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中企’ M&A 승계 제도화 초읽기, 日과 대비되는 韓 정서 장벽 과제로
‘늙어가는 中企’ M&A 승계 제도화 초읽기, 日과 대비되는 韓 정서 장벽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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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없는 中企 67만 개, 승계 공백 우려 기업 존속 해법으로 떠오른 인수합병 日과 달리 불확실한 이익에 매각 선호도 낮아

정부가 고령 창업주의 은퇴 시점과 맞물려 급증하는 중소기업의 폐업 위기를 타개하고자 인수합병(M&A)형 승계 지원에 칼을 빼 들었다. 후계자 부재로 인한 우량 중소기업의 소멸이 지역 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대규모 고용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대응 조치다. 다만 장기 존속 기업을 전제로 M&A 승계가 정착된 일본과 달리, 기업 문화와 시장 기반이 상이한 한국에서 동일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특별법 통한 산업·고용 위축 대안 구상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M&A를 통한 기업 승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기반 조성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M&A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마련해 정책 지원의 법적 근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상당해 이들 기업이 폐업으로 이어질 경우 지역 산업 기반과 고용이 동시에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특별법에는 주식 양도나 분할합병 등을 통해 친족이 아닌 제3자가 기업을 승계하는 M&A형 승계의 정의와 지원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그동안 세제 중심으로 운영돼 온 가업 승계 정책도 특별법 체계 안으로 이관해 승계 유형별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신뢰할 수 있는 M&A 시장을 만들기 위한 장치도 병행된다. 정부는 기업 승계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중개 기관만 등록해 활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기업 M&A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정보 비대칭과 중개 신뢰 부족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중·대형 M&A 시장에서는 대형 회계법인이나 증권사, IB 등이 중개에 나서지만 중소기업은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 제정 이전에도 기업 승계 지원센터 운영과 M&A 플랫폼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M&A형 승계를 '폐업을 막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정상적인 세대교체 방식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후계자 없는데도 상속 집착, M&A는 ‘마지막 수단’ 인식
정부가 M&A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데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는 창업주들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현재 전국 804만 개 중소기업 중에서 CEO가 60세 이상인 경우는 236만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후계자가 없는 기업은 67만5,000개(28.6%)로 지속적인 경영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녀가 가업 승계를 기피하거나 아예 승계할 자녀가 없는 상황 속에서, 지속적인 경영이 불투명한 제조 중소기업은 전국적으로 5만6,000개사를 넘어섰다. 특히 이들 기업의 83%인 4만6,000여 개사가 서울 외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지방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할 경우, 이는 곧 지역 경제 기반의 위축과 고용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물려주는 친족 승계가 어려운 현실에서 M&A를 통한 승계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M&A를 대안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IBK경제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사업승계형 M&A 활성화를 위한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대부분인 72.9%는 승계를 위한 계획·세무 컨설팅, M&A 자문 및 중개 주선, 금융 지원 등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매각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불과 5.9%에 그쳤다.
M&A에 대한 낮은 선호도는 후계자 인식, 이익 예측 불확실성, 주변 사례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후계 공백’에 대한 위기의식 자체가 부족하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70%가량은 후계자가 있다고 응답했고, 이 중 92.5%가 자녀를 지목했다. 후계자가 없는 기업조차 매각보다는 전문경영인 도입(33.1%)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승계 방식을 선택할 때 기업들은 ‘경영 안정성’과 ‘기업가정신 계승’을 최우선으로 삼았고, 경제적 이득은 그다음으로 중요시했다. 그러나 이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M&A는 선택지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특히 M&A 자문 경험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인식 차이가 선명했다. 자문 경험이 없는 기업의 매각 선호도는 7.2%에 그쳤지만, 자문 경험이 있는 기업은 33.3%로 4배 이상 높았다. 주변에서 M&A 사례를 접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매각 검토 경험이 있는 기업은 8.4%에 불과했고, 사례 노출 경험이 있는 기업일수록 매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매각을 ‘도약의 계기’가 아닌 ‘마지막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기업 본질을 ‘지속’에 두는 日, M&A 통해 폐업 방어
이는 기업의 3분의 1가량이 M&A를 승계 유형으로 보는 일본과 상반된다. 우리나라보다 10년 일찍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한 차례 중소기업 휴·폐업 쓰나미를 겪었다. 고령의 경영자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운영하던 사업을 접으면서 흑자 폐업이 급증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00년 연간 1만6,110개였던 중소기업 휴·폐업 수는 2007년 2만1,122개로 7년 만에 31% 증가했다. 2007년은 일본의 65세 인구가 전체에서 21%를 처음으로 돌파한 해이자, 일본이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해다. 2016년에는 휴·폐업 수가 2만9,583개로, 연간 3만 개에 육박했다. 흑자를 내는데도 폐업하는 기업 비중이 60%를 웃돌았다.
일본은 2022년 기준 제조업 비중이 22%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중국(27.5%)이나 한국(25.5%)보다는 낮지만 독일(18.90%), 미국(10.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이 흔들리며 일본의 성장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컸다. 일본은 이 같은 중소기업 폐업 도미노를 멈추기 위해 2008년께 경영승계원활화법 등을 만들어 M&A를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M&A 기반 사업 승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M&A 중개 기관 등록제도도 재정비했다.
고령 경영자를 둔 기업이 새 주인을 찾는 과정을 정부가 돕자, 연간 M&A 성사 건수가 점차 늘어났다. 2014년 260건에 불과했던 민간 M&A는 2023년 기준 4,681건으로 18배 급증했다. 경영권 인수가 활발해지면서 일본 중소기업 경영자 연령도 소폭 낮아졌다. 2015년에는 59~65세 사장이 가장 많았다면, 2023년에는 55~59세로 CEO 연령대가 평균 4~5세 낮아졌다. 흑자 폐업률 역시 2016년 64%에서 2023년 52.4%로 11.6%포인트 떨어졌다.
일본에서 M&A 기반 기업 승계가 정착된 데는 장기 존속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한몫했다. 수백년 이상을 이어온 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경영권 이전은 가업의 단절이 아닌 연속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본질을 소유보다는 지속에 두는 문화적 토대에 기반한다. 반면 한국은 근대 산업화의 역사가 짧아 장수기업이 거의 없는 데다, 기업을 개인의 사유 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일본과 달리 M&A와 관련된 양질의 정보도 부족하다. 영세한 기업일수록 M&A 전문 인력 부족과 관련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업 승계형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망 중소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자문 경험에 노출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문 경험이 인식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후계자 부재 문제를 공론화해 중소기업의 위기의식을 높이고,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널리 공유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M&A 중개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인수 이후 경영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후 통합 지원 서비스의 확충 역시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