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두바이 탈출하는 초부유층, 홍콩·싱가포르·스위스로 패밀리 오피스 자금 재배치 가속

두바이 탈출하는 초부유층, 홍콩·싱가포르·스위스로 패밀리 오피스 자금 재배치 가속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두바이 리스크 확산에 따른 글로벌 부유층 이탈
세제·법률·금융 인프라 앞세운 금융허브 경쟁 격화
패밀리 오피스 유치전 중심축 이동

이란 전쟁이 두바이의 ‘무풍지대’ 신화를 흔들면서 글로벌 초고액자산가와 패밀리 오피스(FO) 자금이 새로운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세제 혜택과 시장 경쟁력을 앞세운 홍콩부터 강한 법치와 자산보호 체계를 갖춘 싱가포르, 전통적 안전자산 허브인 스위스까지 각국 금융 허브들이 중동발 자금을 흡수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절세 중심이었던 부유층의 자산 배분 전략 역시 전쟁 이후 정치적 안정성과 법률 신뢰, 자금 접근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홍콩, 세금 낮고 FO 설립 절차도 간단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두바이의 안전자산 이미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패밀리 오피스에 제공하는 확대된 세제 혜택이 중동 투자를 재고하는 부유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국 로펌 찰스 러셀 스피치리스의 파트너이자 펀드 설립 전문 변호사인 개븐 청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에 패밀리 오피스 설립을 고려하는 가족들, 심지어 과거 홍콩을 떠났던 가족들과도 거의 매일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홍콩 정부는 최근 약 160개의 패밀리 오피스가 홍콩에서 사업을 설립하거나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이미 홍콩에는 3,384개의 싱글 패밀리 오피스(SFO)가 있는데, 이는 2년 사이 681개 증가한 수치다. SFO는 단일 자산가 또는 한 가족의 자산만을 전담하는 패밀리 오피스를 의미한다.

자산가들에게 홍콩이 매력적인 이유는 패밀리 오피스 운영에 유리한 세제 환경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집중되며 자산 증식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LSEG 등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해 370억 달러(약 56조원) 이상의 IPO 자금을 조달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33억 달러(약 20조원)를 유치하며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오랫동안 단순하고 낮은 세제 구조로 자본가들의 선호를 받아왔다. 홍콩에서는 자본이득세, 부가가치세(VAT), 유산세, 상속세가 없으며, 배당금이나 이자에 대한 원천징수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법인세는 2단계 구조로, 기업 이익 중 최초 200만 홍콩달러(약 4억원)에 대해 8.25%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SFO의 경우 세금 면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자산 보존과 관리가 주목적인 자산가들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홍콩 정부는 패밀리 오피스 수요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SFO가 관리할 수 있는 적격 투자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FO와 가족 소유 투자 지주회사, 투자 펀드 등을 대상으로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한 것이 대표적 예로, 핵심은 금과 같은 귀금속, 디지털 자산, 사모 대출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다. 여기에 더해 패밀리 오피스 설립 절차도 간소화했다. 홍콩 증권선물조례상 규제 대상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패밀리 오피스 설립 시 별도의 인가나 사전 승인이 필요 없다.

싱가포르에도 지정학 리스크 회피 자본 집중

두바이에서 이탈한 자본은 홍콩뿐 아니라 싱가포르로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형 로펌과 자산운용사들 역시 두바이 기반의 패밀리 오피스들로부터 이전 문의가 폭주하는 분위기다. 싱가포르의 한 자산관리 전문 변호사는 "평균 5,000만 달러(약 7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두바이 고객 중 상당수가 일주일 만에 긴급 이전을 요청해 왔다"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 또한 전쟁 장기화를 우려한 10~20개의 패밀리 오피스로부터 동시다발적인 자산 이전 절차 문의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일부 인도계 기업가들은 첫 공습 직후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싱가포르 은행으로 긴급 송금하는 등 즉각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반사이익은 싱가포르 주요 시중은행들의 실적 지표로도 증명된다. 싱가포르 3대 은행인 DBS, OCBC, UOB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자산관리 부문의 강력한 유입에 힘입어 51억6,000만 싱가포르달러(약 5조2,000억원)로 치솟았다. UOB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싱가포르의 안전자산 매력이 더욱 부각됐고,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두바이에서 자산 재배치를 감행한 중동계 고객들의 유동성이 대거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안정적인 정치 체제와 3개월 내 승인이 가능한 촘촘한 패밀리 오피스 허가제 등 싱가포르 특유의 방어적 거버넌스가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부유층의 판단 기준이 절세에서 생존 가능성, 자금 접근성, 법률 안정성으로 이동하면서 싱가포르의 상대적 프리미엄이 더 커졌다. 싱가포르는 13O·13U 펀드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싱가포르 기반 운용사가 관리하는 적격 펀드의 특정 투자소득에 대해 세금 면제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강한 법치, 규제 예측 가능성, 글로벌 은행·회계·법무 네트워크, 영어 기반 금융 인프라가 결합된다. 두바이가 저세율과 부동산 호황을 앞세운 확장형 허브였다면, 싱가포르는 규제 신뢰와 자산 보전 능력을 내세운 방어형 허브인 셈이다.

스위스 소도시 추크, 낮은 세율·친기업 행정으로 인기

중동발 자금 상당수는 스위스로도 분산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스위스 추크(Zug)가 새로운 글로벌 부유층 허브로 급부상했다. 현지 프라이빗뱅크(PB) 업계 관계자들은 전쟁 이후 두바이 기반 금융인과 초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급증했으며, 미국·영국계 은행 출신 PB 이력서 접수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바이 개인·비은행 고객의 스위스 예치 자금은 최근 2개월 새 약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의하면 최근 추크 지역의 초고가 주택 문의가 중동계 고객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추크는 세제 혜택뿐 아니라 낮은 범죄율과 국제학교, 글로벌 회계·법무 네트워크까지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패밀리 오피스 거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중동계 자산가들은 거주권과 법인 이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가 주목받는 건 절세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글로벌 부유층은 이란 전쟁 이후 자산 배분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세율과 투자수익률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정치적 중립성과 법률 안정성, 자산 보호 체계, 글로벌 송금 접근성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는 오랜 기간 세계 최대 역외 자산관리 시장 지위를 유지해 왔으며, UBS·줄리어스베어·픽테·롬바르오디에 등 초대형 PB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돼 있다. 특히 스위스 금융 시스템은 전쟁·제재·정권 교체 등 지정학 충격 국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산 피난처'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세제 혜택보다 강력한 안보, 런던으로 회귀하는 초고액 자본

두바이에서 이탈한 자금이 런던으로 돌아가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일종의 ‘부자 리쇼어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런던으로의 자금 이동은 ‘영구 이주’보다 분산 대피 성격이 강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전쟁이 ‘리그렉시트(Regrexit, 후회를 뜻하는 Regret과 영국을 벗어난다는 뜻의 Brexit의 합성어)’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두바이에 거주하던 영국인의 8분의 1이 이곳을 떠나 런던으로 향했다. 일부 자산가들은 두바이 거점을 유지한 채 런던에 임시 거주 공간과 보조 금융 구조를 구축하는 이중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전쟁 종료 이후 두바이의 안전자산 이미지가 일정 부분 회복될 경우 자금 일부가 다시 걸프 지역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현재 움직임은 ‘두바이 이탈’보다 ‘지정학 리스크 분산’ 성격이 더 짙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런던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허브 경쟁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브렉시트 이후 금융 중심지 위상 약화 우려가 제기됐지만, 전쟁과 지정학 리스크 확대는 오히려 런던의 전통적 강점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가들이 이제 세율보다 법률 안정성과 자산 접근성, 국제 금융 네트워크를 더 중시하기 시작하면서 런던의 경쟁력 역시 재평가되는 흐름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