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패 주주가 떠안나" 여론 뭇매 맞은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공모채 시장까지 '긴장'
"투자 실패 주주가 떠안나" 여론 뭇매 맞은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공모채 시장까지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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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유상증자 발표한 한화솔루션, 증자 목적·절차까지 논란 "2030년까지 추가 증자 없다" 주주 분노에 여론 진화 시도 고금리 속 위축된 공모채 시장, 한화솔루션 사태로 압박 가중 전망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발생했다.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로 주주들의 반감이 거세진 가운데, 유상증자 목적 및 검토 과정 등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화솔루션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이미 얼어붙은 공모채 시장에도 추가 압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계획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7,200만 주를 신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조달 금액은 총 2조3,976억원이다. 이는 2021년 단행한 유상증자(1조2,000억원)의 두 배이자, 기존 발행주식 수 대비 42%에 달하는 규모다. 확보한 자금 중 1조5,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투입되며, 9,000억원은 차기 태양전지 기술인 텐덤셀 생산라인 구축에 투자될 예정이다.
문제는 같은 달 24일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이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해 '발행예정주식 총수 변경의 건' 안건이 상정돼 의결됐을 뿐이다. 기습적인 유상증자 소식에 주주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합법적인 방법이지만, 주식 수가 증가하며 주당순이익(EPS)이 줄어드는 만큼 기존 주주들에겐 악재다.
주된 조달 자금 목적이 채무 상환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실적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유상증자는 사실상 재무 여건 개선을 위한 사후 대응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사업 확대 등 공격적 투자를 단행한 이후 업황이 악화하며 재무 압박에 짓눌리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2년 140.8%에서 지난해 196.3%까지 상승했다.
유상증자가 정기 주총 이틀 뒤에 발표된 만큼,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관련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사진 7명 만장일치로 증자가 통과됐지만,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2명은 사전 검토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정관이 변경되며 발행예정주식 총수가 기존 3억 주에서 5억 주로 확대됐다는 사실도 문제로 거론된다. 유상증자 전 한화솔루션의 발행주식 총수는 보통주 1억7,189만2,536주·기타주식 257만5,349주며,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행되는 신주 7,200만 주를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는 약 2억4,646만7,885주다. 경영진이 향후 주주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대규모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하거나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논란에 분노한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를 통해 결집률 10%를 목표로 뜻을 모으고 있다. 현시점 결집한 주주는 3.05%다. 이는 임시 주총 소집청구, 주주제안, 이사해임, 감사해임, 회계장부열람권, 집중투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수치다.
사태 수습 노력 이어져
여론이 악화하자 한화솔루션 측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한화솔루션 기업설명회(IR)에서는 2030년까지 추가 증자 없는 중장기 재무 로드맵이 확정됐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자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설명했으며, 이사회 심의 부족 논란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언론에 배포된 팩트 시트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2월 19일과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관련 사전 설명회를 실시했으며, 2차 설명회에는 기존 이사진뿐 아니라 신임 이사 후보자들까지 참석해 안건을 검토했다.
기습 공시라는 비판에는 법령 및 공정공시 원칙을 근거로 제시했다. 상장사 유상증자는 투자자 의사 결정에 직결되는 중요 정보로, 증권신고서 공시를 통해 공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유상증자 결의에 앞서 2조3,000억원 규모 대규모 자구책이 이미 시행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지난 2년간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유휴 부지, 울산 사택 부지, 신재생에너지 개발 자산 등 1조6,000억원 규모 자산을 매각하고,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7,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을 지속해 온 바 있다.
한화솔루션 지분 36.31%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화도 지원에 착수했다. ㈜한화 이사회는 8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솔루션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의 건’을 가결했다. ㈜한화는 자기주식 제외 지분율(36.664%)로 배정된 신주 전량(2,111만8,546주)를 주당 3만3,300원(6월 17일 발행가액 확정 예정)에 인수하고, 초과 청약에도 최대한도인 추가 20%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초과 청약에 참여할 경우 ㈜한화가 인수하게 되는 주식 수는 총 2,534만2,255주며, 납입 금액은 약 8,439억원으로 추산된다.

공모채 시장도 영향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공모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재무 불안 및 지배 구조 논란이 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 요구를 키우고, 크레딧 리스크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는 공모채 시장에 치명적인 악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 자료를 살펴보면, 청약일 기준 올해 1분기 공모로 발행된 회사채는 22조1,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줄었다. 이는 청약일이 올해 1~3월 중이었던 일반 회사채를 비롯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 등을 포함한 수치다. 자산유동화증권 및 담보부 발행,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집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공모채 시장에 한파가 닥친 배경에는 금리 불확실성이 있다. 올해 2월 일시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회사채 금리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재차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일례로 신용등급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지난 2월 9일 3.787%까지 올랐다가 같은 달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3.637%까지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타격한 후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인 지난달 23일에는 4.197%를 기록하며 단숨에 4%를 돌파했다.
이에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줄줄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을 연기했고, 하나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일정을 뒤로 미뤘다. LS일렉트릭, 에쓰오일 등도 관련 일정을 잠정 보류했으며,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던 기업들조차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현 상황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며 뚜렷한 금리 고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회사 중복 상장 금지로 계열사 상장이 어려워진 상황에 자금 조달 난도가 더 올라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