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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 걷힌 美 경제” 성장 꺾이고 물가는 끈적,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현실화

“낙관론 걷힌 美 경제” 성장 꺾이고 물가는 끈적,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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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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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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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연속 하향 조정, 경제 펀더멘털 약화 신호
관세 효과 소멸 및 투자·소비 둔화, 경기 하강 가속
유가 급등 및 물가 압력 확대,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높여

미국 경제가 완연한 하강 사이클로 진입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5%로 확정되며 두 차례 연속 하향 조정된 흐름은 미국 경제 펀더멘털의 급격한 약화를 반영한다. 소비와 투자 동력이 동시에 둔화되는 가운데, 관세 정책의 역효과와 자본 중심 성장 구조 전환이 경기 하방 압력을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여기에 유가 폭등까지 겹치며 미국 경제는 침체와 물가 상승이 중첩되는 복합 위기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美 작년 4분기 성장률 확정치 0.5%, 3분기 대비 급락

9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4분기 GDP 확정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연율로 0.5%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 0.7%보다 0.2%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이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7%)도 밑돈다. 2025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작년 2분기 3.8%, 3분기 4.4%와 비교해 급격히 하락했다. 미 정부는 GDP를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세 번에 걸쳐 발표하며, 확정치는 잠정치 추계 때는 누락됐던 경제활동 지표를 포함해 산출된다.

이번 성장률 하향 조정은 기업의 지식재산 투자와 재고 투자 감소가 반영된 결과다. 경기 선행 성격이 강한 기업 투자 부진이 확인되면서 성장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도 둔화됐다. 소비 증가율은 기존 2.0%에서 1.9%로 낮아졌다. 정책당국이 주목하는 소비자 지출과 총 민간 고정 투자의 합계인 실질 민간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Real final sales to private domestic purchasers) 역시 1.8% 증가에 그쳤다. 이는 기존 1.9%에서 하향 조정된 수치로, 3분기(2.9%) 대비 뚜렷한 둔화 흐름이다.

지난해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전년 대비)도 예상치와 동일한 2.1%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미국의 관세 부과로 기업과 가계는 구매를 앞당겼고, 수입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해 무역 적자가 확대되면서 4분기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는데, 이는 직전 월(3.1%)보다 소폭 둔화된 수치다.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2월 개인 지출도 전월 대비 0.5% 증가에 그치며 예상치(0.6%)를 밑돌았다.

관세 효과 소멸, 경기 하강 국면 진입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 그간 예상과는 반대로 미국 경제는 오히려 굳건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경기 침체 우려가 무색하게 미국의 작년 3분기 성장률은 4.3%에 달해 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시장의 사전 전망치(3.2%)도 크게 넘어섰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자료의 신뢰 문제가 있긴 했으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예상(3.1%)보다 낮은 2.7%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는 경제성장률 기대치나 주식시장의 모습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호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경제 지표는 일제히 미국 경제가 완연한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통한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가 일정 시점을 기점으로 약화되면서, 실물 경제가 급격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관세로 인한 내수 자극과 공급망 재편 기대가 성장률을 견인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비용 상승과 교역 위축이라는 역효과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이미 근원 인플레이션에 70bp(베이시스포인트) 이상을 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관세 효과를 제외하면 기초 인플레이션은 훨씬 억제된 수준으로 보인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약 1.75%, 근원 PCE는 약 2.25%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관세 정책 자체가 실제로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가 충격도 경제 압박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는 극단적 소득 양극화(K자형 경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거시경제 분석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ʼs Analytics)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구가 작년 2분기 기준 49.2%의 소비 지출을 차지했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대다수인 90%가 50% 소비에 그쳤다는 것으로 극단적 소득 양극화를 보여준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가계부채의 4.8%가 연체다. 또한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은 12%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제가 극단적인 양극화로 분절된 이유는 미국 경제가 노동의 투입보다는 자본의 투입으로 인한 기여가 확대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등장하기 전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기업이익(또는 부가가치 합인 GDP)과 노동투입(비농업고용자수)의 흐름은 서로 비슷한 기울기를 형성하며 부가가치와 노동의 기여가 밀접하게 연동된 구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엔데믹과 함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의 투입은 예전 추세를 회복하는 데 그친 반면, 기업이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울기로 상승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이 벌어진 차이만큼 노동의 투입이 아닌 자본의 기여가 커진 것이다. 노동소득 증가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소비 기반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소비 위축이 심화되고,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적인 지정학적 위기는 미국 경제를 아예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달 말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을 48.6%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통상적인 평균치(약 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위험이 불편할 정도로 높고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제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다른 기관들도 일제히 침체 확률을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30%, 윌밍턴 트러스트는 45%로 각각 침체 확률을 높였다. EY파르테논은 40%로 전망하면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심각해질 경우 그 확률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CA리서치도 향후 12개월간 미국의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30%에서 40%로 올려 잡았다. BCA리서치는 고용시장 악화와 소매판매 둔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인다며 "미국 경제는 유가 충격이 오기 전에도 완전히 강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유가 충격이 계속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올해 후반 경제를 침체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유가 충격이 지속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걸프 지역 석유 공급이 지속해서 줄어든다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과거에도 중동 분쟁이 미국 경제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 분석에는 출구가 불투명한 이란발 지정학 리스크로 유가와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 실제로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공황 이후 거의 모든 경기 침체 국면에 앞서 유가 급등이 선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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