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대출 시장 균열 신호, 블랙스톤 최대 펀드 0.4% 손실에 환매 압력 확대
사모 대출 시장 균열 신호, 블랙스톤 최대 펀드 0.4% 손실에 환매 압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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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 대출 상환 불확실성 부각
분기 환매로 내부 유동성 압박 심화
시장 안정 역할 부재 시 리스크 증폭

블랙스톤(Blackstone Inc.)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가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손실을 기록하며 사모대출 시장 내 불안이 표면화됐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대출 상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는 사이 공개·사모 시장 전반에서는 신용 위험 보상 금리가 확대되며 펀드 평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환매가 연이어 발생하고, 주요 운용사로 압력이 확산하면서 시장 전반의 긴장도 역시 높아지는 흐름이다.
평가 손실→시장 불안 자극
22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 ‘BCRED’는 지난 2월 0.4%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첫 월간 손실이다. 순자산 규모가 830억 달러(약 125조원)에 달하는 해당 펀드는 지난 한 해에만 8%의 성적을 냈지만, 2026년 1·2월 누적 수익률이 보합에 그치며 실적이 급격히 둔화됐다. 블랙스톤은 재무 어드바이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손실의 배경으로 공개·사모 시장 전반의 신용 위험 보상 금리 확대, 일부 투자 종목의 평가 손실을 지목했다.
주요 평가 손실 사례로는 사모펀드 운용사 토마 브라보가 보유한 고객서비스 소프트웨어 기업 메달리아(Medallia)가 거론됐다. 지난달 초 블랙스톤은 해당 기업에 제공한 대출의 장부가치를 액면의 78% 수준으로 낮춰 잡은 바 있다. 이후 해당 대출은 사모신용 대주들 사이에서 취약 자산으로 분류됐고, 사모신용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개별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운용사의 평가 체계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AI 관련 기업 대출의 상환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AI의 확산이 메달리아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업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신용시장 전반의 불안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특정 분야의 위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위험 보상 수준이 확대되면서 동일 자산에도 각각의 할인율이 적용됐고, 이후 펀드 전반의 평가 또한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블랙스톤이 손실 배경으로 신용 위험 보상 금리 확대를 함께 제시한 점 역시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임원 자금 동원 등 이례적 조치
환매 대응 과정에서도 긴장이 드러났다. 이번 분기 BCRED에 접수된 환매 요청 규모는 38억 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해 펀드 지분의 7.9%에 해당하는 수준을 보였다. 이는 기존에 설정된 분기 환매 한도인 5%를 한참 넘어선 규모로, 투자자 자금 이탈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환매 요청이 기존 한도 자체를 초과하면서 사모대출 상품이 전제로 하는 제한적 유동성 구조와 실제 투자자 행동 사이의 괴리가 표면화됐다는 평가마저 제기된다.
환매 요청을 수용하는 방식 역시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다. 블랙스톤은 공개매수(tender offer) 한도를 5%에서 7%로 상향 조정하고, 나머지 0.9%는 회사와 임직원이 직접 매입하는 구조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자본은 2억5,000만 달러(약 3,667억5,000만원) 가까이 동원됐고, 고위 리더 25명 이상이 1억5,000만 달러(약 2,200억5,000만원)를 투입했다. 기관 차원의 대응에 더해 내부 인력의 개인 자금까지 투입됐다는 사실은 환매 압력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됐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러한 대응은 보유 자산을 최대한 유지하는 동시에 환매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신용 위험 보상 금리가 확대된 환경에서 자산을 급히 처분하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문제는 이처럼 자산 매각 대신 내부 자금을 활용해 가격 충격을 억제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펀드 내부의 현금 여력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반복되는 환매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종국에는 유동성 관리 부담 누적으로 이어진다.

금융위기 가능성에 경계 심리 확대
여타 운용사에서도 자금 이탈이 본격화한 모양새다. 블루아울캐피털의 기술 중심 사모대출 펀드에서는 최근 분기 순자산의 약 15%에 달하는 환매가 발생했다. 이에 블루아울은 ‘OBDC II’를 비롯한 일부 펀드의 분기 환매를 중단했다. 이후 사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블루아울은 3개 펀드에서 128개 기업에 대한 14억 달러(약 2조1,000억원) 대출을 액면가 99.7% 수준으로 연기금과 보험사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정상적인 자금 운용이 아닌 선제적 위험 회피 신호로 해석했다. 환매를 막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불안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후 시장 반응은 가격으로 확인됐다. 블루아울 주가는 환매 중단 이후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고, 13개월 동안 시가총액의 약 60%가 증발했다. 또 이달 6일에는 사바캐피털과 콕스캐피털이 OBDC II 펀드 지분 최대 800만 주를 순자산가치(NAV) 대비 33.2% 할인된 주당 3.80달러(약 5,700원)에 인수하겠다는 공개매수를 제시했다. 내재가치 5.69달러(약 8,500원)로 평가된 자산을 3분의 2 수준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은 공시 가치와 실제 시장 인식 사이의 괴리가 매우 크게 벌어졌음을 시사한다.
전이는 대형 운용사로도 확산됐다. 블랙록에서는 260억 달러(약 39조2,000억원) 규모 HPS 기업대출 펀드 환매 요청이 9.3%까지 치솟아 비례 배분으로 대응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모건스탠리와 클리프워터 역시 환매 제한 조치를 가동했다. 이에 JP모건을 비롯한 다수의 투자 은행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일부 부문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해 선제적 가치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다시 사모대출 펀드들의 차입 기반을 축소시키며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강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악순환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사모대출은 비유동 자산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분기별 환매를 허용하는 구조인 까닭에 환매 수요가 집중되면 자산 매각 압력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선인연구원은 “최근 시장 분위기는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중반 사이와 유사하다”고 짚으며 “시장 중심을 잡아줄 주체가 부재한 상태에서 환매 압력이 누적될 경우, 개별 펀드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