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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렌탈 매각 제동에 흔들린 계산, 호텔롯데 중심 유동성 구상 다시 시험대

롯데렌탈 매각 제동에 흔들린 계산, 호텔롯데 중심 유동성 구상 다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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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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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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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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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수준 현금 유입 기대 무너져
그룹 내 자금 유출 압력 지속 확대
롯데렌탈 대체 매각·재심사 딜레마
사진=롯데렌탈

롯데그룹의 유동성 관리 구상이 롯데렌탈 매각 불허라는 변수를 만나며 크게 휘청이는 모습이다. 그간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매각을 전제로 건설과 물류, 바이오를 아우르는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기존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리면서 차입 관리 전반에 대한 재조정 필요성이 높아졌다. 롯데그룹은 기존 구조조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롯데렌탈 매각 재추진이나 대체 원매자 탐색 과정에서 거래 조건과 시점이 달라질 가능성을 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단기 차입금 감축 난항 예상

29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계열사 롯데건설의 유동화 특수목적법인에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 대출을 제공했다. 비슷한 시기 프로젝트샬롯의 1조원이 넘는 이자 자금에 대한 보충도 약속했다. 프로젝트샬롯은 만기가 임박한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을 매입해 단기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된 2조원대 규모의 공동 펀드다. 업계는 이를 두고 호텔롯데가 그룹의 핵심 자금 지원 역할을 도맡은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도 호텔롯데의 계열사 지원 범위는 건설 부문에 국한하지 않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 철회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가 풋옵션을 행사하자, 호텔롯데는 약 800억원을 부담해 롯데지주와 함께 이를 처리했다. 또 그룹의 신성장 사업으로 분류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는 2,000억원이 넘는 출자가 이뤄졌다. 이 같은 재원은 차입을 통해 마련됐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올해 사채 발행 한도를 1조5,000억원으로 늘리고,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진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 차입과 계열사 지원이 롯데렌탈 매각을 통해 대규모 현금 유입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진행됐다는 점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지분 63.5% 취득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를 이유로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약 1조원 규모의 현금 유입은 불확실해졌고, 이를 전제로 한 유동성 관리 일정도 조정이 필요해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도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놨지만, 대규모 자금 유입 지연으로 단기 차입금 감축이 쉽지 않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물산

구조조정 로드맵 수정 불가피

설상가상으로 롯데그룹 전반을 둘러싼 재무 상황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이는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석유화학 설비를 물적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롯데렌탈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사업 재편마저 지연될 경우,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로드맵 전반에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화관 계열사 롯데컬처웍스 역시 구조조정 부담을 안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극심한 업황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메가박스중앙과의 합병에 나섰고, 지난해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같은 해 6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사전협의를 신청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합 법인은 전국 248개 상영관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184개 상영관을 운영 중인 CJ CGV를 넘어서는 규모로, 시장 집중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발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룹 내부적으로 또 하나의 대형 구조조정 일정이 불확실성에 놓인 셈이다. 

더욱이 호텔롯데 자체의 유동성도 크게 악화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호텔롯데의 단기차입금은 4조5,264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53.7%를 차지했다. 그룹은 53조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과 약 13조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조조정과 계열사 지원에 소요되는 자금 수요를 고려하면 이번 롯데렌탈 매각 불발로 인한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꾸준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만큼 당장 유동성에 치명적 문제는 없겠지만, 예상했던 자금 확보 규모가 줄어들면서 투자 계획에는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지연 장기화 국면 진입

시장에서는 롯데렌탈의 또 다른 원매자가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불허로 어피니티와의 거래가 중단됐을 뿐, 매각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글로벌 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롯데렌탈 인수를 검토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주주인 TPG가 최근 롯데렌탈 인수를 염두에 두고 사전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는 전언이다. TPG는 지난 2015년에도 롯데렌탈의 전신인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29%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롯데렌탈을 인수해 카카오모빌리티와 결합하는 ‘볼트온’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상을 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렌탈 인수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EV)가 매각 추진 당시 약 5조5,000억원 수준에서 8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계산이다. 앞서 TPG가 2022년을 목표로 카카오모빌리티 엑시트를 준비했다가 투자 기간이 3년 이상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기업가치 제고는 필수에 가깝다. 

다만 이 경우, 거래 규모는 롯데렌탈이 기대했던 수준보다 낮아질 공산이 크다. 이미 한 차례 이상 시장에 노출된 자산은 재매각 과정에서 가격 조정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가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각각 1·2위 사업자로 보고 결합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의 거래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 또한 제기된다. TPG의 등장은 대체 매각이라는 플랜B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는 재료로 거론되지만, 거래 조건을 둘러싼 제약은 그대로 남는 셈이다. 

어피니티와 롯데그룹이 공정위 결정을 뒤집기 위한 재심사 카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롯데그룹과 어피니티는 공정위의 불허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재심사를 통한 거래 완주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이의신청이 접수될 경우 전원회의를 통해 다시 심사를 진행하며, 기존 결정의 번복 여부도 함께 논의한다. 다만 이 역시 매각 일정 추가 지연은 불가피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거래 조건 변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심사와 대체 매각이라는 두 갈래 선택지가 모두 열려 있음에도 호텔롯데와 롯데그룹이 기존 구상과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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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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