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의 ‘타우 법칙’ 승부수, 체급 위에 쌓는 기술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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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2031년 1.4나노급 칩 구현' 선언 EUV 막힌 중국, 로직폴딩으로 설계 우회 시도 제조 경험 축적 기반의 기술 격차 축소 노려

중국 토종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화웨이가 새로운 반도체 개발 이론을 제시한 가운데, 세계적인 석학이 그 이론적 현실성을 공식 인정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 수출을 차단하며 중국의 선단 공정 접근을 제한하고 있지만 중국은 설계와 제조, 장비와 소재 전반에서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가 공개한 이론 역시 이러한 자립 전략의 연장선에서 제시된 새로운 반도체 개발 경로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시장 표준을 대체할 기술적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중국이 국가 차원의 자원을 동원해 새로운 기술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EDA 최고 석학 "타우 법칙 로드맵 현실성 있어"
8일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마이드라이버스에 따르면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분야의 최고 석학인 앤드류 캉(Andrew B. Kahng) 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 석좌교수는 최근 "화웨이의 독자 노선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캉 교수는 화웨이가 수립한 새로운 미세화 경로를 분석한 뒤, 이들이 이미 5년 안에 1.4나노급 기술 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 검증 가능한 경로를 온전히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이 설계 자율성 영역에서 서방 학계의 예측보다 훨씬 성숙한 단계에 진입했음을 공인한 이례적인 사례다.
지난달 화웨이는 상하이에서 IEEE(전기전자공학회) 주관으로 열린 '국제회로시스템학회(ISCAS) 2026'에서 새로운 반도체 개발 이론을 제시했는데, 업계의 이목을 끈 건 화웨이가 글로벌 반도체 개발 공식인 '무어의 법칙(Moore’s Law)'의 대안으로 '타우의 법칙(Tau Scaling Law)'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18~24개월마다 집적회로 밀도가 두 배로 증가하고 성능은 향상되며 비용은 낮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이 '극한의 소형화' 이론이었다면, 타우의 법칙은 로직폴딩(LogicFolding) 등의 기술을 통해 이를 신호 전달 시간의 단축으로 전환한단 이론이다. 더 이상 기하학적 크기 축소에 의존하지 않고 소자, 회로, 칩, 시스템 등 각 층위에서 유효 상수 타우를 압축해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앞서 허팅보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총재는 '다층 전자 시스템의 시간 미세화 이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7나노 이후에는 단순 크기 축소의 수익성은 점차 둔화됐다"며 기존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감가상각, 설계 규칙 복잡성 때문에 2나노 공정의 최첨단 칩 설계 예산은 이미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이를 대체할 타우의 법칙의 핵심 기술이 바로 로직폴딩이다. 로직폴딩은 디지털 회로, 아날로그 회로, 저장 회로를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뒤 초미세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신호 전달 거리를 줄이고 신호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과 간섭을 줄여 신호전달 시간 자체를 단축한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이다.
장비 봉쇄 맞선 중국, 반도체 생산기지 확대 속도
이는 무엇보다 집적회로를 소형화할 핵심 설비인 ASML의 EUV 노광장비 수입이 막혀있는 중국의 한계를 시스템 전체 최적화 기술을 통해 뚫겠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이번 발표를 통해 서방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기존 5년에서 3년 안팎으로 줄이겠단 선언을 한 것으로 본다. 실제 미국과 동맹국이 첨단 장비 접근을 막는 동안 중국은 설계 우회와 기존 세대 DUV 멀티패터닝, 첨단 패키징, 자체 장비 개발, 차세대 광원 연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장비 통제로 생긴 기술적 병목을 국가 차원에서 여러 경로로 풀어내려는 흐름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은 기술 우회 시도와 산업 보조금 체계를 동시에 굴리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기를 3,440억 위안(약 78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재정부, 지방정부, 국유기업, 국유은행이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반도체 지원이 중앙 재정과 정책금융을 결합한 국가 프로젝트로 재편됐다. 이 자금의 방향은 제조 역량과 장비 국산화에 맞춰져 있다. 1·2기 빅펀드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제조 기반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면, 3기는 노광·식각·증착·검사장비와 소재·부품 생태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뒀다.
지원 방식도 단순 보조금 지급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장비 기업에 세제 감면, 무상 또는 저가 토지 제공, 정부 보조금, 지분투자 등을 장기간 제공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단기 손실 부담을 낮추고, 장기간 수율 개선과 장비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재무적 완충 장치를 만든다. 실제 설비투자 규모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지출은 493억 달러(약 76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0.5% 감소에 그치며 고점권을 유지했고, 중국 업체들은 성숙 공정과 일부 첨단 역량에 투자를 지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가 키운 생산 체급, 기술 격차 압박 가속
이 같은 투자 흐름은 저가 시장의 가격 질서를 흔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성숙 공정은 자동차, 가전, 산업용 전자기기, 전력관리칩 등 광범위한 수요처를 보유하고 있어 첨단 공정 대비 기술 장벽은 낮지만, 공급 과잉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이미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0% 이상 증가하며 점유율을 8%까지 끌어올렸다. 스마트폰과 서버를 중심으로 중국 내 수요가 증가한 데다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까지 누린 결과다.
낸드 시장에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YMT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445% 증가하며 점유율을 13%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8% 수준이던 점유율이 1년 만에 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7.1%)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5.2%)의 점유율 격차는 1년 전보다 0.7%포인트 줄었다. SMIC는 올해 성숙 공정을 넘어 첨단 공정인 7나노미터 공정 수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국가 차원의 산업 동원 체계에서 나온다. 반도체 공장 한 곳을 건설하는 데만도 수십조원이 투입되고 수율 안정화까지 수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처럼 장기간 적자를 감내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유 금융기관이 동시에 자금을 공급하며 부담을 흡수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수익성보다 생산능력 확대와 시장 점유율 확보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압도적인 비용 경쟁력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은 자동화 비중이 높지만, 생산관리와 공정 운영, 장비 유지보수, 후공정과 패키징 단계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투자 부담과 인건비 상승이 생산능력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국유 금융기관의 정책자금 공급, 거대한 제조업 인력 기반이 결합되면서 장기간 투자 확대가 가능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 같은 환경은 중국 기업들이 단기 실적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량 자체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산업이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공정 데이터가 축적되고, 축적된 데이터는 수율 개선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수율 개선은 제조원가 하락을 유도하고, 낮아진 제조원가는 다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 선순환 구조를 국가 지원 아래 구축하고 있다.
성숙 공정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와 산업용 장비, 가전제품, 통신장비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는 가격이 시장 점유율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화웨이가 제시한 타우 법칙 역시 이러한 산업 기반 위에서 등장했다. 현재 중국은 설계 최적화와 첨단 패키징, 장비 국산화, 성숙 공정 증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확보한 자금과 제조 경험이 새로운 기술 개발의 토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