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흔들린 ‘세금 천국’ 두바이, 자산가 이탈 방지 총력전 속 거주 요건 완화 검토
전쟁에 흔들린 ‘세금 천국’ 두바이, 자산가 이탈 방지 총력전 속 거주 요건 완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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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도시’ 수준 체류 공백·자금 유출
전쟁 변수 지속에 도시 기능 정상화 제한
동맹 신뢰 약화 → 투자 매력 하락 압력

중동 전쟁 여파로 두바이를 떠나는 외국인 자산가가 증가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세제 거주 요건 완화 카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정 체류 기간을 채워야 유지되는 세제 혜택이 전쟁으로 흔들리며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자, 이를 붙잡기 위한 정책 조정 논의 또한 본격화한 흐름이다. 이와 함께 공항 운영 정상화를 비롯한 도시 기능 회복 시도가 병행되지만, 전쟁 장기화 속에서 회복 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여기에 두바이 내부의 불안과 동맹에 대한 신뢰 약화까지 겹치면서 투자 판단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사례별 요건 완화 방안 검토
18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UAE 당국은 전쟁 이후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진 외국인에게 세제 거주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나섰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유입된 고소득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현재 유력하게 거론 중인 방안은 전쟁 종료 이후 개별 사례별로 체류 일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현행 UAE 연방법은 “세제 거주자로 인정받으려는 사람은 12개월 동안 최소 183일 체류하거나, 고용·주거 등 실질적 연계가 있을 경우 90일 이상 체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제 자금 이탈 압력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두바이에서는 외국인 체류자와 관광객의 이탈이 빠르게 진행됐다. 인구의 90% 이상이 외국인인 도시 특성상 불안은 곧 체류 감소로 이어졌고, 해변 주점과 쇼핑몰은 물론 5성급 호텔 등 주요 시설도 모두 이용객이 급감했다. 두바이에서 16년째 거주 중이라는 한 영국인 교사는 “두바이의 빛이 한순간에 꺼졌다”며 “동료 교사들 대부분이 갑작스러운 전쟁에 큰 충격을 받아 이미 떠났다”고 말했다. 도시 전반의 체류 기반이 약화되면서 세제 기반 역시 흔들리는 형국이다.
전황은 외국인들의 체류 요건 충족을 한층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UAE로 향했고, 그중 10%가량이 군사기지와 산업시설, 두바이국제공항 등을 타격했다. 공항은 한때 운영이 중단됐다가 제한적으로 재개됐지만, 영국항공은 최소 6월까지 두바이 노선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동 자체가 제한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외국인들의 세제 요건 충족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UAE의 세제 거주 판정은 매년 초 시작되는 탓에 전쟁 발발 전후 출국한 외국인은 세제 혜택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발걸음이 도시 이탈 흐름과 교차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두바이로 복귀하지 못할 경우 자국 내 과세 대상이 되거나, 양국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해 이중 과세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이에 일부 부유층은 개인 제트기를 임대해 두바이행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개인 항공기 플랫폼 엔터젯의 창립자 찰스 로빈슨은 “부유층이 세금 혜택을 유지하려면 회계연도 내 최소 체류 일수를 채워야 하는데, 하늘길이 끊기니 다른 수단을 찾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영공 폐쇄-항공편 취소 반복
두바이는 세제 혜택 외에도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모습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운영이 중단됐던 두바이국제공항은 이후 일부 재개됐고, 17일 기준 정상 운항의 40~45% 수준까지 회복됐다. 공항 최고경영자(CEO) 폴 그리피스는 “우리는 전쟁 이후로도 100만 명이 넘는 승객의 여정을 도왔다”고 복구를 자신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이란의 드론이 연료탱크를 공격해 화재가 발생해 항공편이 다시 중단되는 등 정상화가 끊기는 흐름이 이어졌다. 영공 폐쇄와 항공편 취소가 반복되면서 회복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실정이다.
이는 두바이 전체 경제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두바이국제공항은 연간 9,520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허브 공항 중 하나로, 항공업은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전쟁 이후 관광객이나 출장 방문객 등 두바이로 유입되는 승객이 크게 줄었고, 그나마 운행 중인 항공편도 빈 좌석이 대부분인 탓에 수요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유입되던 장거리 수요 감소가 뚜렷하게 관측되면서 정상적인 공항의 기능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두바이 당국은 “두바이는 여전히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 중이다. 다만 그 이면에서는 정보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실제로 두바이에서는 이달 들어 소셜미디어(SNS)에 전쟁 관련 콘텐츠를 게시한 외국인 25명 이상이 체포됐고, “대중의 공황을 야기하는 모든 내용 유포 시 2년 이상의 징역형과 5만 달러(약 7,4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도 나왔다. 지도부는 수차례의 재계 인사 간담회를 통해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항·항만·관광지까지 공격 대상이 된 상황에서 시민들의 안전 의식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정책 대응 둘러싼 논쟁 확산
이처럼 두바이 내부의 불안이 커지면서 대외 신뢰에도 균열이 감지된다.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 입장에서는 중동 내 충돌로 핵심 금융·물류 거점이 전쟁의 직접 타격 범위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더 큰 리스크로 인식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UAE에서는 원유 수출 거점인 푸자이라 항구가 14일과 16일 연이어 공격을 받으며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에 위협을 드리웠고, 이는 다시 두바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중동 금융 허브가 강조해 온 ‘안전 지대’ 이미지에도 흠집을 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변수에서 투자 판단 전반에 지속적으로 반영되는 흐름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현지 정서와 맞물리며 동맹 신뢰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한 두바이 현지 주민은 “이곳 사람들은 미국이 도와줄 거라 믿고 미국산 무기도 사고, 미군기지 주둔도 허락했지만 위기의 순간에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데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긴장과 전쟁 장기화 조짐에 대해서도 그는 “해협을 여는 실질적 효과 없이, 전선만 넓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존 안보 구조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정책 대응 방향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전쟁의 양상 역시 논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 3주 차에 접어든 17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향해 대규모 공습을 재개하며 “지난 24시간 동안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지역까지 공습 범위를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1,700개 이상의 군사 자산과 100여 개 방공 시스템, 120여 개 탐지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얼마나 오래 걸리든 스스로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장기전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두바이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안전한 글로벌 허브’ 이미지 회복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자본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이동하는데, 동맹 대응에 대한 불확실성과 반복되는 군사 위협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투자 판단 기준 자체가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요 인프라와 에너지 거점까지 공격 대상이 된 사례가 축적되면서 기업 및 투자가들의 자산 배분 전략 재조정도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는 만큼 두바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본 유입 구조 역시 재편 압력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