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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요까지 잃었다" 서방 제재에 석유 수출길 막힌 러시아, 美와 관계 개선 구상

"인도 수요까지 잃었다" 서방 제재에 석유 수출길 막힌 러시아, 美와 관계 개선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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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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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 장기화·인도 이탈에 러시아산 원유 수요 위축 
우랄유 급락·매물 해상 적체, 중국 수출도 한계 직면
궁지 몰린 러시아, 달러 결제 복귀 등 美와의 경제 협력 추진

러시아 석유 산업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국의 제재가 수년째 끊이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의 핵심 수입국이었던 인도마저 미국과 맞손을 잡으며 수요처 확보 난도가 대폭 상승한 탓이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는 미국을 향해 우호적인 태도를 내비치며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갈 곳 잃은 러시아산 원유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할인 폭이 전쟁 초기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원자재 정보 업체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의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주력 유종인 우랄(Urals)산 원유는 현재 배럴당 45달러(약 6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대비 27달러(약 3만8,950원)가량 낮은 가격이자, 러시아 당국이 2026년 회계연도 예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정한 적정 유가(배럴당 59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원유 재고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ta)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약 1억 4,3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구매자를 찾지 못한 채 바다 위 유조선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는 러시아의 보름치 생산량에 맞먹는 규모다. 러시아 석유 산업에 대한 서방국들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며 대다수 물량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EU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꾸준히 관련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대(對)러시아 신규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에 대한 선박 보험과 급유, 유지 보수 등 모든 해상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조치가 포함되기도 했다. 해당 조치와 관련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새 조치를 시행할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이 더욱 줄어들고 러시아산 원유의 구매자를 찾는 일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며 "해운업이 글로벌 산업인 점을 고려해 G7(주요 7개국)과 뜻을 같이하는 국제 파트너들과 조율해 전면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고객' 인도마저 수입 중단 선언

미국은 최근 인도와의 무역 합의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의 핵심 판로를 막았다. 지난 7일 공개된 양국 간 잠정 합의안에는 미국이 대부분의 인도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50%에서 18%로 인하하고,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의 직·간접적 수입을 중단하기로 약속하고,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인도 수요의 이탈은 러시아에 있어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줄이 중단한 가운데, 인도는 할인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확보해 왔다. 지난해 인도 전체 원유 수입 중 약 3분의 1이 러시아산일 정도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8월 인도에 25%의 상호관세와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를 부과하며 거래 축소 압박을 가했고, 지난해 6월 하루 200만 배럴 수준이었던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는 지난달 하루 평균 110만 배럴까지 미끄러졌다.

핵심 수요처를 잃을 위기에 처한 러시아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대중국 수출 규모 확대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코즈미노항에서 선적돼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의 가격 할인 폭은 브렌트유 가격 대비 배럴당 9달러(약 1만2,980원)에 달한다. 기존 할인 폭은 배럴당 7~8달러(약 1만90원~1만1,540원) 수준이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 국유기업들이 러시아산 해상 원유 구매를 줄줄이 중단하며 러시아산 원유의 수요처가 소규모 정유 업체들로 국한됐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러시아산 원유량이 사실상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美와 관계 회복 노린다?

원유 수출이 축소되면 러시아는 전쟁 자금 조달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서방국의 압박 속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린 셈이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대규모 경제 협력을 앞세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작성된 크렘린궁의 내부 기밀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합치할 만한 7가지 핵심 분야가 상세히 기술돼 있다.

우선 러시아는 해당 문건에 달러 결제 시스템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명시했다. 서방의 금융 제재에 대응해 중국 위안화 등 대체 통화 결제망 구축에 힘을 쏟던 러시아가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집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외환 시장을 확장하고, 국제 수지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실리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할 시 미국은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를 굳히는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원자재 분야 협력 의지도 확인됐다. 문건에서는 리튬·구리·니켈 등 핵심 광물 자원 개발 협력 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양국이 유럽·중국이 주도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맞서 화석 연료를 공동으로 옹호하고, 해상 유전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더해 미국 기업들이 과거 러시아 시장에서 겪었던 손실을 보전해 주고, 소비자 시장 복귀를 위한 특혜 조건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안까지 제시됐다.

서방국 고위 관리들은 이 같은 러시아의 제안에 회의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 자금·물자 핵심 조달처로 자리매김한 중국과의 관계를 실제로 단절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블룸버그에 "(러시아의 제안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읽힌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은 거대한 약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유인하려는 전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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