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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탈세에 역량 집중한 국세청, 쿠팡 비정기 세무조사 착수? "정황 포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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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비정기 특별세무조사 착수, 역외탈세와 관련 있을까
역외탈세 실적 끌어 올린 세무당국, '검머외' 적발에도 집중
관례까지 깼다? 그간 소극적이던 국세청, 내부 기조 변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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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당국이 유통업계 공룡이자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4~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조사가 아닌 비정기 조사다. 쿠팡 측은 통상적인 세무조사일 뿐 특별 세무조사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쿠팡과 연계된 탈세 증거가 포착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적잖이 나온다. 최근 세무당국의 역외탈세 조사 역량 강화 흐름이 쿠팡 비정기 세무조사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에서다.

세무조사 받는 쿠팡, 관계자 "통상적인 조사일 뿐"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지난달부터 쿠팡 한국 법인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통상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역외탈세 등 일부 이슈에 대해 비정기 특별세무조사를 벌인다.

국세청은 미국 법인인 쿠팡의 모회사 쿠팡아이엔씨(Inc)와 계열사 사이의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한국 법인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쿠팡아이엔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델라웨어주는 대표적인 완전 면세 지역이다.

쿠팡 측은 세무조사 중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특별 세무조사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비정기 세무조사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불출도 없었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국제거래조사국이 세무조사를 실시한 건 맞지만 통상적인 조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달 국세청 조사에서 컴퓨터 하드 디스크나 회계장부 등을 일괄적으로 가져가는 예치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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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탈세 조사 역량 강화한 세무당국, "쿠팡도 관련 있을 듯"

다만 업계에선 쿠팡과 연계된 탈세 증거가 세무당국 차원에서 포착된 것일 수 있다는 시선이 거듭 나오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역외탈세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데, 국세청이 갑작스럽게 쿠팡에 비정기 세무조사를 착수한 것 또한 이 같은 기조 변화 흐름과 관련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 국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로 인한 부과세액 목표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역외탈세자 적발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등 기술을 적극 활용한 덕이다. 국세청의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조2,837억원이던 부과세액 목표는 지난해 1조3,569억원으로 732억원 상향됐다. 건당 부과세액도 2020년 66억9,000만원에서 68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기조 변화' 거듭 포착, 국내 거주자 관례도 깼다

최근 국세청은 국내에서 돈을 벌고 있음에도 세금은 외국에 내는 소위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를 적발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종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제거래로 국부를 유출하면서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국제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역외탈세자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단 취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건이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매각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었으나 한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였던 게 원인이었다. 이에 국세청은 2020년 5월경부터 법인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매각 액수 1조원 중 약 1,000억원을 김 회장 개인소득으로 판단, 2022년 초 김 회장에 가산세를 포함해 약 400억원을 과세했다. 과세 금액이 다소 적다는 논란은 있으나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세무당국이 이전까지 문제 삼지 않던 지점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초 국세청은 '183일 요건'을 지킨 미국 시민권자들에 대해선 국내 소득세 신고를 강요하지 않았다.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하지 않은 이상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로 보지 않고 소득세 부과도 하지 않는 게 관례였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무당국은 LG그룹과의 소득세 분쟁에서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코리아 대표의 일시 출국 기간을 국내 체류로 산입하면 183일 이상 국내에 머물렀으므로 국내 거주자"라고 주장하며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소득 221억원에 대한 123억원의 소득세를 청구했다. 다소 소극적이던 국세청 기조가 변화하고 있단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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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nm 2세대 공정 본격화한 삼성, TSMC·애플 넘어 독자적 입지 구축하나

3nm 2세대 공정 본격화한 삼성, TSMC·애플 넘어 독자적 입지 구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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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치 워치7에 AP 엑시노스 W1000 활용, 3nm 2세대 라인 생산 시작
애플에 '강펀치', 3nm 신기술로 삼성만의 독점적 지위 확보 나서
수율 등에서 강점 보이는 TSMC, 삼성의 출구전략은 '수직계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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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임직원들이 화성캠퍼스 3nm 양산 라인에서 3nm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인 3나노미터(nm) 2세대 라인에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 첫 타자는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 워치7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W1000(가칭)이다. 삼성전자의 3nm 제품 양산은 대만 TSMC 못잖은 기술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기 위한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아직 TSMC 대비 수율이 낮은 상태긴 하나, 이 같은 단점을 수직계열화 등 독자적인 강점을 통해 극복해 낸다면 삼성전자만의 입지를 구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타도' 삼성, 3nm 2세대 공정으로 입지 확보에 가속도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 타도'를 내건 삼성전자의 전략적 행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출시해 애플에 강펀치를 날린 삼성전자는 오는 7월엔 갤럭시 모바일 신제품 공개 행사 언팩을 통해 애플 흔들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준비한 무기는 △스마트워치용 3nm 반도체 △수면무호흡증 탐지 등 헬스케어 기능 △세계 최초 AI 폴더블폰이다. 애플이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기술이란 점에서 삼성전자의 올 하반기 스마트폰 1위(출하량 기준) 수성과 웨어러블 시장 1위 쟁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건 3nm 반도체다.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갤럭시 워치7에 자사 3nm 2세대 공정에서 생산하는 AP 엑시노스 W1000을 적용하기로 했다. 3nm 2세대 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TSMC 추격을 내걸고 개발한 최첨단 공정으로, 3nm 공정에서 생산된 칩은 5nm 공정 대비 전력 효율성과 성능이 20% 이상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 온 3nm 신기술을 본격 적용하고 나선 삼성은 애플을 넘어선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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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 프로 광고 '크러시' 장면 일부/사진=애플

흔들리는 애플, 모래성 무너지나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애플 타도가 마냥 꿈은 아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력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애플이 각종 이슈에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패드 프로 광고 사건이다. 앞서 지난 7일 애플은 아이패드 홍보 영상 '크러시'를 X(옛 트위터) 및 유튜브에 게재했다. 영상엔 거대한 압착기에 피아노와 카메라, 게임기, 악기 등 수십 가지의 물건이 눌려 파괴된 후 아이패드 프로로 통합됐다는 식의 내용이 담겼는데, 이에 대중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애플은 수세에 몰렸다.

애플 측은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창의적 도구들이 모두 담겨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 밝혔으나, 대중들은 애플이 지나치게 오만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여전히 가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매개를 모조리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하고 파괴하는 모습은 스스로 빅브라더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광고 사태를 애플의 기업 문화와 결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크러시는 단순한 광고 판단 실수가 아니라 애플 내부 분위기 자체에 이상이 있음을 드러내는 전조라는 것이다.

이번 광고 사태를 거치면서 애플은 경쟁사들과 비판론자들의 공격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애플이 쌓아 온 모래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3nm 2세대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다면 애플의 아성을 뛰어넘을 역량을 획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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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율 낮은 삼성, TSMC 아성 넘어서려면

특히 3nm 2세대 공정이 본궤도에 오르면 TSMC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nm 2세대 칩이 안정적인 수율과 성능을 발휘한다면 TSMC에 빼앗겼던 고객사를 다시 삼성전자로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판세는 TSMC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TSMC는 앞서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메테오레이크 일부 물량을 수주한 바 있으며,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인 엔비디아 역시 올해 출시할 차세대 제품 상당수를 TSMC에 맡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61.2%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위지만 점유율이 11.3%로, 양사 간 격차는 거의 50%p에 육박한다.

수율 측면에서도 TSMC가 우위에 있다. TSMC는 3nm 공정에서 수율이 아직 70%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 수율이 최소 8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3nm 공정에서 60%대 수율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의 공정 난이도로 인해 50% 중후반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반적인 경쟁력이 TSMC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단 의미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꼭 악재인 건 아니다. 최근 AI 관련 수요가 늘면서 TSMC는 올해 수주량을 이미 거의 다 확보한 상태인데, 이는 삼성전자에 있어선 위기이자 기회다. TSMC에 가려던 물량이 삼성전자에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 삼성전자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수율 확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GAA 방식의 수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적자 수준을 낮춤과 동시에 수주량 확보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으리란 것이다.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가 지닌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반도체 부품을 직접 생산해 조달함으로써 자체적인 시장을 확보해 나가기 용이하단 의미다. 이번 갤럭시 워치7의 경우도 자체 생산한 AP 엑시노스 W1000을 활용해 선제적인 시장 확보를 이뤘다. 하드웨어 생산에 대한 삼성전자만의 컨테이너를 만들고 이를 공고히 한다면 TSMC나 애플과는 궤를 달리하는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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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계 TSMC' 中 메이디, 한국 시장 상륙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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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디, 롯데하이마트와 유통 계약 체결해 한국 진출
"1인 가구 가성비 소비 노린다" 소형 가전 부문에 총력
중소기업 대거 분포한 소형 가전 시장, 본격 지각변동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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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가전사 중 하나인 '메이디(美的集团)'가 국내 시장에 상륙한다. 롯데하이마트와 직접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가전업계에서는 메이디가 1인 가구용 소형 가전 시장을 적극 공략, 국내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국 공략 나선 메이디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하이마트는 메이디와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주방가전 일부 제품 조달 논의에 돌입했다. 메이디는 전자레인지를 시작으로 주방 가전제품, 세탁기·냉장고 등 국내 판매 제품군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메이디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주방·생활 가전제품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디는 하이얼, 거리전기와 더불어 중국 3대 가전사로 꼽히는 기업으로, 오래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중견 가전사의 주문자생산방식(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담당해 왔다. 메이디의 OEM·ODM 분야는 전자레인지와 전기 레인지는 물론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식기세척기 등 주방·생활 가전제품을 총망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디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배경으로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 트렌드가 지목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경기 불황이 본격화하며 소형 가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로보락·에코백스 등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가 국내 시장 내 중국산 가전에 대한 편견을 해소했다는 점 역시 메이디 입장에서는 호재다.

메이디의 시장 경쟁력

메이디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계의 TSMC(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라는 별칭을 얻은 기업이다. 800ℓ급 이상 양문형 냉장고부터 200ℓ급 소형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인덕션 등 이르기까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자유자재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라는 의미다. 메이디는 △제품 기술력 강화 △프리미엄화 전략 △신흥 제조업 분야로의 사업 확장 등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며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메이디그룹의 2023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337억 위안(약 6조2,600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3,737억 위안(약 69조4,1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해외 매출은 5.79% 증가한 1,509억 위안(28조260억원)이었다. 북미 시장 등에서 냉풍기(전년 대비 120% 증가), 컨버터블 에어컨(140%), 멀티도어 냉장고(300%) 등 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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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이디

이에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메이디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넓은 생산 역량을 갖춘 메이디가 삼성전자·LG가 압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 '바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견·중소 가전기업이 대거 분포해 있는 1인 가구 타깃의 소용량 가전제품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알·테·쉬'의 악몽 반복되나

일각에서는 메이디가 제2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의 줄임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이커머스(이하 C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전반을 뒤흔들었듯, 메이디 역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신규 회원 가입 이벤트를 강화하고, 초저가 ‘직구 아이템’을 내세우며 꾸준히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이용자 수는 858만9,000여 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테무의 이용자 수는 823만8,000여 명이었다. 이는 전월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토종 이커머스인 11번가, G마켓 등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이용자 수 방면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이긴 것은 이커머스 업계의 압도적 1위인 쿠팡뿐이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 안착한 비결은 다름 아닌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특유의 풍부한 노동력, 고도화된 공산품 생산 체계 등을 발판 삼아 압도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쏟아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이디 역시 이 같은 '초저가' 전략을 필두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비교적 부담이 적은 소형 가전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점차 사업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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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넘어 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된 AI, 기술 발전 속 잊혀가는 윤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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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공지능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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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정보 수집해 감시·통제하는 기업과 국가
사용자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어 중독을 유발하고, 심지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기도
기술의 발전은 윤리적 책임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AI Doesnt Threaten Humanity ScientificAmerican 20240510
사진=Scientific American

올해 4월 구글 크롬의 '시크릿 모드'라 불리는 개인정보 보호 브라우징 기능이 생각했던 것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한 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으며, 이번 소송으로 인해 수십억 건의 사용자 데이터를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크롬의 시크릿 모드는 웹사이트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가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정보 수집은 이미 현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으며, 사람들의 습관과 행동을 추적해 기계 학습을 위한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인공지능의 양면성, 일상이 된 개인정보 침해

기업, 국가, 민간 조직 등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감시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예를 들어 보험 회사는 수면 무호흡 보조 기기를 모니터링하여 보험 적용을 거부하기도 한다. 어린이 장난감은 아이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생리 주기 추적 앱은 사용자의 성관계 시기, 피임 방법, 생리 세부 정보, 심지어 기분까지 메타(구 페이스북) 혹은 낙태가 제한된 주의 정부와 공유하고 있다.

게다가 가정용 보안 카메라는 사용자를 감시하는 데에 사용되며 해커의 공격에도 취약하다. 의료 앱은 개인 정보를 변호사와 공유하고, 데이터 중계 회사들은 사람들을 플랫폼 간에 추적해 사용자 프로필을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단순히 광고나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행동을 조종하며 심지어 개인의 정체성까지 결정짓는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한편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공지능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단점을 보완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파악하고, 중독성 있는 사용 경험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발전을 돕는 도구가 아닌, 취약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질될 위험이 더 큰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익 추구를 위해 인간 심리의 약점을 파고들어

몇 년 전 메타의 내부 고발자는 충격적인 정보를 폭로한 바 있다. 메타는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괴롭힘, 음모론, 혐오 발언, 허위 정보 등 유해한 콘텐츠가 더욱 확산됐다. 또한 메타는 사용자 동의 없이 중독성을 높이는 기능을 설계했으며, 특히 이러한 기능이 청소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는 미얀마 대량 학살 사태에서 증오를 부추기는 '유용한 도구'로 작용했다고 한다. 메타도 폭력 확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기업과 조직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의 심리적 약점을 파악하고 불안정한 감정을 자극하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자를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기술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넛지' 효과라고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쿠키 사용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거나 승인을 구하는 것도 선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서비스 개선"이라는 명목하에 실제로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행동 양식을 추적하는 데 사용된다. 이 모든 과정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착각을 조성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기술 발전의 방향성 재고해야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부를 증진시키는 반면, 다수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AI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효율성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며, 기술 산업이 제시하는 미래 가치는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존엄성을 잃고 타인의 이익을 위해 지속적으로 감시당하고 조종당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런 주장은 무의미하다.

AI 자체를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소유한 주체의 윤리의식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오히려 소수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불안감과 자기중심주의를 조장하며 자유를 빼앗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기술의 방향성은 인간의 원칙에 의해서 결정되어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AI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최선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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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공지능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지분 매각 부정하던 한미그룹, EQT파트너스에 사이언스 지분 50%+α 매각한다

지분 매각 부정하던 한미그룹, EQT파트너스에 사이언스 지분 50%+α 매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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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 본격화한 한미그룹, '급전' 마련 나선 이유는
매각 대상 지분 50%+α, 막판 쟁점은 경영권 보장 여부
바이오의약품 전환 계획에 자금 부족 가시화, '최종 결단' 내렸나
hanmiscience_TE_20240510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의 투자회사인 EQT파트너스에 50%가 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해 약 1조원을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 EQT파트너스에 지분 매각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을 사들이는 쪽으로 한미 측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그룹은 지분 매각을 통해 주식담보대출(5,379억원)과 상속세 미납분(2,644억원) 등에 필요한 8,023억원을 충당할 방침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등 가족 4명의 지분 및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대표 지분(12.15%)까지 포함해 50%+α에 달한다.

막판 쟁점은 50%가 넘는 지분을 판 한미 오너 일가가 상징적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들고 갈지와 EQT파트너스가 3~5년간 경영권을 보장해 줄지 여부다. 현재 가족 모두와 특수관계인(재단 포함), 신 대표 지분을 모두 합치면 보유 지분은 68.79%다.

또 콜옵션(추후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의 행사 시점과 가격 수준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측은 창업주 일가의 경영진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콜옵션을 부여하고 가액보다 시가가 높으면 EQT파트너스가 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오너 일가의 바람이 관철된다면 내달 18일 임시 주총을 계기로 새롭게 확정되는 임종윤 경영체제의 임기는 지켜주면서 경영권 유지 기간을 조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찍이 지분 매각설 돌았지만, "사실무근" 일축한 한미그룹

당초 한미그룹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지분 매각을 철저히 부정해 왔다. 송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지분 매각설을 내걸고 나서자 형제 측이 거듭 반대 입장을 드러낸 바도 있다. 당시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입장문을 내고 "송 회장은 어떤 근거 또는 누구의 감언이설에 의해 두 아들이 회사를 ‘해외투기자본’에 넘긴다고 단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근거를 밝혀 달라"며 "왜곡된 정보나 유언비어를 듣고 그런 판단과 말씀을 하셨다면 취소나 정정을 해달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모녀 측이 제기한 지분 매각 의혹에 대해선 "다가올 정기주주총회와 소액주주, 국민연금 등에 영향을 주기 위해 근거 없는 무리한 의혹을 펼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대 회장님이 한평생을 바쳐 대한민국 1등 제약회사로 일구어 놓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 해본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곤 "오히려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사장이 통합이란 명분을 만들어 상속세 등 개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주식을 제약산업과 무관한 OCI에 매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영권을 넘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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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전환 계획에 자금난 심화,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처럼 지분 매각설을 강경히 부정하던 한미그룹 측이 돌연 지분 매각을 단행하고 나선 덴 그만큼 현금 사정이 급하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미그룹은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담보대출과 상속세 문제도 겹쳐 있지만, 가장 큰 건 한미그룹의 '체질 전환' 계획이다.

앞서 한미약품 측은 회사의 주력 분야를 합성(케미칼)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바이오의약품을 주력으로 내세워 체질 개선을 이루겠단 취지였지만, 당장 자금이 부족하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이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한미그룹 입장에서도 지분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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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기능 과장했다?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 받는 테슬라, '젖줄'에 치명상 위기

자율주행 기능 과장했다?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 받는 테슬라, '젖줄'에 치명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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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검찰, "주행 보조 기능을 완전자율주행인 것처럼 속였다"
"자율주행에 공 들여왔는데" 테슬라, 업계 '신뢰' 뚝뚝
中 내 로보택시 도입 긍정 검토 중이지만, "혐의 확정 시 백지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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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테슬라

미국 검찰이 전기자동차(EV) 업체 테슬라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자사 차량의 주행 보조 기능을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인 것처럼 소비자와 투자자를 속였다는 게 골자다. 만일 사기 혐의가 확정될 경우 테슬라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젖줄'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사기 혐의' 수사 시작, 도마 오른 자율주행 기술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주행 보조 기능 '오토파일럿'과 '풀셀프드라이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인 것처럼 소비자와 투자자를 속였는지 연방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그간 미국 전역에서 오토파일럿 기능이 장착된 테슬라 차량이 일으킨 사고를 개별 조사해 왔다. 연방검찰과 별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거짓으로 홍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 오토파일럿과 풀셀프드라이빙은 운전자의 주행·제동·차선 변경을 도와주는 주행 보조 기능일 뿐 완전 무인 주행 시스템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2016년 "테슬라 차는 도심 도로를 지나 고속도로까지 스스로 주행한 뒤 주차 공간을 찾는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이다. 테슬라 웹사이트에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단지 법적 이유로 있는 것일 뿐이며, 운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가 알아서 운전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게재돼 있단 것도 지적 대상이다. 테슬라가 마치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주행 강화하던 테슬라, 100억 달러 투자 시사하기도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하면서 업계에선 테슬라가 주력하던 자율주행차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테슬라의 '젖줄' 사업 중 하나다. 그런 만큼 테슬라 차원의 투자도 적잖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엔 머스크 CEO가 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2024년 자율주행 등을 실현하기 위한 AI를 개발하는 데 100억 달러(약 13조7,5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테슬라의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단 방증이다.

단순 투자를 넘어 시스템 다변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전까지 활용하지 않았던 라이다(Lidar) 센서를 대량 구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이다 센서는 주변의 사물 등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부품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대다수의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재료지만, 머스크 CEO는 그간 라이다 센서를 불필요한 부품으로 여기며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그런 테슬라가 대량의 라이다 센서를 구입하고 나선 건, 카메라 및 AI 기술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의존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을 찾겠단 취지인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기술을 연구·개발함으로써 정체된 자율주행 기술에 추진력을 얻고 기업 경쟁력까지 한 번에 쟁취해 내겠단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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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에 흔들, 이대로 '젖줄' 잃을까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4월 머스크 CEO가 중국 베이징에 깜짝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만남을 가진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 당시 리 총리는 머스크 CEO에게 "외국투자 기업은 중국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참여자이자 공헌자"라며 "중국의 초대형 시장은 항상 외국투자 기업에 개방될 것"이라고 외국투자 기업에 대한 개방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도 "테슬라는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심화하고 더 많은 상생의 결과를 달성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며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 업계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의 '곳간' 전반에 자율주행 기술의 뿌리가 뻗쳐 있는 셈이다. 검찰 측의 수사 보도에 테슬라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위안은 검찰이 테슬라를 실제 기소할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단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테슬라에 대해 '통신망 사기'와 '증권사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데, 테슬라를 기소하기 위해선 회사가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피해가 갈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중대한 허위 진술을 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검찰 입장에서도 테슬라를 기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사기 혐의가 확정될 경우 테슬라는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쌓아 온 자율주행 포트폴리오가 사실상 백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 풀셀프드라이빙을 적용한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입장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에서 테슬라의 중국 내 로보택시 도입이 긍정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 혐의가 확정되면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이란 젖줄을 지키기 위해 테슬라 차원의 역량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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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株 과대평가 돼 있다” 월가의 전설, 엔비디아 투자 축소

“AI 株 과대평가 돼 있다” 월가의 전설, 엔비디아 투자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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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켄밀러 "AI 주 단기적 과대평가", 엔비디아 대거 매도
단독 질주 엔비디아 잡아라, 바짝 추격나선 빅테크 기업들
삼성·구글·인텔·퀄컴·ARM 등 엔비디아 대항 연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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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GPU/사진=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및 기술주를 대표하는 반도체칩 생산기업 엔비디아의 투자가치가 다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엔비디아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데다 최근 엔비디아의 독식을 막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굴기가 거세기 때문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엔비디아 베팅 줄였다

7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는 1.72% 빠진 905.54달러로 주가를 마감했다. 이날의 하락에는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의 영향이 컸다. 드러켄밀러는 올해 1분기에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고 밝혔다. AI가 지금은 과대평가됐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차세대 AI 칩을 개발한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한 해 무려 238%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만 87.85% 더 올랐다.

이날 드러켄밀러의 매도 소식에 엔비디아는 장중 10%까지 폭락한 바 있으며 지난주에는 하루 만에 10% 하락 마감을 하기도 했다. 드러켄밀러는 과거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운영했고, 현재는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다.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150달러에서 900달러로 오른 후 베팅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간 드러켄밀러의 포트폴리오에는 엔비디아의 비중이 3순위일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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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가우디 3'/사진=인텔

엔비디아 독식 막아라, 거세지는 후발주자들의 굴기

현재 엔비디아 자리를 노리는 후발주자들이 대거 몰려있다는 점도 주가 '거품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날 애플은 데이터센터용 AI칩을 개발한다고 밝히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애플은 현재 비용과 속도가 중요한 ‘추론용 AI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칩은 AI모델 학습과 추론에 반드시 필요한데, 특히 추론용 반도체칩 성능에 따라 AI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애플이 추론용 반도체 개발에 발을 내디딘 것은 아이폰과 맥 유저들이 AI를 사용할 때 다른 경쟁사 제품들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나 애플에서 자사용 AI칩을 만든다는 건, 자사 제품에서 AI가 작동될 때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자신들이 개발한 AI 반도체칩을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들은 점유율을 빼앗기게 된다.

인텔도 지난달 자체 개발한 최신 AI칩의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인텔의 가우디3는 엔비디아의 인기 제품인 H100 GPU보다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높고 AI 모델을 1.5배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서버업체 델과 휼렛패커드(HP), 슈퍼마이크로 등이 가우디3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CPU·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오랜 경쟁사인 AMD도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MD는 지난해 12월 자사 행사에서 ‘MI300X’와 ‘MI300A’를 공개했고 5월부터 이를 본격 납품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팹리스 강자 ARM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주도로 AI 반도체 칩 공급을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이자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 대항 '소프트웨어 연맹' 결성도

이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소프트웨어 연맹도 결성됐다. ‘UXL재단’이 대표적이다. 구글과 인텔, 퀄컴, 삼성, ARM 등이 연합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에 대항할 적수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오픈AI 모델은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에서만 가동하기 때문에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탈 엔비디아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새로운 AI 가속기 출시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 통상 AI 모델 개발과 응용 과정에서 학습, 추론 등 분야마다 요구되는 성능이 다른데 모든 걸 고성능 AI 가속기로 다룰 필요가 없다.

삼성은 이같은 틈새 시장을 노리고 가성비 좋은 AI 가속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가는 엔비디아 제품과 달리 마하-1에는 저전력 D램이 탑재돼 가격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도 일부 AI 인프라를 엔비디아 GPU 대신 인텔의 CPU로 대체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삼성의 마하-1 도입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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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인구절벽' 겪고 있는 중국, 오히려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으로 작용하나

[해외 DS] '인구절벽' 겪고 있는 중국, 오히려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으로 작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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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 따르면 2100년에는 현재 중국 인구의 절반 수준에 도달할 전망
하지만 현재 출산율을 2100년까지 단순하게 가정하여 계산된 값이라는 비판 뒤따라
인구 감소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어떻게 대처할 지가 중요해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인구 썸네일
사진=Scientific American

중국은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였으나, 최근 그 자리를 인도에게 내주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중국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2050년에는 13억 명, 2100년에는 7억 7천만 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현재 낮은 출산율을 2100년까지 단순하게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계산됐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인구 감소를 딛고 일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인구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중국

중국에서는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노년층을 부양할 젊은 층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 감소는 위기가 아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측에서는 2100년에 약 10억 명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으며, 이 수준에서 중국은 노년층을 잘 보살피면서 국민들이 더욱 번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또한 성공적인 인구 변화를 이루게 되면 향후 인구가 감소할 다른 많은 국가들에게 선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집권 이후 인구 정책을 두 번이나 뒤집었다. 초기에는 산아제한 정책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고 국가 출산율을 높였으나, 1979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었던 덩샤오핑은 경제 개혁과 함께 한 자녀 정책을 채택하여 중국의 놀라운 경제 부흥을 이루어냈다. 2015년에는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인해 두 자녀 가족을 허용하는 산아제한 정책이 다시 도입되었으며 2021년에는 세 자녀 가족을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해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0월 제13차 전국여성대표대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새로운 형태의 결혼과 출산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출산을 적극 장려했고 여성대회에서 행해진 다른 연설에서는 양성 평등에서 벗어난 변화를 꾀할 것을 강조했으며 심지어 여성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라는 언급도 하여 화제가 됐다. 그러나 산아제한 정책은 중국 젊은이들의 정서에 반하는 것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녀를 한 명 이상 낳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출산율, 부양비, 적정 인구 규모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인구학자들은 주로 인구 피라미드를 사용하여 한 국가의 인구를 설명하는데, 인구 피라미드는 특정 시점의 인구 중 남성과 여성의 수를 나타내며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데 직관적이다.

아래 그래프를 참고하여 1980년 중국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전형적인 인구가 증가한 모양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젊은 연령층은 넓고 나이가 많을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1966년에 시작된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20-24세 연령층이 25-29세 연령층보다 약간 더 작다는 점이다. 15~19세와 10~14세 연령층은 반등세를 보였으나, 40년 동안 이어져 온 연령대 감소 추세의 시작은 5-9세와 0-4세 연령대가 줄어든 부분이 보여준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감소 추세를 촉진했지만 소득, 교육, 도시화, 피임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의견이다.

1980년 중국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
1980년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사진=Scientific American

중국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에 14억 명으로 정점을 찍고 위의 요인으로 인해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 모양은 크게 바뀌었다. 미래의 위기로만 여겨지던 고령 인구 ‘급증’은 30~59세 인구의 증가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중요하게 봐야할 점은 청소년(0~14세)과 고령자(65세 이상)로 이루어진 부양 인구와 15~64세 사이의 노동 인구를 비교하는 ‘부양비’다. 1980년 중국의 부양비는 노동가능인구 100명당 68명으로 노동 인구의 부담이 컸으나, 2020년에는 100명당 44명으로 부담이 덜어졌다. 하지만 향후 고령 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2085년경에는 부양비가 100명당 89명에 달해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1980년과 2020년의 중국 인구 피라미드 구조와 2020년과 2050년의 부양 비율을 비교한 그래프
1980년과 2020년의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 구조와 2020년과 2050년의 부양 비율을 비교한 그래프/사진=Scientific American

인구 피라미드로 본 세계 인구 동향

중국 피라미드 구조는 역사와 세계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1900년대부터 전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그 이유는 사망률 감소와 위생 및 공중 보건의 개선 때문이다. 인구 증가 추세는 수천 년에 걸쳐 천천히 증가하여 결국 출생률과 사망률이 거의 일치하게 되는 ‘인구학적 전환’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2000년 전후를 기점으로 출생률이 사망률보다 낮아지면서 인구 감소와 부양비 상승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현재 인구 감소를 경험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선진국인 반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는 대부분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에 해당한다.

인도와 일본이 인구 감소와 증가의 대비되는 추세를 잘 보여주는 예시다. 2020년 인도 인구 피라미드를 보여주는 아래 그래프에서 전형적인 인구가 증가하는 형태를 띈다. 인도의 부양비는 47, 평균 연령은 27.9세로 양호한 편이지만, 피라미드 아래쪽 연령대(0~14세)가 낮다는 것은 인도 또한 인구 감소로 전환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인구 피라미드에서 보이는 양호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매우 높은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0년 인도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
2020년 인도의 인구 피라미드/사진=Scientific American

반면 일본의 피라미드 구조는 45년 전부터 시작된 강력한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여 부양비 71%, 평균 연령 48.7세로 뚜렷하게 고령층에 치중되어 있는 모습이다. 유엔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는 2020년 1억 2,500만 명에서 2100년 7,5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다봤다.

2020년 일본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
2020년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사진=Scientific American

한 국가의 인구는 당연히 출생률과 사망률에 의해 결정된다. 선진국의 출생아 수는 국민들의 출산 의지에 따라 자녀 수가 결정되며 사망자 수는 생물학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미국처럼 이민이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이주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인구를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합계출산율 2.1을 기준으로 잡았다. 따라서 합계출산율이 2.1보다 높은 국가에서는 인구가 증가하고, 2.1보다 낮은 국가에서는 인구가 감소한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2020년 니제르는 6.89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0.89로 가장 낮았다.

유엔에 따르면 1970년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5.8이었으나, 20년 동안 천천히 하락하여 기준점인 2.1을 찍고 그 이후에도 계속 하락하여 2022년에는 1.18이라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합계출산율 1.18은 선진국에서 조차 악재로 여겨지는 수치이나,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여 정부에서는 출산 장려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의 그래프는 유엔이 예측한 2100년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로 2020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유엔은 시간이 지나도 합계출산율이 1.18로 일정할 것으로 가정하였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7억 7천만 명이라는 숫자는 유엔의 평범한 시나리오에서 나온 것으로 장밋빛 시나리오에서는 11억 5,000만 명, 최악의 시나리오는 4억 9,400만 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다.

유엔이 예측한 2100년 중국 인구 분포
유엔이 예측한 2100년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사진=Scientific American

인구 감소를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인구가 행복을 대변하지는 않아

하지만 위의 피라미드는 미래를 보여주는 스냅샷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2020년 노년층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 2050년경에는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또한 혁신적인 의학 발전으로 인해 기대 수명이 100년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2130년에는 노년층의 증가세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2023년부터 2050년까지 27년 동안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2050년부터 2130년에 걸친 80년 동안은 꾸준히 줄어들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나타난 고령 인구 증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며 증가하게 될 고령 인구에 대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9년 중국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인 부분은 국민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남성 대부분은 60세에 은퇴하는 반면, 화이트칼라 직종의 여성은 55세, 블루칼라 직종의 여성은 50세에 은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2019년 계획은 2021년에 중국 정부가 법정 은퇴 연령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는 이미 간병 산업의 빠른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서는 간병 지원을 원하는 가정과 간병인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중국은 이미 고령화를 겪은 다른 나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일본, 한국, 대만은 고령 인구 급증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기준점인 2.1 이하의 합계출산율을 가져 인구를 늘리기 위한 많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사회 환경이 불확실하여 혼란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2023년 11월 웨비나에서 미시간 대학교의 윤 저우는 중국 여성들이 출산을 당연시 여기는 가부장적 요구와 권위주의 국가의 산아제한 정책 사이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중국 합계출산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높아진 생활 수준과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을 꼽는다. 연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결혼을 늦게 하는 가운데 자녀 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출산 장려 정책으로 보육 시설 대폭 확충과 출산 후에도 고용이 보장되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 세계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불확신한 미래에 놓여있다. 게다가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는 정책적으로 큰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인구가 증가하는 나라는 이보다 더한 도전으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는 향후 40년 동안 인구가 약 2억 2천만 명에서 4억 4천만 명으로 두 배로 증가하여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로 자리 매김할 것이다.

논평가들은 인구 감소로 인해 중국이 경제적으로 위축되며 세계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여론과 정책 논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 발전의 척도가 국내총생산(GDP)이라면 인구 감소는 GDP 성장을 저해하여 경제 발전을 퇴보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국의 교육 수준은 향상되고 있으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산업용 로봇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인구 감소 해결책 찾아가야

흥미롭게도 전 세계에서 "최적의 인구 규모"라는 관점에서 논쟁이 진행된 적이 없다. 현재 인구 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은 국민들에게 출산을 강제할 우려가 있어 조심하는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8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세계 중산층의 생활 수준으로 살아갈 수 없고 고소득 국가의 기준에서는 더욱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유엔은 2050년 또는 2100년의 전 세계 인구 규모를 대략적으로 파악함으로써 기후변화 논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구 규모 예측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나 최적의 인구 규모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천연자원이 개발되고 국가가 사회적으로 진화함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핵융합 발전이 실현되고 채식 단백질이 육류 단백질로 대체되는 세상이 오면,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이다. 또한 세계 인구를 파악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키거나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물론 중국에 대한 최적의 인구 규모를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계산한 경로에 따르면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향후 20년간 안정된 이후 상승하기 시작하여 다음 세기 초에 2.1이라는 기준점에 도달할 것이다. 그 결과 총 인구는 약 12억 명으로 유엔의 예측치인 7억 7천만 명과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인다. 다른 인구 경로에서도 2100년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유엔의 우려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출산율이 상승할 경우 2100년 중국의 조정된 인구 예측
출산율이 상승할 경우 2100년 중국의 조정된 인구 피라미드/사진=Scientific American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정책을 급하게 정할 필요가 없으며 유럽처럼 많은 실험을 통해 적합한 변화를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급진적인 변화 없이 이미 많은 국가들은 적당하고 조화로운 인구를 위한 방향으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국가에서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의무 퇴직 연령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연금제도를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더불어 아이를 더 쉽게 낳을 수 있도록 불임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육아 휴직을 연장하고, 보육 시설을 확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책 개혁으로 꼽히는 것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개혁이다. 모든 성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급진적인 해결책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의 젊은이와 노인이 내리는 결정에 따라 그 국가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구에 도달할 수 있을지 정해진다. 정책은 그 경로를 형성할 뿐 국민들의 행동이 안정적인 인구 감소로 전환하는 국가와 심각한 혼란을 겪는 국가를 가르는 차이가 될 것이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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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메타라운지 서비스 종료, 메타버스 '탈출구' 찾기에 집중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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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메타라운지, 신규고객 없어 4월 서비스 종료
다른 기업들도 부서 폐쇄, 구조조정 등 사업 축소
생성형 AI에 관심 빼앗겨, 글로벌 투자도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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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출처=KT

KT가 기업 간 거래(B2B)용 메타버스 상품 서비스를 출시한 지 약 1년 반 만에 종료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통신사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또한 이용자 성장세가 꺾이는 등 통신 3사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모양새다.

AI 열풍에 밀렸다, 국내 메타버스 대거 문 닫아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자체 메타버스 서비스인 '메타라운지'를 지난달 말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타라운지는 KT가 지난 2022년 12월 출시했던 B2B 메타버스 상품으로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기관 등을 위한 맞춤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작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KT는 출시에 앞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글로벌청년기후환경챌린지(GYCC)와의 업무협약을 메타라운지에서 체결하는 등 레퍼런스 창출에 힘썼지만 결국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서비스를 종료했다. 다만 KT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용(B2C) 메타버스 '지니버스'는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지니버스는 안드로이드 기준 다운로드 횟수가 아직 1만 회 미만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AI 열풍에 메타버스의 열기가 식으면서 지난해부터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에만 싸이월드의 '싸이타운', 컴투스의 '컴투버스', 카카오의 증손회사 '컬러버스' 등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메타버스 서비스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LG유플러스는 B2B 메타버스 상품인 '메타슬랩'을 포함해 대학 전용 플랫폼 '유버스', 아동용 '키즈토피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메타슬랩은 대기업·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지만 1년이 다 돼가는 현시점까지 출시되고 있지 않다. 유버스는 지난해 7월 연세대 전용 버추얼 캠퍼스를 오픈하는 등 10여 개 대학의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했지만 연세대 이후 올해까지 아직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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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이프랜드'/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글로벌 B2C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서비스를 지원하는 이프랜드는 지난해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꾸준히 300만~400만 명대를 기록하면서 다른 통신사의 메타버스 서비스에 비해 순항하고 있다. 다만 4분기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하며 MAU가 361만 명으로 하락했다. 이는 직전 분기 420만 명에서 60만 명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에 통신사들은 기존 메타버스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능 등을 추가해 플랫폼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KT는 B2C를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를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융합한 차별화된 서비스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SK텔레콤도 이프랜드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AI 페르소나' 기능을 선보일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SK텔레콤 이프렌드는 올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키즈토피아를 통해 북미시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잇달아 메타버스 사업 철수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월 가상 작업 공간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AltSpaceVR)을 폐쇄하고 산업 메타버스 팀 직원 100명을 해고했다. 디즈니도 같은 해 3월 메타버스 부서를 폐쇄했고 월마트는 로블록스(Roblox) 기반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메타 역시 메타버스 관련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2만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업계에선 '메타버스 빙하기'가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수요 자체가 1~2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게 주된 이유다. 지난해부터 엔데믹으로 비대면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가 주춤해진 데다 챗GPT 등 초거대 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관심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는 전언이다. 미국 테크넥스트에 따르면 2023년 메타버스 관련 검색량과 검색 관심도는 전년 대비 71% 급감했다.

메타버스 관련 투자도 예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투자는 5억8,670만 달러(약 8,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20억 달러(약 2조7,400억원)와 비교하면 약 70.7% 감소했다. 반면 생성형 AI에는 뭉칫돈이 대거 몰렸다. 같은 기간 생성형 AI 관련 투자는 6억1,280만 달러(약 8,400억원)에서 23억 달러(약 3조1,520억원)로 2.8배 가까이 늘었다.

'옥석 가리기' 끝내고 생존기업 간 진검승부 전망도

반면 일각에서는 빅테크들이 업그레이드된 메타버스 기기를 출시하면서 얼어붙은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메타가 혼합현실(MR) 기기 메타퀘스트3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애플은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했다. 퀘스트의 판매 호조 덕분에 메타의 메타버스 개발 부서인 리얼리티랩스 4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3% 증가한 수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회사를 강력한 기술 회사로 만들 장기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메타버스 업계에서는 '옥석 가리기'를 끝내고 이제는 생존기업 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타버스 빙하기에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빙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제페토를 운영하는 손자회사 네이버제트에 1,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페토가 4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개발해 온 롯데정보통신도 애플이 MR 헤드셋을 내놓자, 칼리버스에 비전 프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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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조직 분사·권고사직 추진, 실적 하락 장기화에 경영 쇄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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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위기 맞은 엔씨소프트, 본격적으로 인력 감축 나선다
감축 방식은 '권고사직'으로 가닥, "주요 인력 대거 이탈 막겠단 취지"
TL 실패로 추락에 '가속력', "엔씨소프트만의 신동력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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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공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조직 일부를 분사하고 일부 인력을 감축하는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권고사직 프로그램도 이달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직원 대상 조직개편안 방향성 공유

9일 업계에 따르면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직원 대상 리더 설명회에서 조직개편안 방향성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엔씨소프트는 유사 동종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고 본사 집중도가 상당히 높은데, 대다수 기능이 본사에 집중된 형태로는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제약이 있다"며 "일부 조직의 기능을 연내 분사해 성장시켜 가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분사 대상 조직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선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플랫폼, 품질보증(QA) 등 지원조직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권고사직 프로그램에 대해선 이달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지는 자세는 회사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일이고, 더욱 강한 엔씨로 탈바꿈시켜 직원들과 주주들, 세상으로부터 신뢰와 기대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규모 조직 개편에 따라 기능상 축소가 있던 조직, 중복 기능으로 인해 통폐합된 조직, 기존에 진행된 구성원 평가 등을 기반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발표한 분사와 권고사직을 통해 본사 소속 인력을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일 방침이다. 엔씨소프트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5,023명으로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부랴부랴 인원 감축에 나선 건 회사 대표 캐시카우인 '리니지' 모바일 게임 시리즈의 지식재산권(IP) 수명이 다하고 있는 가운데 신작 출시가 지연되면서 수익이 수직하락했기 때문이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소위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단 것도 엔씨소프트의 감축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

'권고사직' 선택한 엔씨소프트, 과거 트라우마 영향?

시장에선 엔씨소프트가 인력 감축 수단으로 '희망퇴직'이 아닌 '권고사직'을 택한 데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할 땐 희망퇴직이 더 효과적이다. 퇴직 위로금 등 유도책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엔씨소프트가 권고사직 방식을 택한 건, 과거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핵심 인력까지 유출됐던 트라우마가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2년 엔씨소프트가 인력 감축을 시행할 당시, 당초 엔씨소프트는 비개발직군 직원 2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개발직군 인원이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하면서 1,200명에 달하는 인력이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각각 비개발진이 400명, 개발진이 800명이었다. 이 여파로 엔씨소프트는 진행 중이던 개발 프로젝트에 큰 차질을 빚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앓아야만 했다. 권고사직 방식을 취한 건 인력 감축 바람에 따른 핵심 개발자 이탈을 막고 프로젝트 연결성에 해가 없도록 하겠단 취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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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게임 쓰론앤리버티(TL)/사진=엔씨소프트

IP 노후화에 추락 가속화, 인력 감축 넘어선 노력 필요한 시점

한편 시장 일각에선 인력 감축을 시행한다 해도 본질적인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엔씨소프트의 추락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근거로는 매출 하락의 장기화를 들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발표한 최근 4분기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 당기순이익 2,13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5%, 51% 줄어든 수준이다.

엔씨소프트 실적 부진의 원인은 '리니지' IP 활용 게임들의 노후화와 기대작이었던 신작 '쓰론앤리버티(TL)'의 흥행 실패 등이다. 특히 신작 TL 부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 매출도 TL 출시를 기점으로 줄었다. 게임별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PC 게임 매출은 923억원으로 TL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 대비 0.9% 감소했다. 개발에만 7년을 들인 TL이 실패하면서 엔씨소프트의 '반등 기회'도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인력 감축을 넘어 신동력 찾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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