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디지털 서비스 무역 대전환, AI 시대 성장 조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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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 디지털 서비스 무역 질서 재편 가속 가격 경쟁 심화 속 국가별 수혜·부담 격차 확대 노동시장 적응·기술 역량·국제 공조가 성장 변수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수출 규모가 약 5조달러(약 7,795조원)에 육박하면서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서비스 무역의 경쟁 구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무역 충격이 이제는 디지털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와 금융, 법률 서비스, 마케팅, 고객지원, 콘텐츠 제작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된다. AI는 서비스 생산 비용을 낮춰 소비자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서비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경쟁 압력을 유발할 전망이다.
AI가 바꾸는 서비스 가격 경쟁력
AI 무역 충격의 핵심은 일자리 감소보다 서비스 가격 변화에 있다. 주요 수출국이 AI를 활용해 특정 서비스의 생산 비용을 낮추면 해당 서비스의 국제 가격도 함께 하락한다. 특히 여러 국가가 유사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장일수록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주요 경제 연구들은 AI가 글로벌 교역 장벽을 낮춰 세계 무역 확대를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거시 경제 모형 분석에 따르면 AI는 2040년까지 세계 무역 규모를 약 3분의 1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디지털 서비스 분야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향후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을 연간 0.1~0.95%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추정도 존재한다.

AI 수혜와 부담의 국가별 격차
그러나 AI 무역 충격의 영향은 국가별 경제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자본과 특허, 클라우드 인프라, 연구 인력, 선도 기업을 다수 보유한 선진국은 AI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고숙련 사무직 비중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화이트칼라 직종을 중심으로 직무 재편과 고용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면 AI 기술 개발과 활용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과 산업의 성과를 흡수할 여력도 상대적으로 크다.
개발도상국은 다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선진국에 비해 AI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직종 비중은 낮지만 서비스 수출에 기반한 성장 모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국가가 고객지원과 정보기술(IT) 서비스, 행정 지원 업무 등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의 업무를 수주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AI가 이러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면 기존 수출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노동 전환 속도가 경쟁력 좌우
기술 혁신은 기존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사라지는 업무를 새로운 일자리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지, 확대되는 시장 기회를 산업과 노동시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서비스 업무를 전문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전환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AI 활용 서비스와 데이터 분석, 사이버보안, 규제 대응, 의료 행정, 물류 등은 새로운 수요가 기대되는 분야로 꼽힌다.
핵심은 모든 노동자를 AI 개발자로 전환하는 데 있지 않다. 산업 현장의 전문성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직무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가 정책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지표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직무 노출도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자의 25%는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노출 직종 비중은 저소득국의 0.5%에 비해 고소득국이 4.0%로 훨씬 높다.
AI 시장 집중이 남긴 과제
AI는 서비스 비용을 낮춰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문턱을 낮추고 개발도상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국어 마케팅과 규제 대응, 고객관리 등 과거 상당한 비용이 필요했던 업무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참여 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다. 그러나 비용 절감만으로 국가 경쟁력과 성장 기반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낮아진 서비스 가격이 통신망과 전력망 확충, 중소기업 투자 확대 등 경제 성장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AI 시장의 높은 집중도는 별도의 과제로 지목된다. 소수 기업이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할 경우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과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가 확대되고 시장 지배력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경쟁 정책은 AI 산업 정책과 무역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연구개발과 특허, 핵심 기술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소수 국가와 기업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최첨단 AI를 자체 개발하지 않더라도 기술을 활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과 연구자를 위한 컴퓨팅 자원과 공공 데이터, 모델 검증 체계, 개인정보 보호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반이 부족할 경우, AI 활용 과정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창출보다 해외 기술 의존도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변화 흡수할 제도적 기반 구축
AI가 업무와 산업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지만 노동자와 교육 체계, 복지 제도는 같은 속도로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채용 수요와 연계된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임금 지원 제도, 재취업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기업 정책은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참여 주체 간 협력도 중요하다.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고 어떤 분야에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경험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주체가 현장 종사자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기업, 정부가 변화 과정에 함께 참여할 경우 단순한 인력 감축보다 생산성 향상과 직무 전환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 가능해진다.
AI 시대 국제 협력의 과제
AI 무역 충격은 개별 국가의 정책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이동과 AI 모델의 위험 관리, 디지털 서비스 과세, 공공 조달, 경쟁 정책 등에 대한 국제적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동시에 각국이 기술 역량과 산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 일방적인 시장 개방 압박이나 과도한 보조금 경쟁보다 기술과 인프라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디지털 서비스 무역은 AI가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분야가 될 전망이다. 향후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과 제도의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AI 무역정책이 노동·경쟁·교육·산업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비용 절감의 혜택은 커질 수 있지만 경제 전반의 취약성 역시 확대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AI Trade Shock Will Reward Countries That Move Workers, Not Just Data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