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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에 도움 될 것" 이란·러시아 원유 제재 풀며 유가 진화 나선 美, 전쟁 장기화 시 효과 제한 전망

"동맹국에 도움 될 것" 이란·러시아 원유 제재 풀며 유가 진화 나선 美, 전쟁 장기화 시 효과 제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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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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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러시아 원유 판매 한시 허용한 美, 제재 완화 정당성 주장
중동 분쟁 속 치솟는 국제유가, 전 세계 금융 시장·산업계 '패닉'
美·이란 강대강 충돌 본격화, 전쟁 장기화 리스크 여전

미국이 이란산·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시 해제한 가운데, 정부 인사가 해당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동 지역의 혼란 속 국제유가가 나날이 치솟는 중인 만큼, 이들 국가의 원유가 동맹국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강 대 강 충돌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제재 완화의 효력은 점차 희석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의 원유 수급 충격 완화 전략

22일(이하 현지시각)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NBC방송에 출연해 이란산 원유 제재 한시 해제로 이란이 140억 달러(약 21조원)의 수입을 얻게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이란 원유는 늘 중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팔린다”면서 “(이란산 원유가)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으로 간다면 우리의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시아 동맹국이 중국 대신 이란산 원유를 살 수 있게 됐다며 제재 해제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는 이어 “140억 달러라는 수치는 과장됐다”며 “어차피 그들(이란)은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지난 20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현재 해상에 묶여 있는 이란산 원유의 판매를 허용하는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승인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발급한 일반 면허에는 뉴욕 시각 기준 20일 0시 1분 전 선박에 적재된 이란산 원유·석유 제품 판매가 다음 달 19일까지 허용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에도 베선트 장관은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는 중국이 헐값에 사들여 비축하고 있다”며 “이런 공급량을 풀면 세계 에너지 물량을 확대하고 시장에 약 1억4,000만 배럴의 원유가 유입돼 이란으로 인한 공급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한시적으로 일부 러시아산 원유의 운송 및 판매도 허가한 상태다. OFAC은 지난 19일 보도자료에서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2일 0시 1분 이전에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석유 제품의 운송 및 판매, 하역 관련 거래를 다음 달 11일 0시 1분까지 승인한다고 전했다. 이는 시장이 이미 해상을 통해 이동 중인 러시아산 원유를 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치로 읽힌다.

전쟁 후폭풍 휘말린 글로벌 시장

미국이 규제 완화 행보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 이란을 공습한 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됐고, 걸프 지역 국가들의 에너지 생산 거점이 다수 공격당하며 에너지 공급 자체에도 차질이 생겼다. 최근에는 글로벌 핵심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인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대규모 피해를 떠안기도 했다.

반복되는 충돌 속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지난 20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2.27% 오른 배럴당 98.32달러(약 14만8,100원), 브렌트유는 3.26% 뛴 112.19달러(약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은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했고, 국제 금융 시장에는 막대한 혼란이 닥쳤다. 일례로 지난 20일 영국 국채(길트채) 2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3%P 높은 4.6%대까지 치솟았다. 19일 영국 중앙은행(BoE)이 금리를 동결하고 기존의 금리 인하 지침마저 철회하자 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20일 장중 4.38%까지 상승했고,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도 전쟁 발발 후 약 3주 만에 0.5%포인트 오르며 3.9%대에 도달했다.

산업계 역시 전쟁의 후폭풍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일본 석유화학 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물류 정보 업체 스파르타 커모디티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일본은 플라스틱 등의 핵심 원료인 납사 사용량 중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한다. 전체 납사 수입분 중 중동 분쟁의 직접적 영향권인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물량은 한국 기준 60%, 일본 기준 70%다. 이에 한국에서는 여천NCC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롯데케미칼과 LG화학도 불가항력 가능성을 공지한 상태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한국 제조업 전반의 생산비 상승 및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美 최후통첩에 이란도 맞불

문제는 이 같은 상황 속 미국이 꺼내 든 제재 해제 카드가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은 강 대 강 충돌을 이어가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들의 다양한 발전소들을 가장 큰 곳부터 차례로 초토화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란과의 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뚜렷한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실상 이란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내며 전쟁 마무리를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22일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란군 대변인도 22일 반관영 타스님통신을 통해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원칙에서 나아가 군사 정책을 변경했으며, 적대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더 심각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이란의 연료 및 에너지 기반 시설이 적에 의해 공격당하면, 미국과 그 정권 소유의 역내 모든 에너지, IT, 담수화 기반 시설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군은 작전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22일 백악관 관계자들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군사 작전에 수주가 소요될 수 있다는 입장을 이스라엘에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당국은 이스라엘 측에 전략 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란이 해협을 ‘볼모’로 삼는 상황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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