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中 보조금 성장모델 논란, 경제안보 시대 통상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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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첨단 제조업 성장 가속 보조금 의존성 논쟁 확산 유럽, 공정 경쟁 명분으로 대중 통상 압박 강화 공급망 안정성 부상 속 경제안보 경쟁 본격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산업정책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업과 전기차, 배터리, 청정기술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산업 육성 전략이 공정 경쟁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확산되면서다. 이 같은 우려는 무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유럽연합(EU)의 대중국 상품 수입액은 5,594억 유로(약 9,982조원)로 수출액 1,996억 유로(약 3,562조원)의 세 배에 가까웠다. 이에 따른 무역적자는 3,598억 유로(약 6,421조원)에 달했다.
첨단 제조업 전환 성과와 보조금 논쟁
중국의 산업 전환 자체를 위협으로 볼 필요는 없다. 대규모 경제권이 부동산과 건설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업과 기술 집약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부동산 투자는 전년 대비 17.2% 감소한 반면, 제조업 투자는 0.6% 증가했다. 이는 전체 투자 증가율을 3.5%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첨단기술 제조업(9.4%)과 장비 제조업(9.2%)의 생산 호조세 속에, 신에너지차(NEV) 생산량은 25.1%, 첨단기술 제품 수출은 13.2%의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토지 개발과 부채 확대에 의존했던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전기차와 배터리, 첨단 제조업 중심 경제로 재편하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된다.
이 같은 산업 고도화는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가격 하락을 이끌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세계 제조업 전반의 경쟁 강도를 높이며 생산성 개선을 촉진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해석하는 시각은 일치하지 않는다.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축적된 결과인지, 아니면 대규모 정부 지원이 뒷받침한 산업정책의 산물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의존 성장의 그늘
이 같은 논쟁의 중심에는 산업 보조금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 보조금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제조업 그룹 및 산업 기업(MAGIC) 보조금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 보조금 규모는 2024년 1,080억 달러(약 192조7,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태양광과 반도체, 알루미늄, 철강, 조선업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주요 경쟁국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원은 직접 보조금뿐 아니라 시장 금리를 크게 밑도는 정책금융 형태로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논란은 보조금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OECD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정부 지원은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투자와 생산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의 산업 보조금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공정 경쟁 요구 커지는 유럽
유럽의 대응은 이미 현실화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24년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대해 최대 35.3%의 상계관세를 매겼다. EC는 조사 결과 중국 전기차 공급망 전반에 정부 보조금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EU 역내 생산업체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역 통계 역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유럽통계청(Eurostat) 기준 2026년 1분기 EU의 대중국 상품 무역적자는 980억 유로(약 1,749조 원)로, 2022년 3분기 이래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적자의 상당 부분은 기계류와 전기장비,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 집중됐다.
적자 규모 자체보다 유럽이 주목하는 부분은 경쟁 환경의 공정성이다. 교역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시장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신뢰가 유지되면 갈등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한 과잉 생산능력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통상 마찰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조는 무역 정책을 넘어 투자와 기업결합 심사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EU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JD.com)의 독일 유통기업 세코노미(Ceconomy) 인수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도 역내 시장 경쟁과 공급망 안정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과잉 생산이 낳은 공급망 우려
유럽의 견제 강화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유럽 역시 산업 보조금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도 녹색 전환과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은 지원의 투명성과 지속 기간, 정책 목표와의 연계성, 시장 경쟁을 통한 구조조정 기능이 유지되는지 여부다.
중국을 둘러싼 논란 역시 보조금 자체보다 과잉 생산능력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패널 가치사슬 전 단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생산 비중은 이미 80%를 넘어섰다. 유럽통계청(Eurostat)도 2024년 EU의 역외 태양광 패널 수입 가운데 98%가 중국산인 것으로 집계했다. 저렴한 태양광 설비는 에너지 전환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도 거론된다.
이러한 우려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중국이 희토류와 자석류 수출 통제를 강화할 때마다 글로벌 제조업계는 공급 차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책 관심도는 가격 경쟁력을 넘어 공급망 안정성과 경제안보 확보로 확대되는 추세다.

공급망 안정과 시장 경쟁의 균형
그러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응이 곧바로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과도한 관세와 시장 장벽은 비용 상승과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대응 역시 산업별 특성과 공급망 중요도를 반영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역구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진다. 반보조금 조치는 정치적 판단보다 산업 피해와 시장 왜곡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며, 원산지 규정 역시 최종 생산국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특정국 의존도까지 반영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과제는 가격 경쟁력에 기반한 정상적인 교역과 정부 지원에 따른 시장 왜곡을 구분하는 데 있다. 동시에 공급망 회복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배터리와 영구자석,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장기 구매 계약과 전략 비축 확대, 인허가 절차 개선, 재활용 체계 구축, 우방국 간 공급망 협력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갈림길에 선 중국 성장 모델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산업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조금 공개 확대와 지방정부 부채 관리, 경쟁력이 낮은 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는 중국 기업의 시장 경쟁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산업 전환이 향후 글로벌 무역 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보조금 정책과 과잉 생산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각국의 공급망 재편과 산업 보호주의 기조는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 반면 시장 투명성과 경쟁 질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경우 중국의 성장과 글로벌 교역 확대가 병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세계 경제가 개방과 협력을 유지할지, 공급망과 산업을 중심으로 한 블록화 흐름이 강화될지는 중국의 성장 방식과 주요 교역국들의 대응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s Subsidy Model Is Turning Growth Into a Political Liabilit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