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울고 분양업체만 웃었다" 얼어붙은 지식산업센터 거래, 입주 제한 완화·용도 변경 논의 고개 들어
"투자자 울고 분양업체만 웃었다" 얼어붙은 지식산업센터 거래, 입주 제한 완화·용도 변경 논의 고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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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센터 거래 급감·가격 하락, 투자 심리 회복 '요원' 경매 시장서도 사실상 외면, 공급 과잉 후폭풍 여전 업종 제한 완화 나선 지자체, 일각선 활용 다변화 필요성 제기

지난해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량 및 거래 금액이 대폭 감소했다. 수년 전 고금리 및 경기 침체로 인해 얼어붙은 지식산업센터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등은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는 추세며, 업계 일각에서는 지식산업센터의 활용 방법 자체를 공유 거주·공유 숙박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식산업센터 거래 침체 지속
10일 인공지능(AI) 기반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매매량과 거래 금액은 각각 3,030건, 1조2,8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889건, 1조6,803억원) 대비 각각 22.1%, 23.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지식산업센터의 전용면적당 평균 가격은 1,577만원으로 전년(1,690만원) 대비 6.7% 떨어졌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매매는 2,645건, 거래 금액은 1조1,659억원으로 직전 해(3,484건, 1조5,455억원) 대비 각각 24.1%, 24.6% 줄었다. 이는 전국 전체 거래의 87.3%, 90.9% 수준이다. 서울 지역의 매매량은 660건, 거래 금액은 4,797억원으로 전년(822건, 5985억원)과 비교해 각각 19.7%, 19.8% 감소했다. 자치구별로 범위를 좁히면 금천구(250건)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졌고, 이어 영등포구(93건), 송파구(91건), 구로구(81건), 성동구(67건), 강북구(66건) 등 순이었다.
경기도 지식산업센터 매매량은 1,786건으로 전년(2,362건) 대비 24.4% 줄었다. 해당 지역의 거래량이 2,000건대로 미끄러진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거래 금액도 같은 기간 8,594억원에서 6,310억원으로 26.6% 쪼그라들었다. 시군별 매매량은 하남시가 2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안양시(201건), 화성시(186건), 성남시(143건), 부천시(122건), 용인시(111건) 등이 뒤를 이었다. 비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매매량은 405건에서 385건으로 4.9% 줄었고, 거래 금액은 1,347억원에서 1,168억원으로 13.3% 축소됐다.
경·공매 시장에 매물 쏟아져
이 같은 지식산업센터 거래 침체 흐름은 경매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수도권에서 경매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모두 2,74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연간(1,348건) 대비 무려 103.9% 증가한 규모다. 동시에 매각률·매각가율·응찰자 수 등 낙찰 관련 지표는 일제히 악화했다. 매각률은 2024년 25.8%에서 해당 기간 20.1%로 하락했으며, 매각가율은 65%에서 55%, 응찰자 수는 2.7명에서 2.4명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가 지은 지식산업센터 '천안자이타워'가 공매 추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 61-38 일원에 있는 천안자이타워는 금융당국이 취합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각 추진 사업장 목록에 포함된 상태다. 이에 대주단은 천안자이타워에 대한 선순위 공매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에스앤디 관계자는 "대주단에서 공매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했다.
지난 2024년 준공된 천안자이타워는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그룹사 인근에 위치해 있어 분양 당시까지만 해도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의 공급 과잉, 경기 불황 등으로 인해 임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천안자이타워를 지은 자이에스앤디는 미분양으로 329억원가량을 받지 못해 지난해 이를 상각 처리하기도 했다. 공매 진행은 자금 회수를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엇갈린 시장 희비, 투자자 구제책은?
이처럼 시장 전반에서 지식산업센터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투자 심리 자체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정보통신업 등의 공장 및 지원 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건축물로, 세금·대출 등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워 한때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20년 정부가 주택 규제를 강화하고,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공급을 늘리며 이 같은 흐름은 한층 두드러졌다.
문제는 2022년 이후 금리 인상, 경기 침체, 공급 과잉 등 악재가 누적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점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은행권은 지식산업센터 분양가의 70~80% 선에서 내주던 대출 한도를 40% 선까지 줄였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대금은 통상 계약금 10%, 중도금 50%, 잔금 40% 비율로 납부한다. 집단대출 방식으로 중도금을 확보하고, 이후 입주가 시작되면 중도금 대출이 잔금 대출로 전환되는 식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 이후로 계약금·중도금 납부 후 잔금 대출이 끊기며 자기 자본을 추가 투입해야 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했고, 연체 등으로 인해 지식산업센터가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 속 미소 지은 것은 분양사와 중개업체뿐이었다. 이들은 분양 단계에서 중개 수수료(0.4~0.6%, 매도인·매수인 각 부담), 분양 대행 수수료(1~3%), 옵션 마진 등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100억 원 단지 하나만 분양해도 최소 3억원 이상이 들어오는 구조다.
지식산업센터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가운데, 각 지자체는 조례 등을 통해 입주 가능 업종을 늘리며 수요 회복에 힘쓰고 있다. 서울 구로·금천구는 지난해 4월 건설·금융업 등을 입주 가능 업종으로 추가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영등포구가 금융·보험업, 종합·전문건설업 등의 지식산업센터 입주를 허용했다. 같은 달 국회에서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식산업센터 활성화를 위한 관련법(산업집적·집합건물·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에는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지식산업센터를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식산업센터를 공유 주거·공유 숙박 공간 등으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다만 지식산업센터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무·제조 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주거·숙박 시설로의 전환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주거나 숙박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용도를 변경해야 하고, 지자체 인허가와 주차·소방 기준 충족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공실 해소 대안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규제 완화나 제도 정비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