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봉쇄 용납 불가" 이란 향해 칼 빼든 UAE, 걸프 국가 피해 확산에 확전 우려 가중
[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봉쇄 용납 불가" 이란 향해 칼 빼든 UAE, 걸프 국가 피해 확산에 확전 우려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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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세계적 갈취 행위 자행" 반감 드러낸 UAE 이란 공격에 걸프 국가 피해 극심, 핵심 인프라까지 타격 후티 반군 참전으로 전쟁 양상 복잡해져, 확전 위험 부각

중동 지역에서 이란에 대한 반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걸프 국가들을 향한 이란의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중심으로 대(對)이란 제재 수위가 높아져 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사태가 장기화할 시 걸프 국가들이 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확전 양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UAE 對이란 제재 본격화
1일(이하 현지시각) UAE 국영 아부다비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에 “이란이 33㎞ 폭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이는 행동은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세계 경제적 갈취 행위이자, 세계가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적었다. 앞서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규 관리 계획안을 승인한 바 있다.
알자베르 CEO는 “아시아 경제는 이미 근무시간 단축, 연료 제한, 항공편 감소, 에어컨 가동 중단 등으로 그(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가장 먼저 체감했다”며 “이는 서쪽으로 확산해 유럽 전역에서 식료품과 연료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르무즈가 교란되면 모두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며 “세계는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호하고 경제 안정을 지키기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817호 결의를 준수해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채택된 2,817호 결의에는 중동 국가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이란에 대한 적개심은 UAE 정부의 행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E는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단행 중이다. 이란 병원, 사회 클럽, 일부 이란계 학교 등이 폐쇄됐으며, 이란 여권 소지자의 입국과 경유를 전면 제한하는 조치도 발표됐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아부다비 군주 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에미르(군주)와의 회담에서 이란의 공격을 '테러'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란, 걸프 국가들에 공격 감행
UAE는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중동에서 이란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이란의 제재 우회로 역할을 하며 장기간 경제적인 밀착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UAE를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으며, 두바이 국제공항, 국제금융센터, 두바이 주재 미국 영사관, 푸자이라항 원유 저장 시설 등 수많은 인프라에 피해를 줬다. 지난달 30일에는 두바이항에 정박 중이던 쿠웨이트의 대형 원유 운반선 알 살미호가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는 비단 UAE를 넘어 걸프 국가 전반에서 발생 중이다. 지난달 26일 텔레그래프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을 인용, 이란의 공습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가 최소 8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공세가 특히 집중된 곳은 쿠웨이트의 미국 및 연합군 공군 기지 알리 알 살렘으로, 총 23차례에 걸쳐 공습을 받았다. 아리프잔 기지와 뷰어링 기지도 각각 17회, 6회의 공격을 겪었다. 중동 최대 미군 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기지에서는 이란의 공습으로 안테나 및 위성 설비가 파괴됐으며, 요르단 공군 기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 장비도 훼손됐다.
이란의 공격은 군사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일 쿠웨이트 민간항공총국은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이 발사한 드론이 쿠웨이트 국제공항 내 쿠웨이트 항공연료회사 소속 연료 저장 탱크를 타격해 큰불이 났다고 밝혔다. 같은 날 카타르 국방부는 이란이 순항 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1발이 라스라판 북쪽 약 17해리 지점의 카타르 영해에서 국영 카타르에너지가 용선한 연료 유조선을 타격했다고 알렸다. 지난달 28일에는 세계 주요 알루미늄 생산업체 중 하나인 알루미늄 바레인이 자사 생산 시설을 향한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경상자가 2명 발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걸프 국가들의 분쟁 개입 가능성
지속되는 혼란 속 중동 지역에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란 전쟁 및 일대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충돌로 인해 중동 지역이 경제 생산에 최대 1,940억 달러(약 292조8,000억원)의 피해를 보고, 국내총생산(GDP)이 3.7~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동 국가 국민 최대 4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많게는 36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률이 4%P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치는 이란에서 과격한 분쟁이 4주 동안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산출됐다. 전쟁은 현재 5주 차에 접어들었으며, 향후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제적 피해는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분쟁 상황이 길어질 시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걸프 국가들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UAE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해제하기 위한 다국적 연합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FT에 “가능한 한 광범위한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란은 세계 경제에 대해 전쟁을 시작했고, 이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이자 '저항의 축(이란의 중동 내 대리 세력)'의 일원인 후티의 참전 역시 확전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8일 야히야 사리 후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적의 주요 군사 목표물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 등 첫 번째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며 참전을 공식화했다. 향후 후티가 홍해 항행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경우, 그간 군사 대응을 자제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걸프 국가들이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 이후 후티와 교전을 이어 왔으며, 최근까지도 불안정한 휴전 상태를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