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테러 수장 사임, ‘이스라엘 로비·허위 정보 의혹’에 전쟁 정당성 도마 위
美 대테러 수장 사임, ‘이스라엘 로비·허위 정보 의혹’에 전쟁 정당성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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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균열에 이스라엘 로비 의혹까지 번져
반복되는 정당성 논란, 국제사회 의견 분분
美 출구 전략 ‘제한적 개입’으로 귀결 흐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밀어붙인 사안과 관련해 미국 안팎에서 균열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군 고위 당국자가 '이란의 위협이 군사행동을 정당화할 만큼 긴박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담은 사임서를 공개한 데 이어, 전쟁 여론이 이스라엘 측 로비와 허위 정보 캠페인 속에서 조성됐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면서 논란은 전쟁의 명분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여기에 국제법 위반 여부와 미국 내 반전 기류, 제한적 개입을 둘러싼 출구 전략 논의까지 겹치는 등 이번 전쟁은 대외 충돌인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부담으로도 확장되는 분위기다.
“양심상 지지 못해” 충성파 이탈
17일(이하 현지시각)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직서 형태의 서한을 공개했다. 해당 서한에서 그는 “이란은 미국에 대해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며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7월 상원 인준을 통과해 대테러·대마약 정책을 총괄해 온 켄트 국장은 과거 두 차례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으며, 공화당 내부에서도 매우 굳건한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켄트 국장은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 측의 로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일부 미국 언론이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전쟁 여론을 조성한 것도 모자라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훼손하고, 이란이 ‘임박한 위협’이라고 대통령을 속였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 승리를 약속했던 논리는 거짓이었고, 이는 이라크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일 때 이스라엘이 사용한 것과 동일한 전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켄트 국장은 “미국에 아무런 이익도 없고, 희생을 정당화할 수도 없는 전쟁에 젊은 군인들을 보내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임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켄트 국장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군사 전략과 현재의 선택을 대비시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집권 1기 때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끝나지 않는 전쟁에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군사력을 결정적으로 적용할 방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와 ISIS 격퇴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제한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군사력 사용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전쟁이 장기 개입으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한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전쟁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개입 방식과 전략적 방향까지 동시에 문제 삼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고위 당국자가 이란과의 전쟁에 반기를 들고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는 켄트 국장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켄트 국장을 가리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안보 면에서는 매우 나약하다고 생각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이란은 분명 위협이었고, 우리가 공격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핵무기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켄트 국장의 발언을 “민주당과 일부 진보 언론이 끊임없이 되풀이해 온 것과 동일한 허위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임박한 위협의) 증거는 다양한 출처와 요소를 종합해 수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 개입 명분 흔들
켄트 국장의 사임을 계기로 전쟁을 둘러싼 법적 정당성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폭격을 시작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매우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1973년 제정된 미국의 전쟁권한결의는 대통령의 군사력 행사를 △전쟁선포 △의회의 구체적 수권, △외부 공격으로 초래된 국가비상사태 등 세 가지 경우로 제한한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NCTC 국장이 “이란은 미국에 대해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고 공개 반박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전쟁 명분은 국내법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제법 차원의 논란도 같은 지점에 집중된다. 국제연합(UN) 헌장은 제2조 4항에서 “다른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 또는 위협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제51조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엔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고등법률연구소의 국제법 전문가 수잔 브로는 “합법적 자위권이 인정되려면 외부 공격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매우 크고 야심 찬 핵 프로그램을 보유했다”면서도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체계가 존재한다는 증거까지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국제사회의 논쟁 또한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대이란 군사작전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마이크 월츠 주UN 미국 대사는 “지금은 도덕적 명확성이 요구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번 작전의 목표는 이란 정권이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을 향한 공격을 가리켜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 역시 UN 헌장 원칙 존중과 무력 사용 규탄을 촉구했다. 서방 진영 내부에서도 프랑스와 스페인 등 여러 국가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에서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미국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내 핵시설 3곳을 폭격했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국제사회의 설득조차 거치지 않고 직접 공격에 가담한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2의 이라크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심지어 “미국이 도덕적 권위마저 포기했다”는 비난에 가까운 평가까지 나왔다. 다만 두 차례의 분쟁에서 이란의 대응 역시 걸프 지역 국가와 민간을 표적으로 하는 공격 흐름을 보이면서 ‘일방적인 피해자’ 프레임을 거부했다. 이는 곧 양측 모두 정당한 자위와 국제법 위반의 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란 내부 변수 활용 가능성
미국 내부에서 반전 여론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셈법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을 자극하는 발언과 상징적 인물을 전면에 세우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란 옛 왕조 마지막 국왕의 아들인 레자 팔레비는 반정부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월 폭스뉴스에 출연해 “가능한 한 빨리 이란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면서 자신의 역할은 “전환 과정을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이 자유롭게 지도자를 선출하고,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로 이란의 변화를 미국의 직접 통치가 아닌 체제 전환의 문제로 연결했다.
레자 팔레비의 장녀 누르 팔레비도 이번 미국의 군사 작전 전부터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과거 2022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 이후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를 적극 지지했고, 올해 2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반이란 정권 시위 연단에 올라 “이란 정권이 평범한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날 이란에서 벌어진 시위는 단순한 사회 운동이 아닌, 스스로를 되찾겠다는 한 나라의 다짐”이라고 외치며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실질적 정권 교체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타임지 인터뷰에서 “레자 팔레비와 누르 팔레비가 이란의 불안 속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인물로 떠올랐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이란 내 지지가 광범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란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왕정 복귀 여론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직접 개입의 범위를 무한정 넓히기보다 일정 수준의 억지와 메시지 관리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즉각적인 체제 교체’보다 이란 내 반정부 정서를 국제적으로 증폭하고, 정권의 정당성에 추가 부담을 주는 정도에 가까운 까닭이다. 이는 곧 이란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내부 기반을 키우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사안에 더 깊이 말려들기 전에 출구를 찾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에 나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한 발언 역시 군사 점령보다 정치 메시지에 무게를 두는 접근과 맞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