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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 협력 요구한 트럼프, 동맹국은 즉각 참전 대신 신중론 견지

'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 협력 요구한 트럼프, 동맹국은 즉각 참전 대신 신중론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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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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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 참여 압박
EU·독일 사실상 거부, 영국은 입장 번복하며 모호한 태도 유지
평화헌법 제약에 묶인 日,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참여 가능성 거론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 참여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다수의 국가가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및 독일은 사실상의 거절 의사를 표명했으며, 영국은 입장을 번복하며 지원 의사를 일단 거둬들였다. 일본 역시 평화헌법 등의 제약으로 인해 관망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할 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작전 참여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U, 트럼프 지원 요청에 '선 긋기'

17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회원국이 여기(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매우 암울한 미래(very bad future)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4일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를 향해 호르무즈 해협 방어 작전에 참여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재차 국제 사회의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그들(EU)을 도울 의무가 없었으나, 매우 관대하게 행동했다"며 "이제 그들이 우리를 도울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16일 EU 외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홍해에 국한돼 있는 EU 해군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의향이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날 외무장관들과의 논의에서도 "홍해에서의 해군 임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분명한 소망(clear wish)이 드러났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아스피데스 작전 권한을 변경하려는 의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15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안과 관련해 “즉각적인 필요성이 없으며, 무엇보다 독일이 참여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같은 날 "전쟁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데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 전쟁이 나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전에 다른 나라들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밖에도 폴란드와 스페인, 그리스, 스웨덴 등 다수의 유럽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원 검토 중이라던 英도 태세 전환

앞서 지원 의사를 드러냈던 영국도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15일 가디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 장관은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국제 대응 방안을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며, 영국이 해군 함정이나 기뢰 제거용 드론을 보내는 방안을 포함한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파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유가 급등과 에너지 시장 충격을 고려해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6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곧장 노선을 전환했다. 스타머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총리실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석유 시장 안정성 보장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려야 하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이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고 경제 충격을 완화할 실행 가능한 집단 계획을 세우려 유럽 파트너를 비롯해 모든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는 나토 임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여겨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영국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에 반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거듭되자 스타머 총리는 전날(15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를 논의했고, 실행 가능한 계획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만 답변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연설에서 “첫째로 이 지역의 우리 국민을 보호할 것이고, 둘째로 우리 자신과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하면서도 더 확대된 전쟁으로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셋째로 역내 안보와 안정성을 회복하고 이웃 국가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차단하는 신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도 발언했다.

日, 리스크 감수하고 움직일까

미국의 지원 요청에 응해야 할지 고심하는 국가는 유럽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경우, 이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데다 자위대의 법적 제약이 많아 군사적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호위함 파견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은 평화헌법 등을 고려하면 일본이 미국의 요청을 수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한다. 고바야시 타카유키 자민당 정조회장 역시 NHK와의 인터뷰에서 “현시점 일본 정부는 ‘존립 위기 사태’나 ‘중요 영향 사태’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위대법 82조에 근거한 ‘해상경비행동’ 적용 가능성만을 언급한 상태다. 해상경비행동이 적용될 시 일본군은 인명·재산 보호를 위한 해상 치안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나, 활동 범위는 일본 선박을 호위하는 데 그친다.

만약 일본이 현 상황을 자국의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 영향 사태’로 인정하면 자위대의 군사 작전 참여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 미국의 이란 공습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위법성이 있다는 평가가 존재하고 일본 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일본 정부가 선뜻 작전 참여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해 경제 타격이 심화할 경우, 전쟁 가능 국가를 지향하는 다카이치 정부가 개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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