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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적자’ 이후 반등 시험대 오른 LG전자, ‘로봇’ 승부수 통할까

‘9년 만의 적자’ 이후 반등 시험대 오른 LG전자, ‘로봇’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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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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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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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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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 공세 속 진퇴양난
대대적 희망퇴직에도 회복 한계
피지컬 AI로 체질 개선 가속화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2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4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에게 올해 사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LG전자

LG전자가 경영진의 이사 보수한도를 선제적으로 삭감하며 고통 분담에 나섰다. 지난해 4분기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선 데 따른 조치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흐름은 사업 경쟁력 전반의 균열을 드러낸다. 중국 업체들의 전방위 공세와 프리미엄 수요 둔화가 동시에 압박하는 국면에서, 로봇 중심의 체질 전환 전략이 실질적 반전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전자, 적자 위기에 이사보수한도 선제 축소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80억원에서 70억원으로 10억원 삭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지난해 4분기에 적자 전환하는 등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을 반영해 경영진이 선제적으로 고통 분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3조8,52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090억원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분기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연간 실적을 보면 매출은 89조2,009억원으로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며 전년 대비 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4,784억원으로 27.5% 급감하며 빛이 바랬다.

LG전자 측은 연말이 에어컨 등 생활가전의 비수기인 데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시적 비용(약 3,000억원)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매출이 늘었는데도 적자를 봤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LG전자는 2016년 4분기에 스마트폰 부진으로 352억원 적자를 본 뒤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후 3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중국 업체 공세에 부진 지속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다. 가전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저가 공세를 뛰어넘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에어컨은 일찌감치 중국 업체가 세계 점유율 1·2위를 장악했고, 냉장고와 세탁기도 하이얼이 세계 1위다. 삼성·LG가 주도하던 TV 시장도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LG를 제쳤다.

LG전자는 지난 10여 년간 OLED·마이크로LED 등 프리미엄 라인업 TV 시장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 기술 선도와 브랜드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겹치며 초고가 제품군의 수요가 기대치를 밑돌았고 이는 TV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TV가 속한 HE사업본부는 지난해 1,91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빠른 기술 추격과 공격적 가격 정책을 무기로 글로벌 TV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가전 기업들은 중저가 LCD뿐 아니라 OLED, QLED TV 영역으로도 확장을 서두르며 LG전자의 기술 리더십 우위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TV 출하량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45%를 넘어서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반면, 한국 기업의 비중은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프리미엄과 저가형 시장 모두에서 받아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저가형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중국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가가치가 낮은 보급형 제품에 자원을 무한정 배분하기도 어렵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 지위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준프리미엄 제품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출시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한국이나 유럽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봇 액추에이터 중심 사업 본격화, 성장 속도 발맞춤 과제로

이에 LG전자는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 원년'으로 선언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LG전자는 로봇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를 직접 설계·생산해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공급하는 B2B(기업 간 기업) 부품 사업을 본격화한다. 연간 4,500만 대 수준의 가전용 모터 양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향후 수십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AI 가전에서 확보한 생활환경 데이터를 활용한 홈로봇 사업도 속도를 낸다.

일단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피지컬 AI 시장은 지난 2024년 44억4,0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에서 2030년 230억6,000만 달러(약 34조6,000억원)로 연평균 3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AI 로봇 시장 역시 2025년 250억 달러(약 37조5,000억원)에서 2030년 1,200억 달러(약 180조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 대수가 지난해 2만3,000대에서 2030년 69만 대를 기록, 2040년에는 5,330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산업용 로봇은 사업장 보급률이 2030년 약 1%에서 2040년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가정용 로봇의 경우 초기 도입 속도가 느리지만 2035년 0.01%에서 2040년 0.95%까지 보급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LG그룹 외에도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로봇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속도와 차별점을 확보해야 하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3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으며, 양팔 휴머노이드 로봇 'RB-Y1'의 양산을 확대하고 있다. RB-Y1은 지난해 말 기준 130만 대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향후 연간 100만 대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올해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실물 시연했다. 오는 2028년 미국 공장에 투입할 계획으로 오는 2030년 양산 단계에 들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글로벌 무대에서는 테슬라가 지난 2021년 개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올해 대량 생산할 계획이며, 중국 유니트리·애지봇 등은 가성비 전략으로 빠르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반해 LG그룹의 로봇 사업은 다소 미진한 상황이다. 대표 상용화 제품인 LG전자의 '클로이드(CLOiD)'는 2027년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며 출시 시점과 가격에 대해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악시움 액추에이터의 외부 판매도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며, LG AI 연구원의 '엑사원'과 LG CNS가 채택한 '스킬드 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간 기술적 연결도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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