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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금리인상 베팅·트럼프는 인하 압박, 워시 의장 첫 FOMC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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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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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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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고용지표에 연준 매파 목소리 커져, 인상 가능성도 거론
트럼프 "성장이 곧 인플레는 아냐" 금리인하 주장
워시는 절사평균 물가에 주목, 금리인하 포석 까나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2주 만에 금리 결정 시험대에 올랐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지에 집중돼 있었으나, 예상보다 훨씬 강한 고용지표가 확인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일부 투자은행들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워시 의장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트럼프 “경제 좋은데 왜 금리 올리나” 연준 또 압박

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NBC 방송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올려 국가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며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낮은 금리 환경 속에서 경제를 성장시켜 왔고 금리인상은 성공을 꺾으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 만큼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워시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케빈은 훌륭한 인물이며 스스로 판단하도록 두고 싶다. 그에게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다”면서도 “국가 경제 잘 돌아가고 있을 때 금리인상으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를 통해 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는 막대한 부채가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국방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금리인하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연준의 판단보다 자신의 직감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달아 내놨고, 재집권 이후에는 인사권과 공개 발언을 통해 통화정책 방향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는 행보를 강화했다. 워시 의장 임명은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전임인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인하에 소극적이라고 공개 비난해 왔고, 워시 지명 이후에도 금리인하 기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이에 따라 ‘워시 체제’에서도 백악관과 연준 간 긴장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워시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인플레 급등세, 월가는 연내 금리인상에 베팅

하지만 이란 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고용 지표마저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연준이 연내 세 차례가량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이 상승세를 보였고 기업들의 채용 수요도 둔화 조짐을 나타내면서 연준이 경기 방어를 위해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지난해 연준이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배경 역시 노동시장 냉각 우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3월 들어 상황은 정반대로 달라졌다. 고용 증가세가 다시 살아난 데다 소비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미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동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은 전력과 원자재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으며 관련 산업 전반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경기 둔화 국면이 아닌 경기 확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수요 주도형 성장이라는 점에서 연준이 더욱 주목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중동 긴장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몇 달간 연준 내부에서는 노동시장 둔화 위험과 인플레이션 재가 속 위험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우려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 고용보고서를 계기로 무게추가 다시 물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연준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성명에서 “현재로서는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최근 추세가 지속한다면 곧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금리 동결을 지지한 발언이지만 시장은 이를 사실상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특히 해맥 총재는 지난 4월 FOMC 회의에서 다른 위원들과 함께 ‘다음 정책 변화는 금리인하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뉘앙스의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매파 인사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최근 현재 경제 상황을 유지한다면 올해 안에 금리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준 내부 논의의 중심이 금리인하 시기와 폭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으로 바뀐 셈이다.

월가도 빠르게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노동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다시 가속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하방 위험에 대한 우려는 완화하고 정책 리스크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오는 6월 FOMC 회의에서 사실상 금리인하 편향(easing bias)을 공식적으로 폐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강한 고용 증가세를 고려하면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금리인하 편향을 제거할 가능성이 크며 9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BNP파리바는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앞으로 1년 전망에 금리인상 시나리오를 공식 반영했다. BNP파리바는 연준이 지난해 단행한 세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올해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되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산출하는 절사평균 CPI 상승률(계절조정 전월비 연율기준) 추이/출처=연방준비제도

근원 PCE 대신 절사평균 보겠다는 워시 의장

다만 시장의 예측과는 달리 워시 의장은 '절사평균(trimmed mean)' 물가지표의 도입을 예고하는 등 금리인하에 우호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상하위 항목을 통계적으로 잘라내는 절사평균 물가지표를 통해 '진짜 인플레이션'을 보겠다는 얘기다. 절사평균 물가지표는 좀 더 지속성을 갖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PCE 지표로, 매월 PCE 물가 세부 항목을 상승률 순서대로 나열한 뒤 하위 24%와 상위 31% 부분을 제거한 나머지를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이에 반해 그간 연준이 가장 유심히 보던 지표인 근원 PCE는 식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지표다.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공급 충격 등에 의해 가격 변동이 크게 좌우되는 항목을 제외한 것이다.

워시 의장이 절사평균 물가지표를 보겠다고 한 데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환경을 만들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댈러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절사평균 PCE는 2.0%로, 연준의 목표치에 도달했다. 절사평균 PCE는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수치만 본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무리가 없는 환경이다.

반면 같은 기준의 근원 PCE와 헤드라인 PCE는 오름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6개월 변동치를 연율로 환산한 두 수치 모두 지난 2월 말 기준 3.4%였다. 지난해 11월 2.7%를 기록했던 근원 PCE는 12월 2.8%, 1월 3.1%를 기록했다. 근원 PCE만 보면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워시 의장의 정책 판단을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그는 이미 연준 이사와 민간 금융권 경력을 거친 인물인 만큼 자신만의 인플레이션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금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뿐만 아니라 워시 의장은 그간 연준이 공개해 왔던 포워드 가이던스의 폐지도 시사했다. 금리 경로와 관련한 너무 많은 노이즈가 시장에 뿌려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동료와 달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믿지 않는다"며 "미래의 결정을 예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너무 많은 연준 관계자들이 다음 회의, 다음 분기, 다음 해의 금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미리 의견을 밝히고 있다"며 "연준 이사나 각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언론이나 강연 등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 위원들의 반발을 뚫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미국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반으로 향후 금리 수준을 예상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제도 폐지는 시장에 큰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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