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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위안화 연동 차단한 중국, 흔들리는 홍콩 ‘코인 허브’ 구상

역외 위안화 연동 차단한 중국, 흔들리는 홍콩 ‘코인 허브’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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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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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통화 기반 확장 구상 차질
열린 상장, 현실은? 제도와 체감의 간극
싱가포르·홍콩·두바이 금융허브 경쟁 구도

중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디지털 토큰 발행과 역외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전격 금지하고 나서면서 오랜 시간 홍콩이 추진해 온 ‘코인 허브’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축으로 글로벌 디지털 자산 허브를 구축하려던 구상이 핵심 통화 고리를 잃게 되면서다. 여기에 홍콩 거래소 상장 현실의 높은 문턱과 두바이·싱가포르가 제도권 파생상품 및 기업 집적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흐름까지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 허브 간 경쟁 구도도 한층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홍콩 가상자산 정책에 제동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7일 공식 성명을 내고 “중국 내 기업의 해외 디지털 토큰 발행과 역외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전격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이유로는 “통화 주권에 대한 위협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조치에 따라 앤트그룹, JD닷컴 등 다수의 중국 기업이 홍콩 시장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며 “투기 움직임의 재확산을 경계하고, 가상화폐와 관련된 불법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홍콩이 추진해 온 제도권 스테이블코인 체계와 직접 충돌한다. 홍콩은 지금까지 11개 거래소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62개 기업에 거래 허가를 내주며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 안으로 편입했다. 또 오는 3월부터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공식 라이선스 발급도 시작된다. 홍콩 당국은 준비금 요건,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투자자 보호 장치를 충족할 경우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위안화 연동 발행이 원천 금지되면서 통화 기반 확장 구상도 범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중국과 홍콩이 마찰을 빚는 동안에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아르테미스 조사에서 1월 말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3,000억 달러(약 432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2021년 강세장 수준을 상회하는 규모다. 결제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137% 성장했다. 아르테미스는 “개인 간 송금(P2P)보다 기업 간 결제(B2B)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결과”라며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안정성을 기반으로 국제 무역과 기업 자금 정산에 활용 범위가 확대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중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해석도 이어진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TRM랩스의 안젤라 앙 아태지역 정책 총괄은 “중국의 태도는 최근 몇 달 새 급격히 냉각됐다”며 “시장 역시 실제로 작동하는 모델에 집중하면서 홍콩의 ‘코인 허브’ 청사진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9%가량이 달러와 연동된 만큼 홍콩 당국이 제시한 통화 다변화 전략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콩의 코인 허브 전략이 통화 선택과 자본 유입 방향이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압력을 받는 국면에 놓였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허브 전략 실효성에 엇갈린 평가

당장 오는 3월로 예정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공식 라이선스 발급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 수십 곳의 기업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초기 승인 대상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와 유동성 관리 방식은 물론 내부 통제 체계까지 세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데다, 발행 주체와 거래 플랫폼 간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검증 또한 예정된 탓이다. 제도적 출발은 명확하지만, 실질적 허가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속도보다 안정성에 방점이 찍힌 구조다.

기존 규제 완화 조치와도 엇박자가 난다. 홍콩은 허가받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 해외 주문장과 연동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홍콩 내 투자자의 주문만 확인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글로벌 투자자 주문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동시에 신규 토큰과 홍콩 금융관리국 라이선스 스테이블코인을 전문 투자자 대상 거래에 상장할 수 있도록 12개월 실적 기간을 면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처럼 외형상 유동성 확대와 상장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발행 단계의 허가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거래소의 시장 진입 유인은 크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시장 참여자 관점에서는 제도적 가능성과 체감 난이도 사이의 간극이 더 크게 부각된다. 거래소 자체 토큰 발행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으나, △증권형 토큰이 아닐 것 △거래소 수익과 직접적 배당·이자 구조가 아닐 것 △시장조작·이해상충 방지 장치가 명확할 것 등의 조건이 전제된다. 여기에 발행 주체와 거래소 운영 주체의 분리 또는 강력한 차단 장치 역시 요구된다. 이 역시 허용 범위를 열어 두면서도 감시 강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비용과 시간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홍콩 거래소 라이선스 취득에는 수천만 홍콩달러 규모의 자본금을 비롯해 △상시 감사 체계 △보안 인증 △이사회 구조 요건 등 고비용 구조가 요구된다. 나아가 은행 계좌 개설과 수탁 계약 과정에서도 추가 실사가 뒤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홍콩이 글로벌 유동성 접근 허용이라는 외형적 완화 조치와 달리 실제 발행·상장·운영 전 과정은 관리형 개방 모델을 내세웠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발행 통화 선택과 규제 해석이라는 난제가 부상하면서 홍콩의 코인 허브 구상도 갈수록 흐려지는 실정이다. 

규제 환경이 갈라놓은 격차

홍콩과 달리 두바이와 싱가포르 등 주요 금융 허브들은 규제 체계를 명확히 정비한 뒤 산업 유치와 상품 확장에 속도를 내며 시장 볼륨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먼저 두바이복합상품거래소(DMCC)는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자유무역지대인 주메이라레이크타워지구에 가상자산 기업 전용 ‘크립토센터’를 조성했다. 현재 DMCC에는 탈중앙화금융(DeFi), 레이어2, 장외거래(OTC), 메타버스 등과 관련된 기업 약 600곳이 입주해 있다. 기술 개발과 상장 지원, 인재 채용, 투자 유치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종국에는 기업 집적을 통한 생태계 확장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UAE의 규제 설계 역시 기업 유치와 병행됐다. UAE에선 2022년 법률(Law No.4)에 따라 가상자산감독청(VARA)이 설립됐고, 이듬해엔 VARA의 주도 아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 라이선스 체계가 확립됐다. 블록체인 기업 폴리곤 공동 창업자 산디프 나일왈은 “두바이의 세제 경쟁력과 영어 사용 환경, 글로벌 인재 유입 용이성은 사업에 매우 유리하게 맞물린다”며 “위치에 있어서도 중동 지역은 다양한 지역에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 집적과 제도 설계, 지리적 이점이 시장 확장으로 이어졌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싱가포르는 전통 금융 인프라를 디지털 자산에 접목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는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이더리움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을 출시했다. SGX는 싱가포르 금융통화청(MAS) 규제를 받는 전통 금융 거래소로, 이러한 국가 거래소가 영구선물을 도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글로벌 영구선물 거래의 95% 이상이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비규제 해외 거래소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SGX의 진입은 제도권 파생상품 허브로의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다. 

반면 홍콩은 거래소 라이선스 발급, 소매 투자자 접근 허용,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 다층적 정책을 병행했지만, 산업 집적도와 제도권 파생상품 인프라 확장 속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 성과에 그친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러는 사이 두바이는 VASP 체계를 확립해 약 600개 기업을 집적했고, 싱가포르는 하루 평균 1,870억 달러(약 269조원) 규모의 영구선물 시장에 제도권 거래소로 진입했다. 결과적으로 규제 설계의 방향성과 우선순위가 산업 구조 형성과 시장 볼륨 확대 경로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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