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청산가치] "정상화 가능성 불확실" 홈플러스 DIP 지원 망설이는 메리츠, 파산·청산 시 담보 회수액도 장담 어려워
[홈플러스 청산가치] "정상화 가능성 불확실" 홈플러스 DIP 지원 망설이는 메리츠, 파산·청산 시 담보 회수액도 장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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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자금난 지속, 메리츠 DIP 지원은 '안갯속' 일각선 파산 시나리오 거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 웃돌아 담보권 보유한 메리츠, 실제 회수 규모는 기대 밑돌 가능성 커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이 홈플러스에 대한 긴급운영자금대출(Debtor-In-Possession, DIP) 제공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수익성 개선 및 경영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선뜻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메리츠가 DIP 지원을 단행하지 않을 시 홈플러스가 회생 동력을 잃으며 결국 청산·파산 절차를 밟게 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경우 메리츠는 담보권 회수를 통해 원금 방어에 나설 수 있지만, 실제 자산 현금화 과정에서 회수 규모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리츠, 홈플러스 DIP에 회의적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는 홈플러스에 대한 DIP 금융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까지 내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는 물론 실무진 차원에서도 대출 실행 여부, 지원 규모 등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채권자협의회 측에 2,000억원 규모의 DIP 지원을 요청한 바 있으며, 메리츠는 해당 사안의 결정권을 쥔 대표 채권자다. 지난 2024년 5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이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의 선순위 담보대출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최근에도 입장문을 내고 "회생절차 이후 확보한 자금 중 대부분이 메리츠금융 대출 상환에 사용되면서 최소한의 운영 자금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며 "담보권을 가진 메리츠금융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회생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다만 메리츠 내부에서는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고 알려졌다. 누적되는 영업 적자 및 고정비 부담을 고려하면 신규 자금 투입이 실질적인 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추가 지원이 오히려 손실 규모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는 이미 1조1,652억원에 육박한다.
메리츠가 끝내 DIP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의 회생 작업은 급격히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 정상화에는 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4,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버티며 점포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흑자 전환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투입한 DIP 1,000억원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대금(1,206억원)만으로는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는커녕 당장의 빚을 갚는 것도 빠듯하다"며 "추가 유동성 확보가 지연되면 판매 대금 지급과 점포 운영 등 기본적인 현금 흐름 관리에 차질이 생기며 경영 위기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홈플러스의 파산 시나리오
향후 홈플러스가 추가 구조조정이 아닌 파산 및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6월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6,816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2조5,059억원)보다 약 1조1,750억원 높게 평가됐다. 계속기업가치는 홈플러스가 현재처럼 영업을 이어간다는 전제 아래 미래 수익과 자산 가치를 합산해 산정한 금액이며, 청산가치는 점포·부동산·설비 등을 매각하고 사업을 정리했을 때 확보 가능한 자산 가치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웃돌게 된 배경에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산업의 구조적 침체 및 수익성 악화 흐름이 있다. 온라인 유통업계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전반적인 본업 경쟁력이 약화한 가운데, 높은 임차료 및 금융 비용 부담까지 겹치며 영업을 지속해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 가치가 낮아진 것이다. 반면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가치는 여전히 유의미하다. 홈플러스 점포 상당수는 수도권이나 핵심 상권 대형 부지에 위치한 만큼, 점포를 매각하거나 부지를 개발용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할 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홈플러스의 파산 및 청산이 사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메리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전국 핵심 점포 62개를 비롯한 부동산 자산의 신탁 수익권을 담보로 잡은 상태다. 담보 규모는 4조8,000억~5조원으로 메리츠가 내준 대출금의 약 4배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자산 매각만 원활하게 이뤄지면 대출 원금 및 약정 수익을 회수 가능한 구조다.

자금 회수 과정에 불확실성 산적
다만 이러한 담보 가치가 얼마나 현금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대형마트 점포 형태의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낮고 공실 위험이 커 시장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 홈플러스가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 형태로 사용했던 점포들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운영하던 일부 점포의 폐점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공실이 된 부동산들은 장기간 새 임차인을 찾지 못했고, 자산 가치는 줄줄이 미끄러졌다. 대형마트 사업자 자체가 한정적인 데다, 이미 인근에 경쟁 점포가 포진해 있다 보니 공실 해소가 지연된 것이다. 여기에 지역 상권 침체까지 겹치면 부지의 활용처는 한층 좁아지게 된다.
전국 단위 대형 점포를 한꺼번에 처분할 시 자산 가격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비슷한 형태의 대형마트 점포 수십 곳이 동시에 매물로 나오면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매각이 비교적 급한 자산에서 할인 거래가 발생하고, 해당 사례가 인근 점포와 유사 자산의 가격 기준으로 활용되며 전체 담보 가치가 낮아지는 구조다. 소위 ‘파이어세일(fire sale, 기업이 유동성 위기나 파산·청산 상황에서 처분하는 자산이 정상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매물 소화가 지연되며 청산 과정이 장기화할 경우 메리츠가 떠안는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청산 절차를 거쳐 확보된 자금은 법에서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여러 곳에 배분된다. 최우선 배분처는 청산 과정 자체에 투입되는 법률·매각 비용과 체불 임금, 퇴직금, 세금 등 공익·우선채권이며, 이후 담보권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담보 자산 매각 대금을 수령하는 식이다. 청산 과정이 길어지면 공익·우선채권 상환에 투입되는 비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그만큼 메리츠를 비롯한 담보권 보유 채권자들이 손에 쥐는 담보 회수액은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홈플러스 매각 및 청산 관계자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납입 및 법인 등기 이전과 동시에 대주단을 이끌고 있는 메리츠 그룹이 청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