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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범죄 조사에 치인 개인정보보호, 공익 위해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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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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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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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규제도 다양하고 제재 수단도 형사처벌이 많아 강력하다. 대표적인 형사처벌 대상으로는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등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여 허위 정보 등을 유통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선거기관은 허위 정보를 유통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의 인적 사항 등을 판사의 승인 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즉 선거기관은 개인정보의 열람과 제출에 대해 어떠한 통제장치도 없어 국가의 행위가 인신에 불이익이 되더라도 합법적으로 기본권 침해가 가능한 기관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이슈와 논점: 공직선거법상 통신관련 선거범죄조사와 개인정보보호' 보고서를 발간하고, 선거기관의 개인정보 열람에 대해 행정조사의 성격을 띠는지 형사처벌과 관련된 수사의 성격을 띠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로 분류될 경우 헌법상 영장주의를 엄격히 적용해 개인정보 보호에 힘써야 하며, 행정조사로 분류될 경우 영장주의를 확대해 적용하는 입법 방향과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입법적 과제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장주의' 개인의 기본권 보호하지만 행정조사 땐 무용지물, 보완 필요

헌법상 영장주의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원리로 ‘인신(人身)의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할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수사뿐만 아니라 행정조사를 할 때도 법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행정조사의 결과가 고발이나 범죄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기본적으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행정 활동의 일부로써 ‘수사’와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행정조사는 수사와 다르게 일반 행정 결정을 위한 행정 활동의 성격이 강해 형사소송절차를 따르지 않으며 개별 행정법 규정에 엄격한 인권 보호장치가 규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사법경찰이나 행정기관이 행정조사로 확보된 자료를 통해 피조사자를 형사고발 할 경우, 수사기관은 이 자료를 사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자료보강도 할 수 있다. 결국 피의자를 위한 방어권 보장 장치를 회피하고 무력화시켜 피의자로 전환된 피조사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수사기관은 행정조사로 인해 유리한 입장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피의자는 불리한 입장에서 수사받게 돼 법적 절차상 평등하지 않게 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사 시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위해 범죄 관련 정보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 내로 제한된 정보를 받아야 하며, 절차적으로 감시·통제해야 한다. 나아가 압수수색 집행 단계에서의 참여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이를 위반 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결부시킬 정도로 큰 비중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참여권의 보장은 준법률적 효력을 가진다.

원래도 말 많던 공직선거법의 위헌논란, 정치적 표현 위축시켜 참여권 제한할 수도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이 예정된 통신 관련 ‘공직선거법 제272조의3, 제1항, 제2항’은 위반행위에 대한 상당한 의심이 있는 경우 ‘당해 선관위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혹은 지방법원) 재직자의 승인을 얻어야' 여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제3항은 어떠한 승인 없이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예외적이다. 해당 항은 2008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법률 개정을 진행할 때 반영됐다. 그러나 비록 효율성이 상당히 증진되더라도 개인의 기본권이 행정 편의적으로 침해되어 헌법상 영장주의와 부합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국가가 형사절차나 불리한 처분에 처해질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개인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나 영장에 준하는 보호장치 없이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선거운동의 자유나 선거에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입법처는 정보요구에 대해 자가 제출을 거절할 권리조차 없는 상황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하여 선거 관리기관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자료요구에 대해서는 정보의 주체인 당사자에게 즉시 고지하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헌법상 영장주의의 취지에 비추어 개인 정보요구에 대해서는 판사의 승인 등을 받는 절차를 추가하고, 공직선거법 전반에 걸쳐 정치적 표현에 대한 과도한 제한 여부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개인정보 보호가 능사는 아니다

한편 지난 2020년 변호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의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영상을 모자이크나 변조 없이 언론에 제보했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 해당 이익이 정보 주체 권리보다 명백히 우선하는 경우, 정보 주체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동의 면제는 개인정보 ‘수집’에만 적용되며, ‘제3자 제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 주체가 가해행위를 해 공익제보자가 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이를 언론 등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박경신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사회 전체 이익을 위한 제3자 제공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익제보는 결국 해당 정보 주체에게 불리할 수 있는 진술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보 주체의 동의권을 배제한 상황에서만 성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공익제보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은 공익 보호나 정보처리자의 이익을 위해 동의 면제 사유를 지정해 두고 있다. 즉 제3자 제공, 언론 목적 정보처리, 개인정보처리자 해석 등을 국제기준에 맞춰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혁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또한 “공익성을 특별한 동의 면제 사유로 규정하거나, 공익을 위한 개인정보 이용이나 목적 외 제공, 공개 등을 허용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보장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익을 위한 개인정보 침해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공익 침해도 비판의 여지는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본권 문제가 나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추세다. 정보의 사회로 접어들며 기술의 발전이 개인의 정보를 무분별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기본권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과 동시에 단일법률 중 위헌결정을 가장 많이 받은 법률 중 하나다. 입법처는 “공직선거법 자체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해 선출직 국가기관을 형성하는 의의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구체화하는 법률”이라며 “공직선거법의 개정은 필요하나 적극적으로는 정치적 기본권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소극적으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같은 기본권의 침해나 과도한 제한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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