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 명분은 ‘석유’, 속내는 ‘희토류’, 탈중국 향한 자원 전쟁 2.0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 명분은 ‘석유’, 속내는 ‘희토류’, 탈중국 향한 자원 전쟁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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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자원 안보’의 역습 美가 주목하는 ‘핵심 광물’ 대거 매장 中이 장악한 희토류 공급망 재편 겨냥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 공백을 틈타 '글로벌 자원 공급망' 판도를 뒤흔들 승부수를 던졌다. 베네수엘라에는 석유, 금 외에도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 콜탄이 대량 매장돼 있다. 희토류 확보가 지상과제로 떠오른 미국 입장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베네수엘라의 희토류 자원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대상이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을 흔드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경제 재건을 결합한 ‘자원 기반 지정학 전략’이 본격 가동되는 모습이다.
美 내무 장관, 베네수 광산업계 경영진 회동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더글러스 제임스 버검(Douglas James Burgum) 미 내무장관은 지난 4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광산업계 인사 약 20명과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짐 그레치 피바디에너지 최고경영자(CEO), 잭 룬딘 룬딘마이닝 CEO, 프랭크 패넌 오리온CMC 공동 창업자, 광산 재벌로 알려진 로버트 프리들랜드의 아들 고빈드 프리들랜드, 마르셀로 킴 폴슨앤코 파트너, 트라피구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버검 장관은 회동에서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방대한 광물 자원의 잠재력을 현실로 끌어내는 과정에 기여하고 싶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한다면 자본과 기술, 인력이 파트너십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일주일간의 국제 정세를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적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며 “광산업계 역시 베네수엘라가 지닌 매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로라 도구(Laura Dogu) 주베네수엘라 미국 대사도 베네수엘라 정부의 긍정적인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도구 대사는 “과도 정부를 이끄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직접 대화를 나눠보면 현재 베네수엘라가 얼마나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네수엘라와의 협력 과정이 전적으로 순탄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광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검 장관의 방문 이후 양국 관계는 빠르게 진전됐다. 장관이 베네수엘라를 찾은 지 이틀 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외교 관계 복원에 합의했다. 이는 7년 만의 수교 재개다. 앞서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대통령은 2019년 재선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자 이에 반발해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버검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도 회동했으며, 이 자리에서는 미국 기업의 광물 자원 접근권 확대를 포함한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행 콜탄 물줄기 돌린다
미국 정부의 이번 행보는 지난 1월 마두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양국이 외교 관계 정상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제시된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제 협력 조치로 평가된다. 핵심은 베네수엘라 남부 ‘아르코 미네로(광업 벨트)’ 일대에서 형성돼 있던 중국의 자원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개입 직후 “미국 기업의 석유 권리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워싱턴 정책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전략의 실제 초점이 인공지능(AI)·반도체·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 전략 광물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간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콜탄과 텅스텐 같은 핵심 광물은 각종 규제 우회 경로를 거치며 상당 부분 중국으로 흘러들어 갔다. 실제로 지난주 콜롬비아 군이 압수한 6톤 규모의 금속 바 역시 서류상으로는 주석으로 신고됐지만, 조사 결과 중국으로 향하던 전략 광물 복합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희토류는 채굴만으로는 산업에 활용할 수 없으며, 원광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개별 원소를 분리·정제하는 공정을 거친 뒤 금속이나 합금 형태로 전환하거나 네오디뮴-철-붕소(NdFeB)와 같은 영구자석으로 가공해야 한다. 이러한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스마트폰 부품,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방산 전자장비 등 첨단 산업에 투입될 수 있다.
희토류 공급망에서 정제·분리·제련 등 이른바 '가공의 허리' 구간이 결정적 병목으로 작용하는 탓에 중국은 채굴량뿐 아니라 압도적인 가공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의 속도·가격·물량 흐름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미국이나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더라도 정제·분리 공정에서 중국 또는 중국계 공급망을 거치지 않으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방의 첨단 제조업이 원료를 다변화하더라도 최종 소재는 '중국 경유'라는 제약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막대한 희토류 자원에 눈독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광산은 중국의 희토류 장악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자원 투자를 통한 국가 재건'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목표와도 맞물린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광산 투자 확대와 산업 인프라 재건을 연계해 베네수엘라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 유입과 고용 창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산업 구조가 형성될 경우 광업은 국가 재정과 외환 안정의 기반 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가 지닌 광업 경쟁력의 근간은 방대한 매장량에 기인한다. 철광석의 경우 추정 매장량이 147억 톤에 이르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알루미늄의 핵심 원료인 보크사이트 역시 매장량만 3억 톤 이상으로, 항공우주 및 자동차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남부 볼리바르주와 아마조나스주 일대에 형성된 ‘광업 아크’ 지역에서는 현대 전자기기의 핵심 소재인 콜탄과 금이 대량으로 산출된다. 탄탈륨과 니오븀 화합물로 구성된 콜탄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로 사용되며, 높은 산업적 가치 때문에 ‘청색 금’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금 생산량은 연간 약 40톤에서 50톤 규모로 추정되며, 이는 석유 이외 부문에서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수입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일찌감치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광물 중 니켈, 구리, 석탄 등을 핵심 광물 목록에 포함하며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니켈과 구리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금속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북부 지역에 위치한 니켈 광산은 높은 품위의 광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선진국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지리적 위치와 풍부한 자원 기반은 외교적·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자원은 아직 본격적인 탐사가 진행되지 않은 희토류와 토륨이다. 베네수엘라 고원 지대에는 첨단 반도체와 군사 장비에 사용되는 희토류가 상당량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시에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토륨 역시 대규모 매장 가능성이 포착되면서 에너지 산업에서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미개발 자원들의 실제 규모가 확인될 경우, 베네수엘라는 석유 부국을 넘어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