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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체 어려운 ‘건설·의료’가 떠받친 美 1월 고용, 타업종은 ‘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

AI 대체 어려운 ‘건설·의료’가 떠받친 美 1월 고용, 타업종은 ‘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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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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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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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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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회복지, 증가分 95% 차지
금융 등 화이트칼라 산업은 줄어
저고용·고생산성 경제 질서 형성
2024년 1월부터 2026년 1월 미국 실업률 그래프. 지난해 10월 수치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집계되지 않았다/출처=미국 노동통계국(BLS)

미국 노동시장이 과거와 판이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기술업계나 제조업계에서는 고용 둔화가 고착화되는 반면, AI로 대체가 불가능한 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로는 신규 채용 수요가 쏠리는 등 고용지표의 질적 변화가 뚜렷해졌다. AI에 따른 생산성 급등과 채용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노동시장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균형점을 향해 이동하는 양상이다.

1월 일자리 늘었으나, AI로 대체 불가능한 부문에 편중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부문 총 고용 인원은 전월 대비 13만 명 늘었다. 이는 하향 조정된 지난해 12월 수치 4만8,000명 증가보다 급증한 숫자다. 시장 예상도 크게 웃돌았다. 앞서 다우존스는 5만5,000명, 블룸버그는 6만9,000명의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실업률은 직전월의 4.4%에서 4.3%로 감소했다. 예상치는 4.4%였다.

이번 1월 수치는 전월 대비로도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의료와 사회복지 부문 등이 일자리 증가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1월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에서 12만3,500명이 늘며 전체 증가분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부문은 전반적인 경기 현황과 상관없이 고령화와 맞물려 성장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 미 의료 산업은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장기간 고용을 확대해 왔다. 특히 이민 노동자 비중이 높다. 인구 데이터베이스 IPUMS가 집계한 미국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외국 출생자는 미국 전체 인구의 15% 미만이지만 가정 방문 요양보호사의 39%, 의사의 28%, 치과의사의 24%를 차지했다. 1월에 고용이 늘어난 건설업도 이민 노동자 의존도가 높다. 건설업 종사자의 약 25%가 외국 출생자며 일부 직종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에 이른다.

반면 금융, IT, 통신 부문에서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 고임금 일자리인 금융업은 2만2,000명, IT·미디어 산업은 1만2,000명 감소했다. 특히 통신 부문에서만 1만5,000명이 줄어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AI와 자동화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고용도 수개월째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금리 환경과 설비 자동화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전통 제조업의 인력 수요도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지난달에만 10만 명 감원 삭풍

AI발 일자리 쇼크는 이미 미국 노동시장을 크게 뒤흔들어 놨다. AI가 활성화되던 초창기만 해도 블루칼라 직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지만,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나온 이후에는 화이트칼라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에만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10만 명 이상의 감원 태풍이 불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18% 급증한 수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달 28일 사무직 1만6,000명의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1만4,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해고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로 최근 3개월간 아마존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3만 명으로 늘었다. AI 발전으로 인력 감축 요인이 생긴 데다 향후 AI 경쟁에 대비한 실탄 마련 차원으로 해석된다.

자동화 도입에 따라 미국 대형 물류업체 UPS도 지난해에 이어 최대 3만 명의 추가 감원과 시설 폐쇄에 나섰다. 이번에는 소포 처리 및 배송 업무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관리직 1만4,000명과 현장 운영직 3만4,000명 등 총 4만8,000명을 감원하고, 시설 93개를 폐쇄한 바 있다. 고객관리시스템(CRM) 기업인 세일즈포스도 고객 지원 직무 규모를 대폭 줄였으며 AI가 이미 회사 업무량의 최대 50%를 처리하고 있다. AI로 인한 인적 구조조정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수년 내 AI가 선진국 일자리의 60%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채용 규모도 크게 줄었다. 1월 신규 채용은 5,306건으로 2009년 1월 이후 가장 적었다. 고용 악화 조짐은 작년부터 포착됐다. 미 노동부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구인 공고는 654만 개로 1년 전보다 97만 개 감소했다. 전달에 비해서도 38만6,000개 감소해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코딩 직군에서 채용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률은 2022년 말 대비 거의 20% 감소했다. 하버드 및 킹스칼리지 런던의 연구에서도 AI를 도입한 기업들, 특히 기술 섹터에서 주니어급 채용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AI 통한 생산성 극대화

이 같은 흐름은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구직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일자리를 연결시켜주는 이른바 역리쿠르팅(Reverse Recruiting)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리크루팅 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고 구인에 나섰는데 이젠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고용 시장이 냉각되는 가운데 특히 AI 확산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신종 트렌드다.

전문가들은 AI로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고용이 적어도 높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용 없는 성장 때문에 미국 노동시장이 새로운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확산과 고령화, 낮은 이민 수준이 결합해 고용이 정체된 채 생산성만 향상되는 현상이 미국 경제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 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비농업부문 생산성은 전기 대비 연율 4.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분기(5.2%)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다. 같은 해 2분기 생산성은 종전 3.3% 증가에서 4.1% 증가로 상향됐다. 생산성이 2개 분기 연속으로 4%가 넘는 향상을 보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충격 직후인 2020년 2~3분기(각각 20.9% 및 6.4%)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의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폭 평균치는 5만3,000명에 그쳤다. 그럼에도 작년 2분기와 3분기 미국 경제는 전년 대비 연율 3.8% 및 4.3%의 고속 성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생산성이 몇 년 동안 거의 구조적으로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면서 "5~6년 동안 2%의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는 때를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월 의장은 생산성 향상의 원인 중 하나로 AI를 꼽으며 "생산성이 매년 2% 증가한다고 생각하면, 일자리 창출을 늘리지 않고도 더 높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의 노동 시장은 AI 도구의 생산성 기여도가 포화 상태에 이를 때까지 극심한 혼란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 일자리의 창출 속도가 기술에 의한 일자리 소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역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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