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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입대하면 6,500만원 주겠다" 병력 확보에 사활 거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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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금전적 보상 앞세워 자국민 자원입대 유도
죄수·북한군 등 적극적으로 동원해 전력 확보
강제 징집 꺼리는 푸틴, 정치적 리스크 고려했나

러시아 당국이 자국민의 자원입대를 유도하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자국민을 강제 징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 가운데, 금전적 보상을 앞세워 전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이 밖에도 러시아군은 전쟁에 죄수를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병력을 확충하고 있다.

러시아 '계약병' 사망자 급증

26일(현지시각) 러시아 독립 매체 메디아조나는 러시아군 사상자 발생 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직후 발생한 러시아군 전사자 대다수는 특수부대와 정규군 병사들이었다. 같은 해에 예비군 30만 명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내려진 뒤에는 평균 나이 30대 중반의 예비군 전사자가 늘기도 했다. 2023년부터는 러시아 각지 교도소에서 징집한 죄수병과 민간군사기업(PMC) 용병들을 중심으로 전사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전사자 중 40대 이상 ‘계약병’의 비중이 확대됐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거액의 보너스, 후한 임금, 채무 탕감 등을 앞세워 자국민의 자진 입대를 유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러시아에서 자원입대 포상을 가장 많이 주는 지역인 사마라주의 경우, 자원입대자에게 이달 기준 400만 루브(약 6,500만원)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지역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6만5,000루블(약 10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거액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러시아인들이 사회적 지위 상승을 목적으로 자원입대를 선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키릴 로고프 오스트리아 빈 인문학연구소(IWM) 사회학자는 “모스크바의 자원입대자는 200만 루블(약 3,200만원)을 위해 가족 모두를 데리고 모병사무소를 찾는다”며 “이 돈은 막 결혼한 아들을 위해 아파트를 사거나 또는 대학에 가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병력 충당 노력

러시아는 금전적 보상 외에도 각종 수단을 동원해 병력을 충당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형사사건 피고인들이 입대를 선택할 경우 재판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기존 러시아 형법은 유죄 판결을 받은 재소자가 군에 등록하면 석방될 수 있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재판을 받지 않은 혐의자는 입대 시 수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해 왔다. 하지만 법률 개정을 통해 재판 단계에 있는 피고인들도 군 복무 계약에 동의하면 형사 절차를 유예할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각종 질병에 걸린 죄수들도 병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당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B형·C형 간염을 앓고 있는 수감자들로 ‘B-C 러시아 돌격중대’를 편성해 전쟁에 투입했다. 러시아군의 구금시설에 수감된 간염 환자는 1만 명이며, 이 중 약 15%가 전투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2023년에는 외신을 통해 러시아군이 사면 및 치료제 제공 혜택을 앞세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판정을 받은 죄수들을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는 러시아군 포로의 증언이 공개되기도 했다.

러시아가 전쟁에 북한군을 동원한 것 역시 병력 보충을 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 약 1만1,000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2024년 5월 체결한 북·러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역습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집중 투입됐다. 북·러 조약은 양국의 군사·경제 분야 협력을 위해 체결됐으며, 북한이나 러시아가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시 군사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제 징집 사실상 어려워

이처럼 러시아가 병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원인으로는 막대한 규모의 '인력 손실'이 지목된다. 최근 영국 국방성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중 죽거나 다친 러시아군은 86만 명에 달한다. 영국 국방성은 "현재 러시아 군인은 최소한의 훈련을 받고 있고, 러시아 지휘관은 높은 사상자율에도 기본적인 전술을 사용하여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전쟁 전 복잡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전문적인 군대를 구축하려 했지만, 현재 막대한 사상자 때문에 불가능해졌다"고 짚었다.

그렇다고 자국민을 강제로 전쟁에 동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가 죄수나 북한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러시아는 과거 강제 징집으로 인해 수차례 혼란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1979년 옛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감행하며 수많은 징집병을 전투에 투입했다"며 "옛 소련 국민들은 강제 징집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1990년대 일어난 체첸 전쟁 당시에도 징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지속됐다"고 부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며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일상생활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이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반 국민까지 강제로 전장에 투입하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지도부가 막대한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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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는 안보 구상" 英 2027년까지 국방비 GDP 2.5%로 증액, 해외 원조는 삭감

"미국 없는 안보 구상" 英 2027년까지 국방비 GDP 2.5%로 증액, 해외 원조는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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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 “매년 8% 예산 삭감”
對유럽 안보 예산 줄어들자
다급한 EU 방위비 증액 추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관저에서 국방비 지출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키어 스티머 총리 X(옛 트위터)

영국이 국제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국방비 지출 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호응한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유럽은 배제한 채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며 균열이 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서양 동맹’을 유지·강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英 국방비 지출 대폭 확대

25일(이하 현지시간) 스타머 총리는 웨스트민스터 의회 보고에서 2027년부터 국방비를 GDP의 2.3%에서 2.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2.5% 목표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지만 2027년이라는 마감일을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머 총리는 “정부는 냉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속적인 국방비 증가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회상하며 “만약 당신이 내 생애 동안 러시아 전차가 다시 유럽 도시로 진군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며 “3년 전에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을 언급했다. 그는 “2.5% 목표는 연간 134억 파운드(약 24조3,000억원)의 추가 지출을 의미한다”며 “이는 영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집단 방위에서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국방비 증액 예산을 국제 지원 예산 삭감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스타머 총리는 국방비 지출 증액을 위해 국제 지원 예산을 현재 GDP 대비 0.5%에서 2027년 GDP 대비 0.3% 수준으로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나는 모든 유럽 동맹국이 자력 국방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며 “오늘부터 정부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비 지속 증액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 작년 국방비, EU 전체보다 많아

이날 스타머 총리의 깜짝 발표는 국방비 증액을 통한 자력 안보 강화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앞두고 미국에 동맹 유지 의지를 보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영국의 국방 의지를 어필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영국의 안보 보장을 유지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한 해 군사 지출은 유럽 전체의 국방 예산을 크게 상회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총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42% 오른 13조1,000억 루블(4,620억 달러)였다. 이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6.7% 수준이다.

반면 영국을 포함한 EU의 지난해 전체 국방비는 4,570억 달러(약 655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12%가 올랐지만 러시아의 국방비보다는 낮다. 더군다나 IISS는 러시아의 국방비가 올해 13.7% 증가해 15조6,000억 루블(약 257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러시아 GDP의 7.5%, 러시아 연방 예산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제엔 부담이 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IISS는 분석했다.

"냉전 때보다 더 불안" 유럽 재무장 강화

이에 유럽에서도 재무장 바람이 일고 있다. 북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무장 강화를 예고한 덴마크 정부는 지난 19일 올해와 내년 국방비를 500억 크로네(약 10조원) 추가 편성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안보 현실과 관련해 “냉전 시절보다 더 엄중하다. 대대적 재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을 발표한 것이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증액을 통해 덴마크 국방비가 GDP의 3%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덴마크 국방비는 GDP 대비 2.37%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특히 “국방장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라며 “(무기를) 사고, 사고, 또 사라. 중요한 건 오직 스피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상의 무기를 구매할 수 없다면, 차선책을 사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무기를 구매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면, 보다 신속히 인도될 수 있는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유럽의 ‘안보 독립’을 강조하며 방위비 증액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 내부에선 메르츠 대표가 방위비를 늘리기 위해 국가의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 준칙을 완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의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대통령도 GDP의 3.45%인 국방예산을 2028년까지 5%로 올리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증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향후 5년간 매년 8%씩 국방 예산 삭감 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달 24일까지 이처럼 삭감된 예산안을 작성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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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선구매 후결제 대출’, 걱정보다는 이점이 더 많아

[딥테크] ‘선구매 후결제 대출’, 걱정보다는 이점이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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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매 후결제 대출’, 신용 대출 시장에 긍정적 영향
대출 문턱 낮추고 건전한 금융 습관까지
은행 대출 심사 정확도도 높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선구매 후결제 대출’(Buy Now, Pay Later, 무이자 할부 상환 방식의 신규 대출 상품, 이하 BNPL)이 소비자 금융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BNPL이 과소비와 금융 불안정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신용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 소비자는 물론 기존 금융기관들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대출 문턱을 낮추고, 대출 심사 정확도를 높이며, 절도 있는 금융 습관을 키우는 데까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사진=CEPR

‘선구매 후결제 대출’, 소비자 금융의 새로운 트렌드

최근 한 연구는 새롭게 떠오르는 BNPL이 기존 금융 서비스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BNPL과 기존 대출 상품을 함께 취급하는 북유럽의 한 은행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기존 신용 정보 기관들은 통상적으로 BNPL 거래 실적을 포함하지 않지만 해당 은행은 BNPL 대출자들의 거래 및 실적을 내부 자료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는데 BNPL 상환 실적이 좋은 이용자들은 기존 대출 상품 심사를 통과하기가 훨씬 용이했다. 구체적으로 높은 BNPL 상환 실적을 가진 소비자들은 BNPL 미이용자들에 비해 대출 심사를 통과할 확률이 30% 가까이 높았다. 더 놀라운 것은 소비자들의 기존 신용 점수를 감안해도 같은 패턴이 지속됐다는 것으로 BNPL 데이터가 추가적인 위험 평가 수단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은행들이 BNPL 데이터를 위험 평가 모델에 통합하면 더 정확하고 공정한 심사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BNPL 상환 실적 좋으면 기존 대출 심사 통과 확률 높아져

연구 결과는 또한 BNPL을 통해 기존에 고위험 대출자로 구분된 소비자들의 신용 대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존 신용 점수와 함께 BNPL 데이터를 심사에 적용받은 대출 신청자들(Internal BNPL Users)은 낮은 신용 점수에도 불구하고 BNPL이 적용되지 않았거나(External BNPL Users)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신청자들(No BNPL History)보다 대출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

대출 심사 통과율 및 적용 이자율
주: 고객 집단, 대출 심사 통과율, 적용 이자율(좌부터), BNPL 데이터 적용, BNPL 데이터 미적용, BNPL 미이용 고객(위부터)/출처=CEPR

이뿐만이 아니다. BNPL 실적은 이자율 책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BNPL 상환 실적이 좋은 대출자들은 평균 1.4%P의 이자율 할인을 받아 대출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었다. 신용 점수가 낮지만 우수한 BNPL 실적을 가진 대출자들은 신용 점수만으로는 불가능한 대출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신용 점수가 우수하지만 BNPL 실적이 낮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았다. BNPL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이자율을 조정한 은행들 역시 대출 위험을 경감할 수 있었다.

위험군별 적용 이자율
주: 고객군, 적용 이자율(좌부터), 저위험군, 고위험군, 신용 점수 낮지만 BNPL 실적 우수(Revealed Low Risk), 신용 점수 높지만 BNPL 실적 저조(Revealed High Risk)(위부터)/출처=CEPR

BNPL 경험이 건전한 금융 습관까지 유도

BNPL의 효과는 대출 심사와 이자율 책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BNPL 실적이 대출 심사에 반영된 대출자들은 기존 대출에 있어서도 개선된 상환 실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BNPL 실적을 보유한 대출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상환을 연체할 확률이 10~12%나 낮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자율 할인을 받지 않은 BNPL 이용자들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BNPL 대출 운용을 통해 길러진 상환 습관이 개선된 금융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BNPL을 통해 책임감 있는 금융 습관을 키워 채무 불이행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인 금융 안정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BNPL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그 영향력은 단순한 개인 소비지출의 영역을 넘어 광범위한 금융 정책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당국은 BNPL의 높은 수수료와 함께 과소비를 조장할 위험을 비판하고 있지만 연구 결과는 BNPL이 대출 문턱을 낮추고 건전한 금융 습관까지 키워주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정책 당국은 BNPL 대출에 대한 규제 도입 시 위험성과 함께 긍정적인 효과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은행 및 핀테크 금융 기관들에도 BNPL 데이터를 신용 평가 모델에 포함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이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 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소외된 소비자들에까지 대출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고객을 늘리고 금융 평등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무 불이행 위험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말이다.

원문의 저자는 크리스틴 라우덴바흐(Christine Laudenbach) 괴테 대학교(Goethe University) 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Buy now, pay (less) later: How the data are reshaping consumer bank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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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판도 바꿨다" 투자금 쓸어담는 中 테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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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테크업계, '딥시크 쇼크' 이후 글로벌 투자 수요 흡수
선제적으로 AI 분야 투자한 알리바바도 주가 폭등
"AI 전쟁, 우리가 이긴다" 업계 주요 인사들 자신감

중국 테크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간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민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중국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 쇼크'를 기점으로 반전의 기회를 거머쥔 것이다.

中 기술 기업 투자 급증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기술 기업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기술 기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급증하면서다. 중국 AI(인공지능) 칩 제조사 블랙세서미와 중국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UB테크, AI 기반 신약 개발사 엑스탈파이는 지난주 잇달아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규모는 42억 홍콩달러(약 7,730억원)에 이른다. 이달 초 AI 스타트업 베이징 포스 패러다임도 주식 매각을 통해 1억8,000만 달러(약 2,580억원)를 조달했다.

상장을 통해 해외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중국 AI 칩 스타트업인 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비렌)의 경우, 최근 중국 AI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콩에서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비렌은 2019년 중국 AI 대표 기업인 센스타임의 장원 총재가 설립한 회사로, 중국 내에서는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사로 꼽혀왔다.

테크업계에 투자 수요가 몰리자 중국 지방정부 간 '지원 경쟁'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는 '가장 좋은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와 인재 발전 환경 조성'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AI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동부 저장성 항저우시가 딥시크를 비롯한 유력 기술 스타트업을 잇달아 배출하자, 선전시도 기업·인재 유치에 나선 것이다. 선전시는 전 사회적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고, AI와 로봇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울러 기업에는 최고 60%, 1,000만 위안(약 20억원) 한도의 대형 AI 모델 훈련 바우처를 지급하고, 1,600만㎡(484만 평)의 혁신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中 빅테크도 '함박웃음'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역시 치솟고 있다. BYD,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이른바 중국 'BATX'의 주가는 연초 대비 평균 46%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I 분야 호재가 누적된 알리바바의 경우 지난 1월 13일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알리바바의 주가는 전일 대비 6.36% 상승한 138.90홍콩달러(약 2만5,610원)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생성형 AI 모델(Qwen 2.5-Max)을 출시하면서 자사의 AI 모델이 오픈AI의 GPT-4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애플과 제휴해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서 알리바바의 AI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게끔 협력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알리바바의 주가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알리바바 측이 막대한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알리바바는 앞으로 3년간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3,800억 위안(약 7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와 관련해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인 우융밍은 “AI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클라우드와 AI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 가속화에 전력을 다해 전체 산업 생태계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계 '자화자찬'

중국 테크업계 전반에 '봄바람'이 불어든 가운데, 업계 관련 인사들도 낙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사이버보안 기업 치후(奇虎)360의 창업자 저우훙이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서 딥시크의 최근 성과를 언급하며 "세상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딥시크가 대형 IT 기업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쏟아부은 것보다 더 적은 비용과 컴퓨팅 리소스로 V3와 R1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AI 모델을 내놨다고 언급하면서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딥시크를 동양에서 온 신비로운 힘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대형 모델 기술 어벤져스 팀에 딥시크가 분명히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과의 AI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은 신화: 오공'의 개발사 게임사이언스의 펑지 최고경영자(CEO)도 "딥시크가 AI 분야에서 이뤄낸 성취는 미국과 기나긴 기술 전쟁에서 중국의 국가적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LLM 전문가인 류즈위안 칭화대 컴퓨터학과 부교수 역시 "중국과 미국의 AI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많은 이들이 믿지 않고 있지만 현재 딥시크 같은 사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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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미국 경제, 소비자도 기업도 ‘비관적 전망’에 힘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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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신뢰지수 105.3→98.3
관세 영향에 인플레 기대치 최고조
기업 구매심리에서도 경기 위축 신호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가 일제히 부진을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의 서막을 알렸다. 소비자들의 지출심리가 악화하자, 기업의 구매심리도 따라 위축되고 종국에는 시장 전반의 현금 흐름마저 악화한 것이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6월에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란 월가의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향후 경기 전망 ‘암울’

25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이달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8.3으로 전월(105.3) 대비 7포인트 급락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하락 폭이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예상치 102.7과 비교해도 4.4포인트 밑도는 수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향후 경기에 대한 판단이나 전망 등을 조사해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단기 전망에 대한 기대지수도 72.9를 기록했다. 지난 1월 82를 넘었던 것에 비해서 9.3포인트 급락했다. 통상 기대지수가 80을 밑돌면 경기침체의 신호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변화 배경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꼽는다.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 수단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율 관세 정책이 하나둘 실행에 옮겨진 데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유예 기간 역시 연장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스테파니 기샤르 콘퍼런스보드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은 현재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고, 미래 소득에 대해서도 이전처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는 눈에 띄게 상승했다. 향후 1년 동안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로 미국 소비자들은 6%를 제시했다. 전월(5.2%) 대비 0.8%p 뛴 수치다. 기샤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은) 고착화한 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계란과 같은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의 급등, 관세 영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과 관세에 대한 언급이 크게 증가해 2019년 이후 보지 못한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소비심리 위축에 시장 관망세 돌입

갈수록 커지는 정책 불확실성에 소비심리가 악화하자, 기업의 구매심리도 위축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의하면 미국의 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전달(52.9)보다 크게 떨어졌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위축을 뜻하는데 이번처럼 50을 밑돈 것은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이다.

월가에서도 단기적으로 증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특히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침체를 예상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버크셔의 지난해 말 현금 보유액은 3,342억 달러(약 480조7,500억원)로 작년 3분기 말 3,252억 달러에서 90억 달러 늘어난 수준을 보였다.

주식시장에서도 버크셔는 9개 분기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지난 한 해에만 1,340억 달러(약 195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버핏은 이달 초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회사 자금의 대부분이 여전히 공개 및 비공개 주식에 투자돼 있고, 이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금성 자산을 우량 기업의 소유보다 선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책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올해 25bp(1bp=0.01%p)씩 기준금리를 두 번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25일 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6월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불과 일주일 사이 55.1%에서 30.8%로 낮아졌다. 반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39.5%에서 53.6%로 상승했다.

이미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6월 회의에서 정책 금리 목표 범위를 4~4.25%로 0.25%p 낮추고 이르면 9월에 다시 인하할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트레이더들이 6월쯤이면 노동시장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인플레이션 재확산에 대한 우려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라며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로 대응할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관건은 곧 발표될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다. 시장에서는 1월 PCE 가격지수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다소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엘리아스 하다드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전략가는 “여러 분야에서 강력한 경고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며 “앞으로 한두 달간 미국의 경제 지표가 계속 부진할 경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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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기차 판매량 반등했는데 테슬라는 반토막, 영국선 中 BYD에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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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 직면? 테슬라 시총 1조 달러 붕괴
정치 과도한 개입에 부정적 평가 늘어
중국 BYD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도 한몫

테슬라의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자리 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유럽 정치에까지 입김을 행사하려 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저가'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분전도 테슬라 판매량 감소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유럽 판매량, 1년 새 45% 뚝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유럽 내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한 9,945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점유율 역시 1.8%에서 1%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지난달 독일에서 1,277대를 판매해 202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고, 프랑스에서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3.4% 줄어 2022년 8월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에서도 테슬라 판매가 40% 이상 감소했고, 스페인에서는 무려 75.4%나 줄어들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보다 적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42% 성장하는 동안 테슬라의 매출은 18.2% 쪼그라들었다.

이에 테슬라 주가도 큰 낙폭을 나타냈다. 25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떨어진 302.8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에 따른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9,740억 달러로 1조 달러가 붕괴됐다. 테슬라의 시총이 1조 달러(약 1,433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인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신고가 랠리를 달리던 테슬라 주가는 최근 4거래일 동안에만 16% 밀리며 시가총액 중 1,860억 달러(약 266조5,000억원)가 증발했다.

정치 간섭·나치 경례 등으로 반감 커져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 급감은 머스크의 '극우 논란'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머스크는 그동안 노골적으로 극우 독일대안당(AfD)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왔다. 특히 그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부터도 여러 차례 독일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독일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AfD 선거 유세에서 "독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좋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과거의 죄책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그걸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행사 연설에서 ‘나치식 경례’를 연상시키는 제스처를 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서 "왜 AfD에 그렇게 부정적으로 반응하느냐. 내가 본 AfD의 정책은 극단적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고, 지난달 초에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가 붕괴하자 독일어로 "올라프 바보"라고 적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조롱했다. 이에 독일 내에서는 머스크와 테슬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며 불매 운동까지 이뤄지고 있다. 독일 시내에선 거리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차량이 방화를 당하는 등 ‘반(反)머스크’ 정서가 팽배한 분위기다.

머스크는 영국의 강성 우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과도 관계가 끈끈하다. 머스크는 영국개혁당의 나이젤 패라지(Nigel Farage) 대표와 지난해 12월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 마러라고에서 만나 '영국의 개혁'에 뜻을 모았고 최근엔 영국개혁당에 1억 달러(약 1,433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공개 지지를 이어오고 있다.

테슬라 역성장하는 사이 '가성비' BYD는 고공행진

머스크의 우익 정당 지지와 함께 중국 전기차들의 약진도 테슬라 판매 저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영 자동차기업 상하이자동차(SAIC)의 지난달 유럽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2만3,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제조업체 중 가장 큰 성장 폭이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자리 잡은 BYD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BYD는 영국에서 전년 대비 550% 성장해 1,614대를 판매했으며, 독일에서도 6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기업과 스웨덴 볼보가 공동 소유한 폴스타 역시 영국과 독일에서 각각 216%, 113% 성장했다. BYD는 테슬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폴스타는 고급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가격과 품질 양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유럽의 전체 전기차 시장은 판매량이 37.3% 증가할 정도로 전기차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1월 전기차 등록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으며, 독일에서도 53.5%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전체 자동차 판매는 감소했지만 전기차 비중은 증가했다. 이는 테슬라의 부진이 전기차 시장 전체의 문제가 아닌 개별 기업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BYD의 향후 성장세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가성비 생성형 AI’로 소개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 준 중국 ‘딥시크’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BYD는 딥시크와 함께 개발하는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God’s eye, 천신지안)’을 전 모델에 ‘무료’로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시스템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이 일시불 1만2,000달러(약 1,700만원)나 월 이용료 199달러를 납부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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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선박에 '최대 100만 달러' 입항 수수료 부과 검토

美, 중국 선박에 '최대 100만 달러' 입항 수수료 부과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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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상법 301조 활용해 中 해운업계 견제 착수
中, 선박 수주·항구 터미널 시장 영향력 막대해
일각에서는 '산둥항 제재' 보복이라는 분석도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새로운 무역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해운업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 해운 선박에 대한 경제적 압박 정책을 추진하면서 양국 간 해운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中 선박, 美 입항 시 '수수료' 낸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중국 원양해운그룹(COSCO·코스코그룹) 등 중국 해운사의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표했다.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입항 수수료라는 새로운 규제 도구를 꺼내 든 것이다. USTR은 이번 조치가 미국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퍼 301조’라고도 불리는 해당 조항은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미국이 보복 관세 등 제재를 단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개된 안에 따르면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해운사 소속 선박에는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 용적 1톤당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도 선단 내 중국산 선박 비율에 따라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중국산 선박 비율이 25% 이상 50% 미만이면 입항 1회당 최대 75만 달러(약 10억7,000만원), 50% 이상이면 최대 100만 달러가 추가되는 식이다. USTR은 오는 3월 24일 새 규칙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中 해운 경쟁력 고려한 조치인가

미국의 입항 수수료 부과는 중국의 글로벌 해운·조선업계 영향력을 고려한 '경계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 세계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은 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세계 수주량 6,581만 CGT(표준선환산톤수) 중 4,645만 CGT를 확보한 것이다. CGT는 단순 선박의 크기나 무게가 아닌 선박 건조의 난이도와 부가가치를 반영한 ‘기술적 가치’를 표현하는 단위로, 조선사의 실질적인 작업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중국은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글로벌 항구 터미널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해군전쟁대학 중국해양연구소의 조교수인 이삭 B 카든의 연구에 의하면 중국 기업은 전 세계 96개국의 항구에서 하나 이상의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 중이다. 아울러 전 세계 상위 100개 항구 중 25개가 중국 본토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구의 약 61%가 중국과 연계돼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조선업계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조선업계는 1975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에 빛나는 생산 능력을 자랑했으나, 1980년대 조선업 보조금이 대부분 사라지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조선업 제조 기술이 아웃소싱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원자재와 부품 자급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며 "이후 조선업 관련 투자가 급감하며 조선소의 경쟁력과 생산 능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中, 최근 美 제재 선박 입항 막아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보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중국 산둥성에 있는 항만을 운영하는 산둥항만그룹은 미국의 제재하에 놓인 선박의 정박, 입항 등을 금지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거래에 연루된 선박 및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자, 제재 대상 선박의 항만 이용을 금지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칭다오항, 르자오항, 옌타이항 등 산둥성에 위치한 주요 항만은 중국의 주요 원유 수입 통로다.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들 항만을 통해 수입된 원유는 지난해 하루 평균 174만 배럴에 달한다. 이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17% 수준이다. 수입된 원유의 상당량은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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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손잡은 美, UN 총회서 '우크라戰 러시아 규탄' 반대

러시아와 손잡은 美, UN 총회서 '우크라戰 러시아 규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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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러 규탄 결의안 채택, 美 반대표 던져
트럼프, 푸틴과 협력 논의하며 우크라 압박
英·佛 등 유럽과의 '가치 동맹' 균열 조짐
24일 UN 총회에서 미국 대표부가 우크라이나가 제출한 결의안의 표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사진=UN 유튜브

미국이 UN(국제연합) 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적대적 행위의 종식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표현은 피하며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오히려 중국·러시아·북한 등 과거 적대국으로 규정했던 나라들과 입장을 같이하며 전통적 동맹인 유럽과는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또한 러시아와 국방비 삭감을 비롯해 공동 개발 사업을 긴밀히 논의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5,000억 달러 규모의 광물 협정 체결을 압박하는 등 세계 질서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美, UN 총회서 노골적인 '러시아 편들기'

24일(현지시각) UN은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3년을 맞아 발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미국 대표는 각각 결의안을 제시했는데 우크라이나 측은 결의안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aggression)'으로 규정하고 '포괄적이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요구했다. 또한 "러시아는 모든 군 병력을 즉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명시해 이전 UN 총회 결의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미국 대표부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표현에 반대한다"며 자국이 준비한 결의안을 공개했다. 미국은 결의안에서 "분쟁은 신속히 종결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항구적 평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적대행위의 종식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나 '러시아의 침략'이라는 표현은 피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관한 내용은 빼면서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두 국가의 설전 끝에 UN 총회는 우크라이나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176개 회원국 중 유럽 주요국을 비롯한 총 93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18표, 65표로 집계됐다. 미국은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 등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은 반대표 대신 기권표를 행사했다. 반면 미국 측 결의안은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에 등을 돌리면서 부결됐다. UN 총회 결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달리 회원국에 대한 구속력은 없지만, UN의 공식 입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총회 후 열린 안보리에서도 미국은 러시아와 같은 편에 섰다. 이날 미국은 안보리에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책임 추궁은 뺀 채 신속한 전쟁 종결을 촉구하는 내용만 담은 결의안을 제출했고, 15개 이사국 중 미국, 러시아, 중국 등 10개국이 찬성하며 채택됐다. 유럽은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비판 수위를 높였다. 프랑스는 "러시아의 침략이 보상받는다면 어디에도 평화와 안전은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가 안전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對러시아 제재 두고도 유럽과 다른 행보

UN 총회와 안보리 상임이사국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편들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그동안 '가치 동맹'을 강조해 온 미국과 유럽이 분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대러시아 제재를 두고도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유럽연합(EU)은 제16차 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향후 12개월간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을 전년도 수입량의 80%로 제한하고 2026년 말부터는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 등 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추가 제재도 부과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존의 외교 노선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는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쟁 종식을 비롯해 양국 간 주요 경제 개발 거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 등 다른 파트너국과 희토류를 함께 개발할 준비가 됐다"며 "특히 알루미늄 부문에서 미국과의 공동 개발 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앞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중동, 에너지, AI, 달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은 조만간 국방비 삭감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방송 VGTRK 인터뷰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이 모두 국방비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좋은 생각"이라며 "러시아는 미국과 국방비 삭감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미 향후 5년간 매년 8%씩 예산을 감축하기로 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 온 만큼 감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국방비는 GDP(국내총생산)의 8.7%에 이른다.

美 압박 속에 우크라 광물협정도 체결 임박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을 계속 지원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을 함께 개발하는 내용의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협정문의 첫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원했던 안보 보장에 관한 내용이 없었고,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맹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협정에 합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1일 자로 다시 작성된 두 번째 협정문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광물, 가스, 원유 등 천연자원 지분 5,000억 달러를 비롯해 항만과 다른 기반 시설에서 창출하는 수입의 절반을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정 체결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지원금의 두 배를 기금에 적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NYT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수입이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지적하며 "5,000억 달러 규모의 자원 이전은 미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의 4배를 초과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친러 행보 속에 우크라이나도 협정을 체결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A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10세대에 걸쳐 갚아야 할 협약에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미국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협정을 강요받고, 그것 없이는 버틸 수 없다면 결국 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저녁 부로 5,000억 달러는 더 이상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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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에 대안 없는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 50% 내놓는 협정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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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우 광물협정 체결식 예정
美, 평화 유지에 유럽 역할 강조
국무장관 아닌 재무장관 파견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광물협정 조건에 합의했다. 광물 자원의 공동 개발을 통해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황폐화한 영토 재건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의 안보 보장 조항은 이번 협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광물 개발 기금 조성, 우크라이나 재건에 활용

25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광물 자원 공동 개발에 대한 협정 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정은 양국 관계 개선과 미국의 장기적 안보 지원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수익의 50%를 공동 기금에 출자하는 것이 골자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는 28일 백악관을 방문해 협정서에 서명할 방침이다.

FT가 입수한 최종 협정문에 의하면 우크라이나는 석유와 가스를 포함한 국유 광물 자원의 수익화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다만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 수입원으로 작용하는 광물 자원은 제외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최대 석유·가스 기업인 나프토가즈(Naftogaz)와 우크르나프타(Ukrnafta)의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조성된 기금은 우크라이나 재건 등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번 합의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하 스테파니시사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은 “광물협정은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이라며 “미국 행정부로부터 이번 협정이 더 큰 틀 안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리자 역시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 큰 그림이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5,000억 달러(약 715조원)의 수익 중 일정 부분을 차지하려던 기존 요구를 철회한 직후 성사됐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으로부터 받은 군사 및 재정 지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에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일부 거둬들였다.

우크라이나 지키기? 미국 기업 지키기!

이번 협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처음부터 강력히 요구해 온 미국의 안보 보장 조항이 빠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모든 이가 수용할 수 있는 형태의 평화 유지가 필요하다”며 “유럽이 큰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의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미국은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해선 안 된다”고 짚으며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체의 안보를 보장하는 협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주도의 평화유지군 배치는 안보 보장의 일부일 뿐, 미국의 역할이 여전히 막대하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이다. 나아가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 또한 우려했다. 그는 “협정이 존중받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억지력”이라며 미국 만이 러시아를 제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우크라이나 안보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는 광물협정 협의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미 정부 관리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라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베센트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난 (이번 광물협정을) 경제 안보 보장이라고 부른다”며 “미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현지에 자산이 많을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경제의 미래 안녕에 두는 이해관계가 클수록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안보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억지력은 자국 기업들의 자산을 지키는 선에서만 작용할 것을 천명한 셈이다.

러시아 수용 여부 강조하기도

이에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에 유럽이 평화 유지군을 배치하는 식으로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한다는 공동 목표에 뜻을 모은 만큼 러시아가 수용 가능한 수준의 종전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각계 전문가의 일관된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조기 종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현명하다면, 전쟁은 수주 안에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의 개입을 강조해 왔던 마크롱 대통령도 한 발짝 물러섰다. 그는 “(유럽이 더 이상 러시아의 침략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국방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유럽은 더 강력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 있으며, 국방 측면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간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최대 3만 명 규모의 유럽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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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꽁꽁 닫혔던 중국 ‘문화 빗장’, 경제성장 위해 한한령 해제 유력

8년간 꽁꽁 닫혔던 중국 ‘문화 빗장’, 경제성장 위해 한한령 해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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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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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사업 전 과정 지원
中 문화사절단 한국 파견, 개방 추진
우리 외교계도 적극 대화 의지

중국 정부가 올해 최우선 목표로 자국 경제성장을 제시하면서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8년간 유지돼 온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다만 한한령의 최대 피해자로 꼽혔던 게임업계 등은 다소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中 “다양한 분야에서 적절한 개방 이뤄져야”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이달 19일 ‘2025년 외자 안정 행동 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인 투자 장려를 위한 규제 완화 계획을 밝혔다. 통신과 바이오, 외국인 소유 병원 등의 개방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 사업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적절한 개방이 이뤄지도록 적용 분야를 계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 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조직인 ‘중국아태합작중심’ 고위 관계자 역시 “다음 달 민간 문화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하고, 올 상반기 내 전면적인 문화 개방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올해와 내년에 차례로 APEC 정상회의를 주최하며 의장국을 맡는 만큼 양국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한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는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콘텐츠 유통을 금지해 왔다. 외국 콘텐츠가 중국에서 유통되기 위해서는 당국의 심의나 허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허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의 연구에서는 2017년 한한령 발동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의 피해가 최대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번 한한령 해제 움직임과 관련해 일부 국제 관계 전문가는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그 돌파구로 우방인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말 한국을 중국의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외교적 대화 창구도 활짝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도 중국 정부에 (한한령 해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중국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한한령이 어딘가에 명시된 공식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제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K팝 가수 등이 중국 공연을 신청하면, 과거와 달리 풀어주는 식으로 개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달 22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외교장관회의를 전후로 양자 회담이 이뤄지는 만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회담에서 중국 내 한류 콘텐츠 유통 확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게 외교계의 중론이다.

나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대두되는 분위기다. 앞서 시 주석은 이달 초 방중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한중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APEC 정상회의에는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며 올해 11월 한국을 방문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내년 APEC 개최를 앞둔 만큼 올해 개최국인 한국과의 긴밀한 대화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국산 게임 '버섯커키우기'/사진=조이나이스게임스

中 현지 업체 성장에 게임업계는 ‘글로벌 진출’ 무게

다만 이처럼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도 모두가 한한령 해제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의 한한령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평가된 게임업계는 해제 후에도 중국 사업 비중을 다시 늘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판호를 발급해 중국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대신 미국, 유럽, 일본 등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쏟겠다는 곳이 주를 이루면서다. 한때 중국이 ‘기회의 땅’으로 불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는 그 이유로 현지 게임사들의 급성장을 꼽는다.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기술력을 빠르게 키운 탓에 중국 시장 진출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의하면 2023년 674억5,700만 달러(약 87조700억원)수준이던 중국 게임 시장은 2028년 1,247억9,900만 달러(약 162조2,4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사업 비중이 비교적 높은 위메이드 관계자는 “재작년 판호를 얻은 ‘미르M’이 중국 내에서 꾸준한 이용자를 기록 중이지만, 다른 게임의 출시는 정해진 바 없다”며 “과거 중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게임 게임들도 있었던 만큼 한한령 해제가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여타 대형 게임사들 또한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특정 시장에 의존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기조를 유지하며 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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