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접고 쇼핑에 집중" AI 사업 재편 나선 네이버, 오픈AI 닮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도 격차는 명확
"챗봇 접고 쇼핑에 집중" AI 사업 재편 나선 네이버, 오픈AI 닮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도 격차는 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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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챗봇형 AI에서 힘 빼고 쇼핑·개인화에 집중 오픈AI도 '선택과 집중' 전략 채택, 핵심 역량 중심으로 사업 재편 "두 기업, 처한 상황 달라" 한국산 AI 모델의 근본적 한계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챗봇형 AI 서비스에서 힘을 빼고 쇼핑 AI 에이전트를 비롯한 개인화 모델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는 최근 연이어 서비스를 재편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오픈AI와 유사한 행보다. 다만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AI 기술이 범용성·추론 능력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한 만큼, 두 기업이 처한 상황은 사실상 다르다는 평이 나온다.
네이버, AI 전략 전면 수정
8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말 공지사항을 통해 챗봇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인 ‘큐:(Cue:)’를 이달 9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클로바X와 큐:는 2023년 하반기 베타 테스트 방식으로 출시됐다. 2022년 11월 등장한 오픈AI의 챗GPT가 첨단 산업계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자, 네이버도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이 서비스들은 지금까지 네이버의 LLM(대형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의 실험실 역할을 수행해 왔다.
네이버는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 “실험 서비스를 통해 생성형 AI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풍부한 기술적 경험을 쌓아왔다”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검색과 쇼핑 등 서비스 전반에서 모든 사용자가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식 AI 환경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검색, 쇼핑 등 기존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는 네이버가 AI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했다고 분석한다. 막대한 전력·인프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챗봇형 AI 대신 개인화 기능을 더한 AI 서비스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향후 네이버가 추가적으로 챗봇형 AI를 출시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평가된다. 네이버는 ‘AI 탭’이라는 챗봇형 AI 검색 기능을 자사 포털 내에 추가할 계획이지만, 이는 별도 공간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챗봇형 AI와는 성격이 다르다. 해당 기능은 쇼핑·플레이스·지도 등 각종 네이버 서비스와 검색 기능을 연계해 구매·예약·주문 등으로 고객 경험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픈AI의 사업 재편 움직임
이 같은 서비스 재편 움직임은 최근 AI 업계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일례로 오픈AI의 경우 연산 자원 확보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부 서비스를 정리한 상태다. 지난달 자체 개발한 AI 영상 생성 도구 ‘소라’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소라는 2024년 12월 출시 초기까지만 해도 미국 앱스토어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으나, 이후로는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앱피겨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소라의 신규 다운로드 수는 전월 대비 32%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감소 폭이 45%로 커졌고, 소비자 지출도 32% 줄어들었다.
같은 달 오픈AI는 챗봇 인터페이스 내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인 '인스턴트 체크아웃'의 철회 소식도 전했다. 해당 기능은 지난해 9월 출시 당시까지만 해도 월마트·엣시·쇼피파이 등 세계적 유통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 성적은 부진했다.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는 데이터 업데이트 지연과 사용자 경험의 괴리가 꼽힌다. 최신 상품 정보가 제때 반영되지 않는 기술적 오류가 잦았고, 대다수 사용자가 실제 구매를 결정할 때 AI 챗봇보다는 익숙한 유통사의 웹사이트를 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오픈AI가 쇼핑 플랫폼 구현의 난이도를 과소평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직접 결제 기능을 포기한 오픈AI는 챗GPT를 쇼핑 전 단계의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중앙 집중식 정보 허브'로 재정의했다. 앞으로는 제품 비교를 돕거나 가격·리뷰 등 지표를 분석해 주는 검색 도구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종 결제는 유통사가 자체 개발한 챗GPT 전용 앱을 통해 사용자를 해당 쇼핑몰 웹사이트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구조는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와 협력해 개발한 '에이전트 커머스 프로토콜(ACP)'을 기반으로 표준화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오픈AI는 AI 기반 코딩 기능을 강화해 기업용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경쟁사인 앤트로픽이 기업용 AI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오픈AI를 빠르게 추격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지 시모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회의에서 "지금은 기업용 AI 시장에서 주도권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인데, 사이드 퀘스트(부업)에 한눈이 팔려 중요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전반적인 생산성, 특히 기업 고객의 생산성을 확실하게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벽에 부딪힌 韓 AI 업계
다만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오픈AI는 근본적으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확장성이 뛰어난 오픈AI의 모델과는 달리, 네이버의 AI 기술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 중심의 데이터 및 높은 자사 서비스 최적화 수준이 강점이지만, 다양한 언어와 환경을 아우르는 범용성,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 기반한 추론 능력 등이 부족하다"며 "이는 단순 기술 구조를 넘어 아니라 데이터 규모와 플랫폼 확장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격차"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한국 AI 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산 AI는 대체적으로 오픈소스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 2월 발간한 ‘오픈소스 AI 개념 및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 동향’에 따르면, 한국에서 개발된 전체 AI 중 오픈소스로 개발한 비율은 자그마치 58.82%에 달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픈소스란 AI 개발 과정에서 작성된 일종의 공개 설계도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모델로는 메타의 라마, 중국의 딥시크, 알리바바 큐웬 등이 꼽힌다.
문제는 한국이 소버린 AI(주권 AI, 국가나 조직이 데이터, 인프라, 인력,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자체 초거대 AI 모델은 개발됐지만, 인프라와 플랫폼 측면에서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소버린 AI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오픈소스에 의존할 경우, 국내 AI 산업은 해외 빅테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 통제권이 약화하고, 정책·규제 변동 등에 따라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자국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AI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산업 주도권 확보에도 제약이 생길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