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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부터 식료품까지" 이란 전쟁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주요국 혼란 속 中만 '미소'

"에너지부터 식료품까지" 이란 전쟁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주요국 혼란 속 中만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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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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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치솟는 비료 가격, 식료품 물가도 상승세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美 인플레이션 압박 심화
디플레이션 빠져 있던 中, 전쟁 발발 이후 숨통 트여

이란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 비료 시장을 강타했다. 중동 지역의 원재료 생산 거점이 전쟁 피해로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비료 공급망의 핵심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장기간 봉쇄되며 수급 차질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농가들이 작물 생산에 난항을 겪으며 글로벌 식료품 가격은 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는 이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자극을 받은 세계 각국의 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글로벌 비료 공급망 '비상'

8일(이하 현지시각)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요소(Urea) 가격은 톤(t)당 726달러(약 107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0%·2월 대비 54% 급등한 수치이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와 유사한 수준이다.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카타르의 요소 공장이 이란의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적까지 중단되며 공급망이 마비된 것이다. 걸프 국가들은 전 세계 요소 수출의 약 35%, 암모니아 수출의 30%를 책임지고 있다.

인산 기반 비료 역시 공급이 대폭 감소했다. 인광석을 비료로 가공하는 데 사용되는 황산은 석유·가스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을 원료로 한다. 문제는 전 세계 황 무역량의 약 5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인산염 수출 제한 조치에 중동발(發) 공급 충격이 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국제 인산 기반 비료 가격은 2월 대비 5% 상승했다.

비료는 원유와 달리 국제적으로 합의된 전략적 비축 매장량이 없어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봄가을 파종기를 맞이한 전 세계의 수많은 농가가 비료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 속 각종 곡물 가격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지난달 콩 선물 가격은 톤당 430달러(약 63만원)로 전월보다 4.2%, 작년 동기 대비 16.5% 올랐다. 바이오디젤 수요가 확대되며 같은 달 대두유 및 팜유 선물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2%, 11.7% 상승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2.4% 뛰었다.

물가 우려 커진 美, 통화정책 방향 불투명

이 같은 혼란은 세계 각국에 막대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지난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쟁이 5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향후 몇 달 동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거의 4%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3월 초부터 미국 주유소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3월 CPI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며 "계절조정치로 2월보다 약 20% 뛴 휘발유 가격이 미국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항공 여행을 제외한 다른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아직 이어지지 않았지만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물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 연준은 지난달 17~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하고 “일부 참석자들은 ‘양방향 시나리오’를 성명에 담아야 할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FOMC 회의 참석자 중 일부가 향후 기준금리 인하 및 인상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금리의 목표 범위를 상향 조정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FOMC 회의 참석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8,000원) 이상까지 뛰어오르며 막대한 변동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다수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2%까지 낮아지는 과정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더 상승할 위험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의사록에는 통화 정책이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며, 회의 때마다 나오는 데이터에 맞춰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 모든 참석자가 동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7일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결정이 실제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들의 석유 인프라가 전쟁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만큼, 절대적인 공급 물량 역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며 석유 수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中, 디플레이션 위기 해소 국면

다만 현 상황이 모든 국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겪은 다수 주요국과 달리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부동산 및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며 시장 수요가 위축된 데다,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경제 둔화 흐름은 한층 가속화했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유가 상승세가 물가를 자극하면서 중국 경제를 짓누르던 디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 3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으며, 오는 10일 발표될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유가 변동의 영향을 받아 전월보다 한층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관찰됐다. 인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시장에서 자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고, 채권 시장에서도 장기 금리 상승세가 부각되며 장단기 금리 격차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의 추가 LPR 인하에 대한 기대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전적으로 이란 전쟁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이전부터 기업 간 과도한 가격 경쟁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디플레이션 해소에 힘써 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2월 중국 공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고, 장기간 가라앉아 있던 부동산 시장 역시 일부분 안정되는 추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정부 정책 효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일부 완화되는 가운데 이란 전쟁이 발발하며 물가 반등이 한층 가속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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