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Watch]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 확산, 연준 정책 판단 변수로 급부상
[Fed Watch]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 확산, 연준 정책 판단 변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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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생산비→운송비→소비자물가’ 상승 경로
금융시장 관망 국면? 전쟁 장기화엔 전환 불가피
금리 동결 기대 우세, 상승 압력 재확대 가능성도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장 1년 반에 걸쳐 물가 상승을 불러오는 특성이 확인되면서 시장은 단기 충격은 물론 누적 압력에 대한 경계를 키우는 모습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향후 유가 상승이 본격 반영되는 시점에는 통화정책 경로 역시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물가 대응 정책 부담 확대
16일(이하 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에너지 물가가 1% 오를 경우, 그 여파는 이후 여섯 분기 동안 소비자물가에 0.05~0.07%p 전이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IMF는 2021~2022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추적 관찰한 ‘세계 인플레이션 급등의 에너지 기원’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며 “0.05~0.07%p라는 전이 폭은 일견 제한적인 수준으로 읽히지만,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누적된다는 점에서 총체적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시키는 핵심 경로로 작동한다”고 짚었다.
실제 물가 상승 전이 구조는 산업별로 서로 다른 속도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한층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농업·제조업·건설업과 같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부문에서는 가격 상승이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만, 서비스 산업에서는 비용 전가가 지연되며 물가 상승의 정점이 뒤로 밀리는 식이다. 이는 초기 충격 이후에도 물가 상승이 추가로 이어지는 구조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기 피크 이후 빠르게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간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확산되면서 전체 물가 수준을 장기간 끌어올리는 흐름이 형성된다.
국제금융센터(IFC)도 같은 흐름을 짚었다. IFC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 서비스 물가로 옮겨가는 정도가 향후 기조적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하며 “소비자와 기업의 가격 인식이 변화하고,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이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경로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요국 긴축이 확산될 때는 금리 상승과 이자 비용 증가, 재정 적자 확대, 국채 공급 증가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물가 상승이 금융시장 부담으로 연결되는 경로를 보여준다.
국내 사례에서도 물가 상승 전이 패턴은 수치로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에 의하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2022년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당시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 약화로 식료품 소비지출은 1.7% 감소해 내수 심리 위축을 알렸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도시가스비가 21.7% 상승해 생활비 부담이 추가로 확대됐다. 이러한 연쇄 효과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 전반으로 확산되며 장기적 물가 압력을 형성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美 핵심 인플레이션 4%” 극단적 시나리오 등장
지난달 28일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이 2주를 넘긴 가운데, 금융시장은 방향성을 확정하지 못한 채 관망 국면에 머무는 분위기다. 다만 전쟁이 단기간 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격에 반영된 상태에서 교전이 이어지자, 해당 전제가 유지될지에 대한 의문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 작전은 4~6주를 기준으로 추진됐지만, 이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정이 유지된다면 자산 가격 변동은 제한적 범위에 머물 전망이다. 반대로 애초 계획과 달리 장기전에 돌입할 땐 시장 반응도 급격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과거 충격 국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약 14만9,000원) 안팎에서 움직이며, 물가 상승을 반영한 기준으로 1979년 이란 혁명 당시(179달러·약 26만7,000원)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130달러·약 19만4,000원)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증시에서도 전쟁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 이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등 패닉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지상전으로 비화하거나 장기화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작금의 안정성은 잠재적 리스크에 가깝다는 데 시장의 중론이다.
충격의 임계 시점으로는 이달 말이 거론된다. 지난 11일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전략비축유 4억 배럴 방출을 결정했지만,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하는 호르무즈 해협 물동량을 고려하면 해당 조치의 효과는 불과 20일에 그친다. 단순 계산상 이달 30일을 전후로 완충 장치의 효력이 약화하는 셈이다. 이후에도 전쟁이 지속될 경우, 시장은 공급 충격을 온전히 반영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한다. 여기에 대형 유조선 피격, 민간 항공기 격추,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송유관 공격 등 돌발 변수 또한 존재해 에너지 시장 변동성은 추가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지표 모두 하방 압력이 동시에 확대된다. 유럽연합(EU)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유지되고, 가스 가격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전망치 2.1% 대비 0.7~1%p 높은 수준으로, 그 결과 성장률은 1.4%에서 최대 0.4%p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제시됐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를 넘고, 미국 핵심 인플레이션은 연말 기준 4.1%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에너지 가격 반영에 시간차
시장은 당장 17일~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재로서는 금리 동결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1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3월 FOMC 회의 결과 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할 확률을 99.1%로 반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망이 전쟁 이전 물가 흐름을 기준으로 형성된 기대라는 점이다. 향후 에너지 가격 급등이 본격 반영되는 구간에서는 정책 경로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고,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5%,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전년 대비로는 0.5%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5.6% 하락했지만, 천연가스와 전기 요금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전기 가격 상승 압력도 확인된다. 에너지와 서비스 비용이 함께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한 모양새다.
이후 에너지 가격은 별도의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3월 들어 배럴당 평균 82달러(약 12만2,000원)로 2월 평균 65달러(약 9만7,000원)과 비교해 26%가량 상승했다. 4월 인도분 WTI 가격 역시 배럴당 87달러(약 12만9,000원) 선을 오가며 추가 상승 여지를 보이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체이스는 “현재 중동 지역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막힌 원유 규모를 고려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과가 보장되지 않는 한 정책 조치는 유가에 제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