, 대역폭은 36%가량 높다.
AI 서버용 칩 제조 업체들도 LPDDR5X 메모리를 앞세워 저전력 AI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인텔은 차세대 AI 추론 GPU ‘크레센트 아일랜드’에 160GB 규모 LPDDR5X 메모리를 탑재해 전력 효율 및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퀄컴 역시 AI 서버용 가속기 ‘AI200’과 ‘AI250’에 최대 768GB LPDDR 메모리를 활용하며 AI 추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스마트폰용 칩에서 축적한 LPDDR 설계 역량을 AI 서버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데이터센터 내 LPDDR 활용이 보편화할 경우, 범용 D램 수급 부담이 커지며 메모리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제조사는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LPDDR을 비롯한 범용 D램 공급이 대폭 감소하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했다는 의미다. 소위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외에도 안정적인 범용 메모리 생산이 가능한 업체라면 순식간에 몸값이 치솟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AI 서버 시장의 LPDDR 수요가 급증하면 제한된 생산 능력을 두고 기존 수요처인 모바일·PC 시장과의 경쟁이 심화하며 가격 부담이 한층 커질 위험이 있다.

中 LPDDR, 경쟁력 아직 부족
향후 판도를 바꿀 만한 핵심 변수로는 중국의 LPDDR 개발 속도가 꼽힌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현재 저가형 스마트폰용 LPDDR4·LPDDR4X 시장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다. 대표 주자는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다. CXMT는 2020년부터 LPDDR4 양산에 나섰으며, 이후 샤오미·오포·비보·트랜션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LPDDR4 생산을 줄이면서 점유율 확대 속도가 한층 빨라진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 업체들의 증설 영향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용 LPDDR4X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은 LPDDR5 경쟁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CXMT는 2023년 LPDDR5 상용화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 반도체 학술대회 'IEEE ASICON'에서 LPDDR5X 제품군을 공개하며 일부 제품이 같은 해 5월부터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양쯔메모리)도 D램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9월 YMTC가 AI 칩용 고성능 D램 개발에 착수했으며, LPDDR 등 저전력 메모리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디지타임스가 YMTC의 LPDDR5 엔지니어링 샘플 개발 완료 및 배포 소식을 전했다.
다만 이들 업체는 여전히 수율과 공정 경쟁력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CXMT는 DDR5 초기 생산 과정부터 발열 안정성 및 수율 부진 문제를 겪었으며, 현재도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심자외선(DUV) 기반 구형 공정을 통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LPDDR은 DDR5와 같은 D램 미세 공정에 기반을 두며, 기존 DDR 대비 전력·발열·패키징 안정성 요구가 더 까다로운 제품이다. DDR5에서 나타난 문제가 고스란히 LPDDR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및 장기 공급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 역시 중국 업체들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