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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 안전하지 않다" 중동發 긴장에 시장 혼란 가중, 국제유가 급등 속 전쟁 장기화 우려 커져

"금도 안전하지 않다" 중동發 긴장에 시장 혼란 가중, 국제유가 급등 속 전쟁 장기화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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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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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잃은 안전자산들, 美-이란 충돌에 금·미 국채 약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 치솟아, 산업계 '비상'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시장 압박 가중 전망

글로벌 자산 시장의 ‘안전자산’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금과 미국 국채 등 지정학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가치를 지키던 자산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이에 더해 양국 간 전쟁은 국제 유가 상승을 촉발하며 글로벌 산업계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전자산 가격 하락세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미 국채와 금 가격은 나란히 약세를 보였다. 미 국채의 기준물인 10년 만기 수익률은 일주일 사이 4.131%까지 뛰었다. 주간 상승률은 0.17%포인트로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치였다. 미국의 막대한 전쟁 비용 지출 규모에 대한 우려가 국채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해당 기간 금 가격은 1.25% 내렸고, 백금 가격은 9.59% 급락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으로, 세계 에너지 안보의 요충지로 꼽힌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스 수출선 대부분이 인도양으로 향할 때 이 해협을 반드시 거치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정도다.

이란 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는 앞서 지난달 말 미국의 공격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모두 불태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해당 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급격히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월 말 하루 40~50척 수준이던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 이동이 3월 들어 양방향 모두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며 '거의 완전한 정지' 상태라고 전했다. 드물게 해협 인근을 지나던 선박들이 이란 측의 공격에 휘말리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중동산 원유의 핵심 운송로가 봉쇄되며 국제유가는 급속도로 치솟았다. CNBC에 따르면 8일(이하 현지시각)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16.19% 상승한 배럴당 107.70달러(약 16만1,194원)에 거래됐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108.15달러(약 16만1,868원)로 18.98% 뛰었다. 이 같은 유가 상승 흐름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게 된다. 별다른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손해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석화·건설업계 등도 '먹구름'

유가 상승은 산업계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악재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의 원가 부담이 줄줄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석유화학업계다. 최근 석화업계는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를 살펴보면,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나프타 1배럴은 지난 6일 88.1달러(약 18만1,860원)에 거래됐다. 이는 중동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68.87달러) 대비 27.9% 급등한 수준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경질 석유 제품으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만드는 ‘크래킹(cracking)’ 공정의 주요 원료로 쓰인다. 기초 유분은 플라스틱, 합성 섬유, 합성 고무 등 각종 화학 제품의 기본 재료다. 사실상 석유화학 가치사슬의 출발점에 나프타가 있는 셈이다. 이는 국제유가가 뛰고 원유 수급 상황이 악화할 때마다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구조 및 수익성이 흔들리는 이유다.

이 밖에도 다수의 업종이 유가 압박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경우, 자재 및 운송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건설 현장에서 쓰는 아스팔트, 플라스틱 계열 자재, 일부 화학 소재 등은 원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유가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함께 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불안정한 원유 수급으로 시멘트, 철강, 건설 자재 등을 운반하는 물류·장비 연료비 부담도 나란히 커지며 공사 원가가 치솟았다.

전쟁 길어질수록 리스크 커진다

시장에서는 향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 같은 혼란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 및 정제 시설 가동을 줄줄이 축소 중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일일 150만 배럴을 감산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정유 시설을 폐쇄했다. 카타르 역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플랜트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8일에는 블룸버그, CNBC 등 외신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핵심 산유국인 쿠웨이트와 UAE가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상 운송이 정체되며 원유 저장 탱크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산유국들이 속속 유정을 잠그기 시작한 것이다.

각종 기관도 전쟁의 지속 기간에 따라 시장 상황이 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금융센터와 글로벌 주요 IB 보고서를 종합하면,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약 14만9,670원)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시티(Citi)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반대로 중동 사태가 단기간 내에 마무리될 경우 유가는 전쟁 발발 이전 수준(배럴당 6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이후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을 결정할 경우 유가가 올해 중반 50달러(약 7만4,835원) 선까지 내릴 수 있다는 예측도 존재한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지속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차기 리더십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알리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달 28일 숨졌다. 아울러 그는 합의 조건으로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내걸었다. 이에 이란은 최근 맞불을 놓듯 모즈타바를 차기 지도자로 선택하며 미국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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