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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유럽 IPO 시장에 켜진 '적신호', 이유는 미국에 '자본력' 쏠리고 유럽엔 '노동력'만 남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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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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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IPO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위축됐다는 평이다. 이에 IPO를 앞둔 유럽 기업들은 자국 증시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대거 쏠리는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유럽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럽이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의 '늪'에 빠진 만큼, 당분간은 유럽 IPO 시장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일부 경제학자들은 최근 몇몇 국가에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유럽 IPO 시장과 마찬가지로 자국 내 자본이 빠져나간 결과라고 해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후퇴한 유럽 IPO 시장

파이낸셜타임즈가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IPO(기업공개) 시장이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위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유럽 증시에 상장된 기업 수는 34개로, 이는 2009년 이래로 최저치에 해당한다. 자금조달액 또한 작년 동기간 대비 42%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IPO 시장 위축이 글로벌 거시 경제 하방 압력에 기존 유럽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이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간 것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먼저 유럽 증시에 발을 들인 '선배'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 가운데, 굳이 악조건 속에서 IPO에 뛰어들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에 글로벌 회계법인 PwC의 리처드 스필버리 파트너는 "최근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매우 나빴기 때문에 시장에는 '진입 즉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만연한 상태"라고 밝혔다.

상장을 원하는 유럽 기업들은 차라리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는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해 반도체 등 자본 중심 산업 구조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글로벌 자금이 '불티나듯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높아진 유동성에 유럽 기업들이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례로,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뉴욕증시에는 115억 달러(약 15조원)이 조달됐다. 실제 지난 5월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은 전 세계 주식시장에 걸쳐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 금액인 약 90억 달러(11조7,000억원)를 목표로 코스닥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편 이미 유럽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던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으로 건너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요하네스버그에 상장되고 있었던 글로벌 최대 건축 자재 기업인 CHR은 뉴욕증시로 상장을 이전키로 결정한 바 있다. 유럽금융시장협회(AFME)의 훌리오 수아레스 연구원은 "최근 거시경제적 변동으로 인해 유럽 기업들이 더 나은 유동성을 찾아 미국 상장을 선호하게 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 당국은 연금 업계가 자국 증시 기업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압박을 넣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중견 기업들의 IPO 장려를 위해 상장 절차 단순화 제도를 전격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고금리·저성장에 유럽 IPO 시장 '암울감' 계속돼

문제는 정책 당국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럽 IPO 시장이 단기간 내에 활기를 되찾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긴축 페달을 놓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유럽 증시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ECB는 글로벌 공급망 위축으로 인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7월 27일 유로화 금리 0.25%를 인상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6일 금리 인상을 단행한 부분에 주목, 전문가들은 ECB가 올해 9월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유럽 내 핵심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지역의 GDP 성장률이 여전히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IPO 시장의 '재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2023년 2분기 GDP 성장률은 0.3%로, 전분기 0.0%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고물가 및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중 상승세는 불확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GDP 선행 지표인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 지수 마저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유럽 IPO 시장에 '암울감'을 더하고 있다.

사진=techcrunch

글로벌 경기 침체에 자본은 미국으로 쏠리고, 이외 국가의 노동력은 유휴 상태

유럽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각국의 사정은 더더욱 좋지 않다. 스페인의 올 2분기 GDP 성장률은 0.4%로 전분기 대비 0.1% 하락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올 2분기 GDP 성장률도 -0.3%를 기록하며 EU의 경제 침체에 크게 일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한때 '자동차 강국'이라는 위상을 내세우며 글로벌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독일마저 러·우 전쟁 및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해 공급망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독일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 치우쳐 있어 수출 수요가 털썩 주저앉았고, 여기에 앞서 살펴봤던 ECB의 긴축 기조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독일에는 경기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실제 올 2분기 독일의 실질 GDP 증가율은 0%로, 3분기엔 마이너스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예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한편 중국은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높은 실업률의 '늪'에 빠졌다. 지난 6월 17일 장단단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부교수는 중국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의 실질 실업률은 46.5%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실업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제대로 된 생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노동자까지 통계에 포함하면 두 명당 한 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이 위축된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회복이 더딘 데다, '민주화'를 우려한 중국 당국의 과도한 빅테크 규제 정책이 청년들의 일자리 진입을 막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 현황 또한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 7월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취업자 수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고령자 취업자 수는 34만3,000명 증가했으나, 20~40대 취업자 수는 약 13만7,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실무를 담당하는 연령층이 20~40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취업자 수는 대폭 감소했다는 평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세계적인 제조업 위축 및 실업률 증가가, 최근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자금 유동성과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즉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같은 미국의 초당적 정책 움직임으로 투자자들이 미국에 '자본'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위 언급한 독일, 중국, 한국은 제조업에 그만큼의 자본이 빠지고 난 뒤 유휴 상태에 접어들고, 잉여 '노동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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