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징수하겠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걸프 혼란 가중, 美는 '강력 타격' 가능성 시사
"통행료 징수하겠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걸프 혼란 가중, 美는 '강력 타격'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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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규모 통행료 부과 계획 원유 우회 수출 나선 걸프국, 송유관·대체 항로 적극 이용 "합의 없으면 강력 타격" 정면충돌 예고한 美, 중동 긴장감 고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과하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이스라엘 등과 연관된 선박이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짊어지도록 해 적대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란의 해협 통제가 강화되며 걸프 지역의 혼란이 한층 확대된 가운데, 미국은 협상 결렬 시 이란에 추가 타격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제 기조 고수
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으로부터 배럴당 1달러(약 1,500원) 수준의 통행료를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징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가 승인한 신규 관리 계획안의 구체적 실행 방침이 마련된 셈이다. 해당 계획안에는 미·이스라엘 소속 선박의 해협 통과를 금지하고,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경제 제재를 집행하는 국가들의 해협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호르무즈 해협 내 보안 조치 강화 △이란 해군 함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세부 프로토콜 수립 △해협 관리 과정상 이란군의 역할 강화 등도 새로운 관리 방안으로 언급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자 하는 선박 운영사들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중개 회사에 연락해 선박의 소유 구조, 선적, 화물 명세서, 목적지, 승무원 명단,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중개 회사는 이 자료들을 혁명수비대 해군 호르모즈간주 사령부로 전달하고, 사령부는 통과 선박이 이스라엘, 미국 등 이란이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국가들과 연관성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 같은 심사를 모두 통과하면 통행료 협상이 시작된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적재 용량은 보통 200만 배럴 수준이다. 해당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VLCC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때마다 이란은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1척당 200만 달러의 통행료가 부과될 경우 이란이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원)를 웃도는 수입을 올리게 될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이는 2024년 기준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 금액이다.
걸프 산유국의 대체 수출 통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산유국들은 대체 항로를 활용한 원유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UAE는 아부다비 인근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를 송유관을 통해 푸자이라항으로 운송 중이다.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푸자이라항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쪽에 있어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사우디 역시 아라비아반도 서부에 위치한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송유관을 가동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송유관의 일일 원유 수송 규모는 최대 700만 배럴 수준이다. 얀부항으로 이동해 선적된 원유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 등으로 수출된다. 이 항로는 평시에는 활용되는 일이 적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에는 하루 선적 물량이 전쟁 이전 대비 2배 급증했다.
향후 관건은 이러한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에 각각 속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상선 등의 통행이 보장되는 국제 수로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이란의 통행료 징수 움직임에 대해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개별 국가들이 국제 해역을 점령하고 자기 것이라 주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란이 책정한 통행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수에즈 운하 통과가 가능한 선박 중 가장 대형인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은 운하 통과 시 최대 60만 달러(약 9억1,300만원)를 지불하며,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부과되는 통행료는 순톤수(순수화물공간) 1톤(t)당 5.83달러(약 8,870원) 수준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계산법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VLCC들의 순톤수(8만∼11만 톤)에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호르무즈 해협의 적정 통행료는 46만∼64만 달러(약 7억~9억7,400만원)로 추산된다.

美, 이란에 재차 경고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이란 전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대통령은 물론, 외무장관 및 이스라엘 총리까지 종전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상 우위 확보를 위한 양국의 팽팽한 대치 속 군사적 긴장이 덩달아 고조됐다는 점이다.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은 기존 예고한 대로 이란의 주요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고 핵 개발 프로그램의 완전 붕괴를 위한 공세를 펼칠 수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앞으로 2~3주 동안 매우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이란을 사실상 석기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요 표적들을 모두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특히 전력 생산 시설을 동시에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31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 역시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협의가 이뤄지길 바라며,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 병력은 이미 중동 지역에 속속 집결하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미국은 해병대와 해군 병력 3,500명을 중동 작전 지역에 추가 투입한 바 있다. 이미 배치된 최정예 82공수사단까지 더하면 출격 명령을 기다리는 미군 병력은 7,000명에 달한다. 같은 달 31일에는 미국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HW부시호가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 기지에서 출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 항공모함은 3척으로 늘어나게 됐다. 부시호와 호위 전단은 6,000명 이상의 병력으로 구성됐다.
협상 결렬로 전쟁이 지속될 경우 중동 국가들이 직접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 아랍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UAE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기뢰 제거 작업 지원 등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AE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군사 강국들에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무력 연합체 구성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외교적 압박도 병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더해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이 줄줄이 참전을 공식화한 만큼, 사우디 등 군사 행동을 삼가던 걸프 국가들이 대응에 착수하면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