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낮은 유동성이 부른 가격 착시, NFT 시장 왜곡하는 가짜 수요의 덫
[딥파이낸셜] 낮은 유동성이 부른 가격 착시, NFT 시장 왜곡하는 가짜 수요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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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NFT 컬렉션 가치 상실 세탁 거래·조작 거래 가격 신호 왜곡 거래 투명성 강화·시장 감시 체계 구축 과제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의 실상이 냉혹한 통계로 확인됐다. NFT 컬렉션 7만3,257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의 95%에 해당하는 6만9,795개가 시장 가치를 사실상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2,300만 명의 투자자가 실질 가치가 거의 없는 토큰을 보유한 셈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체 거래량 가운데 34억 달러(약 4조9,980억원)가 이른바 ‘세탁 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소수의 고가 낙찰 사례와 이를 강조한 자극적 보도가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시를 낳은 것이다.
거래 없는 시장이 만든 가격 착시
실제 NFT 시장에는 팔리지 않는 NFT가 대거 쌓여 있었고 거래 조작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이는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거래가 드물고 디지털 발행이 쉬운 자산 구조의 취약점을 노린 결과였다. 단순한 ‘거품’으로 규정하기보다 NFT 시장의 구조적 왜곡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낮은 유동성과 대중의 관심을 이용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언론 보도가 확대 재생산하면서 시장 과열이 강화되는 흐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가격 왜곡 방식은 단순했다. 거래가 거의 없는 시장에서는 단 한 번의 매매만으로도 가격 지표가 크게 변동한다. 특정 참여자가 자산을 여러 지갑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거래하며 최저가를 끌어올리면 겉으로 드러나는 가격 데이터는 상승장처럼 보인다. 2021년 NFT 거래 규모가 정점에 달했을 때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당수 토큰은 최초 발행자의 지갑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시장에서 강조된 희소성 역시 연출된 거래가 만든 착시에 가까웠다. 이러한 가격은 연출된 거래가 멈추는 순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 심리와 언론 보도가 키운 왜곡
투자자의 심리적 편향도 시장 왜곡을 키웠다. 수익이 난 자산은 서둘러 매도하고 손실이 난 자산은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 때문에 시장 데이터에는 가격이 상승한 거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된다. 특히 유동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이러한 처분 효과가 전체 수익률이 실제 대비 높게 보이는 착시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예외적인 성공 사례에만 집중한 언론 보도가 시장 과열을 부추겼다. 조작된 고가 거래가 기사로 보도돼 주목을 받으면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고, 늘어난 관심이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형성됐다. 결국 소수의 성공 사례가 마치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회인 것처럼 확산되며 시장의 비정상적 과열을 지탱했다.

데이터 분석과 규제 도입이 해법
이 같은 시장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격’이라는 단일 지표에서 벗어나는 접근이 핵심이다. 자산 가치는 가격 자체보다 거래 빈도와 참여자 분포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따라서 교육 현장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거래 빈도, 소유권 집중도, 고유 지갑 수 등 시장 구조 지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NFT의 개념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 조작 가능성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도 확대돼야 한다.
정책 대응 역시 구체화가 요구된다. 거래소에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해 이상 거래를 식별하는 알고리즘을 의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구매자가 확보되기 전까지 신규 토큰 상장을 제한하고, 잦은 거래를 유도하는 수수료 구조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
가짜 수요에 가려진 시장의 경고
NFT 사태는 정보가 부족한 시장에서 투자 심리와 허술한 시장 제도가 결합할 때 자산 가치가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분석 결과 시장 조작 정황이 확인된 계정은 전체의 3.93%, 관련 거래는 2.04% 수준에 그쳤다. 수치만 보면 극히 일부의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왜곡된 가격 신호가 시장 전반의 기준처럼 작동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결국 소수의 조작 거래가 시장 전체 가치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이를 실제 상승 신호로 오인한 투자자들이 뒤늦게 시장에 유입됐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때의 투기 열풍이 남긴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 허수 주문과 자전거래를 걸러내고 시장의 실제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질 때 비로소 NFT는 투기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디지털 소유권을 증명하는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NFT Fraud: How Rare Trades and Wash Trading Created the Illusion of Value in the NFT Marke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