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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발전에 화이트칼라 울고, 블루칼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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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AI 대체 일자리 60%는 전문직종
한국은행, 국내 일자리 12%는 AI가 대체한다
AI 열풍 속 화이트칼라 대체 위기에 블루칼라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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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손가락을 이용해 달걀을 들어 옮기는 모습/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인공지능(AI)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한국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13%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화이트칼라 직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AI 앞에 화이트칼라 직군들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물리적 움직임이 불가능한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블루칼라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 발간, 한국 일자리 13% AI가 대체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AI 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산업 인력 양성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AI로 대체 가능한 국내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3.1%인 327만 개로 집계됐다. 산업연구원이 AI가 미래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보여주는 ‘AI 노출지수’로 대체 위험성이 큰 일자리를 추정한 결과다.

AI로 대체될 일자리가 가장 많은 산업군은 제조업(93만 개)으로 나타났다. 이어 건설업(51만 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46만 개), 정보통신업(41만 개) 순이었다. 제조업 내에서는 전자 부품 제조업(19만 개), 전기 장비 제조업(11만 개),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10만 개), 화학물질·제품 제조업(9만 개) 등에서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소멸 여파가 클 것으로 추정됐다.

직종별로 보면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327만 개)의 약 60%인 196만 개는 전문직에 집중됐다. 특히 공학 및 정보통신 전문가 비중이 높은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만 45만 개의 전문직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건설업(43만 개)과 제조업(37만 개) 부문의 전문직 일자리 타격도 작지 않았다. 금융업에서는 일자리 소멸 위험군의 99.1%가 경영·금융 전문가 직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AI의 노동 대체 양상은 과거 로봇의 생산직 일자리 대체와 매우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업연구원은 AI의 일자리 대체가 본격화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AI는 새로운 직무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 신규 창출될 직종을 전망하고 이에 요구되는 기술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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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도 "국내 일자리 341만 개 AI로 대체될 것"

지난해 한국은행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AI와 노동시장 변화’를 주제로 BOK 이슈노트를 발간, AI가 지난 10년간 빠른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업무에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와 회계사 등 전문직도 AI에 대체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341만 개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12% 수준이다.

직업 분류로 살펴보면,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상위 19%), 자산운용가(상위 19%) 등의 노출도가 높은 편이었다. AI가 비반복적, 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하면서 이들 일자리에 타격을 줄 것이란 예측이다.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일자리를 대체헀던 것과 차별되는 양상이다. 해당 기술의 발전도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지만, 당시에는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저소득 일자리가 먼저 사라진 바 있다.

AI는 고용은 물론, 임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AI가 도입되면서 근로자들에게는 기존과 다른 능력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도입돼도 STEM(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matics)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겠지만, 동시에 AI가 할 수 없는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스킬(soft skill)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대체 가능성 낮은 직군은 '블루칼라'

반면 AI 일자리 잠식에서 안전한 직군으로는 블루칼라(제조·건설 등 육체노동 종사자) 직종이 거론된다. AI가 고도화하더라도, 블루칼라가 수행하는 육체노동·돌봄 등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최대 출판기업 피어슨그룹이 발표한 '스킬스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회계사·행정비서 등 특정 화이트칼라(사무직) 업무의 30%는 AI가 처리 가능한 반면, 배관공 등은 작업량의 1%만 AI가 대체 가능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중간 성격인 '그레이 칼라'인 요리사·소방관도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미국에선 잘만 하면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장 평가사이트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미국에서 마스터급 배관공은 연 9만348달러(약 1억1,700만원)를 번다. 이는 2022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석사학위 소지자 평균 연봉(8만6,372달러)을 웃돈다. 배관공의 평균 연봉은 6만130달러로 지난해 미 대졸 초임 평균 연봉(5만8,862달러)보다 높다. 도제 훈련을 받는 '초짜' 배관공도 연 5만785달러(약 6,600만원)를 받는다.

AI의 일자리 잠식뿐 아니라 고령화로 인해 젊은 노동력이 부족해진 점도 블루칼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미 전국 제조업 협회(NAM)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210만 명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에선 경쟁력을 갖춘 블루칼라의 임금 수준이 개선되면서 화이트칼라와의 임금 격차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 고용시장 최하위층에서 임금 상승률이 최상층보다 더 가팔랐다. 2016년 이후 미국에서 급여 하위 10%의 실제 주당 소득은 상위 10%에 비해 빠르게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 내에선 대졸자의 '메리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 내에서 대졸자 임금 프리미엄은 감소했다. 2015년 미국 학사 학위 이상 근로자는 고졸자보다 평균 3분의 2만큼 더 많이 급여를 받았다. 4년 뒤 격차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이 발달하면 블루칼라 직종의 업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년 미국에서는 작업 중 270만 건의 부상 사고가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약 5,000명이 사망한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는 모니터링 강화에 AI가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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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진화, 인류 멸종시킬 만큼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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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한 재앙적 국가안보 위험 경고
“핵무기처럼 안보 불안정하게 할 수도”
AI 종말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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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인류를 멸종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빠르게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국무부 의뢰로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최악의 경우 AI가 '인간종 멸종 수준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이는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의 주장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美국무부 의뢰 보고서 "국가안보 등 분야에 재앙적 위협 가능"

12일(현지 시각) 미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AI정책 조언을 제공하는 민간 업체 ‘글래드스톤AI’는 전날 홈페이지에 ‘첨단AI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 국무부의 의뢰로 작성됐으며, 총 247쪽에 달한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생성형AI 붐이 일어난 후 커진 ‘AI종말론’과 비슷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첨단AI와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춘 일반인공지능(AGI)의 등장을 핵무기에 비교하며, 통제를 하지 않으면 인간을 멸종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특히 고도로 발전한 AI의 위험 요소로 ‘무기화’와 ‘통제력 상실’을 꼽았다. AI를 좋은 곳에 사용하면 인류에 큰 편리함을 가져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생화학·사이버 전쟁 등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AGI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며, 5년 내에 AGI가 실제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엔비디아 등은 모두 2028년쯤 AGI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 정부가 AI개발에 빠르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긴급 규제 안전장치와 AI감독 기관을 만들고, AI모델 훈련에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성능을 제한해 AGI의 출현 속도를 늦춰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AI반도체 제조와 수출에 대한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보고서는 이런 위험성 때문에 AI 연구를 아예 그만두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글래드스톤AI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러미 해리스는 CNN에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의 AI 연구를 완전히 중단시켜 이 기술의 놀라운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AI에 인류 멸종? 터무니 없다

하지만 보고서가 주장하는 인류 멸종 시나리오는 세계적인 석학인 얀 르쿤 메타 수석AI과학자 겸 미 뉴욕대 교수의 견해와는 완전히 배치된다. 르쿤 교수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에 참석해 “현재 AI는 개의 지능에도 크게 못미친다”며 “AI 종말론이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가 등장하겠지만 위협으로 여겨선 안된다”며 “AI는 인류의 똑똑한 비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초지능(super intelligence) 시스템이 개발되면 인류가 멸망하고 전 세계를 파괴할 거란 주장은 단 1초도 믿어본 적 없다”며 “항공기는 수십 년간 시도하고 수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되풀이한 끝에, 안전한 운송수단이 됐다. AI 기술도 이런 반복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이 ‘AI 비서’를 거느리고 일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며 “나보다 똑똑한 직원을 두는 셈인 만큼 생산성과 창의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뛰어난 지능은 세상을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위험이 있다고 해서 AI가 가져올 이점까지 무시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英 컴퓨터 과학자도 "AI의 인류 멸종 위협 크지 않아"

‘AI의 대부’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영국 컴퓨터 과학자 지오프리 힌튼(Geoffrey Hinton)도 AI의 인류 멸종 위협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힌튼은 AGI가 인류의 곁에 다가올 시점이 얼마나 남았느냐를 떠나 지금부터 AI가 인류의 멸종 원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AI가 인류에 미칠 영향을 당장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힌튼은 AI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가능성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언급하면서도 현재 누구나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AI의 지능은 다소 어리석은 편이므로 인류가 AI를 통제하지 못할 상황을 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어 챗GPT를 언급하면서 “현재 AI 프로그램은 오류가 빈번하다"며 "또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습 데이터에서 서로 다른 반대 의견을 조정하려 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힌튼은 추후 AI의 발전 방향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세계관을 이해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AI 시스템 사용자가 개인의 세계관을 주입하여 기존의 편견, 고정관념 등을 재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힌튼은 현재 인류 사회가 실제로 직면한 AI 관련 문제는 인류의 종말이 아닌 권력에 눈이 먼 정부와 기업이 AI를 독점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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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엔비디아 비켜라" AMD와 손잡고 HBM 시장 활주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엔비디아 비켜라" AMD와 손잡고 HBM 시장 활주하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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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MD와 협력해 HBM 시장 공략 본격화
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 점유율 격차 빠르게 좁혀져
수요 폭증 속 점유율 경쟁 본격화, 승기는 누구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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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3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제기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3는 당초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했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AMD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인스팅트 MI300 시리즈'에 (HBM3) 공급을 위한 검증을 받은 후 (SK하이닉스의) 입지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후 AMD의 MI300 시리즈 유통이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의 HBM3 시장 점유율 역시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HBM 시장 선두 달리는 SK하이닉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생성형 AI 시장의 '필수재'로 꼽힌다. 글로벌 AI 시장이 성장을 거듭할수록 HBM 수요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트렌드포스는 이전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9%에서 올해 19%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AI 기술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경쟁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측의 HBM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 추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며 글로벌 HBM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생성 AI용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며 선두 주자 자리를 꿰찬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 블랙웰 ‘B100’ 출시를 2분기로 앞당기고, SK하이닉스와 해당 제품에 탑재될 HBM3E 우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엔비디아 측은 지난해 하반기 HBM3E 생산능력(CAPA) 확장 등을 위해 SK하이닉스에 대규모 선수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선수금과 계약부채는 각각 575억원, 1조5,855억원(약 12억 달러)에 달했다. 안정적인 HBM 물량 확보를 원하는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측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을 갖춰나가는 일종의 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삼성전자, AMD와의 협력 통해 도약 준비

한편 삼성전자 역시 HBM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HBM 시설 투자를 2.5배 이상 늘리고,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을 예상한다”며 본격적인 사업 확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차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AMD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를 겨냥해 출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MI300에 HBM3을 공급, SK하이닉스에 대항할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HBM 시장 내에 'SK하이닉스-엔비디아'와 '삼성전자-AMD'로 대표되는 일종의 협력 경쟁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트렌드포스 역시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SK하이닉스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여 HBM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준비가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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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전자

올해부터 HBM 시장 주력이 4세대 D램인 HBM3에서 5세대 D램인 HBM3E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말까지 성능 검증을 마치고 2분기에 HBM3E를 출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차후 상반기 HBM3E 양산을 앞둔 SK하이닉스의 뒤를 본격적으로 추격, HBM 시장 1위의 자리를 넘볼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는 “24Gb D램 칩을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단 제품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버 시스템에 해당 제품을 적용하면 직전 모델인 HBM 8H(8단 적층) 대비 인공지능(AI) 학습 훈련 속도를 평균 34%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 순차적으로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치열해지는 시장 선점 경쟁, 승자는 누구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성장 기조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 수준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시장 과반을 점유하며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진행된 조사를 통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46~4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대등한 위치에 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HBM 맹추격' 효과가 객관적 수치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두 기업의 HBM 시장 선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AI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HBM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2027년까지 HBM 비트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70%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D램 수요 증가율 전망치(20%)를 3.5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더해 KB증권은 차후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9%에서 내년 19%까지,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5억 달러에서 2025년 56억 달러(약 7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선제적으로 기술 역량을 갖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수요 급증을 발판 삼아 시장 공급망을 독점할 기회를 얻게 됐다.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두 기업이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을 펼칠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AMD와의 협력을 통해 본격적인 도약 채비를 마친 가운데, 업계는 'GPU-HBM' 협력을 필두로 한 반도체 시장 경쟁의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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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압박 수위 올리는 일론 머스크, ‘그록’ 오픈소스 공개 의도는?

오픈AI 압박 수위 올리는 일론 머스크, ‘그록’ 오픈소스 공개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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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xAI 챗봇 '그록' 소스 공개하겠다 
"인류 이익 생각하라"던 오픈AI 고소, '그록' 홍보 전략이었나
올트먼 vs 머스크, AI 분야 장악 위한 대리전으로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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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xAI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xAI에서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그록(Grok)’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프로그램 ‘설계도’를 공개해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것은 물론 개선할 수도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픈AI의 챗GPT 소스 공개를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그록의 상업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그록, 이번 주 오픈소스화" 발표

11일(현지 시간) 머스크 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 xAI가 그록 오픈소스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스를 공개해 누구나 이를 기반으로 AI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록은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개념의 생성형 AI 챗봇이다. 누구나 기술 이면의 코드를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오픈 소스 AI 모델을 보유한 메타, 프랑스 미스트랄 등과 xAI를 연계할 수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오픈AI의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xAI를 설립하고, 한 달 뒤에 그록을 선보였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컴퓨터 과학자이자 팟캐스터인 렉스 프리드먼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오픈소스 AI의 개념을 선호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해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서밋에서는 AI 개발 기업을 감독하고, 우려 사항이 있을 경우 경보를 울릴 수 있는 ‘제3자 심판관’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한때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공동 창업을 할 만큼 가까운 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리사업 문제로 올트먼과 충돌한 뒤 2018년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그록 상업화 염두에 뒀나, 오픈소스화로 '여론전'

머스크의 그록 오픈소스 움직임은 오픈AI와 올트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지 10여 일 만으로, 소송 관련 여론전에 나서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한 그록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머스크는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오픈AI와 올트먼이 영리사업을 중단하고 AI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머스크는 소장에서 "오픈AI의 웹사이트는 이 회사의 사명이 AGI(범용인공지능)가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계속 공언한다"며 "하지만 현실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closed-source)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5년 자신이 올트먼과 오픈AI 공동설립자 그레그 브록먼의 제안에 따라 "인류의 이익"을 위한 AGI를 개발하는 비영리 연구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며 이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의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오픈AI는 강하게 반박했다. 머스크 역시 AI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수익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머스크가 회사를 떠난 이유는 오픈AI와 테슬라의 합병을 시도하거나 절대적인 통제권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픈AI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머스크와 오픈AI는 창립 당시 특정한 계약을 맺거나 합의한 바가 없다”며 “머스크는 자신의 ‘가상 계약 조건’에 따라 오픈AI의 독점적 기록 및 기술에 강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명령을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머스크와 올트먼의 소송전이 AI 분야를 장악하기 위한 xAI와 오픈AI의 자존심을 건 대리전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에 출시된 챗GPT는 생성형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반면 xAI는 오픈AI에 한 참 뒤처져있다. 이런 가운데 그록의 오픈소스화는 그록의 잠재 고객이 그록의 모델을 더 빨리 채택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시 말해 그록의 오픈소스 버전에 대한 피드백은 xAI가 공개하거나 독점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그록의 새로운 버전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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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창의성과 연결성을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①, 재택근무의 업무효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해외 DS] 창의성과 연결성을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①, 재택근무의 업무효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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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 원격근무는 창의력을 저해할 수 있어
원격근무의 영향은 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해야 정확해
하이브리드형 근무로 창의력과 생산성 그리고 자율성의 균형 잡아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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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2016년 미국에서는 전체 유급 근무일 중 4%만이 재택근무였는데, 2020년 5월에는 그 비율이 60%까지 증가했으며, 이후에는 약 25%로 평준화됐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다른 많은 직업과 마찬가지로 과학 분야에서도 하이브리드 근무를 향한 움직임을 가속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직원들이 현장근무와 원격근무 시간을 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평소 실험실에 출근하는 횟수가 더 많지만, 논문을 작성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재택근무를 한다. 일례로 이탈리아 시에나의 토스카나 생명과학재단에서 분자 미생물학 실험을 하는 클라우디아 살라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에서 신석기 시대 도자기를 연구하는 고고학자 아드리아 브뢰는 실험실과 현장 방문을 위해 집을 나서야 할 때도 많지만, 서류나 컴퓨터 작업을 위해선 원격근무를 한다고 전했다.

과학 분야에서의 원격 협업, 획기적인 아이디어 vs. 점진적인 진전

사실 과학 분야에서 지리적으로 분산된 팀에 관한 연구는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됐다. 기술과 정책이 아이디어, 데이터, 자료의 교환을 장려하고 지식이 더욱 전문화됨에 따라 공동 연구팀의 지리적 분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1년 연구 논문 저자 약 3,900만 명의 주소를 분석한 결과, 평균 협업 거리가 1980년 334킬로미터에서 2009년 1,553킬로미터로 선형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격 협업이 잘 정착되었고 팀이 더욱 국제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수치다.

물론 원격 연구팀의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 있더라도 연구원이 집이 아닌 실험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미국 일리노이주의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원격 근무의 영향을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컴퓨터과학 연구원인 아그네스 호바트(Ágnes Horvát)는 원격 협업의 어려움과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고려할 때 과학자들의 업무 방식과 성공적인 하이브리드 구조를 구축하려는 다른 모든 분야의 조직과 기업이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경제학자 칼 프레이(Carl Frey)가 주도한 장기 연구에 따르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반면에 원격 공동 작업자는 더 큰 집단 지식에 접근하는 이점을 누리지만, 그러한 팀은 창의적일 가능성이 작고 점진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원격 팀은 기술적인 작업에서 협업할 확률이 더 높다"라며, "반면 현장 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념화하는 작업에서 협업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덧붙였다.

프레이 교수의 연구는 1960년부터 2020년 사이에 발표된 전 세계 2천만 건의 연구 논문과 1976년부터 2020년 사이에 제출된 4백만 건의 특허 출원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기고자들의 소속과 지리적 정보를 살펴보고 인용 패턴 분석을 통해 논문의 '창조적 파괴력'(혁신) 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협업 거리가 0킬로미터에서 600킬로미터 이상으로 늘어났을 때 논문의 파괴력은 약 20% 감소했으며, "원거리 팀일수록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작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근무, 유연성과 생산성의 타협점

이론적으로 하이브리드 근무는 유연성을 원하는 근로자의 욕구와 생산성에 대한 상사의 우려 사이에서 탄생한 균형이다. 팬데믹 초기 많은 원격 근무자들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원격 근무의 효과를 완전히 드러내기 위해선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에서도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팀이 더 높은 수준의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었다.

이에 원격 근무의 영향을 더욱 명확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 대해서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의미를 경쟁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경제학,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이메일과 화상 통화에 응답하는 방식부터 원격으로 일하는 팀이 협업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하이브리드 근무의 다양한 측면을 조사한 것이다. 또한 사무실 팀과 원격 팀 간의 격차를 해소하여 하이브리드 근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한편 팬데믹 이전에도 원격 근무의 효과를 조사한 사례가 있다. 1980년대에 미국의 은행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는 장애인을 위한 재택 대체 사무실 시스템을 시험하는 프로젝트 홈바운드(Project Homebound)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회사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자랑했었다.

그 후로도 과학자들은 다양한 직군과 규모로 원격 근무의 영향을 연구했다. 최근에 진행된 콜센터 직원 및 IT 전문가와 같은 특정 그룹에 대한 일련의 소규모 연구에 따르면 완전 원격 근무자의 생산성이 약 10~20%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더 적은 통화를 처리하고, 더 적은 데이터를 입력하며,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초기에 재택근무자가 사무실에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주장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원격 근무와 현장 근무의 연구 결과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은 하나의 절충안으로 자리잡았다. 여행사 트립닷컴(Trip.com)에서 엔지니어와 마케팅 및 재무 직원 1,6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데,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풀타임 또는 일주일에 이틀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패턴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은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직원들보다 더 행복하고 회사를 떠날 확률이 낮았다.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연구 논문으로 발표된 이 결과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그룹에 배정된 팀원들은 사무실 근무자들과 근무 시간과 그 패턴이 달랐지만, 두 그룹의 전반적인 생산성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또한 출퇴근 시간이 긴 직원들이 원격 근무의 이점을 더 많이 보고하는 경향도 함께 포착됐다.

[해외 DS] 창의성과 연결성을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②, 혁신을 가로막는 재택근무 지원 기술로 이어집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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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구애에도, 규모 작은 국내 VC엔 눈길도 안 주는 사우디 "중요한 건 현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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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관심 갖는 벤처업계, 정작 사우디의 눈길은 '중국'으로
규모 면에서 불리한 한국, "현지 사무소 설립 등 실질적 노력 필요해"
현지 진출 전략 '본격화', 페블스퀘어 등 이미 시동 건 기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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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업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기 시작했다. 규모가 큰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다. 다만 사우디로부터 실질적인 투자를 받기까진 난관의 연속이다.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은 한국은 사우디에 있어 매력적인 미끼가 아닌 까닭이다. 이에 시장에선 사우디 현지에 직접 사무소를 차리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별적인 비즈니스를 선보임으로써 사우디의 이목을 끌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사우디 문 두드리는 벤처업계, 하지만

12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의 문을 두드리는 국내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AC) 등 벤처투자사들이 부쩍 늘었다. AC 씨엔티테크는 최근 사우디 공립 공과대학 카우스트(KAUST), 사우디 왕립과학기술원인 칵스트(KACST)의 산하기관 더가라지와 스타트업 보육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외 빅뱅엔젤스와 넥스트웨이브벤처파트너스 등 투자사들도 사우디 벤처투자 생태계와의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정부 기관도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3월 국내 스타트업들의 사우디 진출을 위해 리야드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개소했다.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는 사우디벤처캐피탈(SVC)과 손잡고 1억6,000만 달러(약 2,102억원)가량의 공동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시작하기도 했다.

다만 사우디에서 실질적인 벤처 성과를 얻기 위해선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건 단연 투자 사이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당 벤처투자액은 113만 달러(약 15억원)으로, 사우디의 건당 1,106만 달러(약 145억원)의 1/10 수준이다. 사우디의 경우 1억 달러(약 1,300억원) 이상 메가딜을 제외한 벤처투자 평균 투자액마저 431만 달러(약 57억원)로 높은 편이다. 한 벤처투자 관계자는 "사우디는 펀드 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1,000억원 이상의 큰 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규모 있게 펀드를 만들고 투자 금액도 큰 사모펀드(PE) 정도만 사우디에서 출자를 받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한국에선 그나마 대형 VC만이 오일머니를 받아 드는 정도다. 당장 지난 2022년 말께 한국 VC 투자를 타진한 사우디 정부투자기관 리야드밸리컴퍼니의 시선도 대형 VC 주위에 모였다. 리야드와 만난 VC 관계자는 "리야드는 초기보단 IPO를 앞둔 후기 투자 유치 기업을 더 선호했고, 또 소형보단 대형 벤처펀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사우디는 최근 들어선 규모 면에서 밀리는 한국을 벗어나 규모가 있는 중국을 향하는 추세다. 사우디와 중국은 지난해 11월 550억 위안(약 9조2,300억원) 규모로 양국 간 첫 스와프 협정에 서명한 바 있으며, 지난 2월엔 사우디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중국 VC가 1조3,300억원 규모의 중동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 나서기도 했다. 사우디와 중국 사이 밀월 관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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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유치, 첫걸음은 '현지 사무소' 설립"

이에 시장 일각에선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선 제품의 시장적합성(Product Market Fit, PMF)을 갖춘 현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 '사우디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업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보다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형철 한국벤처투자 글로벌성장본부장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 주요 투자기관은 30분 단위로 미팅을 진행해야 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투자 요청이 쇄도한다"며 "여기서 눈에 띄기 위해선 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지 사무소를 차리고,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사우디 현지 진출 전략은 이미 시동이 걸린 상태다. 페블스퀘어가 대표적이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페블스퀘어는 이달 초 조인트벤처(JV) '클러스터 AI랩스'를 설치하고 타티마캐피탈(Tatimah Capital) 등 현지 VC 두 곳과 7,500만 달러(약 1,000억원)가량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번 투자 계약엔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MISA) 장관까지 참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타티마캐피탈 등은 현지 민간자본을 운용하는 VC지만, 사우디에서는 투자부가 투자 대상, 규모 등을 검토·승인한다"며 "알팔레 장관이 계약식에 직접 참여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선 지난해 11월 호텔 숙박 디지털전환(DX) 스타트업 H20호스피탈리티가 리야드에 현지 법인까지 세우며 사우디 진출을 본격화한 바도 있다. 오일머니 유치가 '헛물'에 그치지 않도록 다분히 노력하는 기업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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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국내 게임업계 휩쓰는 중국산 게임, 소비자 불신 뚫고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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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시장 공략 나선 중국 개발사, 인기 순위 석권
캐주얼 게임 유행 조짐, MMORPG 주력 국내 개발사 밀려나
"또 적당히 돈 벌고 도망치는 것 아니냐" 고질적 불신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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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사들이 국내 게임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비교적 시간과 비용 부담이 적은 게임이 인기를 끄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우, 간단하고 직관적인 매력을 앞세운 중국산 게임들이 인기 순위를 줄줄이 꿰차는 양상이다. 이에 이용자 부담이 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 힘을 쏟던 국내 게임사들은 '킬러 IP(지식재산권)' 부재 속 서서히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상위 게임 10개 중 3개는 중국산?

최근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구글 앱스토어(구글 플레이) 통계에 따르면, 13일 기준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중국 게임은 3개에 달했다.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게임은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이 개발한 슈팅 게임 라스트워(LastWar)였다. 라스트워는 지난 1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5위에 진입했으며, 이후 두 달 만에 2위 자리를 꿰찼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를 공격적으로 노출해 이용자를 끌어모은 결과다.

4위를 기록한 게임은 '버섯커 키우기(Legend of Mushroom)'였다. 버섯커 키우기는 지난해 12월 22일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이라는 특징을 강조하며 국내에 상륙, 꾸준히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엔 국내 양대 마켓 통합 매출 순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시장 저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버섯커 키우기의 글로벌 누적 매출(9,700만 달러·약 1,280억원) 중 66%(6,400만 달러)가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생존 전략 게임인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Whiteout Survival)' 역시 매출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시장 내 인기를 뽐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게임이 줄줄이 국내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는 현 상황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이전까지 자극적인 콘텐츠와 '저급 마케팅'을 앞세우던 중국 게임사들이 전략 방향을 전환, 본격적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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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MMORPG 게임 리니지M/사진=NCSOFT

MMORPG 시대 끝났나, 국내 게임사 '한숨'

중국 게임이 국내 시장을 석권하는 사이, 토종 게임사들은 줄줄이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모바일 빅테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MobileIndex)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상위 5위권 내에 국산 게임의 이름은 없었다. 1위를 꿰찬 것은 중국 텐센트의 자회사인 핀란드 슈퍼셀이 개발한 '브롤스타즈(215만 명)'였다. 업계에서는 일부 충성 고객의 대규모 과금에 의존하는 국산 MMORPG 게임이 본격적인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짧은 게임 진행 시간 △간단한 조작과 게임 구성 △저렴한 과금 체계 등을 앞세운 캐주얼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라스트워, 버섯커 키우기, WOS 등 최근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중국산 게임 역시 대부분 캐주얼 장르다. 문제는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캐주얼 게임과는 사실상 정반대 성격인 MMORPG 장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MMORPG는 치열한 유저 간 경쟁, 고강도 과금 유도 등을 앞세워 이용자 피로도가 상당한 장르다.

실제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을 석권하던 리니지M, 오딘 등 국산 MMORPG 게임들은 중국산 캐주얼 게임에 그 자리를 속속 내주고 있다. 매섭게 몰아치는 중국산 게임의 공세를 뚫을 '킬러 IP' 역시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실정이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국산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한국 게임업계의 '대작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게임에 대한 소비자 불신

다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중국산 게임에 대한 '불신'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과장 광고, 미흡한 고객 대응 등 무책임한 게임 운영 방식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것이다. 평상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는 한 소비자는 "2020년에 중국산 게임 '샤이닝니키'가 무책임하게 서비스를 중단하며 소비자가 큰 불편을 겪은 일이 있었다"며 "그 이후로 중국산 모바일 게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바닥났다"고 말했다. 꾸준히 누적돼 온 중국 개발사의 불성실한 운영 사례로 인해 중국산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0년 중국의 게임 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자사 게임 샤이닝니키에서 동북공정 논란이 번지자, 한국인 이용자를 조롱하더니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상당수의 국내 이용자가 정상적인 환불 절차를 밟지 못하며 게임업계 전반에 막대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버섯커 키우기 개발사 Joy Nice Games(조이 나이스 게임즈)가 이전 서비스한 게임 '개판오분전'을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게임 개발사들의 안이한 인식이 변하지 않은 이상, 언제든 샤이닝니키 사태와 같은 소비자 기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 같은 리스크에도 불구, 중국 게임이 꾸준히 국내 시장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본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는 중국산 게임의 공격적인 공세에 대항할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국내 게임사가 주요 수요층의 특징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유사한 형태의 MMORPG 게임을 반복 생산하고 있다"며 토종 게임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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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라운드 택한 스타트업 증가세, 벤처 열풍 거품 빠졌나

다운라운드 택한 스타트업 증가세, 벤처 열풍 거품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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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로 다운라운드에 나서는 스타트업들
파산 및 폐업 기업도 다수 속출, 투자자 손실 多 
시장 분위기를 반전 시킬 열쇠, "정부가 쥐고 있다"
DeathValley_VE_20240312

고금리로 인한 창업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운라운드에 나선 스타트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다운라운드란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이전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어 투자받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기업이 후속 투자에서 그 가치를 1,000억 원 수준으로 낮춰 투자받는 식이다.

스타트업 중 20%, 다운라운드 선택

최근 미국 스타트업 고용 시장에선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미 스타트업 업계는 신규 고용 규모를 전년 대비 반토막으로 축소했다. 1월 한 달 동안에만 1만8,000명 규모의 감원이 단행되면서 2022년에 채용된 직원의 32%가 회사를 떠났다. 최소 5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채용 인원보다 퇴직한 인원이 많았다. 카르타는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초기 단계 IT 기업 4만3,000개사의 정보를 추적해 이같이 집계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스타트업 업계는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카르타는 지난해 전체 조사 대상 스타트업 중 20%가 다운라운드를 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운라운드 비율은 2018년 초 이후 최대다.

식료품 배달 앱 인스타카트, 다음 주 상장이 예상되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레딧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스타카트는 상장 가능성이 처음 거론되던 2021년 당시 기업가치가 약 390억 달러(약 51조원)로 책정됐으나 작년 9월 실제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99억 달러(약 13조원)에 그쳤다. 레딧의 기업가치도 58억~64억 달러(약 7조6,000억~8조4,000억원)로 추정되는데, IPO 준비 과정에선 100억 달러까지 거론됐다.

쓰러지는 스타트업 증가, 투자자 손실도↑

파산을 택한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벤처투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의 손실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추세다. 최근 파산한 유니콘 중 대표적인 기업은 온라인 이벤트 플랫폼 스타트업 호핀(Hopin)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16억 달러(약 2조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던 호핀은 한때 자산가치 76억 달러(약 10조원)로 평가 받으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팬데믹의 종언과 함께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되자 가치가 급락했고, 결국 지난 8월 주요 사업을 1천500만 달러(약 200억원)에 매각했다.

한때 7억7,600만 달러(약 1조187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급성장한 스쿠터 회사 버드(Bird)도 지난해 내내 주가가 폭락하며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됐다. 상장폐지 당시 버드의 시가총액은 700만 달러(약 92억원)로 창립자 트래비스 밴더잔덴이 3년 전 매입한 마이애미 맨션(2,200만 달러)보다도 낮았다. 이 밖에도 누적투자금이 1억5,000만 달러(약 1,96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스타트업 제우스 리빙(Zeus Living)도 지난달 폐업했으며, 위워크, 올리브AI, 콘보이, 비브 등의 유니콘들도 잇따라 파산 신청을 하거나 폐업했다.

폐업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늘어난 원인으론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 속 누적된 금융비용과 추가 자금조달 실패 등이 꼽힌다.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높은 이자율과 불확실한 경제 환경이 몇 년간 이어지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위축됐다”며 “여기에 스타트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했던 실리콘밸리 관련 은행권마저 위기를 겪으면서 초기 단계 기업에는 자금 조달이, 후기 단계 기업에는 현금화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 벤처 열풍과 유사하단 우려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의 벤처 혹한기가 벤처 거품이 터졌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벤처 붐이 불었다. 이 시기 벤처 열풍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등장과 1997년 외환위기가 중요한 배경이었을 것이라 분석한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초고속망이 깔리고 정보기술(IT) 혁명이 일어나면서 정부도 성장동력을 여기에서 찾던 때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1997년 말 외환위기로 많은 연구개발 인재들이 대기업과 연구소에서 나오던 상황과 겹쳤다. 이후에 벤처 창업 붐이 일었다.

그러나 벤처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 3월 이후 미국 나스닥과 국내 코스닥의 잇따른 폭락 여파로 ‘닷컴 거품’은 빠른 속도로 붕괴했다. ‘벤처 한탕주의’, ‘묻지 마 투자’ 거품에 대한 자성도 일었다. 암흑기는 이후로도 한동안 이어졌다. 2000년 1만 곳을 넘어섰던 벤처기업은 2005년께까지 줄곧 감소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 예산을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삭감했다. 민간 중심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시장은 정부 의도와 다르게 반응했다. 투자 혹한기에 모태펀드 예산까지 줄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더욱 얼어붙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를 반전 시킬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해 투자 확대 시기라는 시그널을 주고, 새롭게 추진하는 민간모펀드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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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앱스토어 허용하겠다" DMA 앞에 무릎 꿇은 애플, IOS 생태계 독점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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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 시행이 부른 'IT 지각변동', IOS 앱 외부 배포 허용
반복되는 IT업계 반독점 분쟁·EU 규제 압박이 애플 짓눌러
깐깐한 이용 약관으로 실효성은 의문, 추후 판도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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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결국 애플의 독자적 앱스토어 생태계를 무너뜨렸다. 유럽 지역 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 자체 앱스토어 외부에서도 IOS(애플 운영체제) 앱을 다운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애플은 자사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올해 늦은 봄부터 개발사들이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폰 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업계에서는 애플이 신규 앱스토어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을 고려, 애플 독점 생태계가 이른 시일 내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DMA 본격 시행, 애플도 못 버텼다

애플의 견고한 '독점 앱스토어' 전략을 무너뜨린 것은 EU의 빅테크 규제 법안인 DMA였다. DMA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한 거대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에 따르면 게이트키퍼 지정 기업들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를 설치하는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애플은 2008년 앱스토어 출시 이후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만 독점적으로 앱을 제공하도록 규제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일부터 EU 27개국 전역에서 DMA가 전면 시행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유럽 지역 내에서 이전과 같은 독점 전략을 추진할 경우 애플 측에 막대한 리스크가 돌아오게 된 것이다. DMA상 의무를 위반한 기업은 전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위반이 반복될 경우 과징금 비율은 2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미국 에픽게임즈와의 갈등 역시 애플 측에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에픽게임즈는 아이폰 앱스토어의 인앱 결제 강제·30% 수수료 정책에 반발,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 미국 대법원 측은 애플이 앱스토어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앱스토어 시장 독점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애플에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횡포'

그간 애플의 앱스토어 독과점 문제는 다양한 업계 내 분쟁을 야기해 왔다. 이달 유럽 시장 내에서 발생한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개발자 계정 제거'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6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애플이 에픽의 개발자 계정을 제거했다(Apple Terminated Epic’s Developer Account)"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애플이 DMA를 위반하고 에픽게임즈 측의 유럽 지역 개발자 계정(스웨덴 AB 계정)을 제거, 에픽게임즈 스토어·포트나이트 등을 앞세운 자사의 유럽 시장 입점 계획을 방해했다는 주장이었다.

IT 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이후 애플의 프레드 세인츠(Fred Sainz) 대변인은 "당사는 법원으로부터 '타사의 심각한 계약 위반 행위에 대해 권한 해지를 통해 대응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우리 상대의 과거, 현재의 행위를 토대로 권리 행사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2020년부터 갈등을 이어온 에픽게임즈 측에 일종의 '보복'을 가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DMA 준수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강경 조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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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접한 EU는 애플의 조치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7일(현지시간)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X(옛 트위터)에서 "DMA하에서는 개발자(에픽게임즈)를 침묵시키려는 게이트키퍼(애플)의 위협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 역시 "DMA에 따라 애플 측에 이번 사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후 에픽게임즈는 지난 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에픽게임즈의 유럽 개발자 계정(스웨덴 AB 계정)의 정지가 해제된다고 전했다. EU의 규제 공세 속 도주로를 잃은 애플이 이틀 만에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애플 독점 체제, 당장 무너지진 않는다?

누적되는 시장 압박을 견디지 못한 애플이 IOS 생태계 제3자 진입을 본격 허용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현재의 애플 독점 구도를 완전히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이 내건 까다로운 조건이 신규 경쟁자 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애플의 이용 약관에 따르면, 신규 앱스토어는 은행에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예치금이 100만 유로 이하까지 떨어질 경우 폐업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애플은 신규 앱스토어에 100만 다운로드 이후 ‘핵심 기술 수수료’ 명목으로 다운로드 건당 50센트(약 600원)를 자동으로 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폰 생태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다운로드 수치가 백만 건을 돌파할 경우 개발사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수천 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강력한 수수료 정책에서 벗어난 앱 개발 ·운영사들이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개인 개발자가 IOS 앱스토어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는 사실상 극소수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애플의 깐깐한 약관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자본 및 시장 기반을 갖춘 일부 기업들뿐이라는 지적이다. DMA를 제정한 EU 의원들이 아직 애플의 신규 앱스토어 약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차후 애플의 조치가 야기할 유럽 IT 생태계의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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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으론 못 당한다" 초저가 공세 이어가는 중국 이커머스, 토종 업체들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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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상품으로 고객 끌어모은 중국 이커머스, 폭발적 성장
알리익스프레스 따라 '가성비 전문관' 신설하는 토종 이커머스
"중국을 어떻게 따라잡나" 압도적인 가격에 업계 한숨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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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에 국내 유통업계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중저가 공산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대형마트·이커머스 등 국내 주요 유통 플랫폼들이 줄줄이 입지를 잃어가는 양상이다. 특히 소비자 이탈의 '직격탄'을 맞은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경우, 고객층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앞세워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가격' 앞세워 질주하는 중국 이커머스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대표 주자인 알리는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매섭게 국내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 쇼핑 앱의 국내 이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앱의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지난해 2월(355만 명) 대비 130% 늘어난 818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다.

알리는 국내 올해 2월 국내 종합쇼핑몰 사용자 수 2위(818만 명)를 차지하기도 했다(와이즈앱 통계 기준). △11번가(735만 명) △G마켓(552만 명) △티몬(360만 명) 등 국내 중소형 이커머스 업체를 크게 웃돌며 그 저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알리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이커머스 공룡' 쿠팡뿐이라는 비관적인 분석도 흘러나온다.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한 비결은 '가격'에 있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며 소비자 이목을 끌어모은 것이다. 한 알리 고객은 "어차피 상품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니까 품질에 대한 기대가 크게 없다"며 "쓸만한 물건이 오면 기분이 좋고, 상품 품질이 별로여도 '1,000원 버렸다'며 가볍게 넘길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질적 불신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대폭 증가한 이유다.

가성비 상품 앞세워봐도 역부족

이런 가운데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을 위해 저렴한 상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정 가격 이하'의 상품을 모은 전문관을 신설,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월 위메프는 1만원 이하 특가 패션상품을 선보이는 전문관 ‘99샵’을 신설했다. 990원 '초특가 상품'을 미끼로 내세워 고객을 끌어모으고, 1만원 이하의 저렴한 패션·잡화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11번가는 지난해 9,900원 이하 생활용품 등을 한데 모은 '9,900원샵'을 오픈했다. 티몬 역시 2,500원, 5,000원, 7,000원, 1만원 등 가격대별 상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만원의 행복’ 기획관을 신설했다. 알리가 상품 가격을 대폭 낮춘 '천원마트'를 중심으로 한국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점을 고려, 유사한 형태의 마케팅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시장이 무료배송·반품, 선착순 50% 할인 혜택 등을 앞세우는 알리의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저렴한 중국산 공산품에 힘을 싣던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하나둘 신선식품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거대한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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