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업(SumUp), 2억8,500만 유로 확장 자금 투입
유럽 핀테크 VC, 거래량 3연속·거래가치 2연속 하락하나
국내 핀테크 업계도 부진 면치 못하는 형국
영국 핀테크 회사 썸업(SumUp)이 4천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최근 둔화 중인 유럽 핀테크 시장 흐름에 반하는 이례적인 금액으로, 벤처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썸업은 이번에 받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지난해 밸류에이션인 80억 유로(약 11조4,339억원)를 상회한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썸업, 중기 단계 라운드 성공적 유치로 확장 자금 확보
모바일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 기기를 판매하는 런던 소재 핀테크 회사 썸업이 둔화하는 유럽 핀테크 투자 흐름을 뚫고 2억8,500만 유로(약 4,060억원) 규모의 중기 단계 투자 라운드 유치에 성공했다. 해당 라운드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사모펀드 회사 식스 스트리트 파트너스(Sixth Street Partners)가 운영하는 중기 단계 전문 펀드 식스 스트리트 그로스(Sixth Street Growth)가 주도하고, 기존 투자자인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 캐피탈(Bain Capital Tech Opportunities), 핀테크 전문 VC 핀 캐피탈(Fin Capital), 벤처대출 기업 리퀴디티 그룹(Liquidity Group)이 참여했다.
허마이어니 맥키(Hermione McKee) 썸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썸업이 2022년 4분기 이후 30% 이상의 전년 대비 동기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번에 유치한 자금은 금융 서비스 추가 런칭 및 유기적 성장 가속화와 더불어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직전 라운드 밸류에이션은 기대치 한참 아래, '업라운드' 의미 있나
앞서 지난 10월 미국의 소셜 커머스 기업 그루폰(Groupon)을 비롯한 썸업의 투자자들이 2022년 라운드의 약 48% 밸류에이션에 해당하는 지분(약 0.2%)을 내부 거래한 것이 알려지면서 썸업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진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업계에선 썸업의 다운라운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썸업의 대변인은 이번 라운드는 업라운드로, 직전 라운드에 비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음을 알리며 다운라운드 우려를 일축했다. 직전 라운드에서 썸업은 80억 유로(약 11조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 지분 판매와 부채를 합한 총 5억9,000만 유로(약 8,399억원)를 모금한 바 있다. 이는 2017년의 투자 라운드에서 받았던 3억7,000만 유로(약 5,268억원)에 비하면 큰 성장이지만, 2022년 초 라운드를 준비할 당시 썸업이 공공연히 밝혔던 기대치인 200억 유로(약 28조4,82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2021년의 호황이 끝난 직후, 벤처 시장의 지형이 극적으로 변화하자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밸류에이션 기대를 낮춰야 했던 상황을 썸업도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유럽 핀테크 VC, 거래량·거래가치 연이어 하락
썸업의 이번 투자 라운드는 올해 유럽에서 진행된 핀테크 VC 라운드 중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다만 현재 유럽의 핀테크 VC 시장이 빠르게 둔화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이번 분기를 포함해 핀테크 거래량은 세 분기 연속, 거래 가치는 두 분기 연속 가파른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집계일 기준 4분기 거래량은 314건, 거래 가치는 약 32억 유로(약 4조5,548억원)다. 4분기가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두 수치 모두 3분기의 341건, 약 52억 유로(약7조4,016억원)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상승세로 돌아설 수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핀테크 거래 가치의 정점은 올해 2분기였다. 443개 거래에 87억1,000만 유로(약 12조 3,978억원)가 투자되면서다. 스위스 기반 온라인 대출 플랫폼인 테일러(Teylor)의 2억7,500만 유로(약 3,915억원)규모 라운드도 이때 이뤄졌다. 한편 올해 최대 규모 핀테크 투자는 1분기에 나왔다. 개인사업자 세금 납부 및 관리 플랫폼 어바운드(Abound)가 지난 3월에 유치한 5억6,400만 유로(약 8,030억원)의 라운드다.
현재 유럽 핀테크 업계를 덮친 투자 침체는 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벤처 시장 전반에 걸쳐 자본비용이 올라간 상황에서 전쟁 등 지정학적 요소에 더해 가파른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일어났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평가절하되고 엑시트(투자금회수)가 밀리는 현상은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왔다.
핀테크 시장 약세, 한국도 마찬가지
한국 핀테크 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핀테크 정보 제공 업체인 핀테크글로벌(Fin Tech Global)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핀테크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국내 핀테크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페이를 제외한 대형 3사의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 총합은 1조580억원 수준으로, 토스(-8,620억원), 카카오페이(-1,727억원), 핀다(-231억원) 순의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샐러드와 하나금융지주 계열 핀테크 업체 핀크도 지난해 각각 1,410억원과 5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핀테크 시장 부진 역시 유럽과 같이 금리 인상의 영향이 컸다. 특히 신용도가 대체로 낮은 핀테크 대출 고객의 특성상 고금리가 연체 가능성을 높이며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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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타니 CEO “양질 데이터 대량 보유 중” 복잡한 문법·발음 구조 학습이 관건 AI 개발 늦은 만큼 서두르는 日정부·기업
일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라쿠텐이 글로벌 미래 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내년 초 독자적 AI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밝히면서다. 시장에서는 일본어가 영어나 중국어 등에 비해 발음과 문법이 어려운 만큼 기술 완성도를 갖추기까지 쉽지 않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개발이 하나둘 성과를 보이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일본어 특화 AI 모델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수개월 내 LLM 모델 관련 발표 있을 것”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개월 안에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히며 AI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키타니 CEO는 “우리는 은행부터 이커머스, 통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교육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쿠텐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모델을 가장 먼저 내부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 운영의 효율성과 마케팅 효과를 20% 상향하는 것이 목표다. 또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같이 협력사들의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 거대한 ‘라쿠텐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키타니 CEO는 AI에 대한 투자가 라쿠텐의 수익성 성장을 이끌 것이라 자신하며 “우리는 협력사들에 쉽게 가르치고, 쉽게 패키징하고, 다방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라쿠텐 대변인은 미키타니 CEO가 설명한 AI 모델에 대한 확답은 피하면서도 “향후 수개월 내에 LLM 모델 관련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내부 검증 마친 일본어 특화 AI, 하나둘 시장으로
라쿠텐의 AI 시장 출사표로 일본 기업들의 AI 경쟁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등의 빅테크에 비해 AI 기술 개발에서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본어 특화 모델 개발 가능성이 대두되며 잠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어는 영어나 중국어에 비해 문법 및 발음구조가 복잡해 AI 모델의 학습이 어려워 개발이 늦춰졌지만, 일본 기업의 경우 일본어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인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전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간 일본 내에서는 일본어 특화 AI 모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 도호쿠대학의 사카구치 케이스케 연구원은 “지금까지 출시된 LLM 모델들은 영어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문자 체계의 차이와 제한된 데이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일본어에서는 아쉬운 성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부터는 기업들이 본격적인 AI 모델 개발에 돌입했다. 라쿠텐 외에도 NEC, 후지쯔, 소프트뱅크 등이 연이어 LLM 모델 개발에 착수했고, 일본 정부도 일본어 사용 AI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슈퍼컴퓨터 제조업체 NEC는 올해 5월부터 일본어 기반 생성형 AI를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내부 보고서 작성 시간은 50%, 내부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 작성 시간은 80% 단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7월부터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생성형 AI 서비스를 시작했다.
생성형 AI 분야에 약 200억 엔(약 1,812억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는 2024년 자체 LLM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AI의 투자자이기도 한 MS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해당 기술을 통해 협력 기업의 비즈니스 디지털화 및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학을 비롯한 각종 연구 기관에서 자사의 LLM이 널리 활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어 특화 LLM 개발과 관련해 도쿄 게이오대학교 의과대학의 키노시타 쇼타로 연구원은 “일본어판 챗GPT의 정확도를 높인다면 일본어를 학습하거나 연구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제 공동 연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적극 투자 아끼지 않은 정부·기업, 성과 가시화
일본 정부도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슈퍼컴퓨터 후가쿠 개발에 1,100억 엔(약 9,965억원)을 투자한 일본 정부는 올해 68억 엔(약 616억원)을 추가 투입해 내년 중 홋카이도에 새 슈퍼컴퓨터를 설치할 방침이다. 기존 슈퍼컴퓨터 후가쿠가 암호 해독, 기후변화 모델링, 신형 무기 및 항공기 설계 등 과학 연구 전 분야에 활용됐다면, 홋카이도에 설치되는 새 슈퍼컴퓨터는 LLM 훈련에 특화됐다는 차별점이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은 올해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후지츠, 도쿄공업대학, 이화학연구소, 도쿄기술연구소 등이 협력한 일본어 기반 LLM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통신사업자 NTT는 지난달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NTT R&D 포럼 2023’에서 LLM 모델 츠즈미(Tsuzumi)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NTT는 “오랜 시간 전화나 통신으로 축적한 일본어 자연어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델”이라고 츠즈미를 소개하며 “장래에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거치지 않고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높은 활용도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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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엠스퀘어, 초음파 활용 혈당 측정기 '글루코사운드' 개발 막바지 돌입
측정 고통 없는 웨어러블 기기 형태, 투자 유치 계기로 임상시험 본격화
발전 거듭하는 혈당 측정기 시장, 마지막에 웃는 기업 어디일까
비침습 혈당측정기 글루코사운드(GlucoSOUND) 개발 스타트업 에이치엠이스퀘어가 40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LB인베스트먼트와 K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당뇨병 환자의 채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바늘 없는' 혈당 측정기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에이치엠스퀘어의 글루코사운드는 과연 원활히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까.
투자금 활용해 임상시험·의료기기 품목 승인 박차
에이치엠이스퀘어는 채혈 없이도 정확한 혈당 측정이 가능한 비침습 혈당 측정기 '글루코사운드'를 개발하고 있다. 글루코사운드는 빛을 흡수한 물질이 열팽창을 통해 소리 파동을 만들어내는 '광음향 효과(photoacoustic effect)'를 활용한 상품이다. 레이저와 초음파 센서를 통해 초음파 반응을 분석하고, 분석 데이터를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식이다.
2020년 설립된 에이치엠이스퀘어는 I포스텍홀딩스로부터 2억원의 시드 자금을 투자받는가 하면, IBK기업은행의 혁신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IBK창공 대전 4기에 선정되는 등 꾸준히 가능성을 인정받아 왔다. 정부 '빅3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에는 6억원의 사업화 자금 및 컨설팅을 지원받기도 했다. 에이치엠이스퀘어는 정부와 민간의 지원을 딛고 꾸준히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왔다.
이번 투자 유치 단계는 사실상 연구개발의 마무리 단계다. 이번 투자금은 주력 제품인 비침습 혈당측정기의 임상시험 및 의료기기 품목 승인을 위한 동력 확보에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외 임상시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의료기기 품목 승인을 획득하는 것이 에이치엠이스퀘어의 현재 목표다. 차후에는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해 기술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바늘 없는 측정으로 '채혈 공포' 극복
당뇨 환자들은 일상생활 중에도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는 채혈식 혈당 측정기가 주로 활용된다. 문제는 하루에 몇 번이고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바늘로 살갗을 찌르는 고통은 일종의 '공포'라는 점이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최소칩습형 연속 혈당측정기(CGMS)가 개발됐지만 바늘을 항상 몸속에 삽입하고 있어야 하는 데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에이치엠이스퀘어는 기존 혈당 측정 제품이 가진 한계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글루코사운드’다. 글루코사운드는 바늘 없이 혈당을 연속 측정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혈당 기기다. 기기 내에 내장된 레이저가 다양한 색깔로 피부를 비춰 발생시킨 초음파를 내부 센서가 측정한다. 측정된 데이터는 신호 처리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혈당값으로 변환된다. 바늘을 삽입할 필요가 없어 고통이 없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형태로 5분마다 자동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바늘 없는' 혈당 측정, 시장 내 경쟁 치열해
전 세계 당뇨 인구는 2045년 7억8,000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기준 220억 달러(약 24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혈당 측정기 관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글루코사운드와 같은 '바늘 없는' 혈당 측정 기기 시장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경쟁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업계 안팎에서 당뇨병 환자의 채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피부에 붙이는 ‘당뇨 패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혈당을 진단할 수 있는 전기 화학 센서를 통해 땀 속 당 함량과 온도, 습도, 산성도 등을 측정, 결괏값을 토대로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패치 한쪽에 마이크로바늘을 배열해 혈당량이 높아지면 자동으로 약물이 침투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출시된 대웅제약의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5mm 길이의 아주 가는 필라멘트를 피부 속으로 삽입해 혈당을 체크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다. 기존 연속혈당계와 달리 혈당 보정을 위해 따로 채혈을 할 필요가 없으며, 한번 부착하면 2주간 사용할 수 있다. 생활 방수가 가능해 샤워, 운동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지장이 없다. 상세한 혈당 수치는 ‘프리스타일 리브레링크’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센서에 접촉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결국 승기는 정확도와 상품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기업에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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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와 작곡가의 협업으로 양자-재즈 재탄생
쌍곡선 밴드 이론을 기반으로 한 재즈 음악
수학적 개념과 음악적표현의 유기적 결합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21년, 두 명의 진취적인 공동 연구자들이 대담한 실험을 시작했다. 수학자이자 수리물리학자인 스티븐 라얀(Steven Rayan)과 프리랜서 작곡가, 피아니스트, 트롬본 연주자인 제프 프레슬라프(Jeff Presslaff)는 2년 동안 한 가지 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준비했다. 수리물리학 논문을 음악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듣기에도 좋을까?
지난 9월 라얀과 프레슬라프는 그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Math + Jazz: Sounds from a Quantum Future 연주회를 개최했다. 서스캐처원대학교 연구원인 라얀과 캐나다 위니펙에 있는 프레슬라프가 이메일로 처음 만난 지 2년 만에 15명의 '하이퍼볼릭(Hyperbolic, 쌍곡선) 밴드' 음악가들을 모아 서스캐처원대에서 5개 섹션으로 구성된 콘서트를 열었다. 각 섹션은 라얀의 논문을 참고한다.
음악 연주와 강의를 겸한 이 콘서트는 만석을 채웠다. 강의는 논문의 과학적 개념이 어떻게 음악으로 변환되었는지 설명하고, 슬라이드 쇼에서는 엘리엇 킨즐(Elliot Kienzle)의 하이퍼볼릭한 그림 예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참여 뮤지션 대부분이 지역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밴드는 콘서트 전날까지 실제로 함께 리허설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라얀은 전했다.
쌍곡선 밴드 이론
이 음악은 라얀이 앨버타대학의 조셉 마체코(Joseph Maciejko)와 함께 쓴 2021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논문 '쌍곡선 밴드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그들의 목적은 연구자들이 물질의 에너지 준위와 이를 구성하는 원자를 고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밴드 이론이, 불규칙하고 뒤틀린 배열을 가진 쌍곡면 물질을 설명하기 위해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밴드 이론에서는 물질의 에너지 준위가 그들이 속한 물질 위에 떠 있는 시트 모양의 밴드에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이 그림자 같은 밴드가 물질의 양자적 성질을 나타내며, 밴드 간의 상호작용이 물질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라얀과 마체코는 유클리드의 '평행선 공준'을 깨는 기묘한 기하학적 영역인 쌍곡선 기하학의 세계에서 작동하는 밴드 이론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유클리드의 '제 5공준'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칙은 다음과 같다. 어떤 직선이 주어졌을 때, 그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어떤 점에 대해서도 그 점을 지나고 원래의 직선과 평행한 직선은 하나뿐이다. 하지만 쌍곡선 위에서는 최소 두 개의 선이 그 점을 지나고 주어진 선과 평행하게 된다.
"이 연구는 소재, 특히 양자 소재의 안팎을 뒤집어 재구성함으로써 소재를 설계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라고 라얀은 말한다. 이 접근법은 소재의 밴드 구조를 변경하여 재료의 특성에 기대했던 변화를 불러온다. "재료는 평소와 다른 이국적인 모양을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곡면을 팔각형 타일 모양으로 덮어, 모양 사이에 간격이 없도록 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눈에는 팔각형의 가장자리가 구부러져 보이고 모양이 다른 크기로 보인다고 라얀은 언급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세상을 쌍곡선으로 보는 다른 눈(곤충과 같은 복안)을 가지고 있다면 (팔각형은) 모두 똑같이 보일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연구는 다른 연구자들도 주목했다. 이 논문에 참여하지 않은 토론토대학의 수학자 마이클 그로첸치(Michael Grochenich)는 "이 논문의 저자들이 발굴한 재료과학과 대수 기하학의 연결고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라얀은 자신의 발견을 양자 컴퓨팅과 같은 파괴적인 응용 잠재력을 가진 희귀 물질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누군가가 이토록 구체적인 성격의 방법론으로 중요한 응용 사례를 보여주어 기쁘다"고 그로첸니히는 말한다. 그는 이 논문이 "순수 수학자들에게 편안한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영역을 탐구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악으로의 전환
수학 콘서트를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연구의 파괴적인 응용이다. "인상주의적인 음악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프레슬래프는 강조했다. "수학에 정말 충실한 음악이길 바랐다. 피상적으로만 느껴지는 학제 간 프로젝트를 너무 많이 보았는데 과학 분야는 엄격할지 몰라도 예술 분야는 엄격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라얀은 그의 목표에 공감했다. "수학이나 과학에서 어느 정도 영감을 받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학의 단어 하나하나, 각각의 방정식을 음악의 형태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라고 그는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두 전문가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서로의 전문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을 배워야 했다. 프레슬라프는 선형대수학과 위상기하학에 몰두해 연구 논문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고, 라얀은 "프레슬라프가 가져온 고도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프레슬라프가 작곡을 시작할 때까지 두 사람은 약 1년 반 동안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라얀은 "9월 20일 공연 전날까지 제프를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놀랍다"라고 전했다. "팬데믹과 거리상의 이유로 모든 것이 줌(Zoom)을 통해 이루어졌다. 순전히 온라인으로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중 푸가와 무한한 형태
라얀과 프레슬라프가 논문의 주요 아이디어를 그대로 재즈 음악으로 전환하는 장대한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수학 연구와 달리, 그들이 목표를 달성했다는 '증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결과에 만족했다. "공연 6주 전까지만 해도 이 작업을 완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라고 라얀은 그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이퍼볼릭 밴드의 연주자이자 볼티모어에서 활동하는 비올라 연주자 샤 사디코프(Shah Sadikov)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프레슬라프가 구현하기 매우 어려운 음악 기법인 '이중 푸가'를 사용하여 '무한한 형태'를 구축하는 과정을 표현할 때였다고 사디코프는 전했다. 수학적으로는 시작도 끝도 없는 물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고 그는 말했다. 음악적으로 이중 푸가를 만드는 것은 "어떤 아이디어를 곡의 기초로 삼고, 그 위에 똑같은 아이디어를 조금 후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이디어의 층을 만들어서 같은 음악적 아이디어를 거꾸로 뒤집거나 앞뒤로 옮기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라얀에게 하이라이트는 소위 입자와 파동의 이원성, 또는 쌍곡선 밴드 이론에서 위치와 운동량의 이원성에 대한 프레슬라프의 음악적 해석을 듣는 것이었다. 이 맥락에서 운동량은 위치보다 더 많은 차원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팔각형 쌍곡선 격자를 기반으로 한 가장 단순한 재료에서, 예를 들어 2차원에서 4차원으로의 전환을 음악으로 포착하고 싶었다."
"(프레슬라프가) 음악에 여분의 목소리를 도입하고 여분의 자유도, 여분의 2차원으로의 갑작스러운 점프를 포착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듣는 것은 나에게 감동적인 경험이었다"라고 라얀은 말한다. "그의 설명 후 청중들이 여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았다."
콘서트에는 또 하나의 예술적 요소가 있었는데, 바로 킨즐이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대학원생인 킨즐은 메릴랜드대학교 칼리지파크의 학부생 시절, 라얀과 함께 작업한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수학적 개념을 예술로 제작하는 일을 맡았었다. "이것은 시각적 렌즈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시도였다"라고 라얀은 설. 콘서트에서 이 그림들은 음악과 언어로 수학과 과학에 대한 설명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라얀은 음악과 예술의 렌즈를 통해 이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이 이 작품을 완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수학적, 과학적 개념들은 예술의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쌍곡선의 기울기는 네덜란드 그래픽 아티스트 M.C. 에셔의 상징적인 목판화를 떠올리게 한다"라고 그는 얘기했다. 라얀은 수학적 관점과 예술적 관점을 융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탐구해 '예술로 환원'하는 동시에 자신의 연구에 새로운 통찰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한다.
How Quantum Math Theory Turned into a Jazz Concert
A mathematician and a musician collaborated to turn a quantum research paper into a jazz performance
In 2021 an unconventional pair of collaborators embarked on a bold experiment. For two years Steven Rayan, a mathematician and mathematical physicist, and Jeff Presslaff, a freelance composer, pianist and trombonist, prepared to answer one big question: Could they translate a mathematical physics research paper directly into music? Moreover, would their musical creation sound good?
In September Rayan and Presslaff released their brainchild, “Math + Jazz: Sounds from a Quantum Future.” Exactly two years to the date that Rayan, a researcher at the University of Saskatchewan, and Presslaff, who’s based in Winnipeg, Canada, first connected over e-mail, they gathered a 15-piece “hyperbolic band” of musicians to perform the five-section concert at the University of Saskatchewan. Each section corresponded to a portion of Rayan’s research article.
Part musical performance and part lecture, the concert was played to “a packed house,” Rayan says. The lecture portion dissected the paper’s scientific concepts and illustrated how those ideas were transmogrified into music. Some of the illustrations were literal: the slideshow featured hyperbolic art created by Elliot Kienzle.
Pulling off the concert was no easy feat. Because many of the musicians weren’t local, the band hadn’t rehearsed the music together in person until the night before the concert, Rayan notes.
HYPERBOLIC BAND THEORY The music was based on Rayan’s 2021 Science Advances article “Hyperbolic band theory,” which he wrote with Joseph Maciejko of the University of Alberta. Their objective was to explore whether band theory—which researchers use to consider the energy levels of materials and the atoms that they’re made of—could be reformulated to explain hyperbolic materials, which have irregular, warped arrangements.
In band theory a material’s energy levels are thought of as being contained in sheetlike bands hovering above the materials they belong to. These shadowy bands represent the material’s quantum properties, and interactions between these bands have consequences for the material’s behavior.
Rayan and Maciejko succeeded in discovering a band theory that works in the wonky world of hyperbolic geometry, a strange geometrical realm that breaks Euclid’s “parallel postulate.” Also called Euclid’s fifth postulate, this rule tells us the following: Suppose you’re given a line. For any point that isn’t on that line, there will be only one line that both goes through that point and is parallel to the original line. In hyperbolic land, a minimum of two lines will go through the point while also being parallel to the given line.
The research “is a whole new approach to designing materials—especially quantum materials—by re-engineering their geometry from the inside out,” Rayan says. The approach involves altering the material’s band structure to create the desired changes in the material’s properties. “They can take on unusual, exotic geometries,” he says.
This might look like, for instance, covering a curved surface by tiling it with octagons so that there aren’t any gaps between the shapes, which are nonoverlapping. To human eyes, the edges of these octagons appear curved, and the shapes look like they are different sizes, Rayan notes. But “if you had a different kind of eye that sees the world in a hyperbolic way—maybe insectlike compound eyes—[the octagons] might all look the same to you,” he says.
The work received a lot of attention from other researchers. “I’m very impressed by the connection between material science and algebraic geometry which was unearthed by the authors of this paper,” says Michael Groechenig, a mathematician at the University of Toronto, who wasn’t involved with the article.
Rayan is excited to apply his findings to studying unusual materials with the potential for “disruptive applications,” such as in quantum computing. “It’s rather delightful to see someone exhibit an important application of these methods of such a concrete nature,” Groechenig says. The paper is “an invitation for us pure math folks to leave our comfort zone a little and to explore hitherto uncharted territory,” he adds.
TRANSLATING TO MUSIC Creating a mathematical concert is its own kind of disruptive application of the research. “I didn’t want [the music] to be impressionistic,” Presslaff says. “I wanted it to be really true to mathematics…. I’ve just seen too many cross-disciplinarity projects that just strike me as superficial. The science side might be rigorous, and the art side is very not rigorous."
Rayan agreed with that goal. “I had a commitment to not just producing music that was somehow loosely inspired by the math and the science but rather somehow retelling the mathematics word for word, equation for equation, in a musical form,” he says.
But embracing that challenge also required that both experts leave their comfort zones and learn concepts from each other’s areas of expertise. Presslaff immersed himself in topics from linear algebra and topology that helped illuminate the inner workings of the research paper. Rayan dove into “trying to understand, as much as possible, the advanced musical ideas [Presslaff] brought to the table.”
The pair exchanged ideas for approximately 18 months before Presslaff even began writing the music. “It’s amazing that I never met Jeff in person until the day before the performance on September 20,” Rayan says. “It was all on Zoom because of the pandemic and because of distance. It was a fascinating way of working—that we could accomplish this even through purely virtual means.”
DOUBLE FUGUES AND INFINITE SHAPES It’s tricky to pinpoint whether Rayan and Presslaff met their grand objective: to convert the main ideas from Rayan’s paper directly into jazz music. Unlike in mathematics research, there is no “proof” that they accomplished their goals. Still, the duo is pleased with their result. “Getting it done was just never a certain thing until even, say, six weeks before the performance,” Rayan says.
Hyperbolic Band performer Shah Sadikov, a Baltimore-based violist, says a highlight of the concert was when Presslaff used a double fugue, a musical technique that’s “very difficult to implement,” to represent the process of building an “infinite shape,” Sadikov says. Mathematically, that meant creating an object with “no beginning, no end,” Sadikov says. Musically, creating a double fugue involves making “one idea the foundation of the musical piece and then you take the exact same idea [and] you place it a bit later on top of it,” and so on, he says. “You create these layers of ideas. And then you can use counter ideas to that, either taking the same musical idea [and] putting it backwards or upwards,” he notes.
For Rayan, a highlight was hearing Presslaff’s musical take on “the so-called particle-wave duality or the position-momentum duality in hyperbolic band theory.” In that context, momentums can take on more dimensions than positions can. “We wanted to capture in the music the jump from, say, two dimensions to four dimensions in the simplest of these materials, which are based on octagonal hyperbolic lattices,” Rayan says.
“Hearing [Presslaff’s] attempts at introducing extra voices in the music that capture the extra degrees of freedom, the sudden jump to two extra dimensions, was a moving experience for me,” Rayan says. “I loved watching the audience try to hear those extra voices after [his] explanation of them.”
The concert included one other artistic element: Kienzle’s hand-drawn illustrations. Now a graduate student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Kienzle created the mathematical art for a related research project that he and Rayan worked on while he was an undergraduate student at the 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 “This was an attempt to tell the story through a visual lens,” Rayan says. In the concert those illustrations helped enhance the musical and verbal explanations of the math and science.
Rayan sees reinterpreting this work through musical and artistic lenses as a way of bringing it full circle. Much of the mathematical and scientific concepts featured in his papers borrow ideas from the world of art. For instance, “hyperbolic tilings are very reminiscent of” Dutch graphic artist M. C. Escher’s iconic woodcuts, he notes. Rayan plans to continue exploring new ways of fusing mathematical and artistic perspectives to “give back to art” while also sprouting new insights for his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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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약 3,200개 美 스타트업 폐업, 누적 투자금 272억 달러 '휴지조각'
폐업 사례 쏟아지자 현지 업계선 건실한 초기 스타트업 '멸종’ 우려까지
‘파두 사태’ 등 여파로 국내 유니콘 기업들 위상도 ‘추락’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에 미국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에서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파산으로 휴지조각이 된 미국 스타트업 투자금만 약 35조원에 달하며 연말로 갈수록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VC 대다수가 기업의 비전보단 당장의 실적에 초점 맞춰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대표 유니콘들도 실적 악화로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야기하고 있다.
한때 기업가치 10조원 넘던 '호핀' 등도 몰락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의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약 3,200개의 스타트업이 폐업함에 따라 파산으로 날아간 투자금이 272억 달러(약 35조8,8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NYT는 폐업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많아 실제 폐업한 기업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산한 유니콘 중 대표적인 기업은 온라인 이벤트 플랫폼 스타트업 호핀(Hopin)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16억 달러(약 2조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던 호핀은 한때 자산가치 76억 달러(약 10조원)로 평가 받으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팬데믹의 종언과 함께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되자 가치가 급락했고, 결국 지난 8월 주요 사업을 1천500만 달러(약 200억원)에 매각했다.
한때 7억7,600만 달러(약 1조187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급성장한 스쿠터 회사 버드(Bird)도 올해 내내 주가가 폭락하며 지난 9월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됐다. 상장폐지 당시 버드의 시가총액은 700만 달러(약 92억원)로 창립자 트래비스 밴더잔덴이 2년 전 매입한 마이애미 맨션(2,200만 달러)보다도 낮았다. 이 밖에도 누적투자금이 1억5,000만 달러(약 1,96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스타트업 제우스 리빙(Zeus Living)도 지난달 폐업했으며, 위워크, 올리브AI, 콘보이, 비브 등의 유니콘들도 잇따라 파산 신청을 하거나 폐업했다.
폐업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늘어난 원인으론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 속 누적된 금융비용과 추가 자금조달 실패 등이 꼽힌다. 피치북 관계자는 “높은 이자율과 불확실한 경제 환경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위축됐다”면서 “여기에 올해 초 스타트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했던 실리콘밸리 관련 은행권마저 위기를 겪으면서 초기 단계 기업에는 자금 조달이, 후기 단계 기업에는 현금화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옥석 가리기 계속되는 VC 업계 “더 이상 미래가치 중요치 않아”
현재 미국 벤처 시장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스타트업 비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VC들마저도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일부 기업에 폐업이나 매각을 촉구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벤처투자 시장 위축이 오래 지속될 경우 최근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의 몰락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술기업들은 지난 2년간 비용을 절감하며 대규모 실패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한 글로벌 VC 관계자는 “올해 들어 견고한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는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VC들이 늘었다”면서 “더 이상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 스타트업들은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는 실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온라인 증권서비스 업체 카르타에 따르면 올해 들어(10월 기준) 자사 플랫폼에서 최소 1천만 달러(약 130억원)를 모금한 신규 스타트업 중 87개사가 문을 닫았다. 카르타의 인사이트 책임자인 피터 워커는 “올해 폐업한 신규 스타트업이 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면서 “올해는 스타트업에 최소 10년 만에 가장 어려운 해”라고 지적했다.
폐업 기업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1년에 마지막으로 자금을 조달한 스타트업들이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찾아야 하는 시점인 올해 연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스타트업들은 투자 라운드를 한 번 진행하면 최소 2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한다.
국내 투자 시장도 ‘혹한기’ 지속되긴 마찬가지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해 ‘투자혹한기’를 겪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7조6,8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건수도 지난해 5,857건에서 5,072건으로 줄었고, 기업당 투자유치 금액도 25억9,000만원으로 6억3,000만원 감소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위상도 낮아졌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을 계기로, 최근 차기 유니콘으로 꼽히는 AI 반도체칩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의 시리즈 C 투자 유치 마감이 지연되고 있다. 이 밖에도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점치는 VC들이 대거 투자 집행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벤처투자 시장이 더욱 얼어붙었다.
이런 가운데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구체적인 실체 없이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유니콘 기업을 색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내 한 VC 심사역은 “실적이 과대평가된 유니콘들을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서 페이퍼 유니콘이란 용어가 등장했다”며 “대표 유니콘들마저 정작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제2의 닷컴버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K-유니콘 육성 사업’은 이전과 다를바 없이 계속되고 있다. 중기부는 매년 ‘아기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 유니콘’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이 대상이 되는 문제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정책 개혁이 요구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중기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 55개사와 과기부가 선정한 45개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발생한 곳은 총 23곳에 불과했다. 그 외 77곳은 적자 기업인 셈”이라며 “사적 시장에 투자자금 공급이 많으면 과대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혁신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자칫 평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니콘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냉철하고 신중한 접근과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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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동차 정비업소 수, 10년 전보다 20% 가까이 줄어
전기차 비중 높은 제주에선 '개업 5년 내 폐업 정비소' 비중 61%에 달해
한국노동연구원 “2030년 기존 내연기관차 관련 일자리 약 30% 급감할 전망”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국의 신규 자동차 정비업소 수는 줄고 폐업장은 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고장이 적은 전기차 특성상 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교체하는 주기가 매우 긴 탓이다. 여기에 전기차의 주요 부품이 제조사 직영 정비소를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소규모 정비소들이 전기차 정비에서 배제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제주 등 지방의 소규모 정비소들의 폐업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과 관련된 일자리가 보다 빠르게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폐업 카센터 “서울·지방 가릴 것 없이 확산”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자동차 정비업소는 3,306곳으로 전년(3,398곳)보다 2.7%가량 줄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3,733곳)보다는 11.4%, 10년 전인 2012년(4,175곳)보다는 2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지방으로 갈수록 폐업장이 늘어나는 경향은 더 뚜렷하다. 지난달 15일 진주시에 따르면 차량 리프트 두 개 정도를 운영하는 동네 카센터인 3급 자동차전문정비업의 폐업 수는 2021년 1곳에서 2022년 3곳, 2023년 6곳으로 늘었다.
전기차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7.3%) 제주시에선 자동차 정비 산업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정비소 가운데 개업 5년 안에 폐업하는 경우는 61%로 전국 자영업의 5년 내 폐업률(45%)보다 월등히 높다. 정비소의 평균 매출도 2017년 5억5,900만원에서 2021년 5억1,000만원으로 4년 새 4,900만원(8.8%) 가까이 줄었다.
폐업장이 늘어남에 따른 카센터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심각 수준에 이르렀다. 고용정보원이 2016~2022년 사이 제주도에서 폐업한 정비소 근로자 155명의 진로를 고용보험 자료를 통해 추적한 결과, 20명(12.9%)은 정비소 폐업 이후로 더 이상 고용보험 자료에 잡히지 않았으며, 9명(5.8%)은 식품 제조업, 건설업, 부동산 관리 등 자동차 산업과 무관한 분야로 이직했다. 나머지 126명(81.3%)은 다른 정비소로 이직하거나 자동차 관련 산업에 계속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마저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박세정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폐업 정비소를 떠난 근로자들이 렌터카 업체, 타이어 전문점, 자동차 판매점, 자동차 부품 판매점, 차량용 가스 충전소 등으로 이직하는 등 자동차 관련 산업에 계속 종사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향후 전기차 확대에 따라 향후 새로 옮긴 정비소에서도 감원이나 폐업으로 실직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도기 놓인 전기차 부품 공급망, 문 닫는 ‘동네 카센터’ 늘어난 원인
전국적으로 카센터 폐업장이 늘어난 원인으로 전기차 확산에 따른 정비 수요 감소가 꼽힌다. 차량 부품 수가 내연기관 차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에 비해 고장이 적다. 복잡한 엔진 대신 구조가 단순한 전기 모터가 들어가기 때문에 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자주 교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전시 유성구 상대동 소재 A 정비업소 대표는 “기본 소모품이 없는 전기차나 신차는 크게 고장이 안 나기 때문에 기술력이 안 되는 정비업소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 정비 업계에 새로 들어오는 젊은 세대도 거의 없기 때문에 내연 기관을 중심으로 영업해 온 소규모 업체들은 자동으로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부품이 제조사 직영 정비소를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소규모 정비소는 전기차 정비에서 배제되고 있는 점도 카센터 폐업장이 늘어나는 원인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소재 B 정비업소 대표는 “전기차가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기차 관련 수리를 맡아본 경험이 없다”면서 “제조사 브랜드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평생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카센터에 차량을 맡기는 고객이 없다. 전부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공업사로 간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과 관련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미래차 산업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이 2019년 2,815곳에서 2,030년 1,970곳으로 845곳(약 30%) 감소하고, 전 세계적으로 엔진부품 및 전기·전자장비 등 관련 일자리가 최대 40만 개 가까이 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노동연구원도 2030년 국내 자동차 수리정비업 종사자가 2020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 거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제주도 전기차 보급확산 정책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도내 기존 자동차 수리정비업 사업체 수는 2022년 484개에서 2030년 357개(73.8%)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추정이 현실이 될 경우 노동자 수는 지난해 2,500여 명에서 2030년 1,320여 명으로 약 52% 감소할 전망이다.
폐업 정비소들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관계자는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제조사 직영 정비소를 제외한 정비업소들이 전기차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친환경차 부품 공급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며 “문제가 계속될 경우 차량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산업이 활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정비가 가능한 업소는 전국 1,578개로, 이 가운데 배터리 등 모든 부문 완전 수리가 가능한 업체는 170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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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파우더 남겨둔 메이저 운용사들, 불확실한 외부 시장 상황이 원인
반면 아폴로와 TPG는 유일하게 전년보다 투자 증가
블랙스톤은 3분기 투자 감소, 다만 금리 인상 막바지 전망은 긍정적
글로벌 메이저 대체 자산 운용사들이 올해 3분기에 대부분의 드라이 파우더(미소진 자금)를 남겨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PE(사모펀드) 자본 투자가 지난 2분기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PE 투자 망설인 메이저 운용사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의 '2023년 3분기 미국 공개 PE 및 GP(출자자) 딜(Deal) 라운드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2개월 동안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 텍사스퍼시픽그룹(TPG)만 유일하게 전년보다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한 반면, 블랙스톤(Blackstone),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 및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 등 대다수는 전년보다 더 적은 자본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및 Fed(연방준비제도)의 이자율 인하 타임라인에 대한 불확실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요소들로 인해 자산 가치에 대한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견 간극이 벌어져 거래가 더욱 어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해당 그룹 기업들의 PE 투자도 2분기 대비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계열을 늘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동안의 투자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32%로 소폭 감소하며 3분기에 비해 그리 가파르지 않은 감소폭을 보여줬다.
TPG는 171% 증가, 블랙스톤은 98% 감소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 데 반해 TPG는 전년보다 투자를 늘리며 경쟁자들을 앞서 나갔다. TPG는 7월에 건강 정보 기술 제공업체 넥스텍(Nextech)을 14억 달러(약 1조8,480억원)에 인수하고, 8월에는 약 11.9억 달러(약 1조5,700억원)에 호주 장례 서비스 제공업체 인보케어(InvoCare)의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3분기에 PE 자본 투자를 171% 증가시켰다.
반면 2분기에 선두를 지키던 블랙스톤은 올 3분기 1억5,000만 달러(약 1,900억원) 투자에 그치며 분기 기준 98%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블랙스톤은 지난 10월 열린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의 투자는 때때로 분기마다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3분기의 경우 금리 급등이 거래량을 억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랙스톤 COO(최고책임운영자) 존 그레이(John Gray)는 "금리와 같은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 전까지는 매수·매도 양측 모두에서 거래 활동이 둔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기서 긍정적인 점은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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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정보 등 수집 금지, 위반시 최대 500억원 벌금
오픈AI·MS·구글 등 미국 빅테크 견제 움직임
중국 당국도 ‘AI 잠정법’ 발표, 8월부터 시행 중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 규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AI 규제법(AI ACT)’ 도입에 합의했다. 챗GPT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픈AI를 비롯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고, 유럽 AI 기업들이 추격할 시간을 벌기 위해 서둘러 규제의 칼을 뽑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오픈AI의 GPT-4.0 터보, 구글의 제미니(Gemini) 등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 수가 수천억 개에 달하는 ‘초거대 AI’를 보유한 미국과 달리, 유럽은 아직 제대로 된 초거대 AI가 없다.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AI를 규제해 유럽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다.
유럽연합, AI 규제법 합의 '안면인식 생체정보 수집 금지' 등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 대표는 지난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3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AI 규제법 도입에 합의했다. AI 위험성을 카테고리로 분류해 투명성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법을 어길 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AI 규제법은 AI 기술의 위험성을 시민의 권리, 민주주의 위협 등을 기준으로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수용불가(unacceptable risk)'에 속하는 안면인식기술의 경우 얼굴 이미지 대량 수집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금지했다. 정치, 종교, 성적 지향, 인종 등을 기준으로 한 생체정보 수집도 막았다. 다만 테러 등 심각한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혐의자 수색을 위해 AI 이용을 허용하는 등 예외 조항을 뒀다.
AI로 정직성 등 사회적 점수를 매기거나, 직원이나 교육대상의 감정을 인식하는 ‘소셜 스코어링(social scoring)’ 행위도 규제된다. 인터넷에서 사회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AI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다. 또한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 영상, 글에는 'AI가 만든 콘텐츠(made with AI)'라는 워터마크(식별표시)를 부착해야 한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범용 AI(GPAI)에 대한 가드레일도 도입했다. AI 규제법에 따라 GPAI를 운영하는 기업은 모델 훈련 방법과 데이터를 요약해 보고해야 한다. 또 EU 저작권법을 준수하는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인 GPT-4와 같이 영향력이 크고 시스템적 위험이 있는 AI 모델이 대상으로, 이들 기업엔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EU는 법을 위반하는 AI 기업에는 최대 3,500만 유로(약 497억원) 또는 글로벌 매출의 7%를 벌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 밖에 규제법에 명시된 세부 규정을 어긴 IT 기업에는 1,500만 유로(약 213억원) 또는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3%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다만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한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AI 규제법은 앞으로 유럽 의회와 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승인 후 완전히 발효되기까지는 2년이 소요되며, 이후 EU는 AI 규제를 위한 국가 및 범유럽 규제 기관을 창설할 예정이다.
美 빅테크 목줄 쥐고, 유럽 기업 성장 꾀하려는 심산
AI 규제법은 개인과 기업의 권리 보호 균형을 이루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상 미국 빅테크의 목줄을 쥐고 EU 기업들의 성장의 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의 AI 기술을 지키고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AI 기술의 역내 진입을 거부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AI법이 현실화하면 미국 빅테크의 유럽시장 진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AI 규제법에 적용될 수 있는 기업은 대부분 구글이나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다. 아직까지 유럽의 AI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주로 미국 기업들이 판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AI 규제법이 표면적으로는 모든 AI 기업에 대한 규제를 전제한다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기업만 해당된다는 것만 봐도 사실상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평가다.
EU가 AI 규제법을 발표할 당시 “중소기업이 기술의 가치사슬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의 부당한 압력 없이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한다”는 발언에서도 미국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가 드러난다. 이는 곧 미국 대기업의 역내 시장 진입을 막으면서 유럽 내 자체적인 AI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을 돕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생성형 AI의 대규모언어모델에 대한 규제를 유독 강화한 것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GPAI에 대한 가드레일 제정은 AI 산업 선두인 빅테크에 대한 큰 족쇄가 될 전망이다. EU AI 규제법은 GPAI 시스템과 그 기반이 되는 GPAI 모델은 투명성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술 문서 작성, EU 저작권법 준수, AI 학습에 사용된 콘텐츠에 대한 자세한 요약본 배포가 포함된다. 영향력이 큰 GPAI 모델에 대해선 더 강력한 준수 사항을 요구했다. 모델 평가, 시스템 평가·위험 완화 대책 마련, 보안 테스트 수행, 심각한 사고 발생 시 EU 집행위원회에 보고, 사이버 보안 보장, 에너지 효율성 보고 등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다만 외부를 향해 겨눈 칼날이 EU 내부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의 미스트랄AI, 독일의 알레프알파 등 유럽 AI 기업의 기술 혁신까지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기술기업 모임 ‘디지털유럽’의 사무총장 세실리아 보네펠드 달은 “기업들이 AI 엔지니어 대신 변호사를 고용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AI 잠정법’으로 자국 기업 경쟁력 확보에 박차
AI를 두고 벌어지는 파워게임은 비단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럽보다 앞서 생성형 AI 규제안을 발표한 국가는 중국이다. 지난 7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등 7개 부처는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잠정법(이하 AI 잠정법)'을 발표,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이다. EU AI 규제법과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사회주의 이념 구현 및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류 발전에 대한 기여를 내세우고 있으나, 본질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I 잠정법에는 관리 감독 체계에 대한 내용은 물론 기술 개발 촉진, 데이터 처리 활동 및 데이터 라벨링 교육에 대한 요구 사항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 ‘불법 및 유해 정보가 5% 이상’ 포함된 콘텐츠는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을 지시했다. 불법 및 유해 정보에는 △테러리즘 및 폭력을 옹호하는 행위 △사회주의 체제 전복 행위 △국가 이미지 훼손 행위 △국가 단결과 사회 안정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또한 중국 인터넷 중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삭제된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AI 모델을 훈련하는 기업이 생체 인식 데이터를 포함한 개인 정보를 훈련에 활용하는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지식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도 제시했다. 생성형 AI 서비스 사양을 규정하고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도 명시돼 있으며, 이외에도 보안평가, 민원신고 등 운영상의 규제도 마련됐다. 이는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는 해외 기업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자국 기업이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AI를 두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규제 수위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친기업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 AI 업계에서는 명확한 규제책이 만들어진 만큼 산업 발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개발자, 공급업체,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규정하면서 권리 침해 시 이를 법적으로 추궁할 수 있는 권한도 생겨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잠정법은 중국 규제 당국이 바이두를 포함한 여러 중국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 기반 챗봇을 대중에 출시하도록 허용한 지 한달여 만에 나온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가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국 기업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중국에 진출하거나, 반대로 중국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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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2년간 헤지펀드의 벤처투자시장 진출 증가
유례없는 고금리에 투자시장마저 위축되자 철수전략 모색
상장주식, 신용거래, 공모펀드 등 자산군으로 전환 가능성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금력을 갖춘 헤지펀드들이 벤처투자시장에 진출하면서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헤지펀드들이 벤처투자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실제 벤처투자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이 세컨더리 투자자들에게 스타트업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Tiger Global Management)도 올해 초부터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대형 투자회사 두 곳도 컨설턴트와 고문을 고용해 세컨더리 투자자에게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
벤처투자시장에서 헤지펀드 대부분 혼합펀드로 운용
타이거 글로벌이나 코투(Coatue) 등 몇몇 투자회사들은 벤처투자시장에 뛰어들면서 투자사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10년 만기 상환 방식으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벤처캐피탈(VC)들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가 혼합된 대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처투자시장에서 비교적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공모펀드와 자유롭게 운영이 가능한 사모펀드를 분리해 운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만큼, 헤지펀드가 혼합펀드로 운영될 경우 LP(출자자)들은 분기 혹은 연 단위로 자본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에 대한 압박이 있다.
실제 이러한 상황이 현재 VC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VC에 대한 투자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는 상장주식과 달리 헤지펀드는 사모투자를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투자금 환매를 요청하면 사모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세컨더리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매각해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세컨더리 시장에서 적정 가격에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헤지펀드를 사실상 부실 판매자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아직 VC들이 보유한 사모자산을 큰 폭으로 할인해 세컨더리 시장에 처분할 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다. 다소 모순되게 보일 수 있지만 일부 헤지펀드들은 그간의 금융공학의 노하우를 활용해 유동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추후 세컨더리 매각에 대비해 대출을 받거나 비상장기업의 상환 규칙을 변경해 유동성이 떨어지는 포트폴리오의 락업(lock-up) 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시간을 벌 순 있어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벤처투자의 유동성 문제, 헤지펀드 투자 감소로 이어져
다만 현재로서는 헤지펀드의 벤처투자시장 진출이 지난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으로 파산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LTCM) 사태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1990년대 고수익으로 이름을 날렸던 LTCM은 한 상품에 투자한 뒤 이를 담보로 서너 차례 파생금융상품을 굴려 투자 규모를 키웠고 이익이 발생하면 새로 투자하기에 바빴던 탓에 파산 당시 현금을 거의 보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VC 생태계에서 유동성의 문제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카일 스탠포드(Kyle Stanford)는 "2020~2021년 동안 대형 투자회사들이 후기 스타트업에 엄청난 양의 자본을 쏟아 부었다"며 "헤지펀드를 포함한 크로스오버 투자자(자산운용사,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들의 참여 없이는 대형 투자회사들이 생존을 위한 충분한 자본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위험한 베팅으로 유동성의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손실을 보더라도 사모자산을 매각해 VC 시장에서 철수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피치북에 따르면 VC 운용사들의 투자는 이미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타이거, D1 캐피털 파트너스, 코튜, 드래곤니어 인베스트먼트 그룹 등 4대 헤지펀드의 VC 거래 건수는 총 436건에 불과했다. 올해 벤처투자시장의 총 거래건수도 전년 대비 83% 감소한 76건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VC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에 대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와 달리 헤지펀드는 투자에 있어 기민하고 무자비한 경향이 있다. 상황과 전략에 맞는 전문가를 신속히 고용했다가도 추후 그 방식이 더 이상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해당 전문가를 해고하기도 한다. 수십년 만에 금리가 최고 수준에 이른 지금,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한다면 벤처가 아닌 상장주식이나 신용거래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테크기업을 선호해온 헤지펀드들도 락업기간이 짧은 자산군에 투자하거나 향후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 수익을 노리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한 헤지펀드의 벤처투자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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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시간 진통 끝 타결, 안면인식 등 엄격 규제
위반 시 벌금 최대 500억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7%
우리나라 AI 법안은 과방위 문턱도 못 넘고 있어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 기술 이용을 규제하고, 위반하는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AI 규제법'에 최종 합의했다.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도 AI 규제법안 마련에 한창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AI 법안은 거의 1년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AI 위험성 분류 및 투명성 강화
11일 EU 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 대표 등은 3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AI 규제법 도입에 합의했다. AI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AI 규제법은 AI 기술의 위험을 크게 4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 중 가장 강한 등급인 ‘수용불가(unacceptable risk)’ 단계의 기술은 전면 금지된다. 이 단계에는 정치, 종교적 신념이나 성적 지향, 인종 등을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인터넷이나 보안 영상에서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다만 사법당국의 범죄 용의자 추적 등을 위한 실시간 안면 인식은 허용되는 등 일부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AI 기술을 채택한 교육기관 입학이나 기업 채용에서는 편향된 판단이 내려지지 않도록 감시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챗GPT 등의 대규모언어모델(LLM)도 규제 대상에 들어가며 투명성 확보가 강제되지만, 국가 안보와 법 집행을 위해 활용되는 경우는 예외 조항을 뒀다. 또한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와 영상, 문장에는 AI가 생성했음을 명시해야 한다.
생성형 AI 모델 중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투명성 요구 사항 충족에 대한 규제가 적용된다. 특히 범용 AI(GPAI)는 위험성이 큰 것으로 인정돼 별도의 강력한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투명성 요건 측면에서 오픈소스 모델은 면제가 가능하지만, 자체 개발 모델의 경우 시스템 카드를 통해 세부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작업량을 처리하는 모델에도 추가 규칙이 적용되는데 이 기준에 도달한 모델로는 ‘GPT-4’가 꼽힌다.
EU는 법을 위반하는 AI 기업에는 최대 3,500만 유로(약 497억원) 또는 글로벌 매출의 7%를 벌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 외 규제법에 명시된 세부 규정을 어긴 IT 기업에는 1,500만 유로(약 213억원) 또는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3%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이번 합의안은 지난 6월 유럽 의회를 통과했으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이에 반대해 논의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규제법은 향후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의 공식 승인을 거쳐야 하며, 승인 후 완전히 발효되기까지 2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또한 EU는 AI 규제법의 발효 이후 실행을 위한 별도의 규제 기관을 창설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AI 기술 규제의 현주소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 이른바 ‘알파고 쇼크’ 사태 이후 2019년 AI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2021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AI 법제정비단’을 운영해 왔다. 국회에서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등 7명의 의원 발의안을 병합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나 정쟁에 밀려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지난 9월 내놓은 ‘디지털 권리장전’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AI와 디지털 규범 정립, 국제기구 설립을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하고자 한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디지털 권리장전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디지털 권리장전의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작업이 사실상 멈춘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기부가 디지털 권리장전 공론화를 위해 만든 온라인 전용 공간인 '디지털 공론장'에는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 직전까지 달린 수십 건의 의견 외에 게시물 게재가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AI 사전 적정성 검토제’도 여전히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보위는 지난 10월 AI의 데이터 수집·학습·처리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침해할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며 AI 프라이버시팀을 신설, AI 사전 적정성 검토제의 시범 운영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신기술의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여부가 불확실한 사업자가 개보위에 검토를 신청해 컨설팅을 받는 제도인 만큼, 신청하지 않은 기업까지 아우르는 보호막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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