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파병 압박 속 ‘미중 정상회담 연기’ 거론한 트럼프, 이란 변수에 몰린 중국의 외교 셈법

[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파병 압박 속 ‘미중 정상회담 연기’ 거론한 트럼프, 이란 변수에 몰린 중국의 외교 셈법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방중 앞두고 미중 정상회담 연기 요구
中, 에너지·이란 관계·대미 협상 얽혀
미국의 에너지·지정학 복합 압박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항로 보호를 이유로 주요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가운데, 가장 먼저 호명된 중국의 전략적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협상 국면에 압박 명분이 될 수 있고, 호응할 경우 주요 원유 수입국이자 우방국인 이란과의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중동 위기까지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의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중국 군함 파견 요구하며 정상회담 연기 요청

15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 해협(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 90%를 얻고 있어 도와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항복 요구에도 이란이 '글로벌 물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공격을 지속하며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자,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을 끌어들여 이 지역 해상 운송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2주 정도 남은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2주는 긴 시간"이라면서 "연기될 수도 있다"며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참여에 대한 응답을 정상회담 이전에 내놓지 않으면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양국간 주요 일정을 코앞에 두고 중국에 중동 안보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 것은 해협 안정화 목적을 넘어 '책임론'을 부각하며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볼 여지가 큰 대목이다.

현재 미중은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 소통을 통해 회담 의제를 조율 중이다. 15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파리에서 만났다. 양측은 이날 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검토할 수 있는 농업, 핵심광물, 무역 관리 분야의 잠재적 합의 분야를 다뤘다고 전했다. 양측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 안전 협조 요구와 회담 연기 가능성을 동시에 내비친 만큼, 미국 측이 추가 협의 과정에서 해당 사안을 거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난처한 중국, 외교적 딜레마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이미 경쟁과 협력이 교차하는 복합적 구조 속에 있다. 무역 갈등,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등 양국 간 긴장은 지난 몇 년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런 환경에서 정상회담은 갈등의 수위를 조절하고 전략적 오판을 줄이는 일종의 완충 장치로 작동해 왔다. 그런데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로 이 안전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난처한 상황이다. 중동 평화의 설계자를 자처해 온 여유는 사라졌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며, 이란 전체 원유 수출의 약 80%가 중국 시장으로 향한다. 중국은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는 패권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미국을 도울 이유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관세 등 교역 장벽을 낮춰야 한다. 더욱이 미국의 안보 하청을 거부하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공범으로 낙인찍히게 될 공산이 크다. 정상회담 파행까지 감내하며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허를 찔린 중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16일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국제 에너지 수송 통로를 위협하고 지역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모든 당사국이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만 했다. 해협 호위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반복됐지만 각국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일단 ‘군사 행동 중단’이라는 입장 뒤에 숨어 시간을 버는 모양새다.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에 대한 답변도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정도였다.

트럼프식 군사 외교, 중국 겨냥 포석도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 자체가 전략적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압박은 중국의 에너지 의존 구조를 흔들며 협상 환경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압박 환경이 조성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은 외교적 협상력의 지렛대를 확보한 셈이라는 평이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전격적으로 공격하면서 이란의 우호 세력이자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비등하다. 미국이 중국과 밀착하는 베네수엘라를 올해 초 타격해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한 것처럼, 이번 이란 공습 역시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측면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통해 누려온 에너지와 경제적 이익, 달러 체제에 대한 도전을 힘으로 무너뜨리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절대적인 힘의 과시로 주도권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지난해 1월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관세 카드로 중국을 압박했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제조업 생산 능력과 공급망에 대한 우위, 희토류 카드에 밀려 오히려 수세적 처지에 서게 됐다. 그러자 올해 1월부터 베네수엘라, 쿠바, 이란 등 ‘중국의 전략적 거점’을 군사력으로 압박하고 무너뜨리는 ‘절대적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 힘의 우위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오랜 기간 중국과 이란의 원유 커넥션에 주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란을 비롯해 제재 대상 국가에서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들여와 제조업 원가 경쟁력을 높여왔는데, 이란산 원유 공급까지 끊기면 이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란의 해협 봉쇄 등으로 위험이 커질 경우 물류 차질과 보험료 상승, 운임 급등 등이 에너지 수입 단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또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작년 해상 원유 수입량 중 약 4.5%를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했지만, 지난 1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로 이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연구소(IER)는 최근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축출되고 이란의 정치적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중국이 이점을 누리던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란에 영구적인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경우 중국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석유 공급원을 하나 더 잃게 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에 비해 전략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짚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