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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유가 충격에 긴축 나선 호주, 각국 중앙은행 고심 속 시장 금리는 상승세

중동發 유가 충격에 긴축 나선 호주, 각국 중앙은행 고심 속 시장 금리는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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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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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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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동發 불확실성에 통화 긴축 시동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경로 설정 '고심'
긴축 기대 품은 시장, 각국 국채금리 나란히 뛰어

호주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 가운데, 주요국 중 가장 먼저 통화 긴축에 시동을 건 것이다. 호주 외에도 미국, 일본, 한국 등 다수의 국가가 통화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가늠하고 있으며, 시장 금리는 긴축 기대가 반영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17일(이하 현지시각) 호주 중앙은행(RBA)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상한 연 4.10%로 결정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하며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RBA는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포함한 여러 위험 요인이 상승세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 목표치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호주 경제는 복합적인 리스크에 짓눌리고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경기 과열 상태가 지속되는 중이다. 호주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RBA 목표 상단(3%)을 웃돌았으며, 근원물가도 3.4%로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4.1%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고,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6%로 잠재 성장률(2%)을 상회했다. 이와 관련해 HSBC의 폴 블록섬 호주·뉴질랜드·글로벌 원자재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산출갭이 양(+)이고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데다 실업률도 낮다”며 이번 금리 인상의 주된 원인이 호주 내 요인에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세 역시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으며, 걸프 지역 국가들의 에너지 생산 거점도 다수 공격당했다. 원유 생산과 운송 전반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2주 사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약 15만원)를 돌파하며 50% 이상 급등했고, 호주 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58센트(약 612원)가량 뛰었다. 미셸 불록 RBA 총재는 금리 인상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유가 상승 흐름과 관련해 "연료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경제 전반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착시키지 못하게(unanchored) 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불확실성 속 주요국 금리 방향

중동발(發) 에너지 공급 리스크는 비단 호주를 넘어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18일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2회 연속 동결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경제 활동은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어 왔지만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이란전)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일본은행(BOJ)도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0.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을 통해 설정된 일본의 현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BOJ는 금리 동결 발표와 함께 "중동 정세의 향후 추이, 원유 가격 변동 등이 일본의 경제 활동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향후 통화정책 운영과 관련해서는 "현재 실질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1월 전망 보고서에 제시된 경제 활동 및 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중앙은행은 정책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전망 보고서에서 제시된 일본의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9%, 경제성장률은 1.0%다.

시장에서는 BOJ가 7월 내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금리 인상이 이 이상 지연될 경우 수입 비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고, 과거 금리 인상의 효과가 약화하며 물가 상승 압력 및 엔저 흐름이 심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아모바 자산운용의 나오미 핑크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긴축은 국내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지만, 긴축을 미루면 엔화 약세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후코쿠생명의 다카마쓰 치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BOJ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분쟁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막대한 변수로 작용 중이다.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막대한 물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사태가 장기화할 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며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지게 될 위험도 있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에 대해 "이란 사태는 물가엔 상방, 성장엔 하방 리스크로 작용한다"면서도 “실제로 한국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위원은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전망(점도표)이 오는 5월에 달라질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상승곡선 그리는 시장 금리

이런 가운데 각국의 국채금리는 이미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긴축 기대가 시장 금리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18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4.26%까지 올랐다. 이는 이란 전쟁 전(약 3.97%)에 비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장 대비 10bp 상승한 3.77%까지 뛰기도 했다. 다만 연준의 금리 동결 발표 뒤에는 상승 폭이 줄며 10년물은 4.218~4.228%, 2년물은 3.710~3.714% 수준에서 거래됐다.

유럽 주요국들의 국채금리도 나란히 오르고 있다. 같은 날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8~4.74%로 전 거래일 대비 약 4~5bp 올랐다. 유럽 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 특히 민감한 독일 2년물 국채금리는 7.40bp 뛴 2.4644%를 기록했으며, 프랑스 2년물 국채금리도 2.57~2.58%로 약 7bp 상승했다. 이는 최근 들어 중동 지역의 분쟁이 에너지 시설 타격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전쟁'으로 변모하며 유럽 경제의 에너지 취약성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3월 초 2.1% 안팎에서 출발해 18일 2.26%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19일에는 2.21% 수준으로 내려오며 일시적인 약세를 보였다. BOJ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그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권 등에서는 BOJ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하락이 추세적 전환보다는 단기 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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