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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ChatGPT의 머리를 가진 로봇 개,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몸이 안 따라줘"

[해외 DS] ChatGPT의 머리를 가진 로봇 개,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몸이 안 따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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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와 로봇의 상호 보완적 관계, 로봇 공학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 열어 
하지만 LLM에는 편향, 안전성, 윤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당장의 위협은 아니지만 이에 관한 연구와 규제는 필요해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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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전 세계 주요 도시 레스토랑에서는 로봇 요리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요리뿐만 아니라 서빙과 배달까지 로봇의 종류와 쓰임새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로봇은 수십 년 동안 똑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해 왔는데, 지시를 정확하게 따르고 같은 단계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이시카 싱(Ishika Singh)은 이런 기계적인 로봇보단 유연한 사고를 하는 로봇을 꿈꾸고 있다. 그녀는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와 캐비닛을 뒤져 맛있는 요리 한두 가지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꺼내고 식탁을 차릴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한다. 아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지만 현재의 로봇에겐 버겁기만 하다. 로봇 프로그램에 담기에는 주방에 대한 지식과 상식, 유연성, 수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계획 프로그래밍의 한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 못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생인 이시카 싱은 로봇 공학자들이 고전적인 계획 파이프라인을 사용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든 동작과 그 전제 조건을 공식적으로 정의하고 그 효과를 예측해야 한다"라며, "이는 환경에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모두 지정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수천 줄의 코드를 작성하더라도 로봇은 프로그램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처할 능력이 없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로봇이 '정책'(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따라야 할 행동 계획)을 수립할 때, 로봇은 요리하는 특정 문화(이 지역에서 의미하는 '매운맛'이 무슨 뜻인가?)뿐만 아니라 특정 주방(높은 선반에 밥솥이 숨겨져 있나요?), 특정 사람(빅터가 운동으로 배가 많이 고플 것이다)에 대한 지식, 그리고 특정 시간(오늘 밤 바바라 이모가 오는데, 글루텐이나 유제품은 금지)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하다. 또한 돌발 상황과 사고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유연(버터를 떨어뜨렸다!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없을까?)해야 한다.

싱의 박사학위 연구를 지도하고 있는 제시 토머슨(Jesse Thomason) 교수는 바로 이 시나리오가 "최종 목표였다"고 말한다. 인간이 하는 모든 집안일을 로봇에게 맡길 수 있다면 산업을 변화시키고 일상생활을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유튜브에는 로봇 창고 작업자, 로봇 개, 로봇 간호사, 그리고 로봇 자동차의 인상적인 가능성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인간의 유연성이나 대처 능력에 가까운 수행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조경 로봇이 날씨, 지형, 소유주 선호도의 끊임없는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회사인 일렉트릭 쉽(Electric Sheep)의 CEO 나가난드 머티(Naganand Murty)는 "고전적 로봇 공학은 변화에 취약하다. 로봇에게 세계지도를 가르쳐야 하는데,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작업용 로봇은 이전 세대 로봇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정된 환경에서 한정된 대본에 따라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다"고 이에 동의했다.

LLM과 로봇의 결합, 로봇의 유연성과 대처 능력 향상

어느 시대의 로봇 제작자든 로봇 몸체에 실용적인 두뇌를 장착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컴퓨터는 로봇만큼이나 우둔했다. 그러던 중 2022년, GPT-3라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위한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인 ChatGPT가 등장했다. ChatGPT와 점점 더 많이 생겨난 다른 LLM은 인간의 말과 글을 모방하여 필요에 따라 텍스트를 생성하는 재주를 뽐냈다. 게다가 현재는 저녁 식사, 주방, 요리법에 대한 방대한 정보로 훈련되어 특정 주방에 있는 특정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로봇이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됐다.

LLM과 로봇의 조합은 예견된 시나리오다. LLM은 로봇에게 부족한 것, 즉 양자물리학에서 K-POP, 연어 필레 해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지금까지 쓴 거의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로봇은 LLM에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말과 현실을 연결하고, 주변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육체'다. 2022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로봇은 언어 모델의 '손과 눈' 역할을 하고, 언어 모델은 작업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의미론적 지식을 제공한다"고 한다. 마음 없는 로봇과 몸 없는 LLM을 연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로봇 공학자들은 로봇이 사전 프로그래밍의 한계를 벗어날 방법으로 LLM을 주목해 왔다. 보안 기술자 브루스 슈나이더(Bruce Schneier)와 데이터 과학자 네이선 샌더스(Nathan Sanders)는 지난여름 기고문에서 "LLM에 도구 조작법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가 경쟁하기 시작했다"라고 썼다.

ChatGPT가 2022년 후반에 출시됐을 때, 산업 현장을 순찰하고 검사하는 로봇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웨스트팜비치의 기업 레바투스(Levatus)의 CEO 크리스 닐슨(Chris Nielsen)은 '아하'하는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회사는 ChatGPT 및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함께 일반 구어체로 말하고 질문에 답하며 지시를 따를 수 있는 프로토타입 로봇 개를 개발하여 작업자에게 사용법을 가르칠 필요가 없게 됐다. "로봇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일반 산업체 직원들에게 로봇에게 앉으라거나 도크로 돌아가라고 말할 수 있는 자연어 능력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닐슨은 말했다.

레바투스의 LLM을 탑재한 로봇은 단어의 의미와 그 뒤에 숨은 의도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제인이 "물러서(back up)"라고 말하고 조는 "돌아가(get back)"라고 말하더라도 둘 다 같은 의미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제 작업자는 기계의 순찰 데이터 스프레드시트를 꼼꼼히 살펴보는 대신 "지난 순찰에서 어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어?"라고 간단히 물어볼 수 있게 됐다.

일부 기술자들이 로봇의 이해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는 반면, 다른 기술자들은 LLM이 가끔 보이는 이상한 실수, 편향된 언어 사용, 사생활 침해 등을 지적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실제로 LLM은 종종 '환각' 증세를 보이거나 꾸며낸 이야기를 하거나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ChatGPT의 안전장치는 쉽게 우회할 수 있으며, 혐오와 고정관념에 대한 대답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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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투스 로봇 개는 설계된 특정 산업 환경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이러한 맥락을 벗어난 상황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Scientific American

안전성과 윤리 문제 대두, "LLM, 유연한 만큼 악용될 가능성도 높아"

기계가 추론을 하든 레시피를 따르든,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LLM은 본질적으로 기존 프로그래밍보다 신뢰도가 낮아 현장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LLM에 대한 저명한 회의론자이자 심리학자이며 기술 기업가인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지난여름 이 프로젝트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마커스는 로봇이 인간의 의사를 오해하거나 요청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 LLM이 위험해질 수 있으며, 인간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사용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토머슨 교수도 "일반적으로 로봇이든 아니든 고객 대면 용도로 LLM을 프로덕션에 투입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 중 하나에서 노인을 위한 보조 기술에 LLM을 통합하자는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 토머슨 교수는 혼합형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LLM의 환각 증상을 제어해 줄 '유용한 구식 AI'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감자를 삶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큰 냄비에 생닭을 넣고 춤을 추는 것이라고 환각을 보고 말하는 LLM을 상상해 보자"라며, 이런 상항에서 로봇은 "전문가가 작성한 계획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봇이 LLM을 따라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LLM이 환각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 편향이 그중 하나다. LLM은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생산한 데이터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 인식에 널리 사용되는 데이터 세트는 대부분 백인의 얼굴로 만들어졌다. 알고리즘 저스티스 리그의 저자이자 창립자인 조이 부올람위니(Joy Buolamwini)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생 시절 로봇으로 얼굴 인식 작업을 할 때, 함께 작업하던 로봇이 백인 동료는 인식하지만 흑인인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료수집 편향의 결과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학습 기계가 대표성이 있는 지식만 저장하는 것은 아니다. 언어, 문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의 정보가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추산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약 2,000개 언어 중 약 30개 언어만이 주요 LLM의 교육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arXiv에 게재된 사전 인쇄 연구에 따르면 GPT-4와 다른 두 개의 인기 LLM이 영어보다 아프리카 언어에서 훨씬 더 낮은 성능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가 있다.

물론 또 다른 문제는 모델이 학습되는 데이터(디지털 소스에서 가져온 수십억 개의 단어)에 사람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AI 및 로봇공학 연구원 앤드류 훈트(Andrew Hundt)는 학습 데이터에서 고정관념을 학습한 LLM은 데이터 세트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고정관념에 대한 답변을 재생산한다고 꼬집었다. LLM 공급업체 측에서 1차적으로 유해한 내용의 답변을 검열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훈트는 LLM이 로봇에 사용되기 전에 광범위한 연구와 일련의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훈트와 그의 공동 저자들이 최근 논문에서 언급했듯이, 로봇 실험에 사용된 LLM(OpenAI의 CLIP)의 경우 아직 실제 작업에 사용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CLIP 기반 시스템을 실험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인종의 여권 사진을 스캔하여 가상현실로 시뮬레이션한 탁상 위에 각 이미지를 한 블록씩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가상 로봇에게 "갈색 상자에 범인을 넣어라"와 같은 지시를 내렸다. 로봇은 얼굴에 관한 정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범죄자의 얼굴을 상자에 넣으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로봇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지시를 따랐더라도 무작위로 얼굴을 골랐어야 했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백인보다 흑인과 갈색 얼굴을 약 9% 더 많이 선택했다.

LLM은 지금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윤리, 편향 문제들에 관한 규제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제 언어뿐만 아니라 이미지, 소리, 심지어 행동 계획까지 생성하는 '멀티모달'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의 복잡성이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물의 어리석음', 하드웨어의 한계를 고려한 '프로그프롬프트'

하지만 로봇 AI의 위험성을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계도 말을 잘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일을 처리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병목 현상은 서랍을 열거나 물건을 옮기는 것과 같은 간단한 작업 수준에서 발생한다"고 구글의 연구 과학자인 카롤 하우스만(Karol Hausman)은 지적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언어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기술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논점이다.

LLM과 로봇의 결합이 아직 큰 시너지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현재의 로봇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극히 일부만 수행할 수 있는데, 이러한 로봇 본체에 무한한 언어 능력이 연결돼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물체를 다루는 손가락 그리퍼가 두 개밖에 없는데 '생선 손질'과 '필레 뜨기'는 어불성설이다. 저녁을 만드는 방법을 물어도 인간 중심의 요리 방식에 관한 예시밖에 없어 LLM은 결국 로봇이 실행할 수 없는 동작을 제안하게 된다.

이러한 내장된 한계에 더해 철학자 호세 베나르데트(José A. Benardete)가 언급한 '사물의 어리석음'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커튼이 매달리는 지점을 변경하면 빛이 물체에서 반사되는 방식이 달라져 방 안의 로봇은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둥근 오렌지에는 잘 맞는 그리퍼가 규칙적인 모양이 아닌 사과에는 잘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싱과 토머슨 교수,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현실 세계에는 무작위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토머슨 교수과 싱이 LLM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병목현상이었다. LLM이 로봇에게 "전자레인지 타이머를 5분으로 설정하라"와 같은 지시를 내려도 로봇은 타이머가 울리는 소리를 들을 귀가 없다. 따라서 연구진은 로봇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로 대답을 제한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고안해야 했다.

싱은 LLM이 수학과 논리에서 실수를 피하도록 하는 검증된 기법, 즉 예시 문제와 풀이 방법이 포함된 프롬프트를 제공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LLM은 추론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프롬프트의 질문 뒤에 유사한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법의 각 단계를 포함하여 예시를 제시할 때 결과가 크게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가 있다.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LLM의 답을 제한하기 위해 싱은 간단한 동작과 사물의 조합을 예로 들었다. "냉장고로 가기"라는 프롬프트 뒤에 "연어 집기"라는 명령어가 따라붙는 방식이다. 이러한 간단한 동작은 사물의 작동 방식에 대한 LLM의 광범위한 학습 데이터 덕분에 로봇이 주변 환경에 대해 감지할 수 있는 것과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싱은 LLM의 출력과 로봇의 기능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ChatGPT에 로봇이 따라갈 수 있는 실행 가능한 파이썬 코드를 직접 생성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통해 LLM의 지침이 로봇의 물리적 제약과 기능 범위 내에 있도록 하여 로봇 제어 작업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싱은 이를 '프로그프롬프트'(ProgPrompt, 프로그래밍 프롬프트의 약자)라고 불렀다.

싱과 토머슨 교수는 실제 로봇 팔과 가상 로봇 모두에서 프로그프롬프트의 결과물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가상 환경에서 프로그프롬프트는 기본적으로 로봇이 거의 항상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은 지금까지의 어떤 훈련 시스템보다 훨씬 더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반면, 실제 로봇은 더 간단한 분류 작업이 주어졌을 때만 거의 항상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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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의 안내를 받는 로봇 팔이 "과일을 접시에 올려놓으세요"와 같은 프롬프트에 따라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사진=Scientific American

구글 'SayCan' 시스템, LLM 기반의 로봇 '추론'

구글의 연구 과학자인 카롤 하우스만, 브라이언 아이히터와 그 동료들은 LLM의 결과를 로봇 행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른 전략을 시도했다. 그들의 'SayCan' 시스템에서 구글의 'PaLM' LLM은 먼저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간단한 행동의 목록을 작성한다. 그런 다음 LLM의 답변에는 그 목록에 있는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진다. 사람이 로봇에게 영어(또는 프랑스어 또는 중국어)로 대화를 요청하면, LLM은 작업 목록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동작을 선택하여 응답하는 원리다.

이 프로젝트의 시연 중 하나에서 한 연구원이 "방금 운동했는데 회복을 위해 음료와 간식을 가져다줄 수 있겠니?"라고 입력했다. LLM은 '사과 찾기'보다 '물병 찾기'가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해서 이 로봇은 연구실 주방에 들어가 물병을 찾아 연구원에게 가져다줬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사과를 가져왔다. 물은 이미 운반되었기 때문에 LLM은 '사과를 찾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 것이다. LLM은 사람들이 운동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를 알고 있으므로 단 음료수나 정크푸드를 간식으로 가져오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봇에게 '커피 가져와'라고 말하면 로봇이 커피를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SayCan을 설계한 과학자 중 한 명인 페이 샤(Fei Xia)는 운을 뗐다.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이해도를 달성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어요.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라고 요청했을 때, 로봇이 커피를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LLM이 더 높은 수준의 이해를 추구한다면, 이 언어 프로그램들은 '단지 기계적으로 단어를 조작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로봇공학과의 아니루다 마줌다르(Anirudha Majumdar) 교수는 "거기에는 일종의 추론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연어가 물고기이고, 많은 물고기가 먹히고, 물고기가 헤엄친다는 것을 '아는' LLM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지식은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단어에 함축되어 있다. 마줌다르 교수는 "그 표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한 실험에서 마줌다르 교수와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의 카틱 나라심(Karthik Narasimhan) 교수, 그리고 그의 동료들은 LLM의 '추론' 능력을 시험해 봤다. 로봇공학의 '위대한 도전' 중 하나인 실험인데, 로봇이 아직 접해보지 않았거나 사용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지 않은 도구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편성했다. 실험 결과 LLM은 '메타 학습', 즉 이전에 학습한 내용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의 징후를 보였다. 마줌다르 교수는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도 이를 수행하는 방법을 사전에 알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망치의 용도를 상세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라"는 질문에 대한 GPT-3의 답변을 수집했는데, 그들은 스퀴지부터 도끼에 이르기까지 26개의 다른 도구에 대해서도 이 질문을 반복했다. 그런 다음 LLM의 답변을 가상 로봇 팔의 훈련 과정에 통합했다. 지렛대를 앞에 두고 기존의 훈련된 로봇은 익숙하지 않은 물체를 구부러진 끝부분으로 집어 들려고 했다. 하지만 GPT-3를 도입한 로봇은 바의 긴 쪽 끝을 잡고 올바르게 들어 올렸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로봇 시스템은 '일반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즉, 손잡이가 달린 다른 공구를 보고 바의 손잡이에 손을 뻗은 것이다.

LLM의 작동방식과 장점, 그리고 로봇 AI 시대를 위한 준비

지난 15년 동안 머신러닝은 단백질 접힘을 찾거나 대면 면접에 적합한 구직자를 선택하는 등 특수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훈련되었을 때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LLM은 집중된 임무에만 국한되지 않는 머신러닝의 한 형태며,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어가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응답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실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고, LLM은 평이한 단어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을 위해 특별한 교육이나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및 기타 언어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LLM에 질문, 요청, 지시 등의 프롬프트를 전달하면 모델은 사용자의 말을 숫자로 변환하여 서로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 그런 다음, 이 수학적 관계를 사용하여 예측을 내린다. 그리고 예측된 숫자는 다시 텍스트로 변환된다. LLM의 큰 장점은 바로 이러한 수학적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입력 가중치의 수다. 2018년에 공개된 OpenAI의 첫 번째 LLM인 GPT-1은 약 1억 2천만 개의 파라미터(대부분 가중치이지만 모델의 조정 가능한 측면도 포함)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OpenAI의 최신 버전인 GPT-4는 1조 개가 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베이징 인공 지능 아카데미의 언어 모델인 우다오 2.0은 1조 7,500억 개에 달한다.

픽셀이 많을수록 사진의 디테일이 살아나는 것처럼, 모델에 더 많은 연결이 있을수록 더 자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머신 러닝의 학습은 사람들이 원하는 답변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모델이 가중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미세 조정할 파라미터가 많고 학습 세트에 언어 데이터가 많은 덕분에 LLM은 종종 로봇이 가지고 있지 않은 상식과 배경지식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예측 결과를 보여준다. "더 이상 '부엌은 어떤 곳인가요'와 같은 많은 배경 정보를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비약적인 발전이다"고 토머슨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 로봇은 수많은 레시피를 소화했기 때문에 '해시 브라운 요리해줘'라고 말하면 감자를 찾고, 칼을 찾고, 감자를 갈아주는 등의 단계를 시스템이 알아서 수행한다."

당장은 로봇의 제한된 센서와 움직임이 답답할 수 있다. 0과 1 사이를 촘촘하게 매꾼 LLM과 달리 이산적인 컴퓨터 전기 회로에 의존적인 로봇의 모습에서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도 제한된 신체 조건에서 많은 것을 이뤄냈다. LLM의 머리를 가진 로봇도 그에 맞는 방법으로 점차 혁신이 진행될 것이다. 한편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데, LLM과 로봇의 결합으로 야기될 윤리·편향 문제를 대비해서 관련 연구와 규제 담론에 박차를 가할 시기라고 사료된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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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인터넷은행 출범 위한 자본금 확보 경쟁 본격화, 연내 출범 가능성은 ‘안개 속’

제4 인터넷은행 출범 위한 자본금 확보 경쟁 본격화, 연내 출범 가능성은 ‘안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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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맞춤형 금융’ 출사표 잇따라
안정적 자금 조달 위한 발걸음 가빠져
건전성 논란에 인가 기준 강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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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은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재무 건전성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최대한의 자본을 확보하려는 물밑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은행업 노하우를 갖춘 시중은행과 손을 맞잡으려는 움직임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놓친 ‘틈새시장’으로 소상공인 공략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제4 인터넷은행에 설립에 나선 곳은 현대해상과 핀테크연합으로 구성된 유뱅크컨소시엄, 한국신용데이터(KCD뱅크), 소상공인 단체 연합(소소뱅크) 등 3곳이다. 이들 3곳 모두 은행업 진출 청사진으로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을 제시했다. 시중은행과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을 적극 공략해 사회적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다.

가장 먼저 컨소시엄 설립을 알리며 사업에 속도를 낸 유뱅크에는 제도권 보험사 현대해상을 비롯해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렌딧, 트래블월렛 등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대거 합류했다. 종합소득세 납부자를 대상으로 세금 환급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삼쩜삼, 중금리 P2P 대출을 제공 중인 렌딧 등이 대표적 예다. 이들 업체는 그간 사업을 전개하며 축적한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를 인터넷은행 설립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신용평가 모형 개발은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한 렌딧이 담당한다. 유뱅크는 시니어와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 세 분야의 표용 금융을 선언했다. 참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소외 계층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KCD 역시 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국내 약 130만 사업장을 고객으로 둔 캐시노트는 경영관리를 비롯해 신용정보, 정보제공, 결제 등 서비스와 디지털 인프라를 200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신용평가 부문에서는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과 함께 개인사업자신용평가사 한국평가정보(KCS)를 운영 중이다.

KCD는 사업장별 객단가, 시간별 매출 분포 등 다양한 영업 데이터를 실시간 파악해 이를 은행업 운영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나아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자사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재무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KCD는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신용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9년 한 차례 인터넷은행 출범에 고배를 마신 소소뱅크도 재도전에 나선다. 소상공인 연합회 주축으로 전개되는 도전인 만큼 소소뱅크 역시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700만 개에 달하는 전국 소상공인 업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과 계절, 직능별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할 방침이다. 또 매년 70조원(약 525억 달러)에 달하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다.

적극적 시장 개방→가이드라인 검토, 금융 당국 신중 행보

이처럼 여러 업체가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심사 통과 및 출범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당초 제4 인터넷은행을 비롯한 신규 은행업 진출 신청을 상시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던 금융당국이 돌연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 인터넷은행 출범 여부가 안정적인 자본 공급처 확보에 직결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출범 후 최소 3년에서 5년간은 수익 창출이 제한적인 만큼 이 기간 사업 운영에 투입되는 자금을 꾸준히 조달할 수 없다면, 안정적인 은행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는 모두 인가 신청 당시 2,500억원(약 1억8,8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했으며, 신청 시점으로부터 1년 내 1조원가량으로 그 규모를 확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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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시점-배점 항목 모두 ‘백지’에 가까워

기존 인터넷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새롭게 시장 진출을 앞둔 업체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시중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은행으로 옮겨간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갈수록 치솟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약 9,000억원(약 6억7,500만 달러)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0배 넘게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연체율은 8배 넘게 증가했다.

가장 늦게 시장에 입성해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해 온 토스뱅크 또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줄곧 유동성 위기 논란을 앓고 있다. 지난해 3월 선이자 지급 방식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며 촉발된 토스뱅크의 유동성 위기 논란을 두고 시장에서는 “토스의 자금 확보에 소비자들마저 동원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토스뱅크의 보유 자산이 국채와 금융채 등 채권에 집중됐다는 점도 자산 건전성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지난해 3월 파산하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계를 충격에 빠트린 실리콘밸리은행(SVB) 또한 채권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공정가치측정(OCI) 계정 중 4조원에 가까운 자산이 채권 형태로 있다”고 짚으며 “이 규모를 넘어선 예금 인출 시도가 발생할 경우, 토스뱅크는 만기보유 목적의 채권까지 팔아야 해 미실현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4번째 인터넷은행 출범이 연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2015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은행 도입방안’에서 인가매뉴얼 공개부터 예비인가 신청 접수, 예비인가, 본인가 등 비교적 공식적인 타임 테이블을 제시했던 이전 사례들과는 달리 예비인가 및 본인가와 관련한 일정이 전혀 공개된 바 없어 한없이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제4 인터넷은행 인가와 관련해 가이드라인 발표 여부 등은 결정된 바가 없으며, 예비인가 배점 항목에 대한 변동 여부 등은 현시점에서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탄탄한 자본력과 금융 노하우를 갖춘 파트너 확보를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며 제4 인터넷은행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업체들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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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스마트폰', 이제는 'XR'의 시대? 애플 '비전 프로' 아래 '메타-LG 연합군' 탄생

'넥스트 스마트폰', 이제는 'XR'의 시대? 애플 '비전 프로' 아래 '메타-LG 연합군'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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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에 시장 점유율 빼앗긴 메타, 출구전략은 LG전자?
'하드웨어 약점' 메타와 '하드웨어 명가' LG, 양사 협력 시너지 기대감↑
일각선 불안감도, "결국 중요한 건 양사 간 '빈틈'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는냐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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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3'를 착용해 보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모습/사진=메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가 이번 주 방한해 조주완 LG전자 CEO와 확장현실(XR) 헤드셋 공동 개발·출시 전략을 협의한다. 협의 안건에는 메타의 AI 기술을 LG전자의 IT·가전 제품에 적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선 ‘AI·메타버스 동맹’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단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AI 등 첨단기술 최강자 중 하나인 메타와 ‘하드웨어 명가’ LG가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IT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메타-LG 손잡았다, "XR 헤드셋 공동 개발할 것"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오는 28일께 조 CEO를 만나 AI, XR 등 차세대 기술·제품 관련 협력 방안을 협의한다. 이 자리엔 LG그룹 IT 부품 계열사 주요 경영진도 참석한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저커버그 CEO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첫 번째 이유가 LG전자와 XR 헤드셋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두 회사의 XR 헤드셋 공동 개발 계획을 이번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애플의 '비전 프로'를 능가하는 최고 성능의 XR 헤드셋을 내년 1분기 내 출시하겠단 계획이다. 여기서 XR이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장점을 합친 기술로, 현재로서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가장 완성도 있는 기술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대 과제는 '넥스트 스마트폰'의 서칭이었다. 스마트폰에 이어 세상 사람들을 끌어모을 새로운 아이템을 남보다 먼저 선점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XR 헤드셋은 수많은 빅테크가 오랜 리서치 끝에 찾아낸 해답 중 하나다. 스마트폰처럼 휴대할 수 있는 데다 2030년 5,078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로 커질 메타버스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점에서다.

메타와 LG가 협력을 불사하면서까지 XR 시장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메타의 경우 당초 작년까지 전 세계 절반의 XR 시장을 장악하던 XR계 최강자였다. 그러나 애플이 최근 내놓은 '비전 프로'가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마저 구글, 퀄컴 등과 함께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치는 모습이다. 메타가 부랴부랴 LG전자와 손을 잡은 건 갑작스레 찬탈당한 업계 최고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함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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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메타테크놀로지 2.0 기술이 적용된 TV 패널/사진=LG디스플레이

하드웨어가 약점인 메타, LG 협력으로 강점 '극대화'

결국 타 기업의 선점으로 인해 LG전자를 선택했단 인식이 있지만, 실상 메타에 있어 LG전자는 절대 꿀리지 않는 매물이다. 본격적인 생산 설비를 갖추지 못한 메타 입장에서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LG전자는 상당히 좋은 파트너라 할 만하다. 스마트폰의 경우 시장에서 퇴장한 지 오래지만, LG전자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지난 1일 자사 신기술 '메타 테크놀로지 2.0'을 통해 화질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휘도를 기존 대비 약 42% 향상시켜 현존 OLED TV 패널 중 가장 밝은 최대 휘도 3,000니트를 달성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지난 2013년 OLED TV 패널 첫 양산 시점부터 고휘도 기술을 구상해 약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OLED 화질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기술 메타 테크놀로지를 개발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와 LG는 2025년 고성능 혼합현실(MR) 헤드셋 '퀘스트4 프로'를 선보일 계획이다. 2024년 200달러(약 26만원) 선의 저가형 모델을 우선 출시한 뒤 애플의 비전 프로를 따라잡을 만한 고급형 기기를 내놓겠단 취지다. 기기 양산이 시작되면 LG는 현재 개발 중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고성능 프로세서를 비롯해 계열사의 다양한 부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은 LG전자가 맡고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부품을 추가 공급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동 개발은 메타와 LG전자 양쪽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메타는 LG전자의 스마트 라이트 솔루션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을 풍부하고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으며, LG전자는 메타와의 협력을 통해 메타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대해 조 CEO는 "이번 공동 개발을 계기로 가전을 넘어 집, 상업 공간, 차량을 포함한 이동 공간, 더 나아가서는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까지 고객의 삶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트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와 관련해 몇몇 파트너사와 사업 가능성 부분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화가 될 때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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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의 비전 프로/사진=애플

양사 합작 기기, 애플 '비전 프로' 넘어설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과제는 메타와 LG의 합작 기기가 얼마나 고객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가다. 당초 XR 기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그리 크진 않았다. 이전 세대 기기와 달라봐야 얼마나 크게 다르겠느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애플의 비전 프로가 출시되면서 인식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비전 프로는 공간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비전OS, 실시간 처리에 특화된 R시리즈 칩셋, 다양한 앱 생태계와의 호환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언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업계 최강자 격이던 메타는 퀘스트3를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해 게임 중심의 콘텐츠로 대중시장을 겨냥했다. 반면 애플은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허무는 공간 컴퓨팅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XR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단 평가를 받는다.

산업계에선 비전 프로가 선보인 기술의 장점을 조금만 다듬는다면 차후 XR 기술이 일상생활을 넘어 건설, 의료, 소방 등 산업 현장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전 프로가 제시한 공간 컴퓨팅 기반 XR 기술의 사업 확장성이 인정받은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XR 기기 시장 규모가 올해 182억 달러(약 24조원) 수준에서 오는 2026년 357억 달러(약 47조원)까지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 만큼 메타가 나아갈 방향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문제는 기존 게임 시장에 치우쳐 있던 메타의 기술력이 확장성을 지닌 다른 분야에서까지 빛을 발할 수 있느냐다. LG전자의 하드웨어에도 불안한 지점이 있다. LG는 스마트폰 시장 철수 이전부터 하드웨어의 발열을 제대로 잡지 못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 고가형 기기를 제작하는 데 있어 LG의 제대로 된 역량이 발휘될 수 있을지 불안하단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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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못하는 MS, 빙 매각도 사실상 '실패'? "구글-애플 밀월관계 '기정사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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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엔진 독점 진실은, MS 빙 매각 실패도 연관 있나
'공정 경쟁' 강조하는 구글, 정작 업계 반응은 "글쎄"
애플에 있어 빙은 '협상 카드'?, MS "사실상 이용당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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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 엔진인 빙(Bing)의 애플 매각을 타진했다 품질 문제로 거절당했다는 구글 측 기록이 공개됐다. 이에 일각에선 애플이 빙을 거부한 건 빙을 직접 사들이는 것보다 구글의 경쟁자로 두는 편이 더 큰 이익을 불러오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미 애플과 구글 사이 밀월관계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도 포착된다.

MS, 빙 애플 매각 실패했다

24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법무부가 이달 초 법원에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다. 해당 자료엔 검색 엔진 빙의 애플 매각을 타진했다 거절당했단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MS가 2009·2013·2015·2016·2018·2020년에 애플의 사파리(Safari) 웹 브라우저에서 빙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안을 애플에 제안했는데, 그때마다 애플은 빙의 품질 문제를 이유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18년엔 MS가 빙 품질 향상을 강조하며 애플에 접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MS는 빙을 애플에 매각하거나 애플과 빙 관련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에디 큐(Eddy Cue) 애플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은 "MS의 검색 품질과 이에 대한 투자 모두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며 "검색 품질 자체도 좋지 않고, 그들의 광고 수익 창출 방법도 매우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글 측은 서류에 “각 사례에서 애플은 빙과 구글의 상대적인 품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구글이 사파리 사용자에게 더 나은 기본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바로 경쟁”이라고 적었다.

빙의 '존재'가 애플엔 이득? 구글-애플의 관계는

이번 재판은 구글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년여 전 미국 정부가 MS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 소송 이후 가장 큰 반독점 재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재판에서 미국 정부가 승소하게 되면 구글은 기존 사업 관행을 중단하거나 일부 사업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현 상황은 구글에 상당히 불리하다. 지난해 10월 재판정에서 공개된 자료로 인해 이미 심증이 완성된 상태인 탓이다.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구글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260억 달러(약 35조원) 이상을 지출했다. 구글은 이번 소송을 통해 자신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겠단 입장이지만,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S의 빙 매각 실패 건도 구글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글의 검색 엔진 파이를 조금이나마 가져갈 수 있는 빙의 존재는 구글과의 가격 협상에 좋은 골드 카드가 될 수 있기에 애플 측이 애초 매각 건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단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카일 파라킨(Mikhail Parakhin) MS 광고·웹 서비스 책임자는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애플은 빙을 구글과의 협상카드(bargaining chip)로 이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파라킨 책임자는 "애플이 빙의 존재만으로 얻어내는 수익이 빙 자체로 버는 수익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우리는 항상 애플이 우리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도록 설득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는 구글 탓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검색 엔진 업체 덕덕고(DuckDuckGo)의 가브리엘 웨인버그(Gabriel Weinberg) 최고경영자(CEO) 또한 구글의 독점 계약 때문에 시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임을 피력했다. 애플과 구글의 밀월관계 아래 미국 내 검색 엔진 시장 자체가 침식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적극적인 자사 밀어주기로 인해 타사의 발전 의지가 꺾인 탓이다. MS 측은 지난해 "모바일 검색 시장을 위한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게 경제적인지 의문"이라며 "MS가 더 중요하거나 더 확고한 기본 검색 엔진 설정을 위한 보증을 받지 않는 한 투자는 경제적이지 않다"고 일갈한 바 있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막무가내로 유지하는 이상 더 이상의 발전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관련 업계 사이 전운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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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정보 엔트로피가 말하는 '바흐' 음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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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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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펜실베이니아대, "바흐 337개 곡 네트워크 엔트로피 분석"
바흐 음악의 특정 클러스터 구조, 편향된 뇌에도 정확한 정보 전달
향후 연구 방향, 리듬·음량·음색 등을 고려한 네트워크 분석 진행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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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바로크 시대의 독일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종종 수학과 비교될 정도로 치밀하게 구조화된 음악을 만들었다. 수식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사람은 드물지만, 바흐의 작품은 대다수의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따라서 음악에는 소리 그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악보는 '음정'을 통해 청취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인데, 최근 과학자들은 정보 이론의 도구를 사용해 바흐 음악의 메시지 전달 구조를 더 자세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먼저 과학자들은 악보를 '노드'라고 하는 점과 '에지'라고 하는 선으로 연결된 단순한 네트워크로 표현함으로써 바흐 작곡이 전달하려는 정보를 정량화했다. 그 다음 네트워크로 표현된 곡마다 엔트로피를 계산해 작곡 간의 스타일도 비교 분석했다. 지난 2일 피지컬 리뷰 리서치에 발표된 이번 연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바흐의 수많은 음악 스타일, 즉 '코랄'과 '토카타'와 같은 음악 스타일이 전달하는 정보의 양에 뚜렷한 차이가 발견됐으며, 바흐 음악의 네트워크 안에는 인간 청중이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특정 구조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흐 음악의 정보 구조, 노드와 에지로 표현한 '음표 네트워크'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수만 쿨카니(Suman Kulkarni) 물리학 박사과정생은 "이 아이디어가 정말 멋지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는 음악에 대한 가정 없이 물리학의 도구를 사용했고, 이 간단한 표현 방식으로 전달된 정보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들은 1948년 수학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 도입한 개념인 '정보 엔트로피'를 사용하여 단순한 시퀀스부터 얽힌 네트워크까지 모든 정보 내용을 정량화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 엔트로피는 수학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열역학적 엔트로피와 관련이 있다. 이는 메시지가 얼마나 놀라운지를 측정하는 척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메시지'는 일련의 숫자부터 음악 한 곡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직관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정보'가 종종 확실성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 엔트로피의 핵심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은 학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캐릭터 호도르처럼 '호도르'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예측 가능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다. 피카츄와의 대화라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피카츄는 이름에 포함된 음절만 말할 수 있지만 음절을 재배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성 측면에서 조금 더 낫다. 마찬가지로 음표가 하나만 있는 음악은 뇌가 '학습'하거나 정신적 모델로 재현하기 쉽지만, 전달 매개의 다양성이 낮아 어떤 종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전 던지기를 지켜보는 것으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뛰어난 정보 전달력으로 인간의 '학습 편향' 차단해

물론 아무리 많은 정보를 담아도 그것을 받는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음악적 메시지의 경우, 연구자들은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아직 연구 중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다른 이론이 있다"고 런던 퀸메리대학교의 인지 과학자 마커스 피어스는 운을 뗐다. 이어서 그는 "현재로서는 확률론적 학습에 기반한 이론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확률론적 학습에 기반한 사고의 틀 안에서 음악을 '학습'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기대와 놀라움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가 듣는 실제 소리에 대한 정확한 '정신적 표현', 즉 연구자들이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축하는 일이다. 우리의 '정신적 모델'은 이전에 들었던 소리를 바탕으로 다음에 나올 소리의 가능성을 예측한다. 그런 다음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아내 그에 따라 모델을 업데이트한다"라고 피어스는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모델에는 큰 결함이 하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음악(네트워크)을 완벽하게 학습하지 못하는데, 인간에게는 특정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편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동 저자이자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물리학자인 다니 바셋(Dani Bassett)은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흐 작곡의 네트워크 구조는 인간 청취자의 학습을 돕는 효율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바흐의 음악은 특정 음표 조합의 클러스터(집단)를 포함하고 있어, 우리의 편향된 뇌가 많은 정보를 잃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정보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도와준다. 다시 말해 바흐의 곡들은 특정 부분들을 '묶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잃지 않고도 음악에 담긴 의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인간의 학습 편향을 모델링하여 음악 네트워크의 총정보량과 인간 청취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을 비교한 결과 바흐의 음악은 실제 네트워크 구조에서 작은 편차를 유지하는 동시,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네트워크 엔트로피 비교 분석, 음악적 메시지와의 긴밀한 연관성

쿨카니와 그녀의 동료들은 물리학자이지 음악가가 아니다. 이들은 정보 이론의 도구를 사용해 인간이 멜로디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정보 구조를 음악에서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쿨카니는 바흐의 337개 곡을 상호 연결된 노드들의 그물망으로 분해하고, 그 결과로 얻어진 네트워크의 정보 엔트로피를 계산했다. 그 다음 쿨카니는 엔트로피 수치를 가지고 바흐의 음악적 특성이 인간의 학습 방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찬송가의 일종인 코랄에서는 다른 형태의 바흐 작곡에 비해 엔트로피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같은 크기의 네트워크를 무작위로 생성했을 때보다는 정보량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낮은 엔트로피는 코랄의 구조가 덜 복잡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청취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코랄은 명상적인 특색이 짙으며 교회에서 단체로 부르기 위해 고안된 곡이다. 따라서 코랄의 낮은 엔트로피는 회중의 노래와 명상을 용이하게 한다는 효과를 지니며 이는 작곡의 목적과도 일치한다.

반면 토카타와 프렐류드는 정보 엔트로피가 높다. 이는 음표 전환 네트워크에서 가능한 경로의 수가 많았다는 뜻이며 복잡성 또는 놀라움의 요소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카타와 프렐류드는 오르간, 쳄발로, 피아노 등 건반악기를 위해 주로 작곡됐는데, 연주자의 솜씨를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따라서 높은 엔트로피는 복잡하고 정교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통해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으려는 곡의 의도와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유형의 네트워크 분석은 바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작곡가에게 적용될 수 있다. 피어스는 이 접근법을 작곡가들을 비교하거나 음악 트렌드를 찾는 데 사용하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쿨카니는 서양 음악 전통을 넘어 악보의 정보 속성 자체를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음악은 단순한 음표의 나열이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고려하지 못한 리듬, 음량, 악기의 음색 등은 모두 음악적 메시지를 구별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쿨카니도 이에 동의했으며 언급된 요소를 네트워크에 포함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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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 치과 차트 작성한다? AI 음성인식 솔루션 '덴컴', 750만 달러 규모 투자 유치

목소리로 치과 차트 작성한다? AI 음성인식 솔루션 '덴컴', 750만 달러 규모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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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컴, '치과 현장' 타깃 AI 음성 인식 기술로 투자 유치 성공
정확도 높은 음성 인식 모델 '덴스퍼'로 의료진 편의성 개선
AI 기술 환영하는 치과 현장, 관련 기업 성장 전망 밝다
dencomm_20240223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솔루션 스타트업 덴컴(Dencomm)이 100억원(약 751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2 투자를 유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22년 11월 6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의 후속 투자다. 이번 투자는 스타셋인베스트먼트가 리드했으며 DSC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하나증권, KB증권 등이 참여했다. TS인베스트먼트와 하나증권은 시리즈 A 투자에 이어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자체 AI 음성 인식 엔진 '덴스퍼' 개발

덴컴은 치과 분야에 특화된 AI 음성 인식 엔진 '덴스퍼(Densper™)'를 개발했다. 덴스퍼는 덴탈 전문 음성 데이터를 대규모 학습한 AI 엔진으로,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 음성 인식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확한 음성 인식을 돕는 원천 기술 'Voice Command Control Engine'을 통해 의료 현장의 소음 속에서도 99% 이상의 음성-텍스트 변환(STT) 정확도를 보인다.

덴스퍼가 탑재된 플랫폼은 의료진 및 환자의 음성과 의료 차트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추출하고, 노이즈 제거·결측치 처리 과정 등을 거쳐 정제한다. 의료진은 의료 음성 데이터 수집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덴컴 측은 생생한 의료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덴스퍼 엔진의 음성 인식 성능 등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덴컴은 이번 투자금을 연구개발(R&D) 인력 채용, AI 인프라 및 추가 학습 데이터 구축, 글로벌 마케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내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의 요구 및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임병준 덴컴 대표는 "덴컴의 목표는 덴탈 영역에 최적화된 음성인식 AI 기술을 통해 의료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 유치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국내외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 인식으로 간편하게 차트 작성한다

덴컴의 핵심 사업 모델은 '덴스퍼'를 바탕으로 한 음성 AI 솔루션이다. 대표 서비스로는 진료 중 양손이 자유롭지 못한 의사가 음성을 통해 자동으로 디지털 차트를 작성할 수 있는 '보이스 차팅'이 꼽힌다. 덴컴은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의료용어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공지능 모델, 덴컴만의 독자적인 음성 처리 기술 등을 통해 보이스 차팅 음성 인식률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densper_20240223
사진=덴컴

덴컴은 치과 검진 도중 음성 인식만으로 실시간으로 차트 작성이 가능하도록 지원, 비효율적인 진료 업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덴스퍼를 활용할 경우 종이 차트 대비 30%, 미국/캐나다의 덴탈 전문 SW 대비 10~15% 이상 차팅이 빠르다는 설명이다. 의료진은 보이스 차팅을 통해 보조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환자의 치과 건강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를 손쉽게 작성·확인할 수 있다.

축적된 진료 데이터는 △환자별 진료 계획 수립 △자원 사용 최적화 등 치료 과정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다. 체계적인 정보를 통해 환자 치료 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로도 덴컴은 △외국인 환자에게 동시통역을 지원하는 '다국어 지원 상담 솔루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비롯한 의료 영상을 음성으로 제어하는 '보이스 뷰어 컨트롤러' 등 다양한 AI 음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AI 친화적'인 치의학계, 시장 발전 주목

업계에서는 덴컴의 성장 관건이 'AI 솔루션'이 차후 치의학계에 녹아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치의학계에서 AI가 의료 행위의 든든한 지원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의학 정보 플랫폼 Dentaly.org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치과의사 중 62%가 '일부 운영 작업을 AI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치과 현장에 AI를 적용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진단·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응답자 중 3분의 1 이상(35%)은 이미 치과 진료에 AI를 적용한 상태였으며, 차후 치의학계가 AI를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치과 환자들 사이에서도 AI 활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의학 AI 플랫폼 기업 VideaHealth가 1,000명 이상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53%)은 치과 분야의 AI 사용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AI 기술을 활용할 경우 치과 치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허위·과잉 진단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이들 응답자 중 대다수(81%)는 '이전 치과의사가 제안한 치료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상기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치의학계는 여타 의료계 대비 AI 기술 활용도가 높고, 의료진과 환자의 AI 기술에 대한 거부감 역시 적은 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치과 분야에 AI 기술이 통합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채비를 마친 가운데, 덴컴은 자체 AI 음성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치의학계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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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은 끝났다”, 신규 벤처투자 1년 사이 70% 급증

“관망은 끝났다”, 신규 벤처투자 1년 사이 7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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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신규 벤처투자 108건-4,497억원
단계적 회복세, 2023년 하반기 본격화
정부 모태펀드 출자에 VC·AC 관심 집중
vc_venture_20240223

한동안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70% 넘게 증가하면서다. 업계에서는 팬데믹 이후 줄곧 얼어붙어 있던 벤처투자 시장의 회복 속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계적 회복 움직임

2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신규 벤처투자 금액은 4,497억원(약 3억3,786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2,579억원) 대비 74.4% 증가한 수치며, 지난해 12월(4,361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3.1% 늘어난 수준이다. 100억원(약 750만 달러) 이상 대규모 투자가 1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하며 전체 투자금액 상승을 이끌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은 마이리얼트립으로 756억원(약 5,68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 외에도 스트라드비젼(420억원), 진이어스(300억원), 하운드13(300억원) 등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 건수도 108건으로 전년 동월(83건)보다 30.1% 증가했다. 가장 투자가 활발히 이뤄진 분야는 교차산업 솔루션이다. 지능형 문서처리기술 스타트업 메인라인(270억원)을 비롯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250억원), 포티투마루(140억원)등이 일제히 1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1월 교차산업 솔루션 분야의 총 투자금은 836억원을 기록했으며, 투자 건수는 15건이다.

이처럼 신규 벤처투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 심리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했다. 여기에 정부도 올해 1분기 중 모태펀드 전액을 출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시장 회복의 의지를 다졌다. 모태펀드 관리보수 규정에 따르면 위탁운용사(GP)는 펀드 결성일로부터 3년 동안 펀드 약정 총액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지급받는다. 그리고 3년 후부터는 투자 잔액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받는다. 투자 집행이 없으면 그만큼 관리보수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벤처투자 혹한기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 재원이 있어도 신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였다”고 짚으며 “그동안 쌓인 자금이 많은 만큼 매년 일정 금액을 집행해야 투자 관리보수를 받을 수 있는 GP들은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에 신중 거듭하던 투자 주체들도 적극적 행보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까지 얼어붙었던 투자에 따른 기저효과가 아니냐는 비관론적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회복의 기미를 보이긴 했지만, 연간 투자 규모는 여전히 내림세를 거듭 중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액은 전년(12조5,000억원) 대비 12.4% 감소한 10조9,133억원(약 82억 달러)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시장의 회복에 더 무게를 뒀다. 월별 투자 건수 및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는 데다, 연간 투자 규모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되찾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시작된 2020년 8조96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연간 벤처투자액은 이후 꾸준히 10조원대를 유지 중이며, 투자 건수 역시 2020년 연간 6,154건에서 2023년 7,116건으로 평년 수준을 되찾았다. 이같은 성적이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에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 속에 출발한 올해는 그 증가 폭을 더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 사업을 향한 시장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도 시장 회복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장을 관망하는 VC나 액셀러레이터(AC)가 주를 이뤘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달리, 투자 재원만 확보된다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투자 주체가 그만큼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24년 1차 정시 출자 사업’ 접수에는 총 20개 분야에 243개 운용사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조합 출자요청액을 합산하면 2조9,837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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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수임료율 책정 정당한가, '할루시네이션' 앞에 말라가는 AI 산업

AI 활용 수임료율 책정 정당한가, '할루시네이션' 앞에 말라가는 AI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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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활용에 수임료 '반토막', AI 활용 가능 범위는?
신뢰도 문제 해결 못한 AI들, '할루시네이션' 어떡하나
일반 사회서도 신뢰도 '저점', AI 산업 저변 넓히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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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변호사가 자신의 고액 수임료를 정당화하고자 오픈AI의 생성형 AI 모델인 챗GPT의 답변을 활용했다 법원의 비판을 받았다. 업무에 대한 수임료율을 가늠하는 척도로 신뢰도 문제가 있는 AI를 활용한 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괘씸죄'가 적용돼서인지 수임료도 원래 받고자 했던 금액의 절반을 받는 데 그쳤다. AI 산업의 큰 장애물로 꼽혀온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다시 한번 가시화됐단 평가다.

챗GPT로 수임료율 책정한 변호사, 결국 '제재'

2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로펌 커디의 한 변호사는 뉴욕시 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뒤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자신의 시간당 600달러(약 79만원) 수임료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챗GPT를 이용한 사실을 공개했다. 커디 측은 "원고(학부모가)가 변호사를 선임할지 여부, 변호사가 의뢰를 수락할지 여부를 조사하고 결정할 때 챗GPT의 답변을 참고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디 소속의 한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수임료를 책정하기 전 챗GPT에 "장애 특수교육 관련 청문회에서 최대 3년의 경력을 가진 주니어 변호사에게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간당 요금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입력했고, 이에 챗GPT는 "시간당 200달러에서 500달러까지"라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변호사는 "챗GPT는 '특정 유형의 법률(특수교육법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더 높은 수임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25년 경력을 가진 변호사는 시간당 최대 1,200달러 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폴 엥겔마이어(Paul A. Engelmayer) 판사는 변호사가 주장한 수임료를 절반 이상 깎았다. 오픈AI의 챗GPT가 산정한 변호사 수임료 자료를 교차 점검 차원에서 판사에 제출한 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법무법인 커디가 수임료를 받기 위해 챗GPT를 이용한 건 이례적인 사건이며, 설득력이 없다고 보기 충분하다"며 "챗GPT가 변호사 업무에 대한 합리적인 수임료율을 가늠하는 유용한 척도로 취급하는 건 실수"라고 비판했다. "틈새 영역에서 고객을 위해 맞춤형 업무를 수행하는 특정 배경을 가진 변호사의 업무에 대한 합리적인 수임료를 매기는 척도는 로펌이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사안이지, 챗GPT의 결론을 차용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커디를 힐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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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의 적 '할루시네이션', 이번에도 '장애물'로

재판부가 커디의 챗GPT 활용을 강하게 질타한 건 AI 기술 특유의 신뢰도 문제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AI를 활용한 기술은 현시점에선 필연적으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할루시네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환각'으로, AI 산업에선 AI 모델이 틀리거나,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답변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는 현상을 뜻한다. AI 모델의 할루시네이션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예컨대 의료 진단에 활용되는 AI 모델이 편향된 패턴을 학습하게 된다면, 해당 모델은 증상을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고 잘못된 진단을 내놓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할루시네이션 현상으로 인해 인명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이 햇빛 반사로 인해 하얀색 트레일러를 하늘의 일부로 잘못 인식한 탓에 트레일러를 들이받은 것이다. 해당 사고로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커디 측이 "드문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의 수수료 구조에 대한 증거 수집이 어려워서 챗GPT를 활용했을 뿐"이라고 반발했음에도 커디의 챗GPT 활용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주 여론은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해결되지 않은 환경에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판단을 챗GPT에 의존한 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AI 산업을 가로막는 신뢰도 저하 문제가 다시금 가시적으로 나타난 결과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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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앞 '얼음'·트위치 앞 '땡', 국민 한숨에도 여전한 '망 사용료' 불씨

넷플릭스 앞 '얼음'·트위치 앞 '땡', 국민 한숨에도 여전한 '망 사용료'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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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망 사용료 논란, 통신 3사 "망 사용료 적당"
'트위치 때리기' 열중하는 방통위, 통신 3사도 '망언' 행렬
"과도한 망 사용료,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 
LGU_KT_SKT_Twitch_20240223

방송통신위원회가 트위치에 이용자 보호를 실행하라며 시정 조치를 전달했다. 트위치가 국내 이용자와 스트리머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망 이용료가 비싸단 이유로 일방적 철수를 선언한 데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지나치게 통신 3사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통신사들은 한국 망 이용료가 10배 비싸다는 트위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한국의 망 이용료는 결코 세계시장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방통위, '시장 철수' 트위치에 '시정 조치안' 통보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오는 27일 국내 철수를 선언한 트위치를 상대로 이용자 보호 계획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시정 조치안을 사전 통보했다. 시정 조치안 통보는 방통위가 의결을 앞두고 대상 기업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트위치가 국내에서 법인을 철수하는 만큼 실질적 제재는 어려운 만큼 이번 시정 조치안엔 트위치 철수가 국내 이용자에 피해를 일으키는 행위임을 확인하며 이용자 보호 방안을 제시하라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 실시간 방송 서비스인 트위치는 한국법인 철수 후 스트리머 등과 계약이 해지된다. 다만 일반 시청자까지 외국 사이트에 접속해 콘텐츠 시청을 허용하게 할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트위치의 일방적인 국내시장 철수를 두고 통신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위치는 한국의 10배 비싼 망 이용료 때문에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망 사용료에 대한 논란이 사회 전반에 번져 나갔다. 중소 콘텐츠기업(CP) 생태계에 망 사용료가 위협이 될 수 있음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사들은 한국의 망 이용료가 특별히 비싸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트위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통신사들은 "트위치의 주장대로 한국 망 이용료가 세계시장의 10배가 넘는다면 트위치 모회사이자 국내 시장 70%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데이터를 제공하는 아마존은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CP는 통신사와 인터넷회선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대부분 AWS 등 클라우드를 이용하는데, CP가 망 이용료 때문에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단 것도 어불성설"이라 일갈하기도 했다. KTOA도 “대표성이 부족한 특정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망 이용료가 해외에 비해 비싸다고 말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며 "오히려 글로벌 대형 CP가 서비스 요금을 43%나 기습 인상하면서도 망 이용료 지불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 인터넷 생태계의 불공정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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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클랜시 트위치 CEO가 트위치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트위치 캡처

'냉담'하기만 한 누리꾼들, 왜?

다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방통위가 소위 '트위치 때리기'를 반복하면서 사실상 통신 3사의 첨병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방통위의 트위치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방통위는 앞서 지난 2022년 트위치가 한국에서 동영상 최대 화질을 제한한 이후에도 실태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이용자 이익저해 금지 행위에 대한 위배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겠단 취지였지만, 당시에도 망 사용료 논란이 번져 나갔음에도 이에 대해선 소극적인 대처만 취했단 점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엔 트위치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음에도 화질 제한 위법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했다. 당시 방통위는 "트위치의 국내 시장 철수와 현행법상 위반 행위 조사는 별개"라고 강조했지만, 누리꾼들은 "결국 시체 쑤시기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냈다. 정부기관이 오히려 국내시장 가치 저하에 일조하고 있단 힐난도 적지 않았다.

통신사 측의 거듭된 망언도 여론에 불을 지폈다. 윤상필 당시 KTOA 실장은 망 사용료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데 특히 20대, 30대 남성분들께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어서 심각하게 바라보는 상황"이라는 언급을 내놨다. 이는즉 2030세대 남성들이 유튜브에 선동당해 통신사를 공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남초 커뮤니티는 물론 여초 커뮤니티까지 크게 불타올랐다. 남초 커뮤니티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세대 갈등과 성별 갈등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여초 커뮤니티에선 "여기서 성별이 왜 나오냐. 우리도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럼 우리도 이대남이냐"는 반발이 나왔다.

2022년 10월엔 한 통신업계 관계자가 "사업성만 생각하면 넷플릭스에 대한 망 연결을 끊어야 하지만 국민 불편을 고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민 불편을 고려해 넷플릭스 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넷플릭스가 불법 사이트도 아닌데 멋대로 망 연결을 끊을 수 있단 발언을 내놓으면서 과기정통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대놓고 위반하겠단 의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로부터 시작된 이미지 악화에 각종 망언이 거미줄처럼 얽히면서 통신 3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단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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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극적 태도 견지하는 정부, 국회도 '신중' 의견만

날카로운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넷플릭스, 구글 등 거대 공룡 앞에선 제대로 된 말도 못 하면서 트위치 등 윤곽이 보이는 이들만 잡아먹으려 든다는 공격적인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9월 SKT가 넷플릭스에 대한 망 사용료 소송을 취하하고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본격 출시하겠다 발표하고 나선 데 대한 비아냥에 가까운 의견이다. 이렇듯 망 사용료 분쟁이 지리멸렬하게 흘러가면서 관련 논의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 정부 관계자들은 망 사용료 논란에 거듭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망 사용료 문제에 빨리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여전히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은 정해진 바가 없다. 국회 또한 "이중 규제 부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명확한 해결책은 거의 제시하지 않으면서 원성만 샀다.

과도한 망 사용료 문제는 단순히 국내시장에 한정된 국지적 이슈가 아니다. 망 사용료 논란이 이어질 경우 콘텐츠 수출에 있어 국내 업계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우리가 콘텐츠 수출국인가 수입국인가, 어떤 것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망 중립성 논란의 유불리는 달라진다"며 "넷플릭스와 구글 등에 추가로 접속료를 부과해 봐야 이것은 비즈니스 모델로 굳어져 추후 한국의 콘텐츠가 각국으로 뻗어나갈 때의 비용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도한 망 사용료가 오히려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관련 업계의 '퇴화'가 더욱 가속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트위치 철수 사태 이전부터 판도라TV, 엠군, 엠앤캐스트 등 망 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한 군소 스트리밍 플랫폼은 있었다. 그러잖아도 네이버 외엔 업계에 진출한 기업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제재만 반복된다면 사실상 국내 산업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단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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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골치 아픈 부동산 거래 ‘프롭테크’가 뜬다, 빅테크플러스 프리 A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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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서 세부 조항 확인 기능 등 제공 ‘홈큐’
정보 비대칭 해소로 시장 효율성 제고 기대
시장 경색에 프롭테크 기업 수익 악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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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큐 이용 화면 예시/사진=빅테크플러스

프롭테크(Property+Tech, 부동산 기술) 스타트업 빅테크플러스가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함께 성장에 제동이 걸린 프롭테크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부동산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전세사기 방지

22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빅테크플러스는 이달 8억원(약 60만 달러)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카카오뱅크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운용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 엠와이소셜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부동산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빅테크플러스는 2019년 설립돼 매물추천을 비롯한 부동산 종합관리 솔루션 홈큐(HomeQ)와 등기·대장 열람 및 공유 플랫폼 독큐(DocQ), 부동산 통계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서비스 등을 운영 중이다.

빅테크플러스의 대표적 부동산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홈큐는 특정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법적 절차를 돕고, 이를 전자문서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가장 중점을 둔 기능은 전세 사기 방지다. 이용자는 전셋집을 구하는 단계부터 보증금 수준이 주변 시세와 비슷한지, 임대차계약서의 내용에 부족한 사항은 없는지 등을 홈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임차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신청도 홈큐를 통해 처리할 수 있으며, 계약기간 중에는 해당 물건의 등기변동 알림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임차인의 권리가 위협받는 일을 방지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프리 시리즈 A 투자자들은 최근 전세사기 급증으로 임차인 및 보증금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빅테크플러스의 '전세지키미'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빅테크플러스는 2022년 6월 하나은행, BNK부산은행과 주택매물 추천 및 등기변동 알림 관련 연계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KB국민은행과 협력해 전세지키미 기능과 연계한 ‘집봐줌’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그 기술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빅테크플러스는 이번 투자금을 기반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내부 인프라를 확충하고, 추가 인력 채용에도 나설 계획이다. 함배일 빅테크플러스 대표는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지원 서비스를 위해 서버와 전산보안을 강화할 방침이며, 부동산 공적 장부 관리 솔루션 독큐를 매년 1,000만 건의 등기를 안정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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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 ‘공급자-수요자’ 정보 비대칭

그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매도인 및 임대인과 중개인이 확보한 정보에 비해 매수인 및 임차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의 효율성도 오랜 시간 낮은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다. 프롭테크는 양질의 정보가 제공된다면 부동산시장의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란 전망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프롭테크 기업들의 주된 서비스는 특정 부동산 인근 지역의 정주 여건과 해당 물건의 세부 정보를 제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은 비단 주거 공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무용 부동산, 지식형 산업센터 등 부동산영역 전반에 걸쳐 시장 동향과 지역 정보 등을 제공한다.

2018년 협회 격인 ‘한국프롭테크포럼’ 설립으로 본격화한 국내 프롭테크 산업에는 현재 35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부동산 공급자와 실수요자 사이의 정보 격차를 줄여주면서 거래의 활성화와 안전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지리정보시스템이나 자동가치산정 등 고도의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부동산 수요자들의 편익 증진과 거래 장벽은 꾸준히 낮아질 전망이다.

공유서비스를 통해 공간자산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프롭테크 활성화가 불러온 변화 중 하나다. 회의실, 휴게공간 등을 함께 이용하는 공유오피스를 비롯해 공유주방, 공유주거까지 아우르는 부동산 공유서비스는 소형 자영업자 및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그 수요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높은 금리에 주택 거래 비용 증가, 시장 침체 불가피

반면 공유부동산의 경우처럼 ‘초단기’ 임대를 제외하면 부동산 거래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프롭테크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물건의 가격에 비례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프롭테크 사업의 특성상 주택의 가치가 올라가고 거래가 빈번할수록 회사의 수익과 마진도 함께 늘어나게 되는데,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림세만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침체기가 이른 시일 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인플레이션은 근 50년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한국은행도 호응할 수밖에 없어 매매와 임대 등 주택 거래에는 높은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시장 침체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 내 주택 판매는 2022년 11월 409만 건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개 중인 사업이 주택거래 관련 서비스에 집중된 프롭테크 기업의 수익 감소를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프롭테크 기업 대다수가 너무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폭주하는 가운데, 빅테크플러스를 비롯한 우리 프롭테크 기업들이 시장 침체의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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