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금값 상승에도 달러 중심 체제는 여전히 견고
[딥파이낸셜] 금값 상승에도 달러 중심 체제는 여전히 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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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비중 완만한 하락 장기 조정 흐름 금 비중 확대 불확실성 대비 포트폴리오 변화 기축통화 전환 조건 미충족 대체 체계 부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에 일부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달러 체제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외화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약 58%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금 비중도 공식 준비자산 내에서 20%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를 근거로 달러 중심 체제가 빠르게 약화된다는 해석도 제기되지만, 판단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기축통화 체제는 단순한 자산 가격이나 비중 변화로 재편되지 않는다. 발행국의 경제 규모와 군사력, 법적 신뢰, 금융시장 깊이 등 제도적 기반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가 동시에 이동하지 않는 한 최근과 같은 변화만으로 체제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은 대체재 아닌 헤지 수단
최근 논의에서는 기축통화 지위를 투자 선택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을 늘리면 달러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은 과거 달러가 파운드화를 대체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통화 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금은 발행 주체가 없고 재정적 기반도 갖추지 못했다.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위기 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기능 역시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은 통화 체제를 대체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제재 가능성에 대비한 방어적 자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금 비중 확대 역시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위험을 분산하려는 포트폴리오 조정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준비자산 구성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달러의 위상은 더욱 분명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4년 집계에서 금 비중은 18.3% 수준에 머문다. 반면 달러는 58%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며, 유로는 20%, 위안화는 2% 수준이다. 금이 준비자산 상위권으로 올라섰다는 점을 근거로 달러 위기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준비자산 구성이 다변화되는 흐름과 중심 통화의 지위 변화를 혼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헤지 자산 비중이 확대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중심 통화 지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증명하는 기축통화 전환
기축통화 교체는 대체로 대규모 충격을 동반하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파운드화에서 달러로 중심이 이동하던 시기에도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경제였지만, 통화 질서의 전환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 1920년대 중반 중앙은행 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파운드를 넘어섰음에도 1930년대에는 파운드가 제국 네트워크와 정치적 동맹을 기반으로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이 사례는 기축통화의 위상이 단순한 수치 변화로 결정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무역 구조와 금융시장 접근성, 발행국에 대한 신뢰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작용한 결과다. 현재 달러 체제 역시 주요국 간 전면 충돌이나 미국의 국가 역량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급격한 붕괴보다는 완만한 조정 흐름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거래에서 달러 역할
이러한 지속성은 실제 거래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2년 외환 거래의 약 90%에 달러가 포함됐다. 무역 결제에서도 달러 비중은 미국의 교역 규모를 크게 웃돈다. 기업의 가격 책정과 은행의 자금 조달, 원자재 거래까지 글로벌 경제의 작동 방식 전반이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 구조는 강한 경로 의존성을 보인다. 일단 구축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단순한 분산 움직임만으로는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완결된 체계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변화가 가능하다.
더욱이 대체 통화의 한계도 분명하다. 금은 무역 금융이나 대규모 준비자산 운용, 글로벌 계약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위안화 역시 개방성과 환전 가능성, 제도적 신뢰 측면에서 제약이 남아 있다. IMF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 유로 비중은 21.13%로 상승했지만 상당 부분은 평가 효과 영향이다. 달러 비중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유로는 여전히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있으며, 준비자산은 다변화되고 있지만 중심 통화의 지위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금값 상승과 중앙은행의 행보는 글로벌 통화 질서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는 주요 대체 통화가 아직 달러의 기능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현실과 맞물린다. 위안화는 제도적 기반을 더 강화해야 하고, 유로는 자본시장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정책 대응 역시 과도한 위기 인식에 치우치기보다, 변화하는 통화 환경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자산 운용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old Is Rising, but the US Dollar Reserve Currency Still Has Tim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