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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로, 사람이 사는 유인도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를 합쳐 전국에 총 3,300여 개가 있다. 하지만 섬과 관련된 지원이나 관리는 제대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는 22일 '섬 지역 관리 현황과 향후 과제'를 다룬 NARS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섬 지역에 대한 정부의 관리 제도와 일본의 사례를 비교하고 지속 가능한 섬의 발전 과제를 제시했다.
경제적·지정학적·안보적으로 중요한 섬, 국내에 3,382개
섬은 지역주민들이 삶을 영유하는 공간이자, 국민들이 캠핑이나 스쿠버 다이빙 등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섬은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섬을 둘러싸고 이웃 국가와의 영토 분쟁 및 외국어선의 불법조업 등으로 인해 종종 해상 분쟁까지 겪은 바 있다. 이처럼 섬은 해양주권 수호와 해양자원 확보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며, 특히 최외곽에 있는 섬들은 영해를 설정하는 기점으로 국가의 영역을 설정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지정학적·경제적·안보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섬 관리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섬 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도가 점차 무인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섬 인구를 전망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20년(2022~2042년)간 섬 인구는 18.1% 감소하고, 유인도 20개가 무인도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아예 정부에서 섬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함해 총 3,382개가 있으며, 총면적은 3,864.49㎢로, 국토 면적 100,443.6㎢의 3.85%다. 유인도는 2021년 12월 말 기준 464개이며, 무인도는 2020년 12월 말 기준 2,918개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1개 지역(부산, 인천, 울산, 경기, 강원,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에 섬이 있는데, 이 중에서 울산과 강원은 무인도만 존재한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014개(유인섬 271개, 무인섬 1,743개)로 59.6%로 가장 많지만, 인구수는 경남이 316,366명으로 가장 많다.
한편 유인도는 '섬 발전 촉진법'에 의해 행정안전부를 주무 부처로 두고 있으며, 무인도는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그 외 지정학적으로 특수한 위치에 있는 섬도 있는데 이는 안보와 환경으로 분야를 나눠 행안부, 해수부, 환경부에서 각각 주관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2019년 섬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섬의 가치를 높이고 중요성을 기념하기 위해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제정했다. 또 2020년 12월 22일 ‘섬 발전 촉진법’ 일부개정을 통해 섬에 대한 조사·연구 등을 위해 한국섬진흥원 설치의 근거를 마련하고 2021년에 해당 기관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섬에 대한 정부 관리 미흡, 섬마다 주무 부처 다르고 통계도 달라 혼선↑
하지만 입법처는 정부가 섬 관련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및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섬 관련 통계는 섬의 유형에 따라 부처별로 관리하고 있어, 국가 승인의 섬 전체 통계를 제대로 구축하지도, 공개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행안부에서 유인도를, 해수부에서 무인도를 각기 조사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지적 통계를 다루는 국토교통부는 상세 자료가 아닌 기초자료 수준에서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사항으로 꼽혔다.
실제로 전남청이 발표한 섬 통계를 보면, 2022년 10월 31일 기준 전라남도의 전체 섬은 2,165개(유인도 271개, 무인도 1,894개)로 소개하고 있으나, 무인도 개수에 있어 해수부는 1,743개, 전라남도는 1,894개라고 발표하는 등 차이가 있었다. 또 섬 지역 유형에 따라 주무 부처가 다원화되어 있고, 관련 부처 간 연계 부족 등으로 인해 섬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제도를 수립·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섬에 대한 관리 및 지원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법령에 따르면 유인도 중 섬의 인구가 10인 미만인 경우와 섬이 육지와 연결되어 10년이 지난 경우에는 섬종합발전계획의 대상 섬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실제로 제3차 섬종합발전계획과 제4차 섬종합발전계획을 비교하면 인천 옹진군 영흥도, 충남 보령시 빙도 등 14개의 섬은 연륙 10년이 지나 2018년 제4차 섬종합발전계획 수립 시 개발대상섬에서 일률적으로 제외되어 관리 및 개발이 계속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었다.
유인도뿐 아니라 무인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무인도서법에 따르면 무인도는 절대보전무인도서, 준보전무인도서, 이용가능무인도서, 개발가능무인도서 등으로 관리유형을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 2,918개 무인도 중 관리유형이 지정된 섬은 76.5%로 2,230개밖에 되지 않으며 미지정 섬은 23.3%로 688개다. 지번이 등록된 섬은 2,555개(87.6%), 미등록된 섬은 363개(12.4%)다. 해수부는 ‘제2차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2020)’을 통해 관리유형으로 지정되지 않은 무인도, 지번이 등록되지 않은 섬, 타법에 의한 출입제한 섬 등으로 인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섬나라 일본, 본토 제외 섬 1만 개 넘지만 효율적 관리로 정평
입법처는 우리나라에서 섬 관리를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일본의 관리 방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본에서 섬은 국가의 영역, 배타적 경제수역 등의 보전, 해양자원의 이용, 자연환경의 보전,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영토 자체가 섬으로 이뤄져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국토는 크게 본토인 5개 섬과 이도(離島)로 구성돼 있다. 본토 섬은 혼슈(本州), 홋카이도(北海道), 시코쿠(四国), 큐슈(九州), 오키나와 본섬(沖繩本島)이다. 이도는 유인도와 무인도로 구분되며 법령 대상인 것과 법령 대상이 아닌 것으로 구분된다.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국토지리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2월 28일 기준으로 일본의 섬은 총 14,125개다. 이 가운데 이도는 14,120개로, 이도 중에서도 유인도 416개, 무인도 13,705개이며 유인도 중 법령 대상인 305개 섬 중에서 ‘이도진흥법’ 대상은 256개, 기타 법률 대상은 49개다.
일본은 섬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다양한 법령과 제도를 정비했다. 대표적으로 유인도를 대상으로 한 ‘이도진흥법’이 있다. 이는 섬 지역 개발에 관한 기본법이며, 섬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및 특별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한다. 특히 의료, 노인복지, 교통, 정보통신, 농림수산업 진흥, 교육, 지역문화, 지역 간 교류 등 부문별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에 관해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2022년 11월 이도진흥법을 일부 개정해 법의 유효기간을 늘렸으며, 법의 목적 및 도·도·부·현의 책무 등을 정비했다. 한편 유인도 중에 ‘이도진흥법’의 대상이 아닌 49개 섬들은 아마미(奄美)·오가사와라(小笠)·오키나와(沖 ) 지역에 있는데, 각각 해당 지역의 특별법에 의해 관리 및 지원을 받고 있다.
나아가 일본 정부의 주무대신은 이도 지역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교통통신 확보·농림수산업·상공업 등의 산업진흥·자원개발의 촉진, 고용기회의 확충·직업능력 개발·기타 취업 촉진, 생활환경 정비, 의료 확보 등, 간호 서비스 확보, 고령자의 복지 및 기타 복지 증진, 교육 및 문화진흥, 관광개발, 국내외 및 국외 지역과의 교류 촉진, 자연환경 보전 및 재생,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 및 기타 에너지 대책, 방재 대책, 인재 확보·육성 등의 ‘이도진흥기본방침’을 정해야 한다. 해당 방침에 따르면 유인도 주민의 생활 안정 및 복지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 간 교류를 촉진하고, 무 거주 이도의 증가 및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사업 실시 주체는 도·도·현, 시·정·촌, 민간 단체이며, 해당 교부금은 섬의 정주 촉진 사업, 교통 촉진 사업, 교류 촉진 사업 등에 사용된다.
이처럼 일본은 섬 지역에 대한 통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과 체계적인 섬 관리를 위해 주관 부처를 두고 있다. 또 섬 관련 주요 시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분야별로 관련된 주무대신들이 지정되고, 매년 이도의 진흥에 관한 시책을 국토심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섬의 진흥을 위해 법률에 다양한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으며 섬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도진흥법은 재정지원 외에도 각종 사회복지제도, 교통 지원, 정보화 지원, 산업 진흥, 취업 촉진, 생활환경의 정비, 지역문화 및 관광, 지역 간 교류 촉진, 에너지 대책, 방재 대책의 추진 등 다양한 지원책을 둔다.
섬 관련 DB 구축·책임부서 지정 및 협업체계 마련해야, 민간 발전 위한 규제 완화도 제안
이에 입법처는 향후 지속 가능한 섬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본처럼 정확한 섬의 실태를 조사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섬 관련 통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과 다르게 유인도와 무인도의 통계를 연계하고 전체적인 국가승인 섬 통계를 종합적으로 구축하고 공개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섬진흥원에서는 섬 지역의 통계 관련 기초자료 구축을 위한 방안 연구와 더불어 통계정보공개시스템(섬 종합정보통계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이에 입법처는 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및 종합적인 DB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입법 고려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부의 섬 관리 및 지원 체계의 개편과 더불어 섬 관련 부처 간의 협업 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토의 종합적 관리 차원에서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괄한 국가섬관리계획을 수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제21대 국회는 서삼석의원 대표발의안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2022.8.9.)’에서 '성장촉진지역'에 해당하는 도서를 '특수상황지역'에서 제외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 개발대상섬으로 지정되는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특수상황지역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정을 제안했다. 이에 행안부는 현재 일관성 있는 섬 발전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에 찬성했고, 국토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포괄 보조사업의 효율적 운영이란 측면에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입법처는 부처 간 협의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은 필요하며, 일본의 사례처럼 섬 관련 주관 부처를 두고 시책별로 소관 부처 간의 협력 채널을 마련하는 노력도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유인도와 무인도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 및 지원대책을 수립해 사각지대에 놓인 섬이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무인도의 소유 형태는 국유 1,195개, 공유 137개, 개인 1,045개 등이고, 이용 가능 무인도는 전체의 절반가량이며, 절대 보전(섬의 형상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해 출입 금지)은 10% 미만이다. 이 중 절대 보전을 제외한 무인도는 해양레저, 생태교육, 여가 활동 일환인 야생 동·식물 포획·채취, 공유수면 일시 점용·사용 등이 허용된다. 다만 무인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개발사업계획을 작성해 관할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면적이 일정 부분 이상 넘어갈 경우 해수부 장관의 허가까지 필요하다. 허가가 나오면 그제서야 주택 건축이나 비닐하우스, 선착장, 관광시설 건설 등이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돈 때문에 섬이 중요하면서도 전부 관리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민간에 개발을 위탁하고 상업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무인도 관리도 쉽고, 현황 파악도 쉽지 않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을 인지했는지 김민성 해수부 해양영토과장은 “이번 2차 종합관리계획에서는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국민들이 이용하기 쉽게 관련 시설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현재 국내 섬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섬 지역의 소멸은 단순히 지방소멸을 넘어서 국가의 영역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국토 영역의 한계선으로서도 섬은 중요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섬 지역의 관리 및 지원을 위한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