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군사 압박·유화책 병행하며 이란 몰아붙이는 트럼프, 중·러 회담과 이란의 '선택'이 전쟁 향방 가른다

군사 압박·유화책 병행하며 이란 몰아붙이는 트럼프, 중·러 회담과 이란의 '선택'이 전쟁 향방 가른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시간이 매우 중요" 트럼프, 이란에 압박 가하며 신속한 협상 요구
핵 프로그램·원유 수출 등 핵심 사안 관련 유화책도 줄줄이 등장
러시아와 정상회담 앞둔 中, 중동 분쟁 공동 대응 방향 수립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재차 가중하고 나섰다. 양국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원유 수출·핵 프로그램 등에 대한 유화책을 쏟아냄과 동시에 신속한 협상을 요구하며 이란의 선택지를 좁혀 나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향후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러시아의 공동 대응 기조, 이란의 종전 의지 등이 상황을 바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의 이란 압박 전략

17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이란은 완전히 몰락할 것이며,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적었다. 이란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단행할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신화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로 이란 공격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란의 '버티기' 전략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지난달 초 극적으로 임시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후 종전 협상에서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종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미군 및 동맹국의 즉각적인 중동 내 전투 중단을 요구하며 이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어지는 경제·군사적 압박에 굴하지 않고 미국이 먼저 백기를 들길 기다려 온 것이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민심을 고려해 양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다만 미국은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유화적인 선택지까지 제시하며 이란에 '선택'을 종용하고 나섰다.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귀국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은) 20년이면 충분하다"며 "다만 이란으로부터의 보장 수준이 문제이며, 그것은 진짜 20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핵 활동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합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영구적으로 중단해야 하며, 핵무기를 결코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1기 행정부 당시였던 2018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탈퇴하며 시간이 지나면 일부 핵 제한 조치가 종료되는 이른바 ‘선셋 조항’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中-이란 원유 거래 제재 해제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對)이란 대응 노선 전환을 공식화한 상태다. 그는 15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과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향후 며칠 내로 결정을 내리겠다는 전언이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1일 이란의 석유 제품 수입 창구로 지목된 중국 기업과 개인 등을 제재했으며, 8일 이란의 무기·드론 생산 지원에 관여한 중국과 홍콩 기업·개인 등 10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란산 원유의 대중국 수출을 지원한 개인 3명과 기업 9곳도 미국의 '철퇴'를 맞았다.

실제 제재가 해제될 시 이란 입장에서 이는 상당한 유화책이 된다. 이란산 원유 수요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탓이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이란산 석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규제를 단행했지만, 티포트(teapots)이라 불리는 중국의 소규모 민간 정유사들은 이러한 압박에 굴하지 않고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란과 긴밀히 협력해 세계 최대 규모의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확보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란 석유 생산량에서 중국 수출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30% 정도였으나, 이제는 사실상 전량에 육박한다.

이란은 최근까지도 제재를 피해 중국에 매달 수십억 달러 상당의 원유를 판매해 온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판매 규모는 312억 달러(46조9,600억원)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대중국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 이란 정부는 재정의 상당 부분이 증발하면서 환율 및 인플레이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여기에 연이은 제재와 봉쇄로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든 원유 저장 시설 역시 문제로 꼽힌다. 재고 부담으로 인한 원유 생산 중단은 이란 경제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 시설은 연속 운전을 전제로 설계돼 있으며, 갑작스럽게 멈출 경우 압력 불균형과 온도 변화로 장비 손상, 왁스·수분 침전, 배관 막힘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재가동 비용이 대폭 늘어난다. 특히 이란은 노후 유전이 많은 만큼, 한 번 생산을 멈추면 내부 구조가 손상돼 종전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이 제재 해제에 나서면 사실상 궁지에 몰렸던 이란 경제의 '숨통'이 트이게 되는 셈이다.

중·러 정상회담, 사태 해결 분기점 될까

다만 이란의 경제적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던 중국의 대응 방향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이란에 압력을 가하겠다고 확약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어떤 호의(favor)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호의를 요구하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호의를 베풀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시 주석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걸프만에서 석유의 상당 부분을 얻는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얻는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추진하는 '이란 규탄 결의안'에 퇴짜를 놨다. 주유엔 중국 대사는 해당 결의안의 내용 및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중국 외교부는 이란 전쟁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조만간 진행될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노선을 확립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6일 중국과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대통령궁 크렘린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방중은 2001년 체결된 ‘중·러 우호협력조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및 전략적 협력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시 주석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고, 회담의 결론으로 공동 선언에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석 기관들은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 기조를 본격적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미 싱크탱크 유대인국가안보연구소(JINSA)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직접 군사 개입보다는 외교·에너지·금융 지원을 통해 이란 체제를 유지시키는 ‘관리된 안정화 전략’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결국 최종 변수로는 이란의 선택만이 남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러시아의 후방 지원이 확실해진다면 이란은 당장의 굴욕을 감수하고 이들 국가에 기대 정권을 유지하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장기전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중국은 중동 불안 장기화보다는 조기 휴전 및 정세 안정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