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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이후 美 관세 정책 격돌, 세수 전망 흔들리고 주정부 반발 확산

대법원 판결 이후 美 관세 정책 격돌, 세수 전망 흔들리고 주정부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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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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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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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 달러 규모 관세 수입 사라질 가능성
대체 관세 무효 소송에 환급 부담 가시화
통상 정책 관련 부채·전쟁 논쟁 확산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관련 정책을 둘러싼 논쟁 또한 격화하는 흐름이다. 관세를 앞세워 미국 정부가 확보하려 했던 세수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법 조항을 근거로 긴급 관세를 선언했지만, 다수 주정부가 새 관세 정책을 두고 집단 소송에 나서는 등 통상 정책을 둘러싼 법적 충돌은 도리어 심화하는 형국이다. 관세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정책 구상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온다. 

관세 정책 법적 근거 붕괴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재정 감시단체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되면서 미국 정부가 향후 잃게 될 세수는 최대 1조7,000억 달러(약 2,45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CRFB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국가부채가 오는 2036년까지 58조 달러(약 8경3,8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56조 달러(약 8경920조원)보다 약 2조 달러(약 2,970조원) 증가한 규모로, 기존 전망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했던 관세가 유지된다는 가정을 반영한 것이었다. 

앞서 지난달 20일 미 연방대법원은 정부의 IEEPA 근거 상호 관세 및 펜타닐 관세 부과가 모두 위법·무효라고 판결했다. 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세수 감소를 보완한다는 명분 아래 1974년 제정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긴급 관세를 선언했다.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광범위한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해당 규정에 근거해 트럼프 행정부는 10%의 긴급 관세를 적용 중이다. CRFB는 관세율 10%가 유지될 경우 150일 동안 350억 달러(약 50조5,800억원)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같은 기간 IEEPA 관세가 유지될 경우 예상되는 세수 650억 달러(약 93조9,300억원)의 절반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CRFB는 긴급 관세나 대체 관세 정책이 기존 관세 수입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무역법 122조 관세를 영구화하거나 또 다른 법 조항을 활용해 유사한 관세 체계를 도입하더라도 세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긴급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15%로 상향하는 시나리오에선 1조3,000억 달러(약 1,878조원)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4,000억~8,000억 달러(약 578조~1,156조원)에 달하는 재원 공백이 남을 것”이라고 짚었다. 

관세 환급 여부 역시 향후 재정 규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이달 초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기록상의 모든 수입업자는 대법원의 IEEPA 관세 위법 판결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환급 절차 개시를 명령했다. 그럼에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기업들이 제출한 관세 환급 신청을 잇따라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관세 환급은 민간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고 일축하며 “대기업들이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블루 스테이트 24개 주 집단 행동

이에 미국 내에서는 새롭게 발효된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적 충돌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 성향 주정부가 이끄는 소위 ‘블루 스테이트’를 중심으로 집단 소송이 제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또 다른 법적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5일 뉴욕·오리건·애리조나·캘리포니아 등 24개 주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도입한 글로벌 관세가 위법하다며 CIT에 소를 제기했다.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조치 자체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소비자와 중소업체들을 상대로 관세를 물리기 위해 헌법과 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대법원이 그의 전면 관세 부과 시도를 기각한 뒤, 대통령은 더 큰 경제적 혼란을 야기해 미국인들의 비용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소장에서도 이들 주정부는 “헌법상 관세 부과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우회’할 권한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역법 122조는 제한적인 국제수지 위기 상황에서만 활용될 수 있는 법적 장치인 만큼 무역 불균형 해소에 활용해선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이번 소송은 각 주에 위치한 기업들의 관세 환급 요구와도 직접 연결된 사안으로 평가된다. CIT에 이미 2,000건이 넘는 관세 환급 소송이 제기된 상황에서 주정부가 관세 무효 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해당 주 기업들이 연방정부에 환급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CBP의 집계에서 IEEPA 관세로 징수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340억 달러(약 199조원)에 달하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예산모형(PWBM)은 지난해 말 이후 징수분을 포함할 경우 환급 대상 관세 규모가 최대 1,750억 달러(약 26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관세 만능론’에 비판 일색

관세 정책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 또한 갈수록 뜨겁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관세가 소득세를 대체하고 연방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정책 도구라는 인식을 반복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인식 자체가 현실적인 재정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국제 조세 정책 전문가 카일 포머로는 “지금과 같은 일방적 관세는 세수 도구로서 매우 취약하다”며 “어느 정도 세금을 거둬들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국가 재정의 방향을 바꿀 만큼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비판은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와 비교될 때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국가부채는 39조 달러(약 5경7,960조원)에 근접한 상황이며, 연방 재정 적자 역시 동반 확대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25% 이상 줄였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실제 재정 효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포머로 연구원은 “IEEPA)에 기반한 관세가 유지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본 재정 적자를 0.5%p 줄이는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무엇을 하든 예산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고 단언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최근 미 정부의 군사비 지출 문제와 결합되면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 경제 매체 포춘은 최근 보도에서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으로 발생할 경제적 비용은 최대 2,100억 달러(약 312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직접적인 군사 작전과 장비·탄약 보충 등에만 650억 달러(약 96조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기에 무역 차질과 에너지 시장 교란, 금융 리스크 등 거시경제적 손실 1,150억 달러(약 171조원)까지 합산하면, 경제적 부담은 한층 확대된다.

여기에 전쟁 장기화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재정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포춘은 과거 워게임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핵심 군수품 재고는 단 일주일 만에도 소진될 수 있다”면서 “이후 무기 생산과 보급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WBM 역시 “이란 사태가 두 달을 넘길 경우, 미국이 감수해야 할 경제적 비용은 현재 제시된 모든 추정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논리가 실제 재정 지출 규모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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